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
이용재 지음 / 부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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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 책 봐라~~"라는 추임새를 거들게 된다.
역사 속의 건축..아니 건축 속의 역사를 이야기 하는 다소 딱딱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 마치 수다를 떨 듯, 마치 재미있는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글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참 편안하게 읽게 해준다.
 
'모든 글쟁이들의 흠을 찾아내기는 쉽다. 이용재를 흉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다'라고 말문을 여는 추천사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 이용재는 읽는 독자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때론 괴팍하고 때론 과격한 글을 펼치고 있다.
건축을 전공한 작가 이용재는 살면서 두루두루 경험한 작가의 직업과 또한 그런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듯 하다.
흔히 쓰는 서민들 말로 노가다 십장인 듯한 말투가 재미있다. 그리고 그의 말투에서 나오는 역사 이야기 또한 옳은 사실임에도 이거 야사 아니었나? 라는 흥미를 끌고 있다.
 
서문에 나오듯이 작가는 지극히 개인주의 시각에서 글을 풀고 있다. 읽던지 말던지..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글로 표현했을 뿐이고~! 읽는 독자가 맘에 들면 박수를 보내주면 될 뿐이고~! 맘에 안들면 욕하던지 말던지~!
속이 후련한 글을 간만에 읽었다.
더구나 역사라는 소재와 건축이란 소재는 필히 어려운 단어로 한문을 마구 섞어가며 이야기해야 옳은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 없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소리다.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한국의 건축물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탑에 관한 책으로 강의를 들었었는데 조목조목 이유가 있는 탑의 구조를 정말 재미있게 배웠던 기억 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교수님이 떠오르는 무엇일까.
당시 교수님의 말씀이 이랬다.
'어려운 학문이라고 어렵게만 설명하면 그것은 학문의 가치를 10%만 보여준 것이다. 어려운 것일수록 쉽고 편안하게 배워야지, 잘난척하고 어렵게만 배워봐라. 그때뿐이다. 뒤돌아서면 절대 기억 못할껄..'
사적인 이야기로 흘러갔지만 암튼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이란 책은 그런 관점으로 풀어놨다고 일단 마음을 먹고 일독하기 바란다.
 
조선시대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 조선의 선비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선비라 함은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올라선 선비들을 통해 원칙을 지키며 조선을 지킨 19명의 인물을 이야기한다.
선비들이 살았던 지역과 그들이 머물렀던 건축물을 인문학적, 즉 인간이 처해진 조건에 대해 연구하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딸과 나누는 대화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르점이라면 역사의 기록인 건축물 앞에서 작가는 술술 설명을 하는 것과 나는 입을 다문다는 것이다.
이 책을 필히 끼고 아이들과 여행을 가리라.
아이들이 커가면서 더 많은 질문과 그 질문의 수위가 이젠 학문적인 사건까지 밝혀줘야 만족하니 이 부모로써는 참 난감한 일이다.
하지만 이젠 걱정없다.
서울 근교에서 쉽게 발견하고 설명할 수 있는 건축물이 있고. 작가가 간간히 알려주는 고전과 역사, 그리고 사자성어 또한 당시의 사상까지 나는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조선의 건축물은 좌고우저左高右低(좌측이 높과 우측이 낮은 법.)을 따르고, 서원 건축의 중요한 배치법인 전학후묘前學後廟(앞에는 학교를 뒤에는 사당을 놓는 것)를 지키고 있다는 것.
한국을 빛낸 위인 100명의 인물중 하나인 한명회지만 그의 업은 후대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권력의 무상함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호는 자신이 학문을 배우고 가르친 곳을 쓰는 게 원칙이어서 당堂(집 당), 암庵(암자 암), 정亭(정자 정)으로 끝나는 호가 많다는 등은 미처 몰랐던 상식까지 얻을 수 있다.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라는 부제처럼 아이들이 왜곡된 역사가 아닌 자랑스럽던, 부끄럽던 역사와 그 속에 남겨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지침이 충분히 될 수 있는 책이다.
깔끔하게 단정되어 있는 지방문화재를 그저 옛집으로만 여기고 지나쳤던 시선을 현판도 제대로 해석해보고 안내글도 제대로 읽어보는 자세를 갖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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