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압박


‘감정 교란‘은 냉전 시기의 닉슨이나 현재 트럼프 정부처럼 거대한 무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 P131

(전략).
그럼 정리해 보자. ‘미치광이 전략‘과 ‘예측 불가능한 압박‘은 공통점이 있다. 상대방의 인지 기반, 특히 시간 감각과 통제감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공포와 혼돈이 퍼지면 상대방은 ‘이성적 설득‘이 아니라 ‘감정적 항복‘을 택하게 된다.  - P133

메타인지적 사고

그러면 반대로 당신이 ‘예측 불가능성‘ 전략을 상대해야한다면, 취할 수 있는 방어법은 무엇일까? 바로 메타 인지(Meta 認知)적 사고를 활용하는 것이다. - P133

감정 교란 역이용

이번에는 일상에서 ‘감정 교란‘ 전략에 걸려들었을 때이를 역이용하는 3가지 전략을 알려주겠다.

첫째, 상대방의 ‘시간 교란‘을 역이용하라.
(중략).

둘째, 상대방이 불쾌할 정도로 ‘차분하게‘ 행동하라.
(중략).


셋째, ‘가짜 예측 불가능성‘을 만들어라.
(중략). - P136

만약 누군가가 당신의 감정을 뒤흔들고자 예측 불가능한 말과 행동을 한다면, ‘감정 교란 역이용‘ 기술을 사용할수 있다. (중략).

"이게 정말 나를 위한 선택일까? 이조차 상대방이 정한
‘놀이 규칙‘에 내가 끌려가는 걸까?"

이런 자문()이 당신의 판단을 되살리고, 인지 격리를다시 작동시키는 신호가 된다. - P138

반사 투사

거울처럼 그대로 반사하라

(전략).
리드 기법은 1950년대 존 리드(John E. Reid)가 개발한 신문 기법으로, 심리적 압박과 조작을 통해 용의자에게서 자백을 받아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P140

사람은 본능적으로 죄책감보다는 ‘정당화‘를 택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 P140

감정 교란의 역이용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은 투사의 전형적인 형태다. (후략).


투사는 ‘자신의 욕구를 상대방에게 씌우는 행위‘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 - P141

투사의 공통점은, ‘내가 아니라 네가 잘못되었다‘라는것이다. - P143

투사의 그림자


앞에서 밝힌 ‘미치광이 전략‘도, 지금 설명한 ‘리드 기법‘과 ‘옴진리교 사건‘도 공통점이 있다. 사람은 두려움을 느낄수록 ‘이성적 사고‘가 아니라, ‘감정적 항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 P143

내가 책임져야 할 죄나 폭력적 성향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면, 나는 오히려 ‘피해자‘처럼 행동할 수 있다. - P144

투사의 본질은 ‘심리적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감정을 투사하고 있다면, 절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지 말자. - P148

·침투적 커뮤니케이션 

-질문하지 말고 암시하라

침투적 커뮤니케이션이란세상의 어떤 무기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다. 바로 말(言)이다. 그런데 말 중에서도 ‘강렬한 말‘보다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뭔가를 ‘암시하는 말이다. - P150

‘상대가 스스로 생각해 낸 것처럼 만들어라. 그래야 받아들인다‘ - P151

(전략). 현실적으론 불가능하지만, 마케팅 분야에선 무의식을활용한 기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외부에서 주입한 생각이라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 P152

이처럼 직접 말하지 않고, 생각을 유도하는 것을 ‘침투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침투적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으며, 관계를 조작할 때도 자주 쓰인다. - P153

침투적 커뮤니케이션의 목적


(전략).
이쯤에서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정말 내 생각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내 것‘일까?"
이 질문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막론하고 반복됐다. - P154

다음은 침투적 커뮤니테이션을 활용한 3가지 사례이다.


(1) 취조실에서 쓰는 암시의 말

(중략).

(2) 홍보(PR)의 침투 기술

정치인들은 결코 ‘실패‘라는 말을 담지 않는다. "목표에는 살짝 못 미쳤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라고 말한다.
(후략).

(3) ‘네가 한 생각이야‘라는 착각

(전략).
바로 ‘상대가 자발적으로 판단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것.‘ 취조실에서는 자백을, 홍보실에서는 동조를, 정치판에서는 수긍을 유도한다. 하지만 그 결론은 진짜 내 것이아닌 ‘유도된 자기결정‘일 뿐이다. (후략). - P155

침투적 커뮤니케이션은 ‘자기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만드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 P156

침투적 커뮤니케이션 극복법


그러면 침투적 커뮤니케이션 앞에서 무방비로 당하지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인 원리는 ‘의도를 해석하지 말고, 그대로 듣기만 하는 것‘이다. - P157

다음은 조작에서 벗어나는 3가지 방법이다. 활용 문장과 함께 숙지한다면 상대방의 유도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첫째, 말을 ‘해석‘하지 말고, ‘문장‘으로만 본다.

(중략).

둘째, ‘진짜 내 생각인가‘라고 끊임없이 점검한다.

(중략).


셋째, 중립을 가장한 질문에 속지 않는다.

(중략). 게다가 질문한 사람은 책임이 없다. 오로지 당신만 판단하고, 당신만 감정에 물든다. 그러고는 ‘그건 내 판단이야‘라고 착각한다. (후략). - P158

침투적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익힌다고 해서 꼭 부정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중략).
따라서 중요한 건 ‘도덕적 자의식‘이다. - P159

상대방이 스스로 느끼고,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믿게만들어라.

이것이 모든 심리 조작의 궁극적 목표다.  - P159

조작 정보 확산 

나쁜 소식은 천천히 퍼뜨려라


보일링 프로그 전략


(전략).
역사 속 여러 조직은 ‘나쁜 소식은 서서히 퍼뜨려야 타격이 극대화된다‘라는 교훈을 현실에서 직접 보여줬다. - P160

이탈리아의 사상가 마키아벨리는 "백성에게 피해를 줄일은 한꺼번에 해치우고, 은혜는 천천히 나눠줘라"라고 조언했다. 즉 나쁜 일은 빠르게 끝내서 저항을 줄이고, 좋은일은 천천히 베풀어 효과를 극대화하라는 뜻이다.  - P161

한꺼번에 모든 자유를 빼앗으면 큰 반발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조금씩 단계를 밟으면 매번 항의할 힘이 줄어든다.

이것이 바로 ‘보일링 프로그(Boiling Frog)‘라 불리는 전술이다. - P162

‘나쁜 소식은 천천히‘ 원칙


그렇다면 나쁜 소식이 천천히 퍼질수록 왜 치명적인가?
어쩌면 ‘나쁜 일은 재빨리 끝내야 반발이 적을 텐데, 왜 굳이 나눠 퍼뜨리나?‘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 P163

현대 기업들도 이 전략을 자주 활용한다. (중략). 흔히 ‘프라이데이 뉴스 덤프(Friday News Dump)‘라 불리는 방식이다. 또한 미국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인사나 수사 결과 발표를 이런 식으로 금요일에 흘리는 경향이 있으며, 기자들은 "결국 또 금요일에 조용히 묻어버린다"라고 비판한다. - P164

‘나쁜 정보‘를 여러 번 나눠서 공개하면 비난을 분산시키고, 시간도 벌어 이슈를 희석할 수 있다. - P165

누가 규칙을 주도하는가

이 세상은 여전히 ‘나쁜 소식은 천천히 퍼뜨려라‘라는교묘한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에 맞서고 방어할 수 있을까?  - P165

다음 3가지 핵심 전략을 살펴보자

(1) 인지 단계 분리

하나의 정보가 들어온다고 해서 곧바로 전체를 믿지 않는다. 먼저 해당 정보가 ‘사실 정보‘인지, ‘해석이 덧입혀진 정보‘인지, ‘목적 없이 감정 전염만 노리는 정보‘인지 구분해 본다.
(후략).


(2) 정보 확산 역추적 기법


대개 소문이나 나쁜 뉴스가 번질 때, 우리는 그 내용 자체에만 휘둘린다. (후략).


(3) 이야기 주어를 지우는 술책에 속지 말라

누군가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 얘기가 있대"라든가, "사람들이 다 그 사람을 꺼린다더라"라고 말할 때, 주어가 사라졌다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 (후략). - P167

다시 말하지만, 나쁜 소식이 천천히, 조금씩, 여러 출처를 통해 번져나갈 때, 우리는 더 큰 위기를 맞는다. - P168

천천히 퍼지는 독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 P169

이게 바로 ‘나쁜 소식은 천천히 퍼뜨려라‘라는 조작 논리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대비책이다. - P169

대상의 고립화


혼란스럽게 만들어라

인간 삭제 프로그램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가 ‘심리적 고립감‘이다. - P170

과거 악명 높았던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STASI)의 ‘인간 삭제 프로그램‘은 총알 한 발 없이 사람을 부숴놓는 작전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간단했다. ‘반체제 인사를 죽이지 않고, 스스로 무너지게 할 것.‘  - P171

[1단계] 가정 파괴 : 사랑을 의심으로 오염시켜라

(중략).

[2단계] 직장 내 신뢰 제거 : 험담 유포로 고립시켜라

(중략).

[3단계] 사회적 고립 : 자녀까지 고립시켜라

(후략). - P172

 이는 신체 고문보다도 더 교묘하고, 자취조차 남기지 않는다. - P173

심리적 고립의 핵심

앞에서 살펴본 ‘인간 삭제 프로그램‘처럼 상대방을 ‘고립화‘시키는 것은 물리적 감금이나 폭력 없이 그 사람 자체를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공격에는 약점이 있다. 자기 스스로 해석하는 것이다. - P174

내가 확인하지 않은 사실은 잠시 보류하라.
감정은 사실이 아닌 뇌가 상황을 해석한 결과물이다. - P174

심리적 고립화 활용


이번에는 반대로 상대방을 심리적 고립화시키는 기술을 알려주겠다. 이런 기법을 배운다고 해서 반드시 악용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 P176

(1) 가짜 연대감 후 갑작스럽게 외면하기


(전략).
[효과] 상대방은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라는 자기불신을 유발한다. 외로움이 현실 이상으로 깊어져 정상적관계 회복조차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후략). - P177

(2) 중간자를 가장한 착시 조작하기


(전략).
[효과] A와 B는 ‘나 혼자만 문제‘라는 편집증을 강화한다. 거짓과 진실을 직접 대면하기 전에 이미 상대방 스스로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받아들인다. 결국 관계에서 도망치듯 멀어지게 된다. - P177

(3) 의미 없는 정보 과잉 투하하기


(전략).
[효과] 상대방은 ‘어차피 알 수 없구나‘라는 체념이 생기며, 관계 복원을 시도하지 않는다. 불신과 혼돈이 커져 혼자서만 끙끙 앓거나 모든 인간관계를 닫아버린다. - P178

정말 모든 사람이 나를 미워한다면, 분명 그 증거가 ‘직접적인 행동‘으로 드러난다.

만약 근거가 ‘그냥 느낌‘이나 ‘누가 그렇게 말하더라‘ 수준에 머무른다면, 조작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P179

고립의 공포를 이기려면, 일정 거리를 두고 ‘감정의 진실성‘을 바라봐야 한다.

결국 고립의 가장 큰 힘은 ‘내가 이미 혼자라고 스스로믿어버리는 순간‘ 발휘된다. 따라서 그 믿음에 휩쓸리지않는 것이 자신을 구해낼 수 있는 첫 단추다. - P181

Chapter 4

신뢰
를 가장한
심리 함정



계산된 조작.


애매한 약속은 경계하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직해 보이는 말이 ‘진짜 정직‘이 아닐 수 있다. 약속을지킨다고 해서 반드시 ‘신뢰‘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 P185

공짜를 쫓다가는 조종자들의 교묘한 덫에 빠지기 쉬우며, 결국엔 탈이 난다.

지금 누군가가 조건 없이 당신을 돕고 있다면, 그건 아주 높은 확률로 당신에게 바라는 게 있어서다 - P187

사기꾼들은 ‘모호하지만, 합리적인 제안‘으로 경계심을 낮추고, 작은 성공을 반복해 신뢰를 확보한다.


사기꾼들은 이 순서를 정확히 계산해 움직인다.
[현실적인 약속→실행→방심 → 손실] - P188

빚진 마음 역이용


‘진짜 정직‘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 여러 교묘한 방식들이 있다. 가령 아무런 약속이 없었는데도 ‘정말 필요한 순간‘에 우연처럼 도움을 주는 사람은 ‘빚진 마음‘을 만들기 위해 타이밍을 연기한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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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생물학


그동안 생물학은 식물과 동물, 곤충을 연구 대상으로 했지만, 다섯 번의 큰 혁명이 일어나면서 생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은 바뀌어 갔다.
여섯 번째 혁명은 아직 진행 중이다. - P11

(전략).

여기까지가 앞에서 말한 다섯 가지의 혁명이다.
(중략).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생각하면여섯 번째 혁명은 벌써 일어났어야 하는데 늦어진 것 같다. - P20

수학은 몇천 년 동안 사람과 함께 했다. (중략). 그러니 수학을 여섯 번째 ‘혁명‘이라고 부르기에는 마땅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수학은-이 글을 쓰는 동안 일어나고 있는 여섯 번째 혁명은-여기서 훨씬 더 나아간 것이다. - P20

수학을 생물학에 쏠 때는 새로운 기구, 주로 컴퓨터가 필요하다. 새로운 생각 도구들, 수학 기술도 필요하다. 생물학의 필요에 특별히 맞춘 것들도 있지만, 다른 이유로 나타나 생물학에서 중요한 뜻을 가지는 것도 있다. - P22

얼마 전까지도, 많은 생물학자들이 수학이 생물학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지 않았다. 딱딱한 수학 공식에 맞추기에는 생명체들의 삶이 너무 다양했고, 그 형태도 너무 유연한 것 같았다. (그래서 하버드에는 이런 법칙 같지 않은 법칙이 있다. "조건을 알맞게 잘 조절한 실험실 안에서, 실험 동물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 P22

 괴짜였던 다시 웬트워스 톰프슨(D‘Arcy Wentworth Thompson)은 『성장과 형태에 대해(On Growth and Form)』라는 책에서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혹은 있다고 알려진 수많은 수학 패턴을 열거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 P23

하지만 유전자 서열의 발견과 관련된 주요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유전자와 단백질의 기능(생명체 안에서 이들이 진짜로 한일)을 밝혀내면서, 생명의 문제가 가진 진짜 깊이가 전과 달리 더욱 분명해졌다. - P23

한 예로, DNA에도 없고, 어쩌면 어떤 기호로도 ‘암호화‘되지 않은 ‘후생적(epigenetic)‘ 정보가 지구에 사는 생명체에게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라는 사실이 지난 몇 년 동안 분명해졌다. - P24

부분들만으로는 생물학 전부를 이해하기에 부족하다. - P24

20세기에 새로운 수학이 나타나게끔 한 힘이 물리학이었다면, 21세기에는 생명 과학이 될 것이다. - P26

3

생명의긴 목록

이장은 긴 목록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다.
처음에 생물학자들은 사람의 척도에서 생물을 연구했다. 하나의 동식물은 하나의 개체였다. 몇몇 동식물을 해부해 내부를 관찰하기도 했지만, 생물학자들은 주로 생물의 다양성에 대해 연구했다. - P49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일에 최초로 손을 댄 사람은 스웨덴의 식물학자이자 동물학자, 의사인 린네였다. 그가 한 일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생물을 종과 속, 기타 더 큰 묶음으로 나누고, 라틴어 학명을 붙이는 기본적인 체계를 갖게 되었다. - P52

그래도 분류는 생물함의 복잡함이 드러나는 시작점이다. 분류는 고작해야 ‘나비 모으기‘(나비 수집가에게는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이겠지만)일뿐이다. 생명체를 정리하고 거기에 멋진 이름을 붙이는 일 말고도 생물학에서는 할 일이 많다. - P55

분류학자들은 오늘날 식물을 약 30만 종, 균류와 동물이 아닌 것들을 약 3만 종, 동물을 약 125만 종으로 계산한다. 동물 가운데서도120 만 좋은 새우나 달팽이처럼 등뼈가 없는 무척추동물, 그 가운데서도 약 40만 종은 딱정벌레이다. - P56

좋은 생성에 비해 더 빨리 소멸해 가고 있다. ‘종‘의 뜻을 어떻게밝혀야 할지도 다 알지 못한다. 사실 ‘종‘이 생물학에서 볼 때 정말로 의미 있는 개념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 P57

린네의 분류 체계는 겉보기에 뒤죽박죽인 생물계에 질서를 가져왔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보상으로, 오늘날까지 진화해 온 생물의 조상이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 준다.
하지만 과학에서 신처럼 여기는 것은 없으며 린네의 분류도 마찬가지이다. 소수이지만 어떤 분류학자들은 생물계가 린네의 체계처럼 깔끔하고 가지런한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 P57

린네의 분류가 나타나면서 동물학자들과 식물학자들은 종들을 구분하는 특징에 대해 더 꼼꼼히 생각하게 되었다. 생물을 분류할 때 어떤 특성을 잣대로 해야 가장 좋을까? - P58

어떤 특징을 더 많은 생물들이 가지고 있을수록, 그 특징과 관련된 분류 단계는 과-목-강의 순서로 더 높아질 수 있다. 분류 단계가높아질수록 그 안에 들어가는 생물 수가 많아진다. - P58

분류학자들은 분류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이 사람의 눈에 잘 띄지않음을 곧 깨달았다. 꽃피는 식물에서는 눈에 잘 안 띄는 특성들이 특히 중요하다. 커다란 나무와 조그만 잡초가 아주 가까운 사이일 수도있고, 같은 숲에 사는 큰 나무 둘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 P59

4


꽃에서 찾은
수학


생물학에서 일어난 첫 두 혁명으로, 그 후 1세기 동안 모든 연구에서틀에 박은 듯한 패턴이 나타났다. 당시 생물학에서 지식을 발전시키는방법은 새로운 종을 찾아 그것을 린네의 분류에 끼워 넣는 것이었다. - P61

물리학은 이와는 아주 다른 길을 걸었다. (중략). 이처럼 물리학이 수학의 포괄적인 원리로 하나가 되고 있는동안 생물학은 생물 분야 하나하나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 P62

오늘날 유전자 중심의 관점에서 보면, 식물은 저마다의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적당한 수의 꽃잎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종마다 다른 특정한 숫자들이 나와야지, 몇 개의 이상한 숫자들이 많은 종에서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 P63

설상가상으로, 이 이상한 숫자들이 식물계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면 수수께끼는 더욱 어려워진다. - P63

 어떤 식물에서는 잎이 매우 단순하게 난다. 한 쪽에 잎 하나씩 짝을 이루어서 가로로 나란히. 그러나 다수의 식물에서는 잎이 늘어선 모양이 나선과 같아서, 앞에 난 잎과 다음 잎이 특정한 각을 이룬 채줄기에 죽 붙어 있다. (중략).
가장 흔히 나타나는 각은 135도로 3/8 바퀴이다. 첫 잎이 난 자리를 0도라고 하면 두 번째 잎은 첫 잎과 135도를 이루고, 세 번째 잎은 첫 잎과 270도를 이루는 식으로 나아간다. - P64

식물의 다른 특징들에서도 똑같은 숫자들이 나타나면서 잇따른 숫자들의 패턴이 단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파인애플 겉에는 육각형 무늬들이 뚜렷하게 나 있다. - P66

왜 이 숫자들이 다른 숫자들보다 많이 나타날까? - P67

그 답은 토끼에서 시작되었다.
1202년 이탈리아 수학자 피사의 레오나르도(Leonardo of Pisa)는산술에 대한 책을 썼다. 그는 독자들에게 토끼 한 쌍에서 나오는 자손의 수를 연습 문제로 냈다. - P67

홀데인의 말을 바꿔 표현하면 식물계는 지나치게 피보나치 수를좋아하는 것 같다.
토끼 번식과 관련해 나타난 이 수열은 겉보기에는 생물학 같지만 꽃잎의 수나 잎차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사실 피보나치 수는 너무 인위적이라 토끼와도 큰 관련은 없다. - P68

많은 곳에서 나타나기에 황금수라고도 하는 b의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원을 서로 황금비를 이루도록 두 호로 가른다고 하자. 다시 말해 큰 호의 중심각은 작은 호의 중심각보다 배크다. 이때 작은 호의 길이는 원주의 1/(1+)배이다. 소수로 나타내면 - P69

피보나치 분수 쪽은 이해하기가 더 쉽다. 수학에서 피보나치 분수는 주어진 분모에 대해서 황금각에 가장 가까운 분수이다. - P70

(전략).
자세한 생물학 내용은 건너뛰고, 이제 잎차례의 기하 패턴과 숫자패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수학으로 쓸 수 있다. 원기들은 잇따라 생식 나선 위에 놓이고, 서로 황금각 또는 그에 매우 가까운 각만큼 떨어져 있다. - P72

빅토리아 시대의 수학자들, 그 가운데서도 「자연 철학에 대한 논문(Treatise on Natural Philosophy)」으로 가장 잘 알려진 수리 물리학자 피터 거스리 테이트(Peter Guthrie Tait)는 그림 7과 같은 그림들을 바탕으로, 잎차례에 대한 호프마이스터의 생각을 수학적으로 기술했다. - P73

황금각의 특별한 성질은 잎차례와 관련 있는 식물의 특성으로 눈을 돌리면 더 쉽게 드러난다. - P74

1979년, 뮌헨 기술 대학교의 헬무트 포겔(Helmut Vogel)은 해바라기 씨 배열을 수학으로 간단히 나타내는 방법을 고안해 왜 황금각이 해바라기 씨 같은 배열에 특히 잘 맞는지 설명했다.¹ 그가 만든 모형에서, n번째 원기는 첫 번째 원기에서 137.5도의 n배가 되는 각을 이루고, 중심까지 거리는 n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 P75

호프마이스터가 말했듯 식물이 자라는 힘이 원기들을 밀어내어 황금각을 이루도록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세포가 자라고 움직이면서 생기는 힘은 옆에 있는 세포에 영향을 준다. - P76

1992년 프랑스 수리 물리학자 스테판 두아디(Stéphane Douady)와이브 쿠더(Yves Couder)는 원기를 나타내는 점 같은 물체가 접시 모양의 중심부에서 같은 시간 간격이 지날 때마다 끝없이 생기고, 원의 반지름을 따라 바깥으로 움직이는 계의 역학을 소개했다.² - P77

이 사실은 컴퓨터 가상 실험에서 더 자세히 나타나며, 결국 액체방울들의 계를 연구하면 자연히 황금각의 어림값인 피보나치 분수에 주목하게 됨을 보여 준다.  - P77

둘 사이의 정확한 관계는 이른바 분기도(bifurcation diagram)(그림 12)에서 알 수 있다. - P77

이 곡선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오른쪽 끝에서 왼쪽으로 이동한다. 액체 방울이 생겨나는 빠르기가 0.8보다 크면 각은 180도로, 물방울들은 중심에서 양쪽 방향으로 죽 늘어선다. 빠르기가 작아지면, 각은 그림 위에서 왼쪽 아래로 구부러지는 곡선을 따라 연속적으로 작아지면서 140도쯤으로 바뀐다. - P78

지금은 퍼즐의 남은 조각들을 맞추었다. 황금각이 왜 식물 기하의 원리인지, 하지만 실제로는 왜 어림값인 피보나치 분수로 드러나는지가 밝혀진 것이다.  - P79

분기도에서 다른 짧은 가지들도 피보나치 수열이나 루카 수열처럼 어떤 숫자 패턴을 따르는데, 시작 수가 다르다. 각은 77.9도나 151.1도로 수렴하는데 식물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 P79

푸크시아에 이어 선인장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자연히 식물 구조를 연구하는 수학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 P80

어떤 탄성 물체의 모양을 바꾸려면 일을 해야 한다. 고무공을 눌러 보자. 그 공을 누를 때 한 일은 탄성 에너지라는 에너지의 한 형태로 물질에 저장된다. (중략). 2004년, 투손에 있는 애리조나 대학교의 수학자 패트릭 시프먼(Patrick Shipman)과 앨런 뉴얼(AlanNewell)은 자라는 식물 새싹의 연속체 모형에 탄성 이론을 적용했다. 특히 애리조나 주에 널리 퍼져 있는 선인장을 집중적으로 실험했다.⁶ - P-1

어떤 식물학자도 식물 끝이 자란다고 하지 구부러진다고 말하지않을 것이다. 탄성 모형이 식물 생장의 주요 특성들을 어느 정도 밝혀냈다고 해도, 아직 중요한 특성들이 빠져 있다. - P81

이 문제를 풀려면 수학이 아니라 생화학이 필요하다. 원기는 옥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다. 뉴얼과 동료들은 옥신 분포에서 비슷한 파동 패턴이 나타남을 보였다.⁷ 이 문제에서는 식물의 생화학, 세포 사이의 역학, 식물의 기하 모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 P81

여기까지의 결과로 보면, 다시 톰프슨의 의심은 틀렸다. (중략). 또한 드물게 나타나는 루카 수를 예측해 어떤 식물에서는 왜 피보나치 수가나타나지 않는지 밝혔다.  - P82

한 가지 경고할 것도 있다. 톰프슨의 의심에는 까닭이 있었으며, 그 까닭은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 P82

자연에서 나타나는 황금수의 한 예로, 앵무조개 껍데기의 아름다운 나선 또한 흔히 이야기한다. 이것은 틀린 예이다. - P83

잎차례는 사실상 자연이 황금수와 관계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수 있는 단 하나의 상황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실험물리를 뺀다면 말이다.) 그러나 심지어 그 안에서도 모든 것이 황금수와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 P83

빅토리아 시대에서 20세기 초까지의 수리 생물학 여행은 여기까지이다. 현대 수리 생물학에 관한 통찰은 짧은 속편이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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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 쿠마란 여사님은 스리랑카를 어찌나 싫어하시는지 내가 도서관에서 여행 가이드북이라도 빌려오면 잔소리를 했다. 공부에 도움 될 책은 안 보고 놀 생각만 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홍콩이나 중국 가이드북은 보고서도 아무 말않았던 걸 보면 엄마는 그냥 자기 고향이 싫었던 거다.
(중략).
엄마의 나라는 이제 확실히 한국이다. - P58

스리랑카는 인도 반도 오른편 아래에 자리 잡은 섬나라로, 한때실론(Ceylon)이라고도 불렸다. ‘실론 티‘의 이름이 바로 여기에서 왔다. (중략).
스리랑카 인구의 8할가량은 싱할라족이고 2할은 타밀족이다(물론 이보다 인구수가 더 적은 소수 민족들도 있다). - P60

스리랑카 내전은 1983년 7월 23일에 시작되어 2009년 5월 18일에 끝났다.
정말이지 많은 사람이 죽었다.
나는 스리랑카 내전에 대해 알게 된 후로, 엄마가 고향 이야기를 결코 하지 않으려는 건 그것 때문인가 궁금해하곤 했다.  - P61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역사를 잊은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격언에 선뜻 동의할 입장이 못 됐다. 일단 내가 한민족인지 타밀족인지를 확실히 정해야만 역사를 잊든 말든 할 텐데, 나는 둘 사이에서 애매하게 흔들리는 듯했다. - P62

하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진짜 고향이 가지고 싶다. 명절마다 시골집에 들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P64

지방 일반계 남자 고등학교답게 내신 성적은 나 몰라라 하는 그룹과 심화 자습실 출입권이 있는 그룹이 확연히 나뉘었고, 우리 팀은 명백히 후자였다. (중략). 상을 위한 전략적 제휴라고나 할까. - P66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소개하기가 어려울 거 같지 않냐. 한강으로 가자. 4.3이나 5·18 같은 건 우리나라 일이고, 노벨문학상까지 받았잖아. 딱이네." - P66

"일반적으로 공감이 되는데 참신한 주제가 있긴 해? 어차피 한국 소설이면 민주화 운동이거나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이거나, 둘중 하나 아닌가? 조선 시대로까지 가면 너무 멀고." - P67

"(전략). 다문화 아니냐, 다문화, 대학에서 생기부 볼 때 인성도 평가하는데 다문화 관련 내용 있으면 점수 더 줄걸. 나중에 국어한테 세특에 그거 강조해 달라고 하자. (후략)."
윤재민이 ‘세특‘, 즉 세부 사항 및 특기 활동을 조커 카드처럼들먹이더니 열변을 토했다. - P68

입학 사정관들은 학생 생활 기록부를볼 때 성적뿐만 아니라 활동 내역도 함께 고려하는데, 요새는 동아리나 봉사 활동 기록을 잘 보지 않게 된 탓에 교과 세특이 훨씬 중요해졌다고 했다. - P68

"입학 설명회에서 그렇다고 한 걸 왜 나한테 따져. 애당초 세특 평가에 인성 항목 들어가는 거 몰랐어? 알잖아? 공동체 역량, 협업과 소통 능력, 나눔과 배려…………."
"알긴 하는데 지금 그 얘기 나오니까 이상해서 그러지." - P69

 원한 대로 결론이 난 것과 별개로 기분이 묘했다. 아버지의 유품처럼 소중한 물건을 중고로 팔아서 오만 원을 챙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니, 그런 물건이 알람 시계로 쓰이는 광경을 보는 느낌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 P69

호기롭게 말을 꺼낸 만큼 조별 과제를 끌고 나가는 건 내 역할이 됐다. (중략).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는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설상가상으로이 일에는 다른 애들의 생기부가 걸려 있었다(도대체 생활 기록부가 뭐길래!). - P70

. 심지어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동성애자의 삶도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디테일을 완전히 쳐내면 ‘전쟁은 부조리한 비극이며 모든 이의 삶을 희생시킨다‘는 수준의 공허한 이야기만 남았다.  - P71

엄마한테 물어보면 뭐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속 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하겠지만, 엄마가 말하지 않으려는 것에는 기사 수 천 줄보다 더 깊은 기억이 숨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P72

"사고가 안 난대도 지금 천만 원, 이천만원 모아서 무슨 소용이래니, 평생 가는 밑천 쌓아야 할 시기에, 응? 수능 등급 한 칸이라도 올려서 좋은 데 가는 게 돈값 하는 거 모르니. 고등학생 때 하는 공부가 삼십 년치 적금이야."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학원에 다니면서 성적이 올랐을지라도 의대 커트라인에는 여전히 못 미쳤다. - P73

"이민을 갈래도 기술이 있고 배운 게 있어야지, 몸만 덜렁 있으면 그걸 어느 나라에서 받아 준대니. 영어를 잘해야 해. 읽고 문제 푸는 것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라, 스피킹이랑 리스닝 알지?" - P74

"나는 한국이 안 익숙한데, 엄마한테는 스리랑카가 안 익숙한가?"
엄마의 새까맣고 깊은 눈이 나를 빤히 들여다봤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우리 둘 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러고만 있었다. - P75

결국 엄마가 고개를 휙 돌렸다. 한숨 같은 말들이 들려왔다.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 아주 끔찍하다, 응? 돈만 잘 벌면 되는나라에서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공부가 힘들다면 그나마 이해가 간다. 도대체 뭐가 어렵고 힘들다는 거니. 뭐가 어려워서 엄마한테 이래 들어가서 공부나 해, 공부나 빨리." - P76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원래 ‘악마의 춤‘이라는 제목이었고훨씬 난해했다고 한다. (중략). 스리랑카 현대사를 모르고 힌두의 신들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는 거였다. 아쉬운 쪽이 양보하게 되는 건 만국 공통인 모양이다. 재미는 중요하다.  - P77

말인즉슨 해방 호랑이 반군의 프라바카란 사령관은, 인간 흉기로 유명한 나치 장교인 오토 스코르체니나 성격은 나쁘지만 끝내주게 잘 싸운 미국 사령관 조지 패튼 같은 사람들처럼 얄궂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 P78

이런 젠장, 나는 열일곱 살이다…………. 열일곱은 전쟁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는 나이 아닌가?
때때로 내가 엄마의 아픈 기억을 배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이게 그토록 심각해질 문제인가 싶기도 했다. - P79

(전략).
하여간 다른 팀원들의 생활기록부에 타국과 ‘우리‘가, 내 생활기록부에 타국과 ‘한국‘이 짝지어진 데에는 별다른 의도가 없을 것이다. 문장을 만들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 교사는 최선을 다한 거다. - P80

내가 생각하기에 어딘가에 온전히 소속된다는 것은 캐리커처에 갇히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놀이공원이나 특색 있는 카페에서 흔히 보이는, 익살스러운 그림이 있잖은가. - P81

학교에서 나를 사령관이라 부르지 않는 사람은 승윤이 유일했는데, 그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판단이 안 선다. (중략). "야, 반군 새끼야, 빨리 탑 오라고!" 나는 승윤이 차라리 평범한 욕을 하길 바랐다. - P83

사랑이나 돈은 늦게 올 수도 있지만, 정글은 늦게 오면 안 된다.
탑 여러분! 지는 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정글 잘못입니다.
탑 프로게이머들의 명언이다. 그리고 승윤이 가장 좋아하는 명언이기도 하다. - P84

"게임을 이기려고 하냐, 즐기려고 하는 거지. 너도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하고 싶은 거 재미있게 해."
"난 이겨야 재밌다. 진지하게, 내가 판마다 1.5인분 하고 있으니까 겨우 이기는 거지, 나까지 형처럼 하면 승률이 어떻게 되겠어."
"그러면 니즈가 딱딱 맞네. 나는 재미있는 거 하고, 너는 게임 이기고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 인정?" - P85

 게임 때문에 학원 혜택이 끊길 리는 없겠지만 사람 심리라는게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즐기는 척했다. - P86

물론 그건 자기 합리화다. 나도 안다. 2학년 말에 이르러 나는나를 사령관님이라 부르는 애들과 약간 친해졌고, 승윤과는 묘하게 서먹해졌다. - P86

고3을 목전에 둔 11월이었다. (중략).
사람들이 말하기를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은 살인적인 공부량에 짓눌린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꽤 많은 학생들이 책만 펼쳐 놓은 상태로 딴짓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 P87

 스터디 카페에서 승윤을 만났는데, 점심 먹으러 가기 전에 한 판만 하자며 PC방에 들어섰다가 요한을 마주친 상황이었다. (중략). 그 대안으로 고른 게 ‘발로란트‘였다. - P87

요한이 우물거렸다.
"그냥이 뭐야, 그냥이.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롤에서만 그런게 아니라, 평소에도 보면 말하는 게 항상 답답하고 그래. 왜지?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가? 발로란트는 남 가르칠 만큼 잘하는데다른 건 딱히 그 정도는 아니라서?"
"응. 자신감이 부족해서………………" - P88

나한테는 나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일단 첫째, 나는 아침 아홉 시 삼십 분에 스터디 카페에 도착했다. 둘째, 지금은 밤 아홉 시 사십 분이고 휴대폰을 보니 엄마의 부재중 전화가 다섯 통이나 찍혀 있었다. 그걸 보고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 P89

"야, 너 턱걸이 연속으로 몇 개까지 되냐?"
질문이 날아든 건 소공원을 낀 삼거리에서였다. 보통은 이 자리에서 요한은 왼쪽으로, 승윤은 오른쪽으로, 나는 직진하며 헤어진다. - P90

그런데 이제 보니 나는 미끼였던 모양이다. 승윤은 턱걸이를 몇 개나 하냐며 요한에게 질문을 던졌다. 녀석은 난색을 표했다.
"아마 한 개도 안 될걸 난 운동 거의 안 해서......."
"야, 말 잘했다. 처음에는 누구든지 간에 0개부터 시작하는 거아니겠냐. 십 분 안에 생초보 탈출시켜 줄 테니까 와 봐. 넌 이거 여기서 안 배우면 돈 내고 배워야 돼, 김주현, 장갑 토스." - P92

엄마 목소리에 잔뜩 날이 서 있었다.
"게임이 문제가 아니야. 아침 아홉 시에 나간 애가 밤 열시까지 그러고 있는 게, 그게 곧 고3 올라가는 애가 할 짓이니, 응? 머리도 쉬일 겸 한두 판 하는 건 엄마도 이해하는데 열세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연락도 안 받고 뭐하자는 거야." - P93

해명을 하더라도 얼굴을 보고 해야 할 모양이었다. 사실 해명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었다. 사정을 솔직히 털어놓더라도
"그러면 네가 딱 끊어야지. 승윤이 형한테 가서 게임 접었다고 그래."라는 대답만 들을 게 뻔했다. - P94

"봐라, 하니까 되잖아. 한 번만 더 해 보자."
요한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는 게 멀리서도 느껴졌다. 두 번째 시도까지 성공하려는 순간 손힘이 풀리며 녀석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P95

무슨 변덕인가 싶던 찰나 승윤이 관객을 의식하는 배우처럼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기분 탓일까? 요한을 왼쪽 길로 먼저 보낸 뒤 함께 벤치에 앉자마자 그 눈짓의 정체가 분명해졌다. - P95

"와, 뭐지. 형이 이러니까 낯설다. 뭐 잘못 먹었나."
"하여간 사과를 해도 곧이곧대로 듣는 법이 없어. 성격 어지간해. 사회성이라는 게 없어."
"형 성격도 만만찮은 거 알지?" - P97

"통화하는 거 대충 듣긴 했어."
"난 게임 진짜 접어야겠다. 앞으로는 형이 불러도 안 할란다."
"뭐, 이제 서로 고3 생활 시작이니까……… 나도 줄여야지."
승윤은 선뜻 고개를 끄덕이더니 스트레칭하듯 깍지 낀 손을 앞으로 쭉 뻗었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98

곧 승윤이 운을 뗐다.
"그나저나 3학년 수요 조사 등록했냐."
(중략).
"야, 오늘이 조사 마지막 날인데 그걸 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고 있네. 지금이 이미 오늘 밤이야. 시간 봐라. 열 시 이십오분." - P98

3학년 수요 조사란 문자 그대로, 내년에 특정 과목을 수강할 학생이 몇 명일지 알아보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진행하는 설문이었다. - P99

"아니, 내신 버리는 것까지도 이해가 되는데 왜 세계지리냐고. 어차피 그것도 개설 거의 안 되는 과목 아니야? 작년엔 열렸던가?"
나는 구구절절한 설명을 늘어놓고 싶지 않아서 망설였다. - P100

나는 괜찮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삶을 상상했지만 꿈꾸지는 않았다. 그런 미래는 식당 앞에 설치된 음식 모형 같았다. - P100

구현동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그곳 사람들은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정확히 구분하진 못할지라도 파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 이름은 많이 알고, 나한테는 "부모님이 파키스탄에서 오셨냐?"라며 묻는다.  - P101

반면 대치동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지만, 그러면서도 너는 누구냐고는 결코 묻지 않는다. 묻지조차 않는단 말이다. - P101

이왕 꿈을 꾼다면 거창하고 엉뚱스러운 게 좋으리라고도 느꼈다. ‘스리랑카 문화 연구자‘라거나 ‘세계 분쟁 전문 탐사보도사진기자‘ 같은 것 말이다. 이과 적성을 살린다면 이론물리학자도 괜찮을 테다. 앞의 둘과는 마땅한 공통분모가 없는 직업이지만,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니까. - P102

아하, 이게 핵심이었군.
나는 승윤이 수요 조사 마지막 날에야 이런 부탁을 건네는 까닭을 헤아려 봤다. (중략).
"그러면 화학 누구누구 듣게 되는데?" - P103

"요한은 어차피 대학 갈 생각 없어 보인다만, 정노아도 화학 듣는다니 신기하네. 기본적으로 문과 아닌가."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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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우리 시대의 고전 3
로버트 노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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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완결난 웹 소설 원작 웹툰 '분신으로 자동사냥'을 다 보았다.


 지금 관심 가진 책은 웹툰에서 나온 개념인 '테세우스의 배'와 '경험 기계' 중 후자에 대한 내용이다.

 로버트 노직은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는 기계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 부정했다. 그 근거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닌 현실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반적인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Ted 영상이나 그런 것으로 봤던 경험 기계에 관한 부분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웹툰을 보고 나서, 이 사고 실험도 이제 대중화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루토에서 나온 '무한 츠쿠요미'도 비슷한 논리였던 것 같은데, 해당 작품 내에서 반박은 그리 논리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각설하고 요번 년도 안에 다시 읽을 책이 한 권 더 늘었다.

 책은 쌓여가는데, 다시 읽을 것도 늘어난다. 힘들면서도 좋고, 동시에 다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쁘기도 하지만 감회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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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서 신학의 중요성은 과학의 역사에도 두 가지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선 서양 과학이 기독교 신학에서 발전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현대 과학이 세상의 다른 어느 곳보다 기독교적인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발전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 P370

 현대 과학과 기독교 신학의 공통적인 뿌리는 그리스 철학이었다. 기독교가 신학적인 종교가 된것은 예수가 당시 그리스 문화가 깊게 스민 로마제국의 동쪽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우연한 역사적 사건 때문이었다. - P371

(전략).
이 역사는 기묘하게도 서양 문명에 둘로 나뉜 유산을 남겼다. 하나는 지금 복음서들에 기록된 가르침에서 보는 것과 같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려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예수의 종교다. 다른 하나는 기독교를 지적 훈련을 통해 학자들, 궁극적으로는 과학자들까지 양성할 수 있는 온상으로 변모시킨 신학이다. - P375

 폴킹혼은 파인만의 선언에 틀림없이 동의할 것이다. 반면 파인만이 폴킹혼의 견해에 쉽게 동의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 P375

후기


이 논평에서 지금 복음서들에 기록된 가르침에서 보는 것과 같이‘라는구절을 쓸 때, 최초의 세 가지 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을 말한다-옮긴이)를 염두에 두었다. (중략). 기독교 전반과 특히 요한복음에 대한 나의 지식은 대부분 일레인 페이젤스Elaine Pagels와의 대화에서얻은 것이다. - P376

1


과학자가반역자여야 하는 이유


시의 관점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과학에도 유일한 관점 같은 것은 없다. 과학은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관점들로 이뤄진 모자이크다. (중략).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역의 우세한 문화가 강요하는 제약들에 맞서는 것, 즉 ‘반역‘이다. - P21

과학은 동양과 서양, 남반구와 북반구, 흑인과 황인과 백인을 전혀개의치 않는다. 과학은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모든 이의 것이다. - P21

과학에서 반체제의 역사는 매우 길다. 감옥에 갇혔던 과학자들,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썼거나 우연히 그들의 목숨을 구한 과학자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 P25

만약 과학이 권위에 대한 반역을 멈춘다면, 총명한 어린이들의 재능을 탐할 자격이 없다.  - P26

앞에서도 분명히 밝혔지만, 나는 환원주의적 견해를 옹호하지 않는다. (중략). 환원주의의 실패를 보여준 명백한 증거도 있다.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바로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 1862-1943의 이야기다. 그는수학의 변경에서 매우 창조적인 업적을 이룬 위대한 수학자였다. 하지만 30년 후 환원주의의 어두운 뒷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버렸다. - P28

힐베르트는 보편적인 과정을 발견해서 수학의 문제들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보편적인 과정이란 수학적 기호들로 이뤄진 모든 공식적 명제들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결정할수 있는 과정을 말한다.
힐베르트는 이 보편적 과정을 발견하는 문제를 결정문제 Entscheidungs-problem‘라고 명명했다. - P28

마침내 힐베르트가 70세가 되었을 때, 쿠르트 괴델 Kurt Gextel, 1906~1978은탁월한 분석을 통해 힐베르트의 방식으로는 결정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중략).  이것이 그 유명한 ‘괴델의 정리 Godel‘s theorem)‘다. - P29

가장 위대하고 창조적인 몇몇 과학자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중대한 위업을 이뤄놓고, 말년에는 환원주의 철학에 사로잡혀 무기력해지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역설이다. - P29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이해하기 위해 10년간 고투했다. 그런 끝에 통찰한 결과를 몇 개의 장방정식 field equations 으로 만들어 환원하려 했다. 힐베르트처럼, 아인슈타인도 나이가 들면서 장방정식의 형식적 특성에점점 집착했다. - P30

블랙홀 개념은 율리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Julius Robert Oppenheimer, 1904~1967와 하틀랜드 스나이더 Hartland Snyder, 1913-1962가 1939년에 발견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한 오펜하이머와 스나이더는 무거운 별이 핵에너지를 다 소진했을 때 벌어지는 일을 설명하는 아인슈타인 방정식들의 해를 찾았다. - P30

현재 우리는 태양 질량의 수십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것까지. (중략). 블랙홀은 우주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이 결정되는 장소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인정하지 않았다. - P31

왜 그들은 그토록 맹목적이고 냉담했을까? (중략). 내 생각이지만, 아인슈타인의 대답도 그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한다. 말년에 오펜하이머는 진정한 이론물리학자라면 반드시 물리학의 기본 방정식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P31

과학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환원주의적 접근이 눈부신 성공을 거뒀던 예도 적지 않다. (중략). 1926년 슈뢰딩거 방정식 schrodinger‘s ccquation과 1927년 디랙 방정식Dirac‘s equation이 그러했다. - P32

과학은 그 안에서 일상적으로 수행되는 일들을 보면 철학보다 예술에 더 가깝다. 불완전성 정리에 대한 괴델의 증명에서도 철학적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괴델의 증명은 마치 샤르트르 대성당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에서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첨탑과 같다. - P33

(전략). 내가 할 일은 강 양편의 토대들이 가운데서 만나도록 캔틸레버를 설계하고 만드는 것이었다. 이 비유는 아주 적절했다. 내가 구축한 캔틸레버다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양편을 효율적으로 이어주고 있다. 스티븐 와인버그 Stephen Weinberg, 1933~와 압두스 살람Abdus Salam, 1926~1996이 성취한 통합연구 역시 다리를 잇는 비유로 설명된다. - P34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사학자들 사이에서 굉장한 논쟁이 벌어졌다. 과학이 사회적 요구로 작동한다는 진영과, 과학은 사회요구를 능가적하며 그 자체에 내재된 논리와 자연의 객관적 사실들로 작동한다는 진영이 충돌한 것이다. - P35

(전략).
그가 옳았다. 진리에 헌신하는 고결하고 도덕적인 이미지, 과학자들이 대중에게 비춰지는 그 고전적인 이미지는 이제 신뢰를 잃었다. 대중은 세속의 현자로 그려진 과학자들의 고전적인 이미지가 거짓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인간의 생명을 갖고 노는 무책임한 악마로 상상한다. - P36

과학의 초월성을 믿는 역사가들은 과학자를 세속적인 현실사회를 초월해 위대한 지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그려놓았다. - P36

과학과 역사에는 다양한 형식들과 목적들이 존재할 수 있다. 과학의초월성과 사회 역사의 현실성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이들은 과학의 마지막 발언은 결국 자연이 할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그 마지막 발언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과학을 수행하는 인간의 자만심과 부도덕이 막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P36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과학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과학을 수행하는 인간 개개인을 이해하는 것이 과학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과학은 철학적 방법이 아니라 예술의 한 형식이다.  - P38

후기



이 논평은 1992년 한 회의에서 했던 강연 원고를 옮긴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에 자연을 이해하는 열쇠로서 환원주의의 지속적인 우월성을논하는 회의였다. - P38

2


과학이 야기한 윤리적 문제와 불평등

(전략).
50년 전 영국에서 수학을 공부할 때, 훌륭한 수학자인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 Godfrey Harold Hardy, 1877~1947는 나의 스승 중 한 명이었다. (중략). 응용할 데도 없는아주 쓸모없는 추상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데 인생을 허비했노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 P42

그러나 기술에 대한 하디의 관점은 평화로운 시기에도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오늘날 기술은 마치 경쟁하듯 매우 빠르게 공장과 사무실의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다. - P42

그나마 윤리적 문제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 기술은 인간 규모에서 작동하면서 개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모든 세대마다 운이 좋은 개인들은 자신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기술을 발견한다.  - P43

아버지 시대에서 50년이 지난 후, 나는 핵융합원자로라는 형태에서 환희의 기술을 발견했다. 1956년, 전시기밀이었던 기술이 느닷없이 세상에 공개되고 일반 국민들도 접할 기회가 열렸다. - P44

(전략).
최근에 나는 버몬트의 어린이박물관에서 그런 가능성에 대해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강연을 듣던 한 젊은 여성에게 폭언을 들었다. 그녀는 동물의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평생 재미 삼아 동물을 고문하는 잔인한 과학자의 전형이라고 나를 비난했다. - P46

사실 그 여성의 항의는 타당했다. 개와 고양이를 설계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모호한 사업이다. - P47

시간이 지나 CAS-CAR 프로그램이 상용화된다면, 그래서 누구나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이용해 분홍색과 보라색 반점이 있는 강아지를주문하거나 수탉을 닮은 까마귀를 주문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시민들 누구나 개들의 무리에 편입될수 없는 기묘한 개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까? - P47

20세기 말에 발견한 기술의 사악한 결과를 선하게 바꾸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과학이 인간사회에서 선하거나 악하게 작동할 수 있는방식은 많고도 다양하다. - P47

 핵에너지가 대개 악하게 작동하는 까닭은, 부유한 정부와 부유한 기업들이 주무를 수 있는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부자들을 위한 장난감‘은 실제 장난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P48

한편 지금까지 응용과학은 이윤을 내고 팔 수 있는 상품연구에 모든 노력을 쏟았다.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이 신상품에 더 많은 돈을낼 수 있으므로, 시장주도형 응용과학은 앞으로도 부자들을 위한 장난감 개발에 더욱 전념할 것이다. - P48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이 정반대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두 분야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힘에 좌우된다. 바로 과학 활동을 관리하고 재원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힘이다. - P49

 순수과학의 경우, 위원회는 상호검토절차를 수행하는 과학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그 위원회가 다수결로 연구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경우, 유행에 뒤떨어진 분야보다는 최신 분야의 연구들을 지원한다. - P49

헨리 포드 Henry Ford처럼 자기 사업에 독재적 권한을 행사하는 성미 고약한 기업인이나 돼야 눈치 안 보고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즉독단적으로 자동차 가격을 낮추고 급료를 높여서, 수많은 노동자들도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게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순수과학과 응용과학 모두 위원회의 통제하에서는 유행에 뒤떨어지는 연구나 대담하게 모험적인 연구를 하기가 어렵다. - P49

핵무기 경쟁은 끝났지만, 비군사적 기술이 야기한 윤리적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 P50

(전략). 세 번째 시대는 ‘신경기술시대‘다. 신경 센서의 개발과 더불어 인간의 감정과 성격의 내면적 작동방식이 밝혀짐에 따라 다음 세기 말쯤 현실이 될 것이다. - P50

기술이 지금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몰아주며 발전해간다면, 머지않아가난한 사람들은 기술의 폭정에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 - P51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환경운동은 기술이 이루지 못한 선보다 기술이 야기한 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라건대, 다음 세기의 녹색운동들은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 P51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이 자명한 이치라고 주장했던 말이있다. (중략). 이 말에 동의한다면, 수백만 명이 실직과 빈곤에 내몰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원자력발전소들 버금가게 이 지구의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것도 자명한 이치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P52

아직까지 우리는 인간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과정들(신생아의 언어능력과 사회성 발달, 기분과 감정의 상호작용, 어린이와 성인의학습과 이해력, 노화의 시작과 생애 말 정신의 쇠락)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 P53

개선은 단순히 건강을 증진시키는 의미외에도 수명연장이나 더 긍정적인 성격, 더 강한 심장, 더 똑똑한 두뇌를 뜻할 수도 있다. (중략) 하지만 언제까지 규제로 묶어둘 수는 없다. 공식적으로 승인이 되든 안 되든, 또는 법률로금지하거나 혹은 터부시되는 한이 있어도, 인간개선은 널리 시행될 것이다. - P54

신기술은 자유만큼이나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사회적 제약들은 새로운 현실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 P55

후기


이 논평을 쓴 지 9년이 지난 지금,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간극은 더 커졌다. 신기술은 줄곧 주주들을 더욱 부유하게, 노동자들은 더욱 가난하게 만들어왔다.  - P55

3


현대과학에는 이단자가 필요하다


토머스 골드를 처음 만난 것은 1946년, 인간의 청력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였다. 골드는 실험자였고 나는 일종의 실험용 쥐였다. - P57

1946년에 귀의 해부학과 생리학에 정통한 생리학자들은 후자가 맞는 답이라고 생각했다. 음의 고저를 구분하는 일은 귀가 아니라 뇌에서 일어난다고 믿은 것이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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