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개막식은 성대하게 열렸다. 아영은 포스터가 잔뜩 놓인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연구자들과 소셜미디어 아이디를 교환했고 오후에는 ‘고립 지역의 자연적 돔 형성과 종의 변이: 섬과 폐기장의 생태 분석‘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들었다. - P94

이틀째에는 아영도 한반도 자생식물 식생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는데, 그날 화제의 중심은 북유럽에서 나타난 새로운 종류의 덧생태계가 되어서였다. - P94

학회 행사가 열리지 않는 일요일 아침, 부서 사람들은 차를 타고 엔토토산으로 탐사를 떠났다. (중략).
제보자 루단과의 약속 장소는 아디스아바바 시내의 카페 나탈리였다. - P95

약속도 잡지 않았으면서 나오미를 찾아가야 한다고 우겨대는 루단을 도저히 설득할 수가 없어서, 아영은 결국 그를 따라 나섰다.
(중략).
"나오미, 나루단이에요 그 생태학자를 데려왔어요." - P98

"메일 읽었죠? 문 좀 열어봐요. 드디어 당신의 이야기를 증명할 기회라고요!"
아영과 루단은 또 한참을 기다렸다. 안에 있는 사람은 문을 열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오미, 나오미! 당신 그 고집불통 좀 버려야 해요."
(중략).
"루단, 이렇게 마음대로 찾아오면 어떡하나? 난 당장 약초를다듬어야 해. 지금 안 하면 전부 썩어버린다고, 약초값은 자네가대출 거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돌아가게." - P99

아영은 심호흡을 하고말했다.
"나오미, 저는 한국에서 온 생태학자 아영이라고 해요. 모스바나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다른 방도가 없어서 루단을 통해서 연락드리게 된 것, 정말 죄송해요. 잠깐만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요? 오래 끌지 않을게요. 당신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꼭 당신에게 들어야 하는 이야기예요...."
이번에도 무시하거나, 뭐라고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다시 문이 열렸다.  - P100

허름한 외관과 달리 집안은 아늑했다. 약초 치료사로 유명한 자매의 집이니 짙은 약초 냄새가 나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약초냄새는 커녕 약초 치료사가 다룰 법한 물건 하나 보이지 않았다. - P101

"마음 같아서는 다 치워버리고 싶은데, 아마라의 얼굴을 봐서 참고 있답니다. 우리 이야기는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서 저런 공헌패만 주고 입막음이라니."
아영은 당황했다. 나오미는 아영의 앞에 커피잔을 놓았다.
"액자까지는 그러려니 하지요. 수납장에 공헌패들을 세워놓자고 한 건 아마라였어요. 아마라도 십 년 전까지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제 아마라는 우리가 정말로 누구였는지, 무엇을 했는지 다 잊어가고 있어요. 대신 그 기억의 위치에 저 허구의 이름들을 채워넣었죠. 치료사이니, 마녀이니, 재건의 영웅이니 하는말들이요. 뭐, 우리가 처할 수 있었던 훨씬 더 나쁜 위치에 비하면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 P102

나오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아영 씨, 식물생태학자라고 했지요? 제가 아영 씨에게 줄 수있는 정보는 거의 없을 겁니다. 저는 식물은 잘 몰라요. 약초학자라고 부르기에는 형편없지요. 저보다는 차라리 아마라가 더 잘 안답니다. 안타깝게도 시기가 안 좋았네요. 아마라가 있을 때왔다면 당신도 유용한 정보를 좀 얻어 갔을 텐데 말이에요."
아영은 나오미가 자신을 한국식으로 ‘아영 씨‘ 하고 부르는 것이 신기했다.  - P103

"제가 알고 싶은 건, 굉장히 기이해 보이는 이 식물의 역사에요 저는 이 식물의 숨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은 이 식물의 역사와 함께한 사람이죠. 재건 초기의 구술사에서당신의 이름을 많이 보았어요. 그때까지 아직 이 식물은 ‘모스바나‘라는 이름으로는 잘 불리지 않았지만, 대신 각 지역의 ‘영광‘
을 의미하는 이름이 붙었더군요. 당신과 아마라는 약용식물을 이용한 치료, 특히 모스바나를 이용한 민간 치료로 유명해졌죠.
구술사의 증언자들에 따르면 당신이 모스바나를 에티오피아 곳곳에 도입한 장본인이라고도 했고요. 정말 많은 사람들을 구하셨다고 들었어요." - P104

나오미가 미소 지었다.
"그러니 아영 씨는 모스바나에 치료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도 이미 찾아봤겠네요. 그것도 식물학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니 말이죠."
나오미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말에 아영은 말문이 막혔다. - P104

"그렇다면, 모스바나에는 정말로 약효가 있다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그걸 약으로 쓰는 건 독을 들이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모스바나는 인간에게 매우 해로운 식물이랍니다."
(중략).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스바나를 약초로 써온 건가요?"
나오미가 웃었다. - P105

"맞아요 나오미, 그래도 저는 모스바나가 그런 지독한 식물만은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게 당신을 만나려고 한 진짜 이유예요."
아영의 말에 나오미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모스바나가 이상 증식중인 해월에서 기이한 푸른빛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그리고 저는 그 푸른빛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죠. 왜냐하면 저도 어린 시절, 우연히 한 노인의 정원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 마법 같은 현상의 원인을 찾아야 했어요. 그러다 루단을 알게 됐죠 루단은 나오미 당신이 그 덩굴식물의 푸른빛에 대한 진실을 안다고 했고요" - P107

"당신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면・・・・・・ 그건 정말로 기이한 일이군요. 푸른빛의 모스바나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아요. 수십년 동안 모스바나는 세계로 퍼져 나갔고, 모스바나의 특성은 처음 그 식물이 가졌던 것과 너무 달라져버렸어요."
자리에서 일어선 나오미가 액자들이 잔뜩 걸린 벽면 앞으로다가갔다. 나오미는 벽면 앞의 서랍장을 열더니, 한참이나 무언가를 찾았다. 아영은 나오미를 조용히 기다렸다. - P108

나오미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사진은 언뜻 보았을 때는 그저까맣게만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사진 한구석에 희미한 구형의 빛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좋아요. 딱 한 번만 더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쩌면 당신이 말한 정원의 주인은 제가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당신은 답을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 답을 찾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지요. 그곳으로 가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지금 아영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모스바나에는 아주 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아영은 테이블 위에 노트와 펜, 녹음기를 올렸다. - P109

2장 프림 빌리지

조호르바루의 돔 시티는 이미 몇 달 전에 파국을 맞이한 것처럼 보였다. 돔 벽은 무너졌고, 철교는 끊겼고, 야자나무들은 모두까맣게 말라붙었다. 아부 바카르 사원의 외벽에 빛 바랜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 관광지의 흔적은 이제 사라졌다. - P113

지난 며칠 동안 아마라와 시내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았다. 시체들을 밟지 않게 애쓰며 시장 좌판과 가게를 뒤졌다. - P114

안쪽 골목에서 발견한 이 집을 차지한 지 일주일째였다. 이층으로 된 집은 허름했지만 몸을 숨기기엔 적당했다. 찬장에서 오래된 과자와 초콜릿, 차를 발견했는데 하나같이 맛이 끔찍해서그냥 가지고 있던 영양 캡슐을 먹기로 했다. 가공식품은 화폐로도 쓸 수 있을 만큼 귀하지만, 함부로 먹었다가 탈이 나면 그게 더 큰 일이니까. - P114

무작정 여기 머물 수는 없다. 어떤 곳이든 열흘 이상 머무르지않는 것이 믈라카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 P114

아마라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우리가 11월 8일에 집을 떠난건 또 어떻게 기억하냐고 물었다. 언니는 요즘 기억에 민감하다.
자신의 기억이 예전보다 불완전하다는 걸 약간 눈치챈 것 같다.
정확히 어떤 기억을 잃었다고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라는자꾸 무언가를 잊는다. - P115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상자에 남아 있던 캡슐 두 개를 이번에는 내 입에 넣었다. 이상한 맛이 났다. 썩은 고무 맛 같기도 하고 오래된 종이 맛 같기도 했다. 랑카위에서 도망친 이후로 우리의 주식은 늘 영양 캡슐이었는데, 한 번도 먹을 만하다고느낀 적이 없었다.
"전에도 영양 캡슐 먹어본 적 있어? 더스트 폴 이전에."
"먹어보려고 한 적은 있는데, 엄마가 말렸어. 애들은 못 먹는거라고." - P116

(전략).
"가버렸나봐. 집들도 허름하고, 건질 게 없으니까."
그 순간 탕, 탕, 하며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라의 표정이 굳었다. 아래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괜찮아, 금방 갈 거야.‘
나는 그렇게 속삭였지만,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 P118

제발 떠나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 다락문이 쾅 진동했다. (중략). 제일 앞에 선 건 삐쩍 마르고 곱슬머리가 심한 여자였다. 그 뒤로 다른 여자들도 보였다. 모두 넷이었다. 곱슬머리가 히죽거리며 물었다.
"어라, 꼬맹이들. 우리가 좋은 시간을 방해한거냐?"
(중략).
"골목 뒤에 호버카가 한 대 있던데 꼬맹이들이 갖기에는 너무 좋은 물건 아닌가? 넘겨주면 우리가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텐데." - P119

이번에 찾아온 내성종들은 조호르바루 돔 입구의 속임수를 쉽게 알아차렸다. 말하자면, 우리가 일주일이나 사냥꾼들의 눈을 피해가며 이곳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은 고장난 경보기 덕분이었다. (중략).
 경보기를 몇번 테스트해보고 우리는 저 경보기가 아주 이로운 방향으로 고장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 P120

"그래도 그 눈에 띄는 호버키는 어떻게든 좀 숨기는 게 좋을거다. 사냥꾼들에게 들켜 죽는 게 아니면 우리가 훔쳐갈 거니까."
여자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장난 경보기를 마음에 들어했다. 다른 폐허에 머물 때는 사냥꾼들이 툭하면 들이닥쳐 생체 감지기를 들이대서 그 초음파 소리에 노이로제가 생겼는데, 여기는 사냥꾼들이 얼씬도 하지 않겠다며 히죽거렸다. - P121

모닥불 앞에 앉자 캠핑을 하러 온 기분이 들어서, 나는 그렇게 느끼는 스스로에게 조금 놀랐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캠핑이라니. 나와 아마라는 소리를 낮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보다 좀더 컸다.
(중략).
다음날, 나는 배탈이 나서 죽을 뻔했다. 그들이 우리를 속이고 사냥꾼들에게 팔아넘기거나 돌핀을 뺏으려고 일부러 상한 비스킷을 준 줄 알았다. 그런데 골목에 있는 낡은 공용 화장실로 가보니 타티야나가 죽을상을 짓고 문 앞에 널브러져 있었다.
"스테이시...... 스테이시를 죽여야 해. 분명 우릴 살해하려고한 거야. 입을 하나라도 줄이려고." - P122

우리는 그들과 며칠 더 같이 머무르기로 했다. 집은 따로 썼지만, 저녁마다 서로의 생사를 확인했다. 그들은 모닥불 앞에서, 때로는 휴대용 램프 앞에서 자신들이 거쳐온 폐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와 아마라는 주로 가만히 듣는 쪽이었다. - P123

"그런데 저 호버카는 어디서 구한 거야?"
"아, 그건......‘"
(중략).
"그런 걸 물어보면 우리가 강탈이라도 할 것처럼 들리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저런 건 구하기 힘드니까. 꽤 솜씨가 좋나보나 해서." - P123

"어차피 지금은 없어진 연구소니까....."
나는 우리가 몇 달 전까지 갇혀 있었던 연구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믈라카의 대피소에서 연구원들이 건강 상태를 확인하겠다며 피를 뽑아 간 다음, 어느 날 갑자기 랑카위의 연구소로 옮겨졌던 것, 처음에는 잘 대해주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던 것, 그리고 우리에게 가해진 가혹한 실험들까지. - P124

"돔 시티가 아니라 마을이요? 아직 남아 있는 마을들이 있나요?"
"그렇지. 돔 시티를 흉내 낸 마을, 허술한 돔을 씌운 아주 작은곳들이지. 집 서너 채에 불과한 동네도 있고, 백 명 정도는 살 만큼 제법 그럴싸하게 꾸려놓은 마을도 있어.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보호복을 완전히 벗고 살 수는 없지. 돔 틈새로 더스트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조악한 포집기를 하루 종일 가동해야 하니까.
헬멧에 금이라도 갔다간 폐가 굳어버리기 십상이고, 그러니 돔시티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생활을 할 수밖에." - P125

마오와 스테이시는 마주보더니,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 소문은 들었어. 그곳에 사는 녀석들끼리는 프림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거대한 온실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그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아마라의 질문에, 이번에는 곱슬머리가 끼어들었다.
"그걸 찾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 P127

그날 밤 아마라는 침대에 누워 내게 속삭였다.
"저 사람들, 믿지 마.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나는 아마라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았다. 우리가 여태까지 당한 일들을 떠올렸다.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도 없다. 그러니 호의를 최대한 이용하고, 그들이무언가를 바라기 시작할 때 도망쳐야 했다.
조호르바루에 도착하기 전에 만난 어떤 청년은 나흘이나 자기집 창고에 우리를 머물게 해주었다. - P127

이틀 뒤에 우리는 조호르바루의 외곽 지역을 탐색했다. 여자들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여자들은 겹치지 않게 구역을 나누자며, 안쪽 지역의 남은 물자를 꼼꼼히 살펴보겠으니 우리에게는 외곽을 탐사하고 돌아오라고 했다. - P129

조호르바루 외곽은 예상대로 처참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는손상되지 않은 영양 캡슐을 몇 상자 찾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식료품 창고를 발견한 일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창고 안쪽에 더스트 과포화 지대가 생겨서 누구도 접근할 엄두를 못 낸 것 같았다. - P129

물자들을 돌핀에 싣고 나서, 나는 아까부터 자꾸 신경쓰였던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작은 책방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쉬다 가자."
사람들은 도망치면서 책에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바닥에 몇권의 책이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책을 주워 넘겨보았지만 내가ㅜ읽을 수 없는 말레이어였다. - P130

잠시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나는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아마라가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창밖이 붉어서 노을이 지나 했는데 일어나서 다시 보니 안개 같았다. 더스트 급증의 신호였다.
"돌아가자, 언니, 여긴 위험해." - P130

"언니, 내가 가서 보고 올게. 여기 있어."
"안돼. 같이 가."
아마라는 기침하느라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보였는데 나 혼자 보낼 수는 없다고 우겼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걸었다. 발걸음 소리조차 너무 크게 들릴 정도로 수상한 정적이 도사리고 있었다. 모닥불 흔적이 남은 공터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 우리가 살던 집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 P131

"그 내성들, 거짓말은 안 했나보군."
보호복으로 얼굴을 감춘 남자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희 얘기를 해주던데. 스무 살은 더 어리니 비싸게 팔릴 거라고."
아마라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했지만 나는 가까스로 주머니를 더듬었다. 우리는 동시에 품에서 더스트 탄을 꺼내 던졌다. 연구소에서 훔쳐온 것이었다. 사냥꾼들이 욕을 하며 우리를 쫓아왔다. - P132

골목을 벗어나는 순간 사냥꾼 한 명이 나를 따라잡았다. 다른 사냥꾼들보다 더 두껍게 보호복을 껴입어 움직임이 둔했지만 나를 잡기에는 충분한 덩치였다. 그에게 거의 붙잡힐 뻔한 순간 나는 스테이시의 겉옷을 펼쳐 그의 시야를 가렸다.  - P133

하지만 돌핀이 폐허를 빠져나왔을 때, 아마라가 조종 장치를 붙잡은 채 울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들이 내게 해준 말도 기억하려고 했다. 아무것에도 마음 붙이지 말고 그냥 어디로든 도망치라고, 그러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정말로죽는 거라고. 마지막으로 그 이름들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타티야나, 마오, 스테이시, 그리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언젠가는다 잊어버릴 이름들이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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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전략).
『어메이징 필로소피』는 서양 철학에서 마주치게 되는 위대한 철학자와 사상들을 유머러스한 글과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워갈 수 있는 책입니다. 앞으로 훙미진진하게 펼쳐질 ‘철학의 강‘ 여행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저와 마이클이 이 책을 만들 때 느꼈던 즐거움을 여러분도 똑같이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6년 10월
케빈 캐넌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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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싹은
빨리 잘라 내는 것이 원칙이다

제로 톨레랑스 원칙

"밤 10시까지 귀가하지 않으면 벌을 받을 줄 알아!"
"단 한 번이라도 규칙을 어기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반드시 기억해둬!"


예전에 미국에서는 학교 교육이 황폐해져서 붕괴 직전까지 간적이 있다. 그 이유는 아이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너무 엄하게 다루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 P162

그러다가 1997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제로 톨레랑스 원칙‘을 교육에 도입했다. - P162

최근의 아이들은 영리해서 ‘어차피 나쁜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쁜 짓을 하는데 그다지 망설임이 없다. - P163

‘범죄는 미성년자일 때 저지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너그럽게 봐준다‘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아이가 있다. 부모와선생님, 사회 전체가 아이들에게 무르기 때문이다.
겨우 미성년자에 대한 법률이 엄격해지고 있는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 P163

KEY POINT

단 한 번이라도 규칙 위반을 엄벌로 다스리지 않으면 재발한다. - P166

말투의 심리학 5장

어떻게 말하면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릴까



33

누구나 정중하게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말투의 법칙

"○○씨, 저와 함께 가 주실 수 있겠어요?"
"ㅇㅇ씨, 그 서류를 확인해 주시겠어요?" - P169

미국 가톨릭 대학교의 루이스 패러다이스(L. V. Paradise)는 상스러운 말을 사용하는 남녀 상담사의 비디오와 같은 등장인물이 고운 말을 사용하는 비디오 두 종류를 제작해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고 어떤 인상을 느꼈는지 물어봤다. - P170

정중한 말을 사용하면 지적이고 일을 잘하는 인상을 주지만,
상스러운 말을 사용하면 나쁜 인상을 준다.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은 부하 직원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 P171

KEY POINT

그 사람이 쓰는 말투는 그 사람의 인격이며, 그 사람이 쓰는 말 자체의 신뢰도를 결정한다. - P172

35

상한선을 슬쩍 알려주면
상대방의 마음이 들썩인다


톱 오브 더 라인 테크닉

"이 상품은 최고급품 다음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품질은 최고 수준에 가깝지만 그에 비해 가격이 적당하니구입하시면 이득입니다."


최고급품에 대해 설명하면 고객이 구입하는 상품의 비율을 진체적으로 10퍼센트나 높일 수 있다. 이를 ‘톱 오브 더 라인 테크닉(top of the line technique)‘이라고 한다. - P178

노스 애리조나 대학교의 도노호(C. L. Donoho)는 여러 종류의 CD 플레이어 중에서 하나를 구입할 때 최고급품이 1,500달러라는 것을 알려줬더니, 처음에 199달러짜리 CD 플레이어를 선택한 사람의 23퍼센트가 299달러짜리로, 15.4퍼센트가 399달러짜리로, 30.8퍼센트가 400달러짜리로 상품을 변경했다고 한다. - P179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우리는 무슨 이유인지 저렴한 것부터 권하기 쉽다. 저렴한 상품부터 권해야 고객도 구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정반대다. - P179

KEY POINT

사람은 최고급품이나 최저급품보다 중간급의 상품을 선택한다. - P181

36


상대방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라

옵션 테크닉

"이 상품과 이 상품 모두 잘 어울리십니다."
"이 일과 이 일을 부탁하고 싶은데, 어떤 일을 하겠나?"

(전략).
그러면 어떻게 하면 고객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까?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면 된다.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면 특정 상품을 억지로 강요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고객은 ‘자기 스스로 구입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82

일리노이 대학교의 브라이언 퀵(B. L. Quick)은 ‘반드시 콘돔을사용해야 한다‘, ‘콘돔 사용 외에 성병을 예방할 선택지는 없다‘
와 같은 캠페인 광고를 대학생 160명에게 읽게 했더니, 마치 강요하는 듯한 문장을 읽은 대학생은 오히려 설득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선택지가 하나뿐이면 우리는 억지로 의견을 강요당한다고 느낀다.  - P184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인은 결코 한 가지 방안을 강요하지 않는다. 반드시 몇 가지 방안 중에서 선택하게 한다. - P186

KEY POINT
두 가지 이상의 안건을 제출해서 ‘직접 선택했다‘고 생각하게 한다. - P186

38

협상이 기본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보복 전략

"요구대로 단가를 낮춰 줄 테니 주문 수량을 배로 늘려 주세요."
"좋아요. 그 대신 내 일도 도와줘요."

교섭 기술 중에 ‘보복 전략‘이라고 불리는 기술이 있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강경하게 제안하면 나도 똑같이 강경하게 제안하고, 상대방이 부드러운 태도로 대하면 나도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 주는 방법이다. - P191

사람들은 원래 마음씨가 착한 경우가 많아서 상대방이 강력하게 요구하면 어떻게든 응해 줘야 한다고 느낀다.
(중략). 특히 국제 교섭의 장에서는 상대방이 강경하게 나올 때 이쪽도 강경하게 나가지 않으면 상대방의 요구를 전부 받아들이게 된다. - P193

상대방이 뭔가 기분 나쁜 행동을 하면 언젠가 반드시 기분 나쁜 행동으로 되갚아 주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그런 사람은 교섭 상대로 매우 벅차다. 이런 태도는 우리도 좀 더 보고 배워야한다. - P193

인디아나 대학교의 제임스 월(Jr. J. A. Wall)에 따르면, 보복 전략을 사용한 임금 교섭과 보복 전략을 사용하지 않은 임금 교섭을 비교했더니 보복 전략을 사용한 경우에는 4.3회 안에 대화가 정리되는 데 비해서 보복 전략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5.2회가소요됐다고 한다.
상대방이 강경하게 나오면 나도 강경하게 나가고, 상대방이타협적이면 나도 타협적으로 행동해야 대화가 원만하게 정리된다. - P194

내가 친절한 얼굴을 하면 상대방은 ‘조금 더 요구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요구의 수준을 자꾸 끌어올려 교섭이 성립되기 어려워진다.
그런 점에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 주면 상대방도 ‘여기가 한계구나‘라고 즉시 깨닫기 때문에 교섭에도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 P195

KEY POINT

강경하게 나오면 강경하게 대응할 것. 그래야 서로 ‘비기며‘ 이것이 교섭의 기본이다. - P195

40

따뜻한 음료는 마음을 여는
마법의 효과가 있다

핫 드링크 효과

"따뜻한 커피 한 잔 드시면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따뜻한 음료를 마시니 긴장이 풀리는군요."

우리의 마음은 따뜻한 장소에 있으면 따뜻해지고 차가운 장소에 있으면 차가워진다. 즉, 환경이나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 P200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로렌스 윌리엄스(L. E. Williams)는 ‘인물 평가 실험‘이라고 속여서 참가자들을 어느 한 건물에 모이게 했다.
참가자가 찾아오면 그곳에는 여성 조수가 기다리고 있는데,
손에 아이스커피를 들고 있을 때도 있고 뜨거운 커피를 들고 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실험은 4층에서 합니다"라고 참가자를 엘리베이터로 데리고 가는데, "먼저 당신의 이름을 서류에 기입하고 싶으니 잠깐만 들어 주시겠어요?"라며 자신이 들고 있는커피를 참가자에게 들게 한다.
참가자가 커피를 손에 들고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수십 초에불과했다. 그러나 그 후에 ‘A 씨‘라는 가공인물의 성격을 판단하게 하자 사전에 뜨거운 커피를 든 사람은 아이스커피를 든 사람에 비해 ‘A씨‘를 매우 호의적으로 판단했다. - P201

만약 무더운 날 클라이언트가 회사를 방문했다면, 일단 차가운 보리차를 마시게 해서 더위를 식혀 주자. 그런 다음에는 따뜻한 차나 커피를 대접하는 것이 좋다. 일에 대한 이야기는 따뜻한 음료를 대접한 후에 시작한다. - P202

KEY POINT

물리적으로 따뜻함을 느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따뜻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 P204

에필로그


 느긋하게 기다릴 줄도 아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

(전략).
하지만 온갖 수단을 발휘해도 끝까지 마음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태도를 바꿔서 그 사람이 변화하기느긋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 P205

설득해도 소용없을 때는 ‘설득을 그만두는 것이 방법이다. 간단히 포기해 버릴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하면 나머지는 상대방의 마음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 P206

옮긴이의 말


 일상속 심리 법칙에 숨겨진
말투의 심리학


(전략).
그런데 똑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이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나도 상대방의 별 것 아닌 이야기에 웃으며 넘길 때도 있고 발끈할 때도 있다. - P208

내 지인 중에는 새로운 정보에 대해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말하면 전혀 듣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정보에 대해 미디어에서 소개하면 마치 처음 들었다는 듯이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 P209

말투는 인간관계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중략).
그런데 이 책을 번역하면서 상대방의 말투가 내 행동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의 이기심이 발동한 것은 아닐까? - P210

살면서 인간관계에서의 소통 문제로 고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람은 아마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상대방의 말투나 성격을 내 입맛에 맞게 바꾸기란 어렵다. 상대방을 바꾸느니 차라리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게 더 쉽고 빠르지 않을까?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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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6 나락

본 뜻 산스크리트어 ‘나라카(naraka)‘에서 온 말로 지옥을 뜻하는 불교용어다.

바뀐 뜻 그대로 지옥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구원할 수 없는 마음의 구렁텅이 또는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 는말이다. - P106

0178 나쁘다

본 뜻 ‘나쁘다‘는 본래 ‘낮+브+다‘로 이루어진 말로서 ‘높지 않다‘는 뜻이었다.

바뀐 뜻 오늘날은 이 말에 쓰인 ‘낮다‘의 의미가 높이의 고저를 나타낸다기보다는 어떤 가치의 높고 낮음을 나타내는 뜻으로 전이되어 기준에 못 미친다‘ ‘좋지 않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 P107

0182낙서(書)

본 뜻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끼적거리는 이 낙서는 일본 에도(江戸)시대에 힘없는 백성들의 항거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민초들의 소리를 적은 쪽지를 길거리에 슬쩍 떨어뜨려놓은 것을 ‘오토미 부시
(落?)‘라 한 데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낙서가 백성들 사이의 의사소통의 한 방편으로 조선 후기에 나타났는데 돌이나 바위에 당시의 사회상을 새겼다. 그러면 그곳을 지나다니는 보부상들이 그런돌을 사람이 잘 다니는 산길에다 슬쩍 놓아두었고 다른 보부상들은 그 내용을 읽고 다른 마을에 전파하거나 자기가 알고 있는 새로운 사실을 덧붙여 새겨 넣기도 했다고 한다.

바뀐 뜻 장난으로 아무 데나 함부로 글자를 쓰는 일을 가리킨다. - P109

0184 난마麻)

본 뜻 어지럽게 뒤얽힌 삼실의 가닥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뀐 뜻어떤 일이나 상황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뒤얽혀서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 P110

0186 날라리

본 뜻 태평소를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소리 때문에 생긴 말이다. 고려 말엽에 해금과 함께 들어왔다. 처음에는 군중에서 무인들의 사기를높이거나 승리를 알리는 악기로 쓰였다.

바뀐 뜻 날라리의 음은 국악기 중에서 음량이 가장 크다. 그래서 주로 야외음악에 쓰인다. 날라리의 가볍고 발랄한 음색에서 발전하여 일없이 노는 데에만 열심인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되고, 이어 언행이 어설프거나 들떠서 미덥지 못한 사람, 아무렇게나 날림으로 하는일 등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 P111

0187날카롭다

본 뜻 바뀐 뜻날카롭다‘의 옛말은 ‘날칼업‘이다. ‘날칼‘은 날이 선 칼이란 뜻이고 ‘-업다‘는 접미사이다. 그것이 연음되어 ‘날카롭다‘로 변한 것이다.

바뀐 뜻 칼이 잘 들게 날이 잘 서 있다는 본뜻 외에도 어떤 일이나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성격적인 특성을 가리키기도 한다. - P111

0190 남세스럽다

본 뜻 남의 웃음거리가 될 만하다는 뜻을 가진 ‘남우세스럽다‘가 줄어서된 말이다.

바뀐 뜻 남의 조롱이나 비웃음을 받을 만하다는 뜻이다. 흔히 쓰는 ‘남사스럽다‘나 ‘남새스럽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 P112

0191 납득하다()

본 뜻남의 말이나 행동 따위를 잘 알아 이해하는 것을 가리키는 일본식 한자어다.
바뀐 뜻이해하다‘로 바꿔 쓸 수 있다. - P113

0196 냄비

본 뜻 냄비는 일본어 ‘나베(なべ)‘에서 온 말이다. 밑바닥이 둥그스름한 우리네 바뀐 뜻나라솥과는 달리 밑바닥이 평평한 일본식 솥을 냄비라 한다.

바뀐 뜻 알루미늄이나 양은 등으로 만든 밑이 판판한 조리 용구를 가리키는 말인데, 그때까지도 무쇠로 만든 우리나라 고유의 밥솥 등은 ‘쟁개비‘라고 하였다. 1989년 새로운 표준어 규정이 나오기 전까지는남비가 표준어였으나 1989년 이후로는 ‘냄비‘가 표준어이다. - P116

0197너스레

본 뜻 감자, 고구마, 배추, 무 등을 흙구덩이를 파 보관할 때 그 위에 이리저리 걸치는 나뭇가지와 덮는 지푸라기를 가리킨다.

 바뀐 뜻 지금은 수다스럽게 떠벌려 늘어놓는 말이나 몸짓을 말한다. - P116

0200 넥타(nectar)

본 뜻 넥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산의 신들이 마시던 불로주(不)를 가리키는 말이다.

바뀐 뜻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주스와 같은 말로 쓰이고 있다. ‘과일즙‘ ‘으깬 과일즙‘으로 순화하여 쓸 수 있다. - P117

0201넨장맞을

본 뜻 이 말은 본래 네 난장을 맞을이 줄어서 된 말이다. 난장이란바뀐 뜻조선시대 형벌로서 정해진 형량이나 규칙 없이 닥치는 대로 마구때리는 형벌을 말한다.

바뀐 뜻 불평을 하거나 불만스러울 때 험악하게 내뱉는 상말이다. 흔히 어떤 일이나 상황이 자기 뜻에 어긋나서 마땅찮을 때 쓰는 말이다.
‘젠장‘ ‘젠장맞을‘이라고도 하는데, ‘젠장맞을‘은 ‘제기, 난장을 맞을의 줄임말이다. - P118

0203노가리 까다

본 뜻 노가리는 본래 명태새끼를 가리키는 말이다. 명태는 한꺼번에 많은새끼를 까는데, 노가리가 알을 까듯이 말이 많다는 것을 나타내는 속된 표현이다.

바뀐 뜻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 말이 많아지면 자연히 허풍을 떨게 되거나 진실이 아닌 얘기도 끼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때문에 ‘노가리‘가 거짓말을 늘어놓는다는 뜻까지 포함하게 된 것이다. ‘노가리 푼다‘라고도 한다. - P119

0211 뇌까리다

본 뜻 자꾸 되풀이 말한다는 뜻의 ‘뇌다‘에 접미사 ‘-가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바뀐 뜻 불쾌한 남의 말을 그대로 받아서 거듭해서 자꾸 말하거나,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마구 떠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투덜거리는 것과는 다르다. - P123

0220 다시 국물(だしーー)

본 뜻 다시(だし)는 일본어로 멸치나 다시마를 삶아서 우려낸 국물을 일컫바뀐 뜻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시다‘라는 국물 맛을 내는 조미료가 시판되면서 이 말이 일상용어처럼 자리잡게 되었다.

바뀐 뜻 국이나 찌개의 맛을 내는 ‘맛국물‘을 ‘다시 국물‘ 또는 ‘다싯물‘이라고 하는데, 같은 뜻을 가진 ‘맛국물이란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것이좋겠다. - P127

0223 닦달하다

본 뜻 본래는 닦고 다듬질한다는 뜻이다.

 바뀐 뜻 오늘날에는 단단히 단속하거나 몹시 몰아대거나 나무라거나 하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 P129

0228 단수정리整理)

본 뜻계산 끝에 끝수나 우수리를 정리해서 끝수를 일정하게 하는 것을바뀐 뜻이르는 말로, 일본식 한자어다.

바뀐 뜻 보통은 끝에 세 자리 수 정도를 반올림하거나 아예 깎아내리거나해서 끝수가 자투리 없이 말끔하게 정리되게끔 하는 것이다. 흔히 돈 계산할 때 서로간의 편리를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끝수정리‘ ‘우수리 정리‘ 등의 우리말로 바꿔 쓰면 좋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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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본소득 실험과 실천


1968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대규모 마이너스소득세 실험을 시행했다. 1982년부터 알래스카 주에서는 알래스카영구기금 수익을 기본소득으로 배당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이르게 된 역사적 과정을 살펴본 뒤에,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와 알래스카 기본소득의 효과에 대하여 검토해 보자. - P65

(4) 마이너스소득세 실험


1968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캐나다의 마이너스소득세 실험은 미국 네 곳, 캐나다 한 곳에서 진행됐다. 미국 뉴저지 New Jersey에서는1,357가구를 대상으로 3년 동안, 농촌 지역 Rural에서는 809가구를 대상으로 3년 동안, 시애틀- 덴버 Seattle-Denver에서는 809가구를 대상으로 최장 20년 동안, 개리 Gary에서는 1,800가구를 대상으로 3년 동안,
캐나다 마니토바 Manitoba 에서는 1,300가구를 대상으로 3년 동안 진행됐다("민컴Mincome 실험"). - P72

(전략). 그러나 당시의 정치인들은 이 정도의 노동시간 감소를 매우 나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시애틀- 덴버 지역에서 흑인들의 이혼율이57%, 백인들의 이혼율이 53%나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자, 기본소득을 지지했던 주요한 정치인들이 반대로 돌아서 버렸다. 그러나 1990년에 다시 행해진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이혼율의 증가는 통계적 오류임이 드러났다. 어떤 지역에서도 이혼율의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Forget, 2011, p.288). - P73

현대적인 계량 분석 모형을 사용하여 다시 분석한 결과, 노동 유인 감소는 아주 미미했다는 것이 드러났다(Hum and Simpson, 1993a: 282).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하여 시장소득을 축소하여 보고함으로써 노동시간 감소가 과장됐다는 것이 발견됐다(Marinescu, 2017, p. 10).*


*이것은 마이너스소득세를 실제로 실행하려고 할 때 도덕적 해이와 행정비 때문에 매달 소득에 따라 상이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험의 결과로부터, 마이너스소득세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매달 정액을 선불로 지급하고 연말에 정산하는 방식, 즉 기본소득과 기본소득세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실행할 수밖에 없다는 함의를도출할 수 있다. - P73

노동시간을 줄인 이유도 추가적인 분석을 통하여 드러났다. 남자는 주로 교육과 훈련을 늘리기 위해서였고, 여자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였으며, 청년들은 자기 계발을 해서 취업을 늦추기 위해서였다(Levin et al. 2005, p. 99). 이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노동시간 감소라고해석할 수 있다. - P74

포제Evelyn Forget는 당시 실험에서 주민 전체가 실험 대상이 된 캐나다 도핀Dauphin 시의 실험 결과를 당시의 의료 기록과 연결시켜 분석했다. 실험 기간 동안 도핀 시는 소득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누구든지 당국에 보고하기만 하면 즉각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가난이없는 도시였다. - P74

미국과 캐나다의 마이너스소득세 실험은 비교 대상이 선별소득보장이 아니라 무복지 상태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실험 결과는 주로 소득효과가 작용한 결과다. 그리고 도핀 시를 제외하면 승수효과나 공동체효과를 측정할 수 없는 실험이었다.  - P75

(5) 제이 해먼드

미국의 기본소득운동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알래스카주에서는 제이 해먼드Jay Hammond라는 공화당 주지사에 의해서 기본소득이 성공적으로 도입됐다. - P75

1974년 주지사에 당선된 이후, 쿡어구 Cook Inlet의 천연가스에 대하여 채취세를 부과하는 데 성공했다. 채취세로 인하여 주민 1인당19달러 지출이 늘었지만, 1인당 150달러의 수익이 생겼다. 이것을 세액공제 형태로 분배했는데, 몇 년 지나니까 아무도 150달러 세액공제가 있는 줄 모르게 됐다. - P76

1976년 주민 투표를 통하여 알래스카영구기금Alaska PermanentFund (APF)이 만들어졌고, 자원에 부과되는 로열티의 25%를 기금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석유 수입의 작은 부분이나마 영구적인 부의 축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첫 번째 주지사 임기에는 영구기금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배당까지는 하지 못했다. 두 번째 주지사 임기 중에 영구기금 수익을 배당하는 데 성공했다. - P76

1982년에 시작된 영구기금배당은 매년 1,000달러와 3,000달러 사이에서 지급됐다. 알래스카 1인당 GDP의 2~5% 정도의 많지 않은 금액이다. 그동안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하여 배당을 없애려는 정치인들의 시도가 있었지만, 해먼드가 설계한 대로 전투적시민, 다수의 탐욕, 주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시도를 저지했다. - P77

(6) 기저귀 채우기

(전략). 와이더키스트(Widerquist, 2018)는 천연자원의 저주가 일어나는 경로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환율을 통한 저주인데,
자원을 많이 수출하여 환율이 올라감으로써 농업이나 제조업이 쇠퇴하는 경우다. 네덜란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있어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라고도 불린다. 둘째는 정치적 저주인데, 자원을 둘러싸고 여러 세력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거나 독재가 등장하는 저주다. 이라크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셋째는 자원이 있을 때에는 경제가 번영하다가 자원이 고갈되고 나서 쇠퇴하는 저주다. - P78

<표 2.7.3>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알래스카는 소득분배가 가장 평등한 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분배의 평등이 반드시기본소득의 효과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 P79

그러나 최근 존스와 마리네스쿠(Jones and Marinescu, 2018)는 아바디등(Abadie, Diamond and Hainmueller 2010)이 제안한 합성적 대조 방법synthetic control method을 사용하여 알래스카 기본소득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측정했다. - P80

 소득효과에 관한 기존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알래스카 기본소득은 0.5%p 노동 공급을 줄이는 소득효과를 갖는다. 그런데도 고용률이 줄지 않았다는 것은 승수효과 등 거시경제 효과가 그만큼 일자리를 늘렸다는 것을 의미한다(Jones and Marinescu, 2018, p. 20). - P81

<그림 2.7.6>에는 파트타임 노동의 비율이 나와 있다. 기본소득을 지급한 알래스카에서는 파트타임 노동이 1.8%p(17%) 증가했고, 이것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 P81

이상을 종합하면, 알래스카 기본소득은 고용은 줄이지 않으면서 파트타임 노동을 증가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고용이 줄지 않은 것은 기본소득이 한편으로는 개별 가구의 노동 공급은 줄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시경제적으로 노동 수요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 P82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

2019년 2월 8일,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1차년도 결과에 대한 예비 분석이 발표되었다. 발표의 요지는 기본소득을 주어도 고용 증가는 없었고 행복이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 P82

(전략).

논평을 요약하면,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을 통하여, 노동 유인이 감소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으며,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는 세 가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 P84

핀란드 실험 결과의 해석과 관련하여 몇 가지를 분명히 하고 싶다.

첫째, 실험의 성격에 관한 문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구직수당을 받던 사람 중 2,000명을 선발해서 기본소득을 주는 실험이었다.
비교 상태는 무복지 상태가 아니라 선별복지 상태다.
(중략).
둘째, 고용이 늘어나지 않은 것과 노동 유인(노동 공급)이 늘어나지 않은 것을 구별해야 한다. (중략).
셋째, 이번 기본소득 실험으로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든 것은 아니다. 조사비와 분석비를 제외하면 하나도 돈이 더 들지 않았다. (후략). - P84

제8장 기본소득과 임금: 이론적 접근

스핀햄랜드 제도기본소득이 임금을 낮출 것이라는 주장은 기본소득이 노동 유인을 떨어뜨려 노동 공급을 줄일 것이라는 주장과 모순된다. 표준적인 노동시장 분석에서는 노동 공급이 줄면 임금이 오르기 때문이다. - P86

낮은 기본소득이 임금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세 가지 입장에서 제시됐다. 첫째는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전통적인 사민당의 입장이다. (중략), 둘째는 높은 기본소득에는 찬성하지만 낮은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좌파적인 입장이다. (중략). 셋째는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우파적인 입장이다. (후략). - P86

스핀햄랜드 제도는 「구빈법위원회 보고서 Poor Law Commisioner‘s Report」와 맬서스Thomas Malthus 등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에의해서 강하게 비판을 받고 1834년에 「수정구빈법 Poor Law Amendment Act 1834」으로 바뀌게 됐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구빈법위원회 보고서」는 자료 조작에 기초한 것이었고, 폴라니의 평가도 조작된 보고서에 기초한 것이었다. - P87

그런데 기본소득은 스핀햄랜드 제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스핀햄랜드 제도는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임금보조금제도라고 볼 수 있다. - P88

임금보조금인 스핀햄랜드 제도를 기본소득과 동일시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제도이기 때문에매우 다른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88

 협상이 결렬됐을 때 당사자들이 가져가는 보수 d=(d_1, d_2)를 "협상결렬점 disagreement point"이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협상결렬점이 (0,0)이라고 가정한다. - P90

내쉬의 협상 이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경기자가 협상할 때에는 공정성, 효율성, 합리성 같은 기준에 입각해 볼때 준거점이 생길 수 있으며, 이 준거점을 "내쉬 해"라고 부른다. 실현가능집합과 효율경계가 주어졌을 때, 준거점은 협상결렬점의 위치와 협상선의 기울기에 의해서 결정된다. - P91

협상에서 중요한 전략 중의 하나가 "선언commitment"이다. - P91

조건부 선언은 상대방의 협조적행동에 대하여 상을 주겠다고 말하는 약속과 상대방의 비협조적 행위에 대하여 벌을 주겠다고 말하는 위협으로 나눌 수 있다(Schelling, 1960). - P92

자신의 협상결렬점만 더 좋게 만들어도 유리하게 되지만, 상대방의 협상결렬점도 좋게 만들면서 자신의 협상결렬점을 더 좋게 많든다든지, 자신의 협상결렬점을 나쁘게 만들면서 상대방의 협상결렬점을 더 나쁘게 만드는 전략 등은 모두 협상결렬점을유리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협상결렬점 사전 이동 전략은 현재 상태state quo가 협상결렬점이 되는 정치, 외교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 P92

임금보조금의 내쉬 해

현재 상태에서 협상결렬점이 원점이고 협상선이 <그림 2.8.1>의 OA와 같은 모양이라고 가정하자. 현재 상태에서 내쉬 해는 협상선과 효율경계가 만나는 점 A(1, 1)가 된다. 현재 상태는 <그림 2.8.2>에서도 A로 표현되어 있다. - P92

 임금보조금은 협상결렬점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협상이 결렬되면 노동자는 임금보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행가능집합을 확대시킨다.
기업가와 노동자가 나눌 수 있는 잉여는 2에서 2.5로 늘어난다. - P93

(전략).
새로운 효율경계는 바깥으로 평행하여 이동하여 EP가 된다. 내쉬 해는 협상선과 새로운 효율경계가 만나는 점 (1.25. 1.25)에서 결정된다. 임금보조금 0.5원은 기업과 노동자가 0.25씩 나누어 가지게된다. 이것은 임금보조금이 합의된 임금이 1에서 0.75로 낮아진다는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임금보조금은 임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 P93

구직수당의 내쉬 해

<그림 2.8.3>에는 구직수당 0.5를 지급하는 경우가 나와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노동자는 구직수당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협상결렬점은 원점 O(0, 0)에서 U(0,0.5)로 변한다. 그러나 취업이 되면 구직수당을 받을 수 없으므로, 기업가와 노동자가 나눌 수 있는 잉여는 2 그대로다. - P94

기본소득의 내쉬 해

<그림 2.8.4>에는 기본소득 0.5를 지급하는 경우가 나와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노동자와 기업가는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협상결렬점은 O(0, 0)에서 U(0.5, 0.5)로 변한다. 그리고 취업이 되더라도 기본소득을 받기 때문에, 기업과 노동자가 나눌 수 있는 잉여는 3으로 증가한다. 협상 테크닉이 변하지 않아서 협상선의 기울기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내쉬 해는 B(1.5, 1.5)가 된다. - P95

이상을 종합하면, 내쉬의 협상 이론에 근거해서 살펴볼 때, 임금보조금은 임금을 인하하는 효과가 있고, 구직수당은 임금을 인상하는 효과가 있으며, 기본소득은 임금에 대하여 중립적이다. 기본소득이 주어졌을 때 기업가가 노동자에게 "기본소득을 받으니까 임금을낮추자"라고 말하면, 노동자는 기업가에게 "당신도 기본소득을 받으니까 임금을 올려 달라"라고 이야기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 P96

제10장 불안정노동자와 기본소득의 필요성

(전략). 기본소득은 다른 무엇보다도 불안정노동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 P126

불안정노동자이 장의 목적은 우리나라 불안정노동자의 현황과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가이 스탠딩은 노동자의 안정성을 일곱 가지로 구분하고, 이러한 안정성이 없는 노동자 계층을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정의했다(Guy Standing, 2012, p. 10). - P126

그리고 불안정노동자의 여덟 번째 기준으로 복지안정성을 추가하려고 한다.

① 노동시장 안정성 : 적절한 소득 획득 기회.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완전고용을 추구하는 정부가 전형적인 모습.
② 고용 안정성: 자의적 해고로부터 보호, 고용과 해고에 관한 규제 규제를 위반하는 고용주에 대한 비용 부과.
③ 직업 안정성: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 숙련 해체에 대한 장벽. 지위와 소득에서 상향 이동 기회.
④ 작업 안정성: 작업에서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보호.
⑤ 숙련 재생산 안정성 : 숙련을 획득할 기회.
⑥ 소득 안정성 : 안정적이고 적절한 소득의 확보.
⑦ 대표 안정성 : 노동조합 가입, 파업권.
⑧ 복지 안정성 : 복지 수급권이 있고, 복지 차별이 없음. - P127

영국과 미국의 긱 경제

영국 기업에너지산업부는 긱 경제g economy‘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종사자들의 규모를 추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략) 영국 인구의 4.4%가 지난 12개월 중에 긱경제에서 일했는데, 이것은 약 280만 명에 해당한다. 긱 경제의 42%는 배달업이었다. - P127

긱 경제 중에서도 1996년 합법화된 "영 시간 계약zero-hours contract"은 불안정한 일자리의 극단적인 형태다. 영 시간 계약이란 근로시간을 특정하지 않고 고용주가 원하는 시간에만 일하는 고용계약 방식이다. 급여는 일한 시간만큼만 지급된다. - P129

 유사한 범주로 "최소 시간 무보장 계약no guaranteed minimum number of hours (NGHCs)"이 있는데, 이 범주에 속하는 노동자들은 180만 명으로서 전체 노동자의 6%를 차지한다. - P128

미국에서는 긱 경제를 ‘온 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 라고도 부르는데, 미국 상무성 Department of Commerc은 이를 다음과 같이 "디지털 매칭경제 digital matching economy"로 정의했다(US Department of Commerce, 2016). - P128

카츠와 크루거는 임시 도움 기구 소속 노동자, 호출 노동자, 계약노동자, 독립 계약자 또는 프리랜서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을 "대체 노동계약alternative work arrangements" 이라는 범주에 넣고 그 규모를 추정했다. 그 결과, 대체 노동계약 노동자의 규모가 2005년에는 전체 노동자의 10.1%에서 2015년에는 15.8%로 증가했다(Katz and Krueger, 2016). - P129

우리나라 불안정노동자 규모

여기서는 통계청의 2018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http://kosis.kr/common/meta_onedepth.jsp?vwcd=MT_OTITLE&listid=MT_CTITLE_H&conn_path=H2)를 가지고 우리나라 불안정노동자의 규모를 대략적으로 추정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범주는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정의와 규모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김유선의 정의와 추정에 따른다(김유선, 2018). - P130

〈표 3.10.2〉를 한 눈에 보이도록 <표3.10.3>과 같이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표 3.10.3〉에서 색칠된 칸은 "시간 관련 추가 취업가능자"가 대부분 비정규직일 것이므로 비정규직 취업자와 "사실상실업자"에 중복해서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32

대학생들 사이에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재벌 기업이나 공공기관 노동자 수는 얼마나 될까? 2018년 3월 기준 57개 대기업 집단에 속한 1,991개의 계열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수는 203만 명인데,
이 중에 정규직은 123만 명(정규직 비율 59.8%)이다(김유선, 박관성, 2018, 8쪽). - P132

소득과 복지의 차별


<그림 3.10.2>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2018년 8월 정규직은 월평균임금이 321만 원이었는데 비정규직은 163만 원이었고,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보면 비정규직은50.7이었다. 이러한 격차는 2010년 8월의 46.9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것이지만, 2000년 8월의 53.7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 P133

비정규직의 복지 차별은 노동권 차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노동권 보장의 대표적인 지표가 노동조합 조직률일 것이다. - P134

자영업자의 소득(매출 비용)을 직접 조사한 신뢰할 만한 보고서는 매우 드물다. 진입과 퇴출이 빈번하고, 세금 문제로 매출을 조사하기도 어렵고, 매출을 안다고 하더라도 비용까지 조사해서 소득을 계산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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