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테치먼트'를 보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온다.

또 내가 요즘 흠뻑 빠져 있는 '춘추전국이야기 2권'에 보면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느게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사람이 안 된 이들에게는 글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선현들의 충고가 떠오른다(354쪽)'고 해석하며 인용하는데,

비단 글에 국한된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춘추전국 이야기 2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디태치먼트
 토니 케이 감독, 마샤 게이 하든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8월

 

 

'춘추전국이야기1'이 관중과 제나라 환공의 얘기였다면, 2권은 진나라 문공의 얘기다.

1권을 읽고 역사서가 이렇게 재밌어도 되냐고 설레발을 쳤던 나의 전적에 미루어,

2권도 겁나 재밌다고 해야겠지만,

2권은 그렇게 '겁나' 재밌지는 않았다.

왜 재미가 덜 한가 하고 나름 분석을 해봤더니,

역사는 흐르면서 되풀이 된다고,

1권에서 나왔던 환공과 관중의 얘기가,

2권에서 문공과 목공으로 인물들만 달리하여 펼쳐지고 있는데,

1권으로 미루어 2권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물들이 다르고,

그들이 추구했던 이상이나 원칙도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일뿐이다.

2권 책머리에 보면,

관중은 적이 비도덕적일 때 쳤지만 이들은 적이 약해지면 쳤다.(15쪽)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 시대 역사가 어떻게 펼쳐졌는지 모른다면,

환공과 관중이 도덕과 원칙을 앞에 둔 仁을 바탕으로 한 사람이고,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춘추전국이야기 1건과 2권을 읽은 사람, ㅋ~.

문공만 하더라도 아버지는 그에게 칼을 들이댔고,

동생은 군주가 되기 위해 외국에서 떠도는 그를 핍박했으며,

열국의 군주들과 심지어 첩까지도 그를 무시했었던 상황이었으니,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것이 다른 나라들보다 인구가 많지도 않았던 진이 강해진 이유이기도 한데,

변화하는 정세를 재빨리 간파하고 다른 나라들 보다 먼저 준비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철저한 준비성, 시대의 조류를 읽는 예견력 따위로 얘기될 수 있겠지만,

일관되게 체제와 외교관계를 유지했던 관중과 비교하게 되면,

명분보다는 실리적이고 현실적이다.

책에 나오는 다른 말로 바꾸어 보면 권모술수에 능했다.

1권보다 '덜'이었던건 위 이유말고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별주를 달아,

『국어』에 나오는 원문은 노래이기 때문에 해석하기 매우 어렵다...고 하면서,

~맞추기 위한 허사로 보인다...라고 하고 있다.

해석하기 매우 어려운걸 해석한 공은 알겠는데,

'~보인다'라는 추측을 독자에게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내용이 책의 흐름 상 꼭 들어가야할 부분도 아니고 말이다.

또 한군데,

'동주의 순마갱'이라는 제목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사진이 한장 등장하는데,

'그 밑에 개방하지 않아서 빗장 틈 사이로 어렵게 사진을 찍었다'(111쪽)고 한다.

사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지면을 할애해 놓고 할말은 아닌 것 같다.

말하자면 도촬인데, 너무 떳떳한거 아닌가?

또 한가지,

1권 때도 느낀 건데,

『국어』『사기』『춘추』『한비자』따위 여러 권의 책을 인용하면서 일관성이 없는데,

그렇다고 당신의 견해에 힘을 주어 얘기하느냐 하면,

자신감이 없다.

적어도 기존의 의견을 반대할땐 '그냥 그렇다', '그렇다 카더라'가 아닌,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할만한 의견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저런 책들이 후대에 만들어져 권력에 의해 입맛에 맞게 수정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까지를 감안하고 쓰여지고 읽혀지는 것이 역사서이리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 인사도 있고,

그것과 관련하여 청문회도 있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재는 항상 있기 때문에 군주는 배워서 인재를 식별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자신과 원수를 진 사람은 물론 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쓸 수 있어야 군주다. (330쪽)

1, 2권을 통틀어서 하는 얘기는,

환공과 관중이 도덕과 원칙을 앞에 둔 仁을 바탕으로 한 사람이고,

문공은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거다.

그렇지도 않은 사람이 패자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본바탕이 대단히 의로운 사람이라고 예단하긴 어렵지만,

끊임없이 반성하는 인물이었다는 데서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

  

얼마전 누군가의 '노 룩 패스'와 관련하여, 썰전 유시민의 코멘트가 큰 울림을 준다.

 

보좌관과 국회의원의 관계는 장군과 장교의 관계와 비슷하다.

서로 계급과 역할이 다른거지 인격의 서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춘추전국이야기'를 가속도 붙여 읽을 자신도 없으면서,

이런 책을 간과하지 못하고 들였다.

 나의 첫 한문 공부
 공원국 지음 / 민음사 /

 2017년 5월

 

언제 읽게 될지 모르지만,

사놓으면 기분은 마냥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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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2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6-07 17:05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한표를~^^

겨울호랑이 2017-06-02 18:3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진 문공은 60살에 패자가 되기까지 오래 기다릴줄 안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6-07 17:11   좋아요 1 | URL
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또 그렇네요.
지금은 100세, 120세 시대라고 하지만,
공자는 72세까지 살아 장수하였다고 하는 걸 보면 말예요.
그 시대에는 4, 50정도가 평균 수명이었을텐데,
60세까지 살아서 패자가 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면서 그렇게 갈고 닦은걸 보면,
범상한 인물은 아닌 듯.
춘추전국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 다 대단한 인물들이어서 나라를 달리하고, 기원전, 후를 넘나들며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7-06-02 19:32   좋아요 0 | URL
선현들의 충고가 맞았습니다. 사람이 안 된 ‘닭‘이 글을 배우니까 비상식적인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6-07 17:15   좋아요 1 | URL
며칠 전엔 재판 중 그림을 그리셨다죠~.
글은 배우면 안되다 하는데,
그림은 어찌해야 돼죠?^^

cyrus 2017-06-07 18:56   좋아요 0 | URL
닭의 아버지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닭은 아버지의 취미를 물려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닭이 그림을 그려봤자 얼마나 잘 그리겠습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