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철학의 시대'를 읽으면서 춘추전국시대에 관심을 갖게 되어,
공원국의 10권짜리 '춘추전국이야기'를 구매했었다.
전에 알케 님이 상찬한 것도 보았고, saint236님도 좋다고 추천해 주셨었는데,
또 다른 친구는 별로라고 하길래 미뤘었다.
며칠전 이 책이 눈에 띄길래 '어디 한번~, 내가 직접 읽어 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웬걸, 재밌어도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는거라.
춘추전국 이야기 1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강신주의 책도 좋았는데, 이 책은 강신주와 비교하기 민망찰 정도로 재미있다.
춘추전국 시대와 관중에 대한 얘기니 겹치는 내용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강신주는 철학적으로 접근했다면, 공원국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접근한다.
물론 강신주도 '춘추전국시대'의 무대가 된 중국의 그곳들을 가봤을테지만,
공원국은 지도와 함께 사진을 실었으며,
그 시대의 문헌들을 여러권 다양한 각도에서 비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다가,
권말 당신의 여행기를 실어서 현실감과 현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기존의 고사를 중심으로 한 책들과는 달리 역사적 사실의 기록과 더불어 지리를 특히 강조했다. 사실 황하나 정강, 태행산맥 등 자연이 인간에게 강요한 한계를 이해하지 않고 춘추전국의 극적인 순간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춘추전국의 무대를 구성한 지리를 잘 이해하면 아마도 복잡할 것 같은 열국들의 각축도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 책에서 지도가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18쪽)
아직 1권만을 읽은 상태여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2권까지 나온 강신주의 그것들이 더 이상 못 나오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이 좋은 또 한가지 이유는,
우리는 현대인의 지혜를 가지고 고대를 상상하되, 고대를 마음대로 비틀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 사실은 사실일 뿐, 상상에 의해 바뀌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 사실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그 많은 사건들을 기억하며 역사를 읽는 것보다는 차라리 소설을 읽는 것이 낫다. 그러나 역사를 다룬 많은 저작들이 이런 우를 범한다. 그래서 역사를 마치 개인들의 무용담이나 민담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이렇게 되면 주객이 전도되고 원인과 결과가 아래 위도 없이 춤을 춘다(60쪽)
책을 읽어나갈 방향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적 사고 또는 논리적 사고가 굉장히 탄탄하고 정확할 것 같지만,
논점을 제대로 파악하여,
논점의 윤리대로 발화하거나 서술하는지, 의 여부에 따라서 기초부터 어긋나거나 흔들릴 수 있으니 조심하여야 한다.
또 한가지, 전제에 편견이 생기면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그것이 역사 해석의 함정이라고 한다.
로마를 제압했던 훈족을 예로 들어,
이길 때는 용감하고 질 때는 비겁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야만적이지 않았고 유달리 초인적이지 않았다.(62쪽)
얘기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이 책이 좋았던 건 관중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이다.
관중은 인간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이다. 뻔뻔한가 하면 염치는 있고, 몰아치는가 하면 부드러운 마음도 있다. 자신이 다 안다는 듯이 교만하다가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도 한다.(164쪽)
그는 적이라도 훌륭하면 인정하고, 자신에게 득이 되더라도 적의 배신자는 좀처럼 신뢰하지 않았다. 관중은 이익이 있더라도 인간적으로 호감이 없는 인물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348쪽)
책을 읽으면서 의아한 부분이 있었는데 토사구팽과 관련해서 이다.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충실했던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뜻으로 알고 있었는데,
팽 당하는 것은 권력에 위협이 되는 세력을 제거하는 것과는 좀 다른 애기가 아닐까.
페이퍼를 이쯤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년 추도사 때문에,
마음이 어쩌지 못하겠어서 내용이 길어진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추도식 참석이라고 하는데,
그 중의를 알겠는지라...눈물이 났다.
분위기를 바꾸어,
읽을 책이 밀렸는데 백승종 님의 신간을 발견했다.
생태주의 역사강의
백승종 지음 / 한티재 /
2017년 5월
백승종 님은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이란 책으로 알게 되었는데, 나는 참 좋았었다.
공원국도 이제 시작이고,
친구한테 최명희의 '혼불'도 내놓으라고 해서 대기중인데,
언제 읽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책은 들여주셔야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