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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평점 :
이 책은 빵빵한 광고에 혹하여 친구에게 사 내라고 하여 읽게 되었다.
이곳에 광고가 처음 뜰 무렵에 구입하였으나 이제야 읽게 된건,
광고가 흐지부지인 것도 있지만,
책을 읽은 사람들의 평이 그냥저냥이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송나라 때 판관 포청천도 잠깐 떠올랐고,
그동안 내가 읽은 무협소설과 무협 영화나 드라마 따위가 오버랩 되듯 스쳐지나갔다.
송자의 세원집록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갈무리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저런 것들을 좀 본 내가 보기엔 조악한 짜깁기란 생각밖에 안 들었다.
프랑스나 스페인에 이런 동양의 법의학서가 있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데서 의의를 찾아야 할듯.
책이 가볍고 쉽게 읽히는 것도 사실이고,
표피적 즐거움을 주는것도 사실인데,
주인공 자에게 감정이입이나 몰입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책의 끝에 가면 작가의 말이 나오는데,
그가 얘기하는 소설쓰기의 지난함마저 내겐 투덜거림으로 읽혔다.
송자의 '세원집록'을 바탕으로 열정적일 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 현실에 충실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등장인물이 입체감있고 열정적으로 그려졌다는게 아니라,
작가의 과한 의욕을 그리 표현한것 같다.
'1247년에 간행된 5권짜리 법의학 전서'인 '세원집록'이라고 표현되는데,
세원집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원서는10권이었고, 명나라이후에 4권본만 전해진다고 한다.
물론 적지않은 주석본과 증거본이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작가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해도, 책은 열정으로만 쓰여지지 않는다.
더우기 공학을 전공했다는 약력은 장르소설에서 개연성에 계속 실패하는 과정에선, 마이너스적 요소이다.
추리 소설의 묘미를 살리고 싶었다면,
송자에서 '과학적 수사방법'을 끄집어 내지 말던지, 옛날 옛적에 식의 서술은 피했어야 하지 않을까.
세원집록에 나오는 피묻은 칼에 파리가 몰려드는 걸로 범인을 유추한 예화는 유명하지만,
소설에서는 개연성에 실패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무더운 여름 시체에 구더기가 필 정도여서 칼에 파리가 몰려드는건 그럴듯 해보이지만,
다음 설정인 산사태를 정당화하기 위해, 폭우가 내린다는 설정을 만든다.
과연 폭우속에서 파리가 날라다닐 수 있을까?
이밖에도 소금과 화약, 수총 따위와 관련된 얘기가 산만하게 어지러져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하여 너무 많은 얘기를 하려 한건 아닐까.
작가후기에서 순수문학과 장르소설,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에 대하여 입장을 표명하려 하는데,
순수문학과 장르소설,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 따위는 본인이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게 아니라,
나중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