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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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이 전체를 대표한다는 프랙탈이론은 기하학에서만 통용되는 거창한 원리는 아닌것 같다.

왜냐하면 기하학을 모르고, 프랙탈 이론 따위에 까막눈이어도,

자연이나 주변의 일상을 한걸음 떨어져서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다른듯 닮은 비슷한 패턴을 그리면서 반복되는 어떤 규칙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도, 삶을 모아 뭉뚱그린 역사란 것도...과정중에 있을 때는 깨달을 수 없을 지 모르지만,

한참 뒤에 필름을 되감듯 돌이켜보면 다른 듯 닮은 도돌이를 그리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른듯 닮은 비슷한 패턴을 그리면서 반복되는, '부분이 전체를 대표한다'는 '프랙탈이론'이 있기에,

우리는 과거를 돌이킬 수 있는 것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며,

변화를 모색하거나 한번씩 일탈을 꿈 꿀 수도 있는 것이고,

그걸 우리는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는 것이리라.

 

우리는 부분으로 미루어 전체를 예측하거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부분'은 '기준'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다.)

그걸 바탕으로 이론으로 정립하거나 통계화하여 학술적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사람에게 대입시키기도 한다.

 

난 한때 이렇게 사람의 보여지는 부분적인 것으로 미루어 전체를 짐작해보려 했었고,

직업의 특성 상 내가 그쪽으로 촉이 발달하였다고 착각하였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저자가 내가 애정하는 한때 알라디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저자의 글들만을 보고 내가 애정하는 과거 알라디너였다는 걸 연결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처음엔 그를 '효녀OO'로 바꿔 부를 정도로 알라딘서재의 글을 갖고는 성별조차 구별을 못했었다.

지금은 잠수를 타고 있는 a양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않아,

문체와 그림체만 보고 남자로 착각을 했었던걸 보면,

나의 그 촉이라는 것은 지극히 심플하다 못해 초라하기 짝이 없을 따름인데,

그런 내가...이 책과 그를 연결시키는 쾌거를 이룬것은,

문장의 질서를 익히고, 잘못된 글쓰기 습관을 바로 잡는 이런 설명 형식의 글 속에서도,

소설이라는 형식을 갖추면서,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고, 하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만의 문체가 살아나자,

내가 페이퍼에서 아껴 읽었던 그만의 문체, 특유의 개성을 간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이 책은,

자신이 쓴 글, 즉 자신이 쓴 문장을 다듬는 법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는데,

이 책의 처음 '머리말'부분의 첫 문장이,

남이 쓴 문장이든 내가 쓴 문장이든 문장을 다듬는 일에는 정답이 없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처럼 맞고 틀리고를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그렇다. 교정 교열자로서  내가 단지 어색하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손보고 다듬은 문장을 저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원래대로 되돌려 달라고 고집하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9쪽)

인걸 보면,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이게 정오로 구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이기도 하지만,

길들여지고 익숙한 것에서 탈피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그만하게 잘쓴 글들이 많은 알라딘 서재에서 내가 그 분 특유의 문체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자잘한 일상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과

그 자잘한 일상을,

때론 눈물방울로 굴절시키듯, 때론 볼록렌즈로 햇볕을 모아내듯이,

촉촉하지만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문장을 다듬는 특별한 원칙 따위는 없다고 하였으나,

문장 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들을 골라 목록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이런 종류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고하신 장하늘 님 같은 경우, 명성이나 업적, 책으로의 완성도 면에서는 더 뛰어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글쓰기 표현사전 같은 경우, 하드커버의 두꺼운 사전류여서 작정을 하고 뛰어들지 않는 이상 쭈욱 읽게 되지는 않았었다.

이 책은 기왕 읽히는거 재밌게 읽히도록 소설 같은 구성을 곁들였다는데, 그게 주효했는지, 일독에 성공하였다.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들이 여럿 나열되는데,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건 생략해 주어야 한단다.

한글자라도 더 썼을 때는 문장 표현이 그만큼 더 정확해지거나 풍부해져야지, 외려 어색해진다면 빼는 게 옳단다.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다른 때였으면, 난 분명히 지적인 것과 게을러 보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툴툴거렸을 것이지만,

저자가 가진 습도와 온도를 익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의도 또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문장론이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장론이란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일종의 방법론일테고,

마음을 전달하거나 마음을 얻는 따위의 일은,

윈칙이나 표현 따위를 골라 목록으로 만든다고 해서 나아지는 일이 아니라,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가지고 사람의 마음이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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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22 18:56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쓰신 분도 알라딘에 활동하셨던 분이었군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3-23 09:19   좋아요 0 | URL
네, 이 분에게 직접 여쭙고 확인을 한건 아니지만,
제가 기억하고 있는 이분의 문체로 미루어 확신합니다~ㅅ!
(그러다 아니면 어쩌지?, 아님 말고~(,.))

서니데이 2016-03-23 18:2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3-24 17:1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이젠 정말 감기는 다 나으셨겠죠?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전 맨날 봄놀이, 꽃놀이 타령인데...타령으로만 끝날듯~--;

근데 가만히 있기엔 발바닥이 너무 간지러워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