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과 공자 - 패자의 등장과 철학자의 탄생 제자백가의 귀환 2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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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하거나 갖고 싶은 걸 손에 넣기까지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돌이켜보면 시고 맛없는 포도일거라며 지레 체념하고 포기하는 이솝우화 속의 여우는 아니었다.

피그말리온 효과니 뭐니 해가며 겉으로 툴툴거릴지라도 아침ㆍ저녁으로 물 한그릇 떠놓고 치성을 드리는 정도는 행동으로 옮겼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독하고 있다고 알려진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 같은 시는 내게 또다른 깨달음을 준다.

양손에 쥐고 있다 넘어지면 코가 깨지게 마련이니까,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

맘은 별로 달아나지 않겠지만,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고 침을 눌러 삼키듯 눈물을 눌러삼켜야 한다는 거고,

그걸 다른 말로 심사숙고라고도 한다.

 

과거의 나 같았으면 만석꾼 며느리처럼 호기롭게,

쌀을 빌어 죽을 먹진 않겠노라며,

쌀을 밑천 삼아 밥을 지어먹고,

밥 힘으로 일감을 찾아 일을 하면서,

언제고 내게 따뜻한 봄날이 다시 한번 찾아와 주길 기다리겠다고 했을테지만~(,.)

 

같은 상황을 놓고도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포기나 체념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선택과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한다는 걸 이젠 안다.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아직 믿고 싶지만,

마냥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남아 있는 날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하여 의욕이 충만하여 무조건 행동이 앞서게 되면 상대를 버겁게 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아무거나, 간절히 원해도 되는게 아니란 걸 알 정도로 나이를 먹어 버렸다.

 

이 책을 2권까지 꼭꼭 씹어먹듯 읽었다.

참 좋았고, 이런게 나이 들어 책을 읽는 기쁨이구나 싶어 잠시 충만해지기도 했었다.

'강신주'라는 사람이 참 대단하고 멋있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이내...아줌의 오지랖이 발동을 했달까,

우리나라 학계, 세계 각국의 공자 추종자들이나 유학계에서 강신주의 저작을 읽게 되어 이의를 제기하고 반발을 하면 어쩌나,

내 맘에 쏙 드는 '제자백가의 귀환'시리즈의 출판을 저지하면 어쩌나,

그리하여 책이 출간되더라도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학술적 근거들을 준비하느라고 한참 세월이 흐른 뒤면 어쩌나,

하는 엉뚱한 생각들을 했었다.

 

2권까지 읽은 후에야,

그동안 내가 공자에 대해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게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1권을 읽는 동안에도 잘못 알고 있었던 게 제법 있더라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1권의 리뷰에서도 코멘트를 했었던,

공자의 휘하에 제자가 3000명이나 있었던 까닭을 내맘대로 공자가 출신 성분, 사회적 지위를 상관하지 않고 제자들을 받아들였기 때문일거라고 짐작했던 것이다.

 

나의 논리대로라면...'논어' '양화'편의,

"여자와 소인은 관계하기가 어렵다.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는데...

강신주의 설명은 이렇다.

ㆍㆍㆍㆍㆍㆍ공자의 아들 공리가 이혼한 자신의 어머니가 죽자, 그녀의 상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를 논의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로부터 우리는 공자가 부인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공자는 제가齊家, 즉 가정을 가지런히 하는 데 실패한 남편이었던 셈이다. 공자는 소인과 여자에 대해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고 평가했지만, 사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전적으로 여자에만 해당하는 진단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는 소인을 가까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길을 가는 자들과는 결코 상종하지 않는 것이 공자의 지론이기도 했다.(250쪽)

 

세살때 아버지를 잃고 어린 시절 가난하고 어렵게 자란 공자가,

소인을 가까이 하지 않았고, 이미 다른 길을 가는 자들과는 결코 상종하지 않았다는 것도 일종의 충격이었지만,

공자가 말하는 인과 예는, 만인을 향한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지배계층에만 국한된 것이었고,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것도 귀족인 국인 계층에만 해당되는 얘기였다는 걸,

그 시대의 실정이 그랬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평생 학문만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친 청렴결백한 학자로만 알았던 공자가,

제나라의 환공을 패주로 만든 관중과 같은 재상이 되고 싶은 열망으로 평생 몸부림 쳤다는건 더 큰 충격이었다.

이쯤 되면 공자가 위대한 성인이 아니라, 신분상승만을 꿈꾸던 야망덩어리 정치가가 되는건데,

그렇다고 하면 역사책의 왜곡이 정말 심한게 되는 것이고,

궁형의 수모를 감내하고 '사기'를 지은 '사마천'이 위대해보이지 않고 추해보이는 패단이 있으니 말이다.

 

공자가 관중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했을때,

내용을 잘 몰랐을 때는 시대 상으로 관중이 앞설지라도,

인지도 면에서 공자를 앞에 놔 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었다.

공자가 관중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일종의 오독을 해서 전혀 다른 내용과 사상이 탄생했기 때문에,

관중과 공자를 따로 따로 자리매김해 주어야 하고, 그럴땐 원류인 관중이 앞서는게 맞겠다.

 

여기서 관중과 공자의 가장 큰 차이점이 등장한다.

관중이 재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이고,

공자와 그의 대부분의 제자들이 관리로 임용되지 못했던 그 힘이기도 한데,

경험에서 우러난 현실감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료로서의 생활, 전쟁에 군인으로 복무했던 경험, 상인의 경험 등이 그것이다.

(관중이 국읍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5家를 1軌로, 10궤를 1里로 하는 里 개념이 등장해서 반가웠다.)

 

관중이, 민중이 국가 경제력과 군사력의 실질적인 토대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해서,

민중의 진정한 개념을 알고 아끼고 사랑하는 인본주의자나 민주주의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국가나 군주의 편에서 민중이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 착취하는 하는 방법을 모색한 정치가라고 봐야 할텐데,

이전처럼 민중을 강제적인 방식으로 통제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필요한 삶의 조건들을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자발적인 참여와 복종을 유도했을 뿐이다

 

공자는 한술 더떠 정치의 성공 여부가 기본적으로 귀족들, 국인들의 도덕성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민중을 지배층의 도덕적 행실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움직이는 존재로 인식했으며, 정치적 판단 주체로 인정할 수 없어했다.

이렇게 뜬구름만 잡으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학문적으로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결국 공자는 와해되고 붕괴되려던 자신의 사학집단을 철학 학파로 변신시키는데 성공하는데 그게 유학 사상이다.

 

유학 사상은 절대 국가의 탄생과 군주권의 확장을 막으려던 세습 귀족층이나 기득권 계층의 자기 정당화 논리와 잘 맞아 떨어졌고, 그들과 맞물려서 힘을 발휘하며 오늘에 이르게 된 셈이다.

 

책 내용은 잘 이해되었지만,

관중도 그렇고,

공자도 그렇고,

더 이상 성인으로 보이지도 않고 훌륭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논어의 구절들도 예전엔 멋지다며 몇 구절 읊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막무가내로 멋지다고 할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공자였는데,

자신이 그렇게 가난하고 어렵게 자랐으면서,

어떻게 사람을 차별할 수가 있었으며,

또 하나, 가르치는 것을 말로만 하려 했던게 아닌가 싶었다.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은 차치하고라도,

솔선수범보다 더 좋은 가르침이 있을까?

여기서 공자의 '유아론'이라고 해서 '서恕'의 원리까지 나와주시면 제대로 복잡해지니...생략하기로 하자.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논어의 이 구절만 해도, 더 이상 예전의 의미로 읽히지 않는다.

공자는 어쩌면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했던 사람이 아니라,

평생을 '學而時習할 수 없으면 어쩌나, 有朋 自遠方來 하지 않으면 어쩌나 ' 하고 걱정을 했던,

나같은 안달루시아 부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공자는 나이 50에 주역을 읽기 시작해서,

너무 좋아서 韋編三絶이 되도록 읽었다고 한다.

나이 50을 지천명이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공자가 나이 50에 주역을 읽어 그리 되었다는 의미는 아닐까?

 

나도 이러구러 논어를 작파하고 주역으로 갈아타야겠다.

지금 시작하면, 70에 이르면 종심소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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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3-12 21:0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3-14 16:4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요번 한주도 즐겁게~, 신나게~ 보내자구요~^^
감기는 다 나으셨져~?^^

마녀고양이 2016-03-13 23:01   좋아요 0 | URL
자기는 어쩜 이렇게 강신주 님의 책들을 멋지게 소화해내는 걸까!
내가 자기 땜에 강신주 님 책을 샀다가, 사분의 일 읽고 결국 팔아버렸잖아. ㅠㅠ

예전에 나보고,
자기랑 나랑 추리 소설의 좋아하는 분야가 같은 줄 알았는데 친해지고 보니 아니더라고 그러던데...
진짜 나랑 자기랑 책 취향 달라............. 그래서 멋져.

진짜 나이 드는 것 같아,
이제는......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버릴려고. 그래서 자기에 대한 질투도 쬐끔 버려따~ ㅋㅋ

양철나무꾼 2016-03-14 16:45   좋아요 0 | URL
나도 강신주 책들을 읽기는 아는데, 다 좋지는 않고...
어떤 것들은 좀 많이 불편하더라는~--;

그래 그랬었지.
자기랑 나랑 장르소설이란 장르를 좋아하는 것만 똑같앴고,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 달랐었지.
하긴 요즘은 그 장르소설 중 얼마 안 되는 그 분야마저...잘 안 읽게 되더라~.

나에 대한 질투씩이나?
아직 나이 안 들었네...ㅋ~.
나이들어봐라. 질투할 기운이 어딨나?
다 잘하고 싶은 마음 따윈 버린지 옛날이라네...ㅋㅋㅋ~.

코알라 잘 지내나?
보고시포, 코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