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사건과 사고가 많은 하루하루를 살아서 그런가,
언제부턴가 내 작은 힘이나 생각으로는 세상을 어떻게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전염력과 파급력이 엄청 강해서,
무기력함이나 어쩔 수 없다는 좌절감을 봄의 나른함과 혼동하고 있었나 보다.
지금 이순간을 열렬히 살면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돌변하여 '냅둬, 이대로 살다 죽게~--;'라며 시큰둥하게 되고,
이렇게 무기력 속에 침잠하다가는 집단 우울증에 빠져 버리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몸서리 치기도 한다.
세상의 변화는 내 삶과 가치관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걸 세상이 소박하고 단출하게 변하다 보니, 나도 거기에 발 맞추어서 라고 해야 할지,
아님 나이가 먹어 변화를 두려워하다보니 일상이 소박하고 단출해져서 그런거 라고 해야 할지,
생각마저 지극히 단순해졌다.
그런데, 생각이 한쪽으로 집요해지는 폐해도 낳았는데, 그게 책과 관련하여서 이다.
책을 들이는 속도에 읽는 속도가 미치질 못하니까 책에 깔려 죽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지금부터 책을 사지않고 읽기만 해도, 내가 가진 책들을 다 못 읽고 죽을텐데 하는 기우로 이어졌고,
아무리 가족끼리 닮는다고 해도 남겨진 나의 가족들은 책을 좋아하는 것까지는 닮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책을 들이는데,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됐다.
그리하여,
또 다시, 두권 내놓고 한권 들이기 모드를 실천하려고 결심 중이었는데,
나의 이런 결심을 작심삼일이 되게 만든,
국내도서나, e-북, 외국도서를 5만원어치 이상 구입하면 북파우치나, 북마크를 주는 이벤트가 진행중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408/pimg_7451441771183351.png)
내가 택한 건 '백지혜'의 꽃이핀다'파우치인데,
실제로 보면 선명한 빨강으로 더 예쁘다.
고른 책은 여러권인데, '노유진'의 '생각해봤어?'는 코멘트하고 넘어가야겠다.
사은품으로 <말빨사전)과 <말빨껌>이 딸려 왔는데,
'말빨사전'은 유명 인사의 격언집 정도 되는거 같고,
'말빨껌'은 풍선껌에 커버를 한거다.
'아무것도 아니다'하고 간과할 수도 있지만,
상술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이쁘지 않은가 말이다.
책의 내용도 좋고 취지도 좋고, 부디 대박 났으면 좋겠다.
생각해봤어?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5년 3월
이 책은 팟케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가 그동안 다룬 이야기 중에서,
꼭 알아야 할 주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힌트가 될 내용만 추려 담은 것이란다.
실은, 그랬었다.
그동안 유시민의 저작들을 빼놓지않고 읽으면서도 그를 향하여 툴툴거린건,
그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걸 두고,
그게 정치적 변절을 의미하는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겁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의 앞부분 '책을 펴내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러나 답이 분명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 문제도 있었고, 서로 판이하게 다른 문제에서 의외로 일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회의원과 노동운동가, 문화평론가와 현장활동가, 집권 여당의 장관과 소수 정당의 대표 등 노, 유, 진, 세 사람의 지난 경험들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이 책의 내용이 다소 정밀하지 않을 수 있고, 읽는 이들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소통과 공감은 머리가 똑같아지는 게 아니라, 함께 즐거워하는 마음 혹은 아파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ㆍㆍㆍㆍㆍㆍ
끝으로 우리는 어떤 답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 책을 내지 않았다. 그보다는 삶에 필요한 무기를 찾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무기력한 시대일수록 냉소가 지배한다. 그 냉소에 맞설 수 있는 힘이 바로 말과 글이다. 세상을 바꿀 권력이나 자본이 없다고 여기는가. 우리는 여전히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글로 나눌 수 있다. 마르코스가 말했던 것처럼 말과 글은 우리의 무기이다. 이 책이 작으나마 그와 같은 역할을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작가란 무엇인가2'를 겹쳐읽기로 읽다보니, '살만 루슈디'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작가란 무엇인가 2
파리 리뷰 지음, 김진아.권승혁 옮김 /
다른 / 2015년
1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408/pimg_7451441771183387.png)
옛날이라고 하여 삶에 정치가 개입하지 않았을까?
루슈디가 제인오스틴의 그것과 비교를 할 수 있는 것은 삶 전체를 어우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단편을 그려내는 소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나 까레니나'나 '닥터지바고'같은 작품들을 보게 되면 시대적 배경은 충분히 옛날이지만,
정치가 소설 곳곳에 깊숙히 개입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정치적 색깔을 부각시키거나, 삶의 전체로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보건데,
제인 오스틴의 그것은 로맨스소설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게 설득력 있었을 것 같다.
암튼 내가 이 책들을 겹쳐 읽으면서 느낀 것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맞설 수 있는 힘은 여러가지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책을 읽고 느꼈으면, 행동에 옮기는 것까지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삶의 무기를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자기가 찾은 삶의 무기들을 글이나 말로 옮겨 표현하는 것도,
직접 정치를 하는 거나, 삶을 사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무기력함과 좌절감에 빠져 침잠하지 않고,
그것들에 맞서 생각할 수 있음을 이 봄 감사한다.
말하고 글로 쓸 수 있음을 감사한다,
행동으로 옮기고 삶으로 살아낼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거다, ㅋ~.
김수영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나는 모래나, 바람, 먼지나, 풀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작지만,
그렇게 작고 미미한 나여서 혼자는 아무것도 아니더라도,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맞설 수 있는 힘을 얻는 방법은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게 아니라,
책을 읽고, 보고 배우고 느끼는,
말과 글과 나아가 행동이라고 부르는 실천을 통해서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