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 3 - 소비·가면·늙음·꿈·종교와 죽음 편 강신주의 다상담 3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만날때에 떠날것을 염려하는것과 같이 떠날때에 다시 만날것을 믿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만날때는 떠날 것을 생각 못하고, 떠날 때는 다시 만날 날을 그리워하는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벙커1'에서 진행되던 강신주의 강의'다상담'을 팟캐스트로 듣고 책으로 읽고 그러면서, 

그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부러웠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렇게 '다상담3'을 끝으로 그를 영영 못만나게 될 것 같아, 마냥 섭섭하기만 하다.

 

물론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최근 인기 절정이고,

(방현주의 라디오 북클럽 지난 주 그 코너는 그의 감정수업이었다, ㅋ~.)

그런 그를 주변에서 가만 놔둘 리가 없겠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우리가 그의 영혼 곳곳에 관을 푹 찔러넣어 수혈을 받고 있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건 극도로 응축되고 집약되고 농축된 삶의 정수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리하여 그에게 수혈을 받게 되는 우리는 너나 없이, 연령이나 성별, 종교, 지방색 따위 아무 상관없이 빵빵해져서

충족함을 느꼈지만,

그렇게 한권의 책을 내고, 한번의 강의를 할때마다,

그는 소진된 영혼의 빈자리를 채우고 메우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노력을 얼마나 어떻게 할지, 를 생각하면 목이 메였다.

 

언젠가  '데이비드 호킨스'라는 사람이, 우리가 발산시키는 에너지를 가지고 '인식의 지도'라고 하여 수치화시킨것을 본 일이 있다. 가장 낮은 수치가 20이었고 가장 높은 깨달음은 1000이었다. 이를테면 에너지 수준이 '중용(250)'의 단계에 이르면사람이 안정되고 포용력을 갖게 돠며, 기쁨을 느끼는 540에서 치유가 시작된다고 보았으나 540까지 에너지가 다다를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인구의 0,4%에 불과하단다.

 

그래서 그런지, 강신주의 그것들을 듣고보고할때마다 나는 충만함을 느끼곤 하지만,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치유하려고 할라 치면, 너무 순식간에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발산하는 에너지는 아직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는 540까지 미치지 못한 것이 된다.

 

그는 이런 내 속에 들어왔던 것마냥,

나의 고민을 들여다보고간것 마냥,

소비심리에 관하여 이런 결론을 내린다.

어쨌든 노동자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싶을 때 소비의 욕망은 그만큼 강해져요. 거꾸로 이렇게 이야기해도 돼요. 여러분이 억압을 받을 때, 삶이 힘들 때, 일이 뜻대로 안 되고 자꾸 남의 뜻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때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요? 돈  가지고 상품 고르는 것밖에 없잖아요.(49쪽)

예전부터 채 읽지도 못하고 수많은 책을 사들이는 것과 관련,

내가 아는 어떤 지인은 이런 말을 하셨었다.

"명품백을 사재기하면 돈없을 때 팔아먹을 수라도 있쥐~--;"

꼭 사치품을 사들여야만 낭비는 아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지금 당장 효용가치가 없으면 낭비이고 사치인 것이다.

책을 사들인다고 하여,

책 속의 것들이 읽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내게 그냥 걸어들어와 박히지는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의 소망, 우리의 욕망은 해 봤을 때 뜨겁게 알 수 있어요. 내 것인지 아닌지. 그런데 힘들다고 해 보지 않고 접어 두면 평생 헷갈려요. 그 욕망이 내 것인지 아닌지 몰라요.ㆍㆍㆍㆍㆍㆍ끝까지 가 보고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버릴 수 있어요. 그런 경험들은 책에서도 배울 수 없어요. 여러분의 몸으로 알아야 해요. 그러면서 하나씩 여러분 자신을 알아 가는 거예요.(116쪽)

강신주가 멋진 것은, 말을 잘해서 만은 아니다.

그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적어도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가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

그렇게 말로 뱉어내는 것보다 더 지독하고 혹독한 경험을 통과하고 건너왔기 때문이지,

단지 우리보다 신체적인 나이가 많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바닥을 쳐본 자만이 위로 도약할 수 있다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그건 어느선까지이다.

만신창이가 되면 수습마저 어려워진다.

그 경계선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몸으로 오롯이 경험하고 통과해 내는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를 넘어 더 좋은 공동체로 떠날 힘이 남을 때까지만 고통을 겪으시라고. 너무 고통을 받아 망가지면 자본주의를 떠날 최소한 힘마저도 없을 테니까요.(117쪽)

'다상담3'은 소비, 가면, 늙음, 죽음 따위의 내용들이다.

ㆍㆍㆍㆍㆍㆍ노년은 굉장히 멋있어요. 나이 듦의 매력은 거기에 있어요. 이제 내가 오류 없이 상대를 읽는 것처럼, 그렇게 나를 읽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시간이 늘어가는 거죠. (259쪽)

 

주름은 생기고 있잖아요. 답답해 죽겠어요. 그걸 즐겨야 되는데 즐기지 못하니까요.ㆍㆍㆍㆍㆍㆍ나이에 맞게 경험하는 게 다르거든요. 돌아보세요. 방향을 자세히 보세요. 우리가 어렸을 때 경험했었던 세계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넓어지죠. 계속 확장되는 거예요. 그 극점에 이르러서 우리는 죽을 거예요.(263쪽)

'그 극점에 이르러서 우리는 죽을 거예요'가 아니라, 그렇게 그렇게 공기중의 먼지에 더 가깝게 잘게 나뉘어져 자연이 된다는 걸로 표현하고 싶다.

몸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우리가 경험하는 정신 세계는 열리고 확장되다가는,

확장되면서 성글고 희미해져서,

자신의 개별성을 내어 놓고 그렇게 그렇게 자연에 흡수되어 가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동양의 성숙한 사람들은 말이 행동으로 지속되는지를 주로 봐요.ㆍㆍㆍㆍㆍㆍ주자가 사람은 발로 걸어야 된다, 그게 일상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제자가 묻는 거예요. 물구나무서서 갈 수도 있지 않느냐고요. 주자는 한마디로 말해요. 물구나무로는 오래 못 간다고요. ㆍㆍㆍㆍㆍㆍ<주자어류>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지속가능한 것, 그것이 깊이를 가진 거예요. 그래서 지금 억지로 존경하면 안 돼요. 우래 못 가요. 오래 못 가는 걸 하지 마세요. 오래 갈 수 있는 것을 해야 나도 상대방도 상처를 적게 받아요.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실 때 내가 오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돌아보셔야 돼요.(294~295쪽)

옛날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편한 것은 편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편한것, 지속가능한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불같이 타오로는 사랑은 순간일 수는 있어도,

그 불같은 사랑이 오랫동안 한결 같이 지속될 수는 없다.

아궁이의 불씨마냥 오래 지속될 수 으려면,

삶 속으로 파고들어와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말뿐 아니라 행동도, 경험도 중요하다.

 

며칠전 '이박사 이작자의 이이제이'라는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의 '조봉암'편을 듣다가 친구에게 들어보라고 권해주었더니,

친구는 '변호인'도 그렇고 이런 시사프로그램도 그렇고 듣고 있으면 부아가 치밀어 올라 들을 수가 없다고 툴툴거렸다.

강신주도 그렇고,

이이제이의 이박사도 그렇고, 철학박사 들이다.

그동안 이과 출신이어서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나는,

철학을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어렵고 현학적인거라고 생각했었고,

그리하여 '철학이나 인문학은 왜 공부하나,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했었다.

그런데 요즘 이들을 통해 느끼는건,

철학과 인문학이야말로 삶과 가장 밀접한 학문이고,

추상적으로 꿈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삶을 내가 오롯히 통과하여 내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 공부한다는 거다.

 

ㆍㆍㆍㆍㆍㆍ여러분 친구 만날 때 다른 걸 먹고 싶은데 친구가 먹자고 하는 음식을 먹을 때 많죠?'그래? 넌 스파게티 먹어.30분 뒤에 여기서 만나자. 나는 볶음밥이거든'이렇게는 못 해 봤죠?ㆍㆍㆍㆍㆍㆍ[그렇게 했더니 모든 인간관계가 정리됐어요]정리가 돼야 해요. 쓰레기 같은 관계들이 정리되고 빈손이 되어야 다른 걸 잡는 거예요.(383쪽)

그동안 내가 가장 고민하고 두려워했던건 이 부분이다.

사람이 살면서 의미있는 말만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의미없는 말을 한다 싶을 때가 있다.

인터넷 상의 네트워킹에 관해서도, 수위를 어느 정도로 조절해야 될지를 놓고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건네는 '안녕하세요' 한마디는 환자의 리액션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아무 의미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얼마전에 산 정가 19000원짜리 책의 슈퍼 바이 백 가격을 클릭해보니 1000원이길래 만든 이에게 알려드렸다.

난 만든이가 내 의중을 파악해 현실을 인식하길 바랐지만, 우선은 그가 받은 상처가 큰가 보다.

부질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지난 주말엔 '어바웃 타임'이란 영화를 보았다.

거기선 추상적으로 꿈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거기에 하나의 수식어를 더 하자면 'herenow'정도 되겠다.

 

좋은 책도 그렇고, 좋은 영화도 그렇다.

보고있으면 시간이 금방간다, 몰입하게 해준다.

좋은 친구, 좋은 사람도 미찬가지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샘 2014-01-08 17:07   좋아요 0 | URL
그래요.
쓰레기 같은 관계들 정리하기 참 힘들죠.
인간은 그렇게 버리기를 힘들어 하는 존재인 거 같애요.

양철나무꾼 2014-01-17 14:20   좋아요 0 | URL
쓰레기 같은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고,
제가 개인적으로 버리고 정리하기 힘들어하는 존재인 것은 맞지만여~--;

여기서 말하는건, 쓰레기 같은 인간 관계는 정리하는게 낫다...뭐 그런 얘기인것 같습니다여~--;

2014-01-08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4-01-17 14:35   좋아요 0 | URL
속상여 주신 님,
저 님이 하시고자 하는 말의 뜻, 뭔지 알겠어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관계란 그런 걸 얘기하는 거 같아요.
저 문맥만 봐선 알아차리기 좀 곤란하지만,
저기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표면적이고 가식적인, 가면을 드리우고 행동하는 그런 인간관계를 얘기하는거 같아요.
그러니까 친구가 먹자고 하는 음식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쓰레기도, 친구도, 음식도 아닌...다름을 인정하는 삶이예요.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이 없을때,'아무거나'라고 대충 대답하지 않고,
먹고싶지 않다든지, 아니면 다른 무언인가를 먹고싶다고 자기발언권을 갖자는 것이지요.
그렇게 개개인의 다름과 개성을 인정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관계라면,
내가 상대방에 의하여 끌려다니는 그런 인간 관계가 아니라,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자는 그런 말쯤으로 해석하고 싶었어요, ㅋ~.

제가 더 논점을 흐트러놓은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폰으로 다운로드 밧으시려면, 앱을 설치해야 하고 복잡하고,
찾아보니, 유튜브에 있는데...
여기서 저 부분이 언급되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ㅠ.ㅠ


세실 2014-01-09 00:00   좋아요 0 | URL
쓰레기 같은 관계......
요즘은 그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나를 내어주자'로 바뀌었습니다.
모임을 정리하긴 해야 겠지만요. ㅎ

오늘 오전 8시에 방송하는 MBC FM에 강신주 박사가 '자긍심'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5분도 채 되지않는 시간임에도 어찌나 임팩트가 있던지...내공이 대단하죠. 나랑 동갑인데....

양철나무꾼 2014-01-17 14:44   좋아요 0 | URL
철학을 우리 주변으로까지 끌어내린 공은 높이 사고 싶은데,
요즘 너무 이곳저곳에서 만나게되다보니,
좀 식상한 느낌도 들기는 하죠~--;

2014-01-09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4-01-17 14:50   좋아요 0 | URL
봄이란 말도 그렇지만, 꽃이란 말도 님이랑 잘 어울려요.
저도 그렇게 그렇게 봄나들이 함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ㅋ~.

섬사이 2014-01-09 12:06   좋아요 0 | URL
어제 큰딸이랑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를 봤어요.
거기에 전지현이 천송이라는 배우로 나오는데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세미(유인나)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시련이 좋은 점이 있다고, 진짜와 가짜를 알게 하고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고.

오래 전에 저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게 해주는 시련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어제의 드라마와 오늘의 이 페이퍼로 그 때의 경험을 간단하게 정리받은 느낌이에요.

구구절절이 요체인 페이퍼군요. 마음이 어지럽고 심난할 때 저 책을 찾아 읽어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4-01-17 15:02   좋아요 0 | URL
저는 조 위 속삭여주신 분도 있고 했지만,
'쓰레기 같은 친구'랑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근데,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그거예요.
친구를 위해서라면, 내가 싫어하는 음식 한번 못 먹어 싶다가도,
한, 두번이 아니고 늘상이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싫어하는 음식을 늘 먹어야 한다면,
불편한 일임에 틀림이 없고,
힘들고 불편한 일을 지속하는건 쉽지 않을테니까 말예요.

그래서, 그런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어요.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가라.
힘들고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오래 지속하기는 힘드니까 말예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