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의 책수다는 라디오 북클럽 얘기로 시작이고,
방현주는 이권우의 '여행자의 서재'로 시작을 했으며,
이권우는 김두식의 '다른 길이 있다'를 소개했는데,
나처럼 책밭, 책탑, 책무덤에서 노는 사람도 오늘 소개했던 '김두식'의 '다른 길이 있다'는 생소해서 귀를 기울이게 됐다.
듣다보니 한겨레 토요일판에 연재되던 김두식의 인터뷰들을 묶어낸 것이더라는~^^
다른 길이 있다
김두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암튼 내가 오늘하려는 얘기는 이권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거다.
실은 얼마전 '여행자의 서재'를 읽으면서 '죽도록 책만 읽는'이나, '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에서 느껴지던 달인의 느낌이 들지 않길래 나의 그의 대한 애정이 예전만 못한건가, 아님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이 예전만 못한 건가 했었는데,
오늘 라디오를 들으면서 그가 수박겉핥기 식의 책읽기를 박학다식한것처럼 위장한게 아니었었나 하는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었다.
"이 뮝미?@"하고 나를 잠시 화딱지 나게 만들었던건,
책 속의 내용 중 고미숙 편을 소개하면서 연암에서 동의보감, 거기서 넓혀 사주명리로까지 관심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방현주 아나운서와 나눈 대화 때문이다.
명리학을 일컬어 길흉화복을 점치는게 아니라 자기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학문이라고 하는 고미숙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수의 기질을 타고나면 유머러스하지만 꼼수를 부리게 되고, 토의 기질을 타고 나게 되면 식욕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자,
방현주가 저는 "목인데요, 그럼 목은요?"라고 되묻는다.
그러자 이권우는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안나와있어요."라고 퉁쳐 버린다.
되새김질해 생각해보니,
수와 토의 기질이면 연암과 다산을 라이벌 구도로 그렸던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를 얘기한 것일테고,
이권우가 읽은 김두식 책의 고미숙 부분에 수와 토의 기질 외에 다른 기질에 대한 설명이 안 나와있다는 것이지,
그동안 수많은 책들을 읽고 서평을 쓴 그가 '오행'정도를 못돌려서 '풍'의 기질 정도를 모르고 설명할 수 없어서 안나와 있다고 한 것은 아닐게다.
단지 그가 소개하려는 책과는 상관없는 얘기로 짧은 시간을 잡아먹고 싶지 않아서라는 걸 눈치채게 되자,
그의 내공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고, 나또한 반달 눈썹을 만들어가며 '역쉬, 멋져~^^'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라디오 방송을 듣다보면,
어디까지가 잡담이나 수다이고, 어디까지가 방송인지 모르겠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 수위를 적절히 조절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6월
이렇게 수위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게 또 있는데, 요번엔 책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게 다예요'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이제는 절필을 선언한 '고종석'이 번역을 하고,
그리고 서평집을 여러권 낸 작가로 유명한 라디오 PD 정혜윤이 강추한 책인가 보다.
이게 다예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3월
근데, 이 책을 접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걸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걸 책이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품이 훌륭한 '문학동네'와 '고종석'의 조합이 아니었다면,
이런 책이 되어 나왔을 수 있었을까?
이건 죽음을 앞둔 사람의 죽음에 관한 푸념이나 읊조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기다가 여든 둘 할머니의 서른 다섯 연하의 애인을 상대를 향한 그것이어서 상품가치가 있었을게다.
글로 쓰여진 모든 것이라고 해서,
종이에 적혀진 글이라고 해서 모두, 책이라고 해도 좋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고,
서른 다섯 연하의 애인을 두고라면 더 더욱 그럴 수 있겠지만,
암튼 난 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가 난 저 '두 손의 아름다움'이란 구절을 놓고 엉뚱하게,
영화 '박하사탕'의 '손이 착하게 생겼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우리는 눈에 익은걸 아름답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성형외과를 영어로 '플라스틱 서저리'라고 하는데,
난 그말이 꼭 인조인간처럼 여겨져서 말이다, ㅋ~.
요즘 얼굴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웬만한 눈썰미로는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비슷비슷하다.
알게 모르게 성형외과 동창생들이 많아서 그렇단다.
겉으로 봐서 그렇고 그그렇게 비슷한 아름다운 사람들을 구분하는건, 아름다운 마음, 즉 착한 마음일텐데...
요즘은 착하다고 하는건 칭찬이 아니라 욕이란다.
그럼 영화'박하사탕'에서 '손이 착하게 생겼던 남자'는,
마음이 착한데 착하게 생긴 손으로 사람을 두들겨 패는 남자를 편들고 위로하기 위해했던 말인가 보다.
여기서 '손이 착하게 생긴'은 '손이 아름답게 생긴'으로 대치되어도 좋겠다.
그리하여 '손이 아름답게 생긴'은 '손이 이쁜 남자'와 동격이 되어 내가 입에 침을 튀기며 열을 올리는 딱 내 스타일 되시겠다.
얘기가 이리저리 메뚜기 튀듯 엉뚱한 데로 튀지만,
엉뚱한 데로 튀는 게 내 주특기이고,
가만히 곱씹어 보면 아주 엉뚱하지만도 않다.
눈은 또 다시 비처럼 추적추적 내리고,
여러가지 할 일들로 머릿속만 분주하고,
엉덩이는 땅에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오늘 같은 날은,
(뜨뜻한 아랫목에서 군고구마 먹으며 책이나 보는것이 나의 희망사항 되시겠고)
눈싸움 한판을 벌린다아, 으다, 아다~아다, 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아
하늘이 노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