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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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행복할까, 해서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할까?

그럼, 분명히 잘할 수 있는 일인 동시에, 해서 즐거운 일인걸 찾으라고 하겠지만...

안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세상이 어디 그렇게 내 입맛대로 이던가 말이다.

 

암튼, 난 다락방님이 아주 부럽고 샘나고,

이곳 알라딘서재에서 나와 다락방 님은 댓글도 주고받는 사이라는게, 자랑스럽다.

그런 다락방 님과 공통점을 찾아보라면, 책을 좋아하는 것 정도 되겠다.

 

책의 독서 목록을 보니, 낯익은 게 많아서 뿌듯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다락방님의 리뷰나 페이퍼를 보고 잼나 보여 내가 마구 사들여서 이고,

아직 읽지 못하고 책탑을 쌓거나 테트리스를 하면서 보관중인 고로, 실상은 마냥 뿌듯할 수만은 없다~--;

나와 다락방님은 책이라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 다른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 요리사마냥,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때로 내가 쌓아올린 책탑을 보면서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또 수중에 읽을 책이 없으면 마냥 불안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근데 궁금한 것이 무엇이든 정성 들여서 하면 어떤 의미로든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는법인데,

책으로 공들여 쌓는 탑은 왜 자꾸 무너지는건지 모르겠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속담대로라면 내가 책탑을 쌓는데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공을 들이는걸로는 이정도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것 같은데,

쌓는데 내가 모르는 나름대로의 소신과 내공과 철학이 있는 듯 하다.

그러면 무너지는 것이라도 제대로 무너져서,

테트리스를 하듯, 한줄을 빼곡 채우면 없어지는 규칙 따위는 통용되지 않는걸까?

안 읽어도 나름대로의 소신과 내공과 철학이 있다면,

'쓰윽~' 소리 소문도 없이 내지는 '뿅, 뿅, 뿅, 뾰옹~'소리를 내면서 한줄 줄어들어도 좋고 말이다.

 

그러고보면, 난 독서를 하는 행위 자체도 좋아하지만,

내가 책을 읽고 흔적을 남기는 것,

내가 읽었고, 읽을 책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런 과정과 상태를 즐긴다.

독서를 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그 연장선 상이다.

그에 반해 다락방 님은, 독서를 통한 네트워킹을 즐기는 것 같다.

마실을 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기록들도 찬찬히 읽고,

댓글과 덧글을 달기도 하면서,

독서로 인하여 파생되는 인간관계를 소중히 하고 또 즐기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책을 좋아하고 독서목록이 겹치는 것 말고는,

다락방님과 어떤 공통점도 없다는 걸 뼈 아프게 느꼈지만 말이다.

 

ㆍㆍㆍㆍㆍㆍ외출할 때는 지하철에서 읽을 책을 챙긴다. 그가 말한 것처럼 책은 세상에서 나를 격리한다. 나 역시 간혹 책 속의 세계에 푹 빠져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갈 길을 돌아왔다 한들, 나에게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그 순간은 결코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유혹적이고 또 소중하다.

  가끔은 그 작은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읽고 있는 책이 마음에 든다면, 책에서 눈을 떼고 같은 지하철을 타고 있다는 우연에 기대어, 그 안의 누군가에게 그 책을 선물하는 거다. "이거 읽으면서 가세요." 또한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무척 반갑다. 그래서일까. 책 읽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기도 하다.(48쪽)

 

암튼, 지하철이나 카페, 도서관처럼 타인이 있는 곳에서 독서가 더 잘된다는 걸 보면,

대단한 집중력의 소유자이거나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당당한 영혼인가 보다.

 

난 어디 짱 박힐 수 있는 곳,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 좋다.

때론 집에서도 책상위에 앉아서 보다는, 의자를 밀어내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 좁은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있을때 집중이 훨씬 잘 된다.

 

게다가 다락방님은 독서를 통한 관계 형성- 네트워크를 즐기는 반면,

나는 독서를 통하여, 영혼과 더불어 독서하는 육체까지 쉬면서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독서는 내게 행위라기 보다는 쉼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또 이를 통하여 숨돌리고 한박자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

 

그녀의 그것이, 독서를 통한 관계 형성- 네트워크라는 걸 알 수 있는 예가,

책을 읽다가 재미있으면, 가끔은 그 작은세계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48쪽)고 얘기하는 걸로 모자라서,

 '나도 책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한 편 상상해본다'고 하며 직접 쓴 단편소설을 보여주는데, 소설의 생명인 개연성도 확보됐고 실제처럼 리얼하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소설가가 되기를 꿈꿨었는데,

소설을 읽다보니, 쓰는 것보다 읽는 걸 더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서  소설가가 되지 않았다고 하는게 너스레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암튼, 다락방 님은 책의 '잘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란 꼭지를 통하여, 그녀의 장점을 잔뜩 드러내는데,

이것 또한 내가 닮고 싶어 하는 바로 그것이다.

ㆍㆍㆍㆍㆍㆍ나는 하나의 전공조차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내게 주어진 능력은 아마도 학습보다는 사소한 순간들에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235쪽)

 

책을 시작하면서는,

책을 좋아하고 독서목록이 겹치는 것 말고는, 다락방님과 어떤 공통점도 없다는게 뼈 아프게 느껴졌지만,

이젠 그녀와 책을 좋아하고 독서목록이 겹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를 읽고,

'독서는 근육과 같고, 자신은 그 근육을 발달시킨 것 같다고' 하는 내가 생각했던 구절을 근사(40쪽)하다면서 인용한 것도 좋고,

'책은 세상에서 나를 격리하는, 보호해주는 벽이다'(48쪽)라는 '해피패밀리'의 한민형과 '책을 읽고 있으면 문득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나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준다는 느낌이 든다'(50쪽)는 '한낮의 시선'의 한명재를 인용한 것도 좋다.

그녀가 '나는 그런 이야기와 표현에 감탄하는 것만을 잘하는 사람이다. 쓰는 걸 잘하는 사람과 읽는 걸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세상에는 작가와 독자가 존재하는가 보다'(60쪽)라고 너스레을 떠는 것도 좋고,

'모두 그렇겠지만 나는 상대가 말해주지 않으면 그의 입장을 알 수가 없다. 내가 추측하는 것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155쪽)고 말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일기와도 같은 자신의 일상 얘기를 하면서...

자신을 기준으로, 자신에게 미루어 타인을 평가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지사지'라는건 '겉보기만으로 관계가 쉽게 형성되는,

빠른 소통의 시대라고 하지만 어쩜 불통의 시대인것 같은 이 시대에는...감정의 폭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이, 이 책을 쓴 다락방님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를 굳이 대라고 한다면...

난 미사여구로 쓰여진 글이 아니라,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쉬운 글들로 쓰여진 것을 꼽고 싶다.

그녀만의 경쾌하고 유쾌한 성격이, 곳곳에서 언뜻 언뜻 비춰진다.

 

모쪼록 다음 번엔, 그녀가 쓴 소설책으로 만나고 싶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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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28 15:25   좋아요 0 | URL
책탑을 잘 쌓으려면 책마다 다른 크기와 부피를 잘 가누어야 해요.
사이사이 받침종이를 작게 끼워넣어야
책탑이 높이높이 올라가면서도 튼튼하지요~

양철나무꾼 2013-12-05 17:06   좋아요 1 | URL
이거 이거 괜찮은 팁인걸요.
이래서 책탑이 더 높아지면, 전 책탑에 갇힌 라푼첼이 되는건가여, ㅋ~.

감은빛 2013-11-28 16:15   좋아요 1 | URL
'사소한 순간들에 행복을 느끼는 게' 보통 능력이 아닌데, 부럽네요!
저는 오늘 주문했어요.
내일 받을 거예요. ^^

양철나무꾼 2013-12-05 17:07   좋아요 1 | URL
지금쯤 완독하셨겠네요.
님의 재치발랄한 리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여,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