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강신주의 다상담 1~2 세트 - 전2권 강신주의 다상담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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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이면 불혹(不惑)이라는데,

그 不惑을 한참 지난 나이인데도 사람이 미혹(迷惑)되다 보니 이리저리 정신이 널을 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혈액형이 AB형이어서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보니,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향도 있고,

원래가...나쁘게 말하면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 풍부한 성향의 인간이다.

 

강신주의 다상담을 읽었다.

이 책은 '강신주'의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읽으면서 좀 답답하였었다.

뭐랄까,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느낌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그도 그럴 것이, '벙커' 강의를 책으로 엮어 낸 것이어서...

그가 전하려던 말들이 지닌 생명력이, 글들로는 좀 약하거나 반전되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그가 얘기하는 일, 사랑, 몸, 정치, 고독, 쫄지마 이딴 것들이,

말과 표정뿐만이 아닌 어떤 공감적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전달을 요하는 것인데,

그중  말한 것만을 글로 옮겨 적은 것이니 전달력이 좀 약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이다.

그러다보니 책으로 읽기에 표현이 좀 거칠고, 강하고, 과격하기고 하고,

그리하여 선동적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벙커에서 강신주에게 상담을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벙커에 사연을 보내 채택이 된 사람들과 그 강연을 듣겠다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는 하나같이 착하고 반듯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심약하기까지 하다, ㅋ~.

 

특정 계층을 상대로 쓰여진, 다분히 편향적인 책이라고 생각하고 봐야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가치관에 혼란이 생길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ㅋ~.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 하면,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나도 강신주에게 사연을 보내고 상담을 의뢰하고 강연을 듣고 한 무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고,

그런 내가 보기에도 이 책의 내용이 전부 다 그럴 듯 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 일례로,

강신주는 '결혼'은 상대를 사랑해서 하는게 아니라, 상대를 소유하고 구속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열변을 토해내지만...

난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했고,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을 접했고,

돌이켜보면...그 선택을 후회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남편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나도 결혼을 해서 동시에 얻게 되는 상대의 배경과 집안, 기타 등등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랑과 우정을 가르는 기준도 재미있다.

사랑은 안보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것.

그렇지는 않으면 우정.

대상이 동성이고, 이성이고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는 요령은 자기감정에 충실한 거에요. '나중에 사랑이 아니면 어쩌지?' 이런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생각하면 사랑 못 해요. 하나만 따져요. 감정에 정직했느냐만. 내가 가진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모르죠. 하지만 사랑이라고 느꼈으면 정직하게 하고, 아니라는 게 확인될 때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이게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그것만 지키세요.(1권, 53쪽)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정직해져요. 내가 거짓이고 허영이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그 모습을 다 얘기해 주게 됩니다. 진짜로 사랑을 하게 되면 다 얘기를 해요. 자기 상처, 흉터를 모두 보여 주는 거에요. 왜냐면 자기를 다 보여주고 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죠. 그걸 숨기게 되면 평생 연기를 하는 거니까요. (1권,6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강신주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명쾌하게,

간단명료하게 정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사랑에 관해서 이보다 더 정확한 해석이 있을까?

나를, 나의 몸을 악기에 비유한 이 비유보다 더 아름답고 근사하며 적절한 비유가 있을 수 있을까?

악기는 '아무나'를 만나서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아무나'를 만나서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제대로 조율이 안된 그 소리는 불협화음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강신주가 좋은 점은 사회적인 기대가치나 통념에 갇힌 그렇고 그런 교훈적인 얘기를 늘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강신주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자기 삶을 놓고 꾸준히 돌이켜보고 반성을 하고 상담이란 것도 하려는 사람들은,

삶을 잘 사는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삶을 착실하게 살려는 사람들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한테 더 착하게 살아라, 바른 생활로 살아라...하는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순환의 반복일 뿐이다.

순환의 동그라미를 깨뜨려야,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강신주는 순환의 동그라미를 깨고, 변화를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 본인이 죽을 것 같잖아요. 자기가 먹고 살고 그 여분이 남을 때만 타인에게 그것을 줄 자격이 있는 겁니다. ㆍㆍㆍㆍㆍㆍ차라리 '난 나쁜 년이다'라고 하는 쪽이 더 나아요. 난파선에는 있지 말아요. 예쁘게 살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는 그렇게 예쁜 삶을 감당할 만큼 강하지가 않아요. 연락처 남기지 말고 쿨하게 떠나세요, 떠나고 나서 나중에 봅시다. 나중에 몸 추스르고 먹고사는 게 조금이라도 여분이 생길 때 그때 찾아요. 난파선에서 빠져나온 다음에 자기의 힘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1권, 137쪽)

 

 순환의 동그라미를 깨고, 변화를 끄집어낸다는 건...어찌보면 독해지고, 모질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상처를 응시하지 마세요. 상처에는 놀라운 특징이 하나 있어요. 그 상처 난 딱지를 자꾸 건드리면 계속 피가 나고 곪지요?ㆍㆍㆍㆍㆍㆍ그건 흉터로 남는 거예요. 돌아가서 긁지 마세요.ㆍㆍㆍㆍㆍㆍ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고 살았죠? 내가 잘못해서 아버지한테 혼났다고 생각하지요? 아버지를 계속 의식하는 건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을 꿈꿔 왔는데 아버지가 그걸 해 주지 않아서잖아요. 상처의 핵심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에요.

ㆍㆍㆍㆍㆍㆍ

아버지가 커보이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집중해서 가까이 대상을 응시하면 크게 느껴져요. 멀찌감치 봐야지 작아 보이는 거예요.ㆍㆍㆍㆍㆍㆍ지금 중요한 건, 본인이 어른인가 아닌가의 문제예요. 지금 하셔야 할 게 뭐냐면, 아버지를 안아 드리세요. 아버지를 안아 주는 순간 본인이 어른이 되는 거예요. 용서요? 기억도 안 나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할 거예요? 남의 인정을 바라지 말아요. 그냥 안아주세요. 아버지를 안아 주고 뻔뻔스럽게 얘기하면 돼요. '고마워요. 금지옥엽으로 키워 주셔서.' 이렇게 하면서 어른이 되는 거예요.

  이제 아버지한테 인정을 받을 시기는 지났고, 본인이 아버지를 인정해 줘야 해요. 지금 아버지가 인정받고 싶어한다고요.(2권, 244~245쪽)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독해지고 모질어질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어린아이에 머물지 말고 어른으로 거듭나라는 것이지...

독하고 모질어진 마음으로 칼날을 벼리어 자신과 주위를 마구 헤집어 상처 입히라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은 '정치'랑 관련해서인데...

'상대적으로 진보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민주주의가 승리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라는 구절과 관련해서이다.

'상대적'이란 말이 '정치'란 단어를 만나게 되면 얼마든지 모호해질 수 있으면,

상대적으로 진보한 후보나 정당이 곧 '민주주의의 승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으로 대표되지만, 소수의 구시렁거리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향해서 표를 행사할 경우,

당선이 확실시 되지 않으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하면서 한표를 행사했었는데,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격하게 공감하였고, 그리하여 가장 행복하였던 부분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노동하는 시간과 향유하는 시간이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건 혼자 일을 하는 사람이나 가능할 터이니,

노동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향유하는 시간을 늘려야 행복해 질 수 있겠다.

내게도 노동하는 시간과 향유하는 시간이 같은 잡기가 하나 있다.

잡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아직 직업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나의 일가친척들은 여자가 솜씨가 좋으면 팔자가 사납다는 이유를 들어 나의 이 꼼지락거리는 일련의 활동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는 노동의 시간과 향유의 시간이 같은 유일한 '잡기'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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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9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8-19 19:01   좋아요 0 | URL
책도 잘 읽고 리뷰도 잘 쓰는 양철나무꾼님, 오랫만이네요.
박복하다고 타박할지라도 솜씨는 여전히 좋으시고~ ^^

마녀고양이 2013-08-19 21:41   좋아요 0 | URL
나는 한 중딩 녀석이 지 성격이 B형이라서 지랄맞다고 하길래
나도 그 지랄맞은 B형이다 그래줬어... 히히.

저 인형 무지 이쁘다...
나 줘, 나 줘~ 쪼옥~~~ ^^

세실 2013-08-21 07:01   좋아요 0 | URL
어머 저도 AB형 입니다. 규환이랑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거 보면 제 문제가 더 큰듯. 서로 이기려하니......
자녀를 손님처럼!
강신주 참 똑똑한 사람, 일목요연한 사람.
님도 똑똑하지, 바느질도 잘하지~~~ 아 부러워라!
참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