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잘 키워보라며 '로즈허브' 가지를 몇 개 꺾어 보내준게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달팽이'도 같이 보내와, 경기를 일으킬 뻔 하기도 하였지만,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아직까지 똘똘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그 후로 내 스스로 화분을 하나씩 둘씩 장만하는 취미가 생겼다.

볕이 드는, 창가에 화분을 이렇게 저렇게 놓고보니, 작은 가든이 하나 생겼다.

이름 하여 'Seo's Garden'되시겠다.

 

 

 

근데,  꽃이 있으면 새가 날아온다고...

내가 있는 이곳은 4, 5층 건물의 2층인데,

2층과 3층의 층간 공간 어디에 새가 알을 낳아서 부화시켰는지,

얼마전부터 '짹짹'거리는데 아주 시끄럽다 못해 정신이 사납다.

가만히 듣고 앉아 있자면 새가 노래하거나 지저귀는 그런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새끼들이 배가 고파서 '짹짹'대는 듯한 것이,

마음을 수선스럽고 가난하게 만든다.

도대체 어디로 그 녀석들이 들어갔는지, 어디에 둥지를 틀고 있는지 모르겠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

꽃이 있으면 새가 날오는 것은 순리이려니 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밖에...~--;.

 

쉬는 날이면 늘 그렇듯이,

어제도 이리저리 뒹굴거리면 옷으로 방바닥 청소를 하고 있는데...

아는 분이 볼일이 있어서 집앞에 오셨다며 불러내셨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하느라라,

시장 한복판 음식을 늘어놓고 파는 좌판에 앉아 해물파전에 소주를 마셨다.

누군가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소리가 지글 지글 전 부치는 소리랑 비슷해서...

비오는날이면 전이 더 땡기기 마련이라고 하던데...

모퉁이 벌어진 비닐 천막으로 내다보는 비는,

추적추적도, 지글지글도 아닌 것이,

땅바닥에 수직으로 내려꽂히고 패대기치는 것이...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쪽 구석에 있는 텔레비젼에서 '치지직~'거리며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진행자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고,

'항공기'에 조예가 깊다는 옆의 사람은  모형 항공기를 손에 들고 이렇게 저렇게 재현해 내는데,

그 사람의 손이 흉물스러운 건지, 모형항공기가 흉물스러운 건지,

내 심사가 꼬여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 한쪽 귀퉁이에선 SNS-스마트폰에 텔레비젼이 밀렸다면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얘기하느라 내리는 빗속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나랑 같이 낮술을 마시는 이는 불콰해진 얼굴로,

"미국은 말야, 대통령이 나와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말야...

 우리나라 아시아나 항공사는 뭐하는거야? 유감 표명 한마디도 없고 말야. 쉬쉬하느라 정신없구 말야~=3"

하고 투덜거렸다.

나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요.

  저렇게 큰 일이 있는데, 무게 잡고 재빨리 수습하고 유감표명하는게 오히려 얄궂게 보일 수도 있겠다아~."

라고 하며,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는거예요.

 저렇게 큰 항공기가, 안전하여 사고날 확률도 적은 그런 항공기가,

 게다가 기장들도 하나같이 베테랑이어서 만시간 비행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던데 말예요.

 우리도 운전 조심해야 해요.

 우리가 조심해도 고장이거나 상대방이 갑자기 밀어붙이면 어찌할 수 없는 거잖아요."

라고 하였다.

나랑 같이 술을 마시던 이는,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는 것이 인생이고...

언제 죽을지 모르니, 지금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당신은 며칠 전에도 책을 라면상자로 여남은 상자 도서관에 기증하셨다고 하시길래,

'날 주지, 도서관에 기증은 왜 하냐?'

고 타박을 하였더니,

나 또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거고,

그리고 나이 상으로도...

이젠 펼치고 벌여 놓기만 할때가 아니라, 소박하게 정리하고 단출하게 할때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책들은 다 불교관계 서적이어서 내가 읽기 힘들거라신다.

나는 '읽을려고 노력하면 다 읽을 수가 있지, 못 읽는게 어디있냐'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투덜거렸고,

당신은 나의 책욕심이 과하다고 타박을 하셨다.

 

앞으로 읽을 책을 몇 권 준비해 두는 것은 모르지만,

다 읽지도 못하고,

읽을 깜냥도 안되면서,

책을 무조건 들이기만 하는 것은 병이라고 하셨다.

 

내가 필요없는것을 사거나 사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대구하였더니,

금이나 보석을 사재기하면 값이 올라 재테크나 되기라도 하지,

언제 품절이나 절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건 다 핑계이다,

도서관 가면 다 있고,

e-book형태로 데이터베이스도 다 갖춰져 있어서,

장차, 읽고 싶은 책이 없어서 못 읽는 일은 없을거라고 하신다.

충격적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실 요즘의 난 정도가 지나쳤다.

알고 자각하면서도 책을 사들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은,

그래...인정하자, 일종의 병이라면 병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관도서가 생겨나고,

자고 일어나면...알라딘에서 이런 저런 사은행사나 이벤트를 하고 있으니,

미욱한 중생 마음이 동하였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책이 무너져 날 덮치는 꿈을 꾸기도 하고,

무너진 책을 이리저리 교차로 놓아 견고하게 책탑을 쌓아올리는 꿈을 꾸는가 하면,

테트리스 맞추기처럼 한줄을 완벽하게 맞추면 블럭이 줄어드는 것처럼 책을 빈틈없이 잘 맞춰 쌓아올리면,

한줄이 싸악하고 없어지는 그런 꿈을 꾸기도 했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내 독서습관을 점검하고 앞날을 계획해볼 요량으로,

'상반기 독서목록을 정리해 보아야지...'하고 앉았는데...

 

얼마전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던 아주머니의 갑작스런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며칠전 내가 싫어하는 팥죽도 사 드리느라고 같이 먹었고,

열무김치를 담궈 국수를 매콤하게 비벼 드셨다는 얘기도 들었었는데,

주말을 지나는 사이 돌아가셨다니 믿기지 않는것이, 인생무상이다.

 

사치스럽게 살면 안되겠지만,

인생 살면 얼마나 살겠다고...

아등바등 지지리 궁상을 떨면서 살 것도 아니지 싶다.

욕심을 줄이고,

하루 하루가 축복이니 감사하여야 겠고, 따위는 어쩜 차후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순한 눈, 선한 맘이 되는 것은 내가 궁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여,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해야 겠다...는 말은 곧,

내가 제대로 나이먹어가고 있나, 와 동의어 일게다~--;

 

그럼에도 새로 들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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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08 19:54   좋아요 0 | URL
그런데 그분이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셨다면...
도서관에서는 그 책들 머잖아 버릴 거예요...
겹치는 책이라면, 또 대출실적 적은 책이라면,
자리 차지한다고 다 버리니까요.

가까운 헌책방에 가져다 주는 쪽이
제대로 좋은 책손한테 가도록 하는 일이 되지요. 우리 한국에서는...

2013-07-09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3-07-09 12:39   좋아요 0 | URL
창가 작은 가든이 예쁘네요.
비오는 날 떨어지는 비를 배경으로 보면 운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책이 무너져서 깔리는 꿈이라니!
그거 정말 무서운데요.
요즘 저도 책 정리할 생각에 머리가 아파요.

허름한 좌판에 앉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양철나무꾼 2013-07-09 22:56   좋아요 0 | URL
그 이후로 비가 내린 날이 많았는데, 그간 적조하였네요.
아직도 유효하죠?
비 내리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