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준점은 어디에 있는가

 

ㆍㆍㆍㆍㆍㆍ

말 그대로 '각자'의 인생인데, 뚜벅뚜벅 내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그게 용납되지 않아요.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나의 '자존'을 찾는 것보다는 바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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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하느냐일 겁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21~22쪽, 부분 발췌)

 

며칠전 '박웅현'의 '여덟 단어'를 읽다가 이 부분에서 멈추고, 그의 '책은 도끼다'를 찾아 다시 읽었어.

그때는 나를 멈추게 한 그 이유가 뭔지 몰랐었는데, 이젠 그 이유를 알겠어.

 

 

 

 

 

 

 

 

 

 여덟 단어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우리는 다커서 만난 친구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격도 비슷하고 취향도 닮고 해서,

어떤 사안에 대한 반응도 똑같을 때가 많아서,

쌍둥이라며 좋아하며 웃기도 많이 하지.

 

그런데 가만보니...닮은 점이 워낙 두드러져서 몰랐지만, 두드러지지 않게 다른 점도 많이 있더라구.

같은 책에 관심을 갖고,

똑같은 상표의 커피를 마시고,

이리저리 오지랖을 내세워가며 두루두루 잡기에 능하고,

이렇게 겉으로 보여지는 것은 다 닮았지만,

아니,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똑같지만...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어서 잘 알지못했던 '본성'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

내가 지난 번 강신주 리뷰를 쓰면서도 잠깐 언급했었는데,

우리 사이에 필요한건 '역지사지'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삶'인것 같애.

 

얼마전에 나한테 창의성이 풍부하다고 했잖아.

우린 쌍둥이라는 논리대로라면,

너도 마찬가지로 창의성이 풍부해야 하는데 말야.

제도권 안에서 규칙과 틀에 맞게 하는건 바른생활이라고 할 정도로 잘 해 내고 있지만 말야,

창의성은 좀 아닌거...맞지?^^

 

얼마전에,

난 너한테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집착이 되어 거추장스러워질지도 모를 정도로,

의지하고 모든걸 털어놓고 얘기하고 그러는데 ,

성향 상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넌 나한테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

혼자 안으로 움추러드는 것 같아서,

내가 그런 것만큼, 넌 내가 위로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을때,

 

네게서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어.

 

내가 참 솔직하지 못하지?

맘을 자꾸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는 건 아닌데...싫음 싫다, 힘들면 힘들다...말을 바로 하지 않잖아.

그게 너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배려하면서,

나쁜 말로 말하자면 눈치를 보면서

그런 게...몸에 배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동안 쌍둥이라는 선입견에 갇혀서,

나만 바로보고,

내 본위로만 사고하고 행동하고...하면서 너의 진면목을 바라보지 못했던 거였네.

 

나 또한 제도권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틀을 버거워 하고,

나만의 기준이나 잣대를 다시 만들려고 했었거든.

 

물론, 나라고 처음부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

이렇게 되기까지는,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고,

내 자신을 격려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어.

 

내 스스로 '스스로 따 시킨' '스.따.'라고 하고 돌아다녔고,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짬뽕공 입네,

감성만 풍부해가지고,

머리는 옵션으로 들고 다니네...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뭐, 신경쓰지 않았어.

 

덕분에 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게 됐어.

그렇다고 제도권 교육을 받은 내가 뭐, 크게 틀에서 벗어나거나...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을 일을 하지는 않게 되더라고...ㅋ~.

대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할 수 있게 됐어.

 

주변에서 만든 규정이나 틀은 나 자신을 옭아매기 위한 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라.

'나를 위한 배려'라고 하는데, 그거 고맙지만 이젠 사양할래.

그리고 그게 눈치라면,

난, 나만은...네게 눈치 따위는 주지 않으니까,

눈치 따위는 보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어.

 

나랑 꼭 닮은 쌍둥이는 말야...

편안하기는 하지만,

나랑 너무 닮아 익숙해서 새롭다거나, 가슴 아슴아슴한 떨림이나 설레임 따윈 없잖아.

 

너만의 멍석을 깔고,

내가 아닌,네 자신을 배려하면서...

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부탁하고 싶어.

 

난 네가 멍석을 제대로 깔 수 있도록,

내 오지랖을 최대한 넓혀 둘테니까 말야...

날개를 충분히 펼치고,

아니, 충분히 도움 닫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꺼이 내 곁도 내어줄테니까 말야...

여지껏은 때를 기다려 움추린 거라고 치고,

자아, 이제 날아오르는 거야~.

 

근데 말야.

내 오지랖도 내 곁도 넉넉하게 내어줄 수는 있지만,

내가 네 건강은 어찌할 수 없는 거 알지?

돈이나 물건 따윈 없거나 부족하면 남의 것을 구걸하거나 훔칠 수도 있다지만,

건강은 돈으로 살 수도,

구걸하거나 훔칠 수도 없는 거, 알잖아~.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책은 도끼다' 6쪽)

 

 

 

 

그리고 그렇게 얻은 돈오를 잊지 않고 게속 살아가는 것이 점수, 차츰차츰 정진하라는 겁니다.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게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겠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좋은 책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이 있습니다. 책이면 다 좋다는 편견이죠. 하지만 읽는 시간이 아까운 글들도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점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돈오하려면 깨달음을 줄 만한 좋은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책은 도끼다' 345쪽)

 

그동안 책은 다 좋은 책인줄 알았어.

그런데, 박웅현은 책도 좋은 책과 나쁜책이 있어서, 좋은 책을 가려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네.

카프카 식으로 말하면, 우리 안의 인습이나 편견, 매너리즘, 타성을 깨뜨려버리고 끄집어내 변화시켜 주는 도끼 같은 책이 좋은 책일거야.

저기 책의 자리에, 친구를 대입시켜도 좋을 것 같애.

그렇다면 네게 난 두끼가 될 수 있을까?

(사람을 도끼에 비유하다니 좀 무시무시한가~--;)

그래도 네게 난 도끼같은 친구가 되고 싶은 걸, ㅋ~.

 

책의 자리에 대입시킨다면 이왕이면 고전이 좋겠어.

왜 고전이었으면 좋겠냐구?

세상 모든게 변하게 마련이고,

요 밑의 인용 구절을 보렴, 온 세상을 품을 것 같던 사랑도 지워진다지 않니, ㅋ~.

내가  짬뽕공 같다는 얘기는 바꿔말하면,변덕이 죽끓듯 하다는 얘기니까,

그런 변화무쌍함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고 싶었다고 할까?

아니, 변화무쌍함 속에서도 각자의 본질을 잃지 않고

오래 오래 살아남자는 프로포즈라고 해야 할까?

 

인생의 한때를 같이 하는 친구가 아니라,

오래 오래 같이 갈 수 있는,

각자 중년을 살고, 각자 노년을 맞이하더라도...

언젠가 고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듯, 그렇게 같이 갈 수 있는...그런 친구가 되고 싶어.

어느 순간...축복처럼,

돈오의 문이 열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서로의 몸과 영혼을 막힘없이 타고 흐를 수 있을테니까 말야.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는 것, 그렇습니다. 온 세상을 품을 것 같던 사랑도 지워지고, 아름답던 얼굴도 시들고,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던 치욕의 순간도 흐려지고, 날아오를 듯한 환희의 순간도 희미해지죠. 이렇게 잊히는 인생인데 우리가 살다 간 흔적을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요?ㆍㆍㆍㆍㆍㆍ그런데 고전은 시간과 싸워 이겨냈어요.ㆍㆍㆍㆍㆍㆍ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위대한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 예술작품들은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한테만 좋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좋은 것이 아닌, 전 세계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입니다."('박웅현'의 '여덟 단어' 78~79쪽)

 

그러니까 준비할 수 있어야 해요. 클래식, 고전을 만나기 위해서 함부로 씹다 버린 껌처럼 여기지 않으려면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합니다.ㆍㆍㆍㆍㆍㆍ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ㆍㆍㆍㆍㆍㆍ알려고 하기전에 우선 느끼세요. 우리는 모두 유기체잖아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문이 열려요. 그다음에는 막힘 없이 몸과 영혼을 타고 흐를 겁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86쪽, 부분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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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22 18:07   좋아요 0 | URL
좋은 마음으로 잘 읽으면 좋은 책 되고
나쁜 마음으로 제대로 못 읽으면 나쁜 책 되지요

세실 2013-06-23 08:18   좋아요 0 | URL
박웅현 참 멋지죠.
독서는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감성을 키워준다는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
박웅현이 좋아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하루키도 좋아한다는것! 물론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둘은 은근히 닮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