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쿨女'가 별명이지만,

삐쩍 말라 날카로워 보였으며, '나는 신경질적입니다' 하고 양미간에 내천(川) 자를 그린걸로 미루어, 그렇게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말투라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위, 아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여느 때처럼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말투에 묻혀버렸다.

으레 하던 데로 하려는데, 그녀가 "상담 요청이요"하고 가로막는다.

자세히 보니, 입술은 부르트고 눈은 떼꾼한 것이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해서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안되는 거네요...하다보니, 또 다른 그녀도 똑같은 증상으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원래 그녀의 체질은 외모가 드러내는 그대로...가 맞았는데,

교회 성가대에서 '솔로이스트'로 활동하면서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말투를 익혔던 거다.

한동안 허리가 심하게 아파서 성가대를 서지 못했었고, 그러면서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열이 위로 몰린거였다.

 

또 다른 그녀는 '집파녀'로 불렸었다.

수도꼭지에 버금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하나, 둘, 셋...큐~!'하면 핑그르르가 아니고 '눈물 뚝 콧물 뚝' 떨구며 울어대는 통에,

일을 할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도 울어서 우는 걸 직장 동료에게 들키면 벌금을 만원씩 내기로 했었는데, 벌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정도'라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어찌어찌하여 눈물을 흘리는 횟수는 줄었는데, 대신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

중이 제머리 못 깎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제 자신은 돌아보지 못했었다.

 

ㆍㆍㆍㆍㆍㆍ따라서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나약해지지 않고, 남몰래 눈물 흘리는 일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고통과 대면해야 할 피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눈물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눈물은 그 사람이 엄청난 용기, 즉 시련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것을 깨달았다. 어떤 사람들은 부끄러워하면서 자기가 운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번은 부종 때문에 고생하던 동료에게 어떻게 나았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실컷 울어서 내 조직 밖으로 몰아냈지."(140~141쪽)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솔직히 이 책에서 저런 의도를 읽어낸다는 무척 소극적인 독서법이다.

빅터프랭클이 누구인가 말이다.

인간존엄성의 승리이며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이고...이런 어려운 얘기들을 해야 겠지만,

그건 이 책을 이미 읽었거나 앞으로 읽게 될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읽고 깨달은 것은, 이 한마디로 함축할 수 있다.

Love will find a way.

사랑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길은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는 것.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ㆍㆍㆍㆍㆍㆍ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ㆍㆍㆍㆍㆍㆍ 수면부족과 식량부족 그리고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이 수감자를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그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 가 하는 것은 그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근본적으로 어떤 사람이라도, 심지어는 그렇게 척박한 환경에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제수용소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ㆍㆍㆍㆍㆍㆍ그들의 시련은 가치 있는 것이었고, 그들이 고통을 참고 견뎌낸 것은 순수한 내적 성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120~122쪽)

 

난, 빅터 프랭클의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를 먼저 읽었던 터라, 이런 자전적인 이야기가 주는 교훈적이어야 한다는데서 오는 일종의 거부감이 덜했다.

게다가 '자신의 생명 외에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온갖 감정과 무감각의 복잡한 흐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수용소'라는 상황과 '죽음'을 눈 앞에 둔 상황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익명을 사용한다던가 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가까이에서 자기를 지켜보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으로, 종교에 의지하거나 농담을 하는 것으로, 나무나 황혼 같이 마음을 치유해 주는 아름다운 자연을 단지 한번 바라보는 것으로, 그들은 굶주림과 수모, 공포 그리고 불의에 대한 깊은 분노의 감정들을 삭인다.

그런 것들이 자연스런 깨달음과 교훈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의 '로고테라피'의 이론을 내가 얼마나 그럴 듯하게 생각하느냐, 나라면 임상에 적용시킬 수 있는가...는 별개로 하고 말이다.

  그때도 내 마음은 여전히 아내의 영상에 매달려 있었다. 한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다. 나는 아내가 아직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나 한가지만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때서야 내가 깨달은 것이었는데,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육신을 초월해서 더 먼 곳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사랑은 영적인 존재, 내적인 자아 안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았든, 아직 살았든 죽었든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ㆍㆍㆍㆍㆍㆍ 나와 그녀가 나누는 정신적 대화 역시 아주 생생하고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79~80쪽)

 

그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견뎌내는 방법으로, 그는 '아내'라는 방법을 택했다고 했는데...

그는 아내가 아직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몰랐다고 했는데...

사실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를 읽으면 알게 되는 것이지만,

그는 수용소에 들어가 얼마 안되어, 아내가 죽었다는걸 이미 알게 된다.

그러니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아내와의 대화가 아니라, 그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는 가공의 인물이 되는 것인데..., 뭐~--;

 

난 그의 로고테라피를 임상에 적용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지만,

위의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아내와 대화를 하는 상상으로 지옥 같은 수용소를 견뎌낸 그가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현실적이고 논리정연한 이론을 정립한게 잘 이해가 되진 않지만...

내가 평소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예쁜 말로 잘 정리해 놓은 것 같아서 옮겨본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사랑으로 인해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과 개성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현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볼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도록 함으로써 이런 잠재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로고테라피에서는 사랑을 소위 승화라는 의미에서의 성적 충동이나 본능의 단순한 부수현상(일차적 현상의 결과로 발생하는현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사랑은 섹스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근원적인 하나의 현상이다. 섹스는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섹스는 그 안에 사랑이 담기는 순간, 아니 사랑이 담겨 있을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신성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랑을 섹스의 부산물 정도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오히려 섹스를 사랑이라 불리는 궁극적인 합일의 경험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184~185쪽)

흔히들...

육체적인 사랑만을 가지고 사랑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하고, 그건 탐닉이라고도 하곤 한다.

반대로 머릿속으로만 하는 사랑도 사랑이라고 하면 안된다, 그건 상상이라고 불러야 한다.

고로,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라고 하는 말은, 말뿐인 '공허한 위로'인 것이다.

 

적어도 보고 만지고 냄새맡고 느낄 수 있어야 상처가 잘 아무는 곪아 터지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고로,

Love will find a way.

옆에 내가 붙여넣고 싶은 말은,

Love is physical...이다.

 

 

 

 

 

 

 

 

 

 

 

 

 

 

 

 

 

 

Winterplay - You're in my heart

I didn't know what day it was
when you walked into the room
I said hello unnoticed
you said goodbye too soon
breezing through the clientele
spinning yarns that were so lyrical
I really must confess right here
the attraction was purely physical
you're in my heart, you're in my soul
you'll be my breath , should i grow old
you are my lover, you're my best friend
you're in my soul
my love for you is immeasurable
my respect for you immense
you're ageless ,timeless, lace and fineness
you're beauty and elegance
you're rhapsody, a comedy
you're a symphony and a play
you're every love song ever written
but honey what do you see in me
you're in my heart , you're in my soul
you'll be my breath , should i grow old
you are my lover, you're my best friend
you're in my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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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3-03-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좋네요.^^

2013-03-03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 그리고 사랑에 대한 서술 좋네요. 'Love will find a way.' 도 좋구요. 어쨌거나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

하늘바람 2013-03-03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음악들으러 양철나무꾼님 서재에 온답니다

순오기 2013-03-0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안녕~~~ 햇살 좋은 3월에도 즐거운 일상 누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