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우울 - 우울 권하는 사회, 일상 의미화 전략
에릭 메이젤 지음, 강순이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세계보건기구(WHO)의 장애 분류 안에 의하면 장애는 세 개의 차원으로 분류된다. 제1차 장애는 impairment로 신체의 생리학적 결손 내지 손상이다. 제2차 장애는 disability로 제1차 장애(impairment)가 직접, 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심리적 문제가 직접 간접적 발생할 경우의 인간적 능력(주체적 행동개념)이 약화 또는 손실된 상태이다. 제3차 장애는 handicap으로 제1차 장애와 제2차 장애가 통합된 형태에 다시 사회 환경적 장애(물리적 장애, 문화적 장애, 사회 심리적 장애)가 통합된 형태로 사회적 불리이다. 즉 모든 장애요인이 중층적으로 통합되어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불리한 입장에 처한 상태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

내가 '네이버 지식백과'까지 인용하면서 장애를 분류하여 정의를 한 것은, 이 책의 제목 '가짜 우울'을 얘기하기 위해서이다.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우울하니 어쩌니 하는 말들을 하고 듣고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우울을 증상이나 병명으로 누구에게 처방 받았냐고 물어보면 하나 같이 이상한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이렇게 기분이 꿀꿀하다 못해 슬프기까지한데 우울증이 아니면 뭐겠다고 되묻는다.

그들의 대부분은 우울증을 자가진단하고 있고,

가끔 가다가 한두 명은 의사에게(정확하게 정신과 의사인지는 알 수 없다~--;) 항우울제 처방을 받는다.

내가 이들을 보면서 느낀 건...집단최면 같은게 걸린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 뿐이었다.

나와 똑같은 의구심을 갖고 고민을 한 사람이 또 있었나 보다.

 

급기야 '에릭 메이젤'이란 사람은,

우울증을 두고 '정신장애가 아니라 인간의 슬픔을 두고 잘못 명명한 것'이라며 반기를 들고 나선다.

'에릭 메이젤'이 반기를 든 건,

저 장애 분류의 3가지 방법에 대한 정확한 구별이나 구분 없이, 두루뭉술하게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거슬러 올라가, 우울증이 정신장애가 아니라고 한 까닭을 유추해볼 수 있을텐데...

장애 분류의 3단계 중 1단계인 'impairment, 신체의 생리학적 결손 내지 손상'조차도 명확히 비껴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암튼, 이 책은 왜 사람들이 '우울증이란 정신장애'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설명하고,

제약회사의 막강한 영향력에 힘입어 우울증을 정신장애로 키운 전문가 집단이 있음을 밝히고,

자신이 느끼는 깊은 슬픔이 꼭 우울증은 아니고,

그 깊은 슬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이 아픈 걸 느낄 수 있고 슬픔을 느낄 수 있는 건 일종의 축복일 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건 아프고 슬픈 걸 느낄 수 있는 통각중추를 차단해 버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사람이 아프고 슬픈걸 느낄 수 있다는 건,

그게 유쾌하고 불쾌하고...를 떠나서 살아있다는 정상적인 반응인데,

(그렇게 따지면, '살아있다는 자체가 축복'이라는 근원적인 명제에 의문을 제시하게 만드니 차치하기로 하자.)

그것들이 이따금씩 만성적으로 지속된다는 이유만으로 정신장애로 만들어버리고,

이렇게 해서, 알약이나 치료사나 사회복지사나 목회상담사 등 우울증 전문가를 찾게 만든다.

다시말해, 아프고 슬픈걸 '원하지 않는'이란 단어를 '비정상적인'이란 단어로 슬쩍 교체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손님의 우울증이 생물학적인 건가요, 심리적인 건가요? 아니면 영적인 것? 실존적인 것? 유전적인 것? 그것도 아니면 호르몬과 관련이 있나요? 만성적인가요? 아니면 태도? 인지 문제? 직장 관련 문제? 애정 문제? 아파트에 사는 쥐 때문인가요?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지나갔기 때문인가요? 뭘 말하는지 알겠죠?(41쪽)

위의 사례는 물론 가상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로 알 수 있는 것은, 원인치료의 탈을 쓰고 있는 대증치료라는 것이다.

저래 놓고는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 1대1 맞춤 치료'라는 말을 사용하면, 참 근사~할 것이다, 푸훕~!

어떤 약이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적절한 치료제이기 때문에 복용하는 것과 그 약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복용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 중요한 차이가 우울증을 치료하는 세계에서는 보통 흐릿하게 가려진다. 정신건강 산업은 통상적으로 '우리는 당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하며,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에서 훌쩍 뛰어올라 '이 약품을 복용하시오'에 이른다. 이러한 비약은 당연히 지각 있고 똑똑한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그들 역시도 "나에게 생물학적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 약을 처방하는 겁니까, 아니면 내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처방하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만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한다.(56~57쪽)

예전에 마을을 떠돌던 걸출한 약장사가 있었단다.

걸출하다는 단어에서 어느 정도의 나이를 짐작해도 좋을 그런 사람이었을게다.

대부분의 약장사가 그렇듯, 진시황이 구하려던 불로초부터 시작해서 심봉사도 눈을 뜨고...

별주부전 토끼간, 온갖 파충류 박람회에 출전해도 될만큼의 파충류의 이름을 들먹여가며 약을 선전하고 있었을게다.

장이 파할 무렵 소경인 소년이 슬그머니 오더니, 주섬주섬 전대를 풀어놓으며 돈이 부족한데 그 약을 나눠줄 수 없느냐고 통 사정을 했더란다. 

그랬더니, 이 약장사 曰,

"이게 금전이니,은전이니, 동전이니? 나이가 드니 침침하고 눈이 잘 안보여서 말야...

 그런 약 있으면 내가 먼저 먹어야겠어, 억만금을 준대도 팔 수가 없지..."

정말로 효과가 그만큼 좋고, 그에 비해 부작용도 적거나 없다면...억만금을 벌었을텐데,

앉아서 놀고먹어야할 나이에 장똘뱅이 약장사를 하고 있겠냔 말이다, ㅋ~.

 

아프고 슬픈 걸 덜 느끼거나 잠시 미뤄두는 방법으로 택할 수 있는건 우울증전문가나 우울증치료제 말고도 다른것들이 있다.

 

역으로, 심리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은 우울증이라는 정신장애의 치료법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화가 인간이 경험하는 불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치료해야할 정신장애가 없다면 심리치료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화와 소통'이다.

대화가 사람의 기분을 나아지게 한다고 해서, 우울증이라는 정신장애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아니니까 말이다.

 

이 책의 1부는 이렇게 슬픔과 불행이 인간의 삶에 내재하는 자연스러운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우리 각자에게는 그 불행에 대처할 힘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2부에서는, 우리 내면의 힘과 자유를 발휘해서 불행을 줄이고 진정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분명한 길과 언어를 제시한다.

그 중 한가지가 '의미'이다. 의미를 확고히 하는 법은 책을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근데, 나도 이 책의 역자와 마찬가지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이 책을 잘못 읽으면 우울증이나 불행이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야 한다...라고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의미를 만들어 갈때 힘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조언이 반드시 필요할 때도 있다.

때론 우리가 흔히 우울증치료사나 우울증 치료제라고 부르는 것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 해결의 일부가 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문제 해결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온전한 치료는 스스로의 몫이며, 우리 안에 이미 치유의 힘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하루 반성하고 자기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 가고 꿈을 키우는 것...이 해법이라고 나는 이 책을 읽었다.

 

그렇게 되면 나만 슬프고 나만 불행한 것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내 몫의 슬픔과 불행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느새, 자기연민이 자아존중감으로 바뀌고 자긍심으로 발전하는 걸 느끼게 될 수 있지도 않을까?

불행을 줄여가는 것이, 곧 행복을 늘려가는 것이다...라고 하기엔 엄청난 비약일지라도 말이다.

 

그래도 생각난 김에 이 노래는 꼭 들어봐야 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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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03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병'이라는 말은 학자집단이 만들었지만,
가만히 보면,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지요.
한국말로 하자면 '마음앓이'라고 할 만하다고 싶어요.

마음앓이로 힘든 사람은 '아프'니까,
아주 마땅히,
곁에 있는 살붙이부터 동무와 이웃이
'마음을 기울여 품고 어루만지'면서
'마음에 깃든 아픔을 씻'도록 도울 수 있어야지 싶어요.

곧, 정신병이라면 제약회사와 병원이 힘을 모아 약장사를 할 테고,
그러니까, 마음앓이라면 살붙이와 이웃이 사랑으로 어깨동무를 할 테지요.

프레이야 2013-01-0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안에 문제도 해답도 있다는 말씀, 치유의 힘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 잊지 않을게요.
그치만 지난 한 해동안 양철님 덕에 치유도 위로도 받은 사람이 저뿐만이 아닐 걸요.^^
고마워요. 새해 셋째날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그곳은 아주 춥다고 들었어요.
기온이 뚝 내려갔다지요. 감기조심하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