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요리를 만든다.

 

 

이 말을 나의 음식에 관한 신조대로 바꾸면 이쯤되겠다.

최상의, 가장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원형에 가깝게 쓰되,

최소한의 가미를 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이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을'이기 때문이다.

요리의 고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입이 짧아서 그런가 아무리 먹고싶어서 음식을 만들다가도,

음식 냄새를 너무 맡거나 하면 정작 먹을 수는 없는 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9월의 첫날 아침,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앉아 이 책을 읽는다.

아무리, 천고마비의 계절이라지만...

바디는 함부로 살찌울 수 없고,

우리 소울(=서울)이나 함께 살찌워 봅시다, 들~!

 

 

노래는 잔잔하니 청명한 가을날 아침에 듣기 좋지만,

가사는 곰곰 들어보면,

좀 청승 맞은 듯~!

반면 이곡은 경쾌한 것이 엉덩이 붙이고 앉아 책을 몬~ 읽게한다.

곡에서는 9월 다 가거든 그때 깨워달라는데,

나는 엉덩이를 들썩이면서라도 이 책을 꼭 읽어주셔야겠다.

왜냐구?

이만한 서울 푸드(soul food)도 없으니까~.

 

 

근데,

암만 생각해도,

난 말도 아닌 것이,

어쩔려고 이런 책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맛깔나면 여기서 멈출 수도 없고,

어쩌란 말야~--;

 

 그렇지만 영화를 예로 들어보면 조연의 존재가 좋은 영화를 만들곤 한다. 모든 배우가 송강호이기는 어렵다. 아니, 그러면 안 된다. 이문식이나 유해진도 나오고, 김수미도 있어야 영화의 소소한 맛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그런 캐릭터의 맛이 바로 신맛이고 쓴맛이다. 신맛은 혼자서 맛의 캐릭터를 드러내지 않는다. 순수한 신맛은 매우 고통스러운 화학적 돌출이다. 신맛은 단맛이나 짠맛과 어울려 놀라운 맛의 두께를 마련해낸다. 생각만 해도 혀끝에 침이 고이는 묵은 김치나 냉면의 시원한 동치미 육수도 딱 그런 맛이다. 신맛의 예각적 맛을 짠맛이 든든히 잡아준다. 우리 혀는 매우 둔감하고 이기적이며 감정적이어서 몇가지 맛의 복합성을 화학적 배합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매우 주관적으로 반응하는데, 똑같은 신맛이라고 해도 짠맛의 배려가 없으면 어떤 경우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 맛있는 군만두를 식초에만 찍어 먹는다고 해 보시라.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간장과 배합해서 쓰면 신맛의 아슬아슬한 각도가 슬쩍 눌리면서 입맛을 돋워주는 신비한 미각으로 변화한다. 물론, 맛이란 게 혀로만 설명할 수도 없다. 혀도 정신의 지배를 받아 감각의 층위가 달라진다. 기분이 좋을 때, 화가 났을 때 혀의 반응이 모두 달라진다. 아버지에게 화풀이하느라고 일부러 짜게 한 것이 아니라, 혀의 감각이 순간적으로 기능 이상을 일으켰던 것이다. 사랑하면 디저트가 유독 맛있는 것은 혀에서 단맛을 느끼는 미각돌기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8~9쪽)

 

"인생이란 한 번 사는 것, 즐기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 인생의 쓴맛도 때로는 단맛과 만나면 기막힌 맛이 된다구. 초콜릿처럼 말이야."(10쪽)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그의 글 맛이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보조멈춤'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그의 전작들을 슬금슬금 장바구니에 담는다.

 

글이 어찌 그리 맛깔스러운가 했더니,

'기자로 일하던 중 이탈리아 영화에 매혹되어 무작정 이탈리아 요리학교로 떠났다'라고 책 날개 안쪽에 적혀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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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9-01 12:37   좋아요 0 | URL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는 것에 정말 동의해요 입맛을 자극하는 맛들 거기에 더해지는 추억은 오래가지요.
멋진 추억을 선물을 입맛에 손맛을 가졌다면 그리고 선물할 수 있다면
요즘들어 늘 제 음식이 맛없다는 가족들때무ㅡㄴ에 골머리 중이라 흑흑

양철나무꾼 2012-09-11 11:22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 요즘은 어떠세요?
모쪼록 뱃 속의 꼬물이를 생각하여 암거나 자알~ 드세요. ㅋ~.
나도 참~, 먹을 걸 주지도 않음서 잘 드시란다~~~^^

이쁜 수제 비누의 솜씨로 미루어 보건데...
님의 음식솜씨도 좀 짱일듯~!

mira 2012-09-02 19:45   좋아요 0 | URL
저도 주말에 이책 금방끝내고 리뷰를 어떻게 맛깔스럽게 적나 이작가의 책을 읽었을때 느꼈던 맛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지 고민하고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2-09-11 11:23   좋아요 0 | URL
mira-da님, 반갑습니다여~^^

지금쯤 리뷰 올리셨으려나?
님은 어떻게 맛깔스럽게 표현했을지 보러가려구여,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