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마음을 채 담지 못할때 난 그냥 아무 말도 못한다.
지난 밤엔 바람이 모질게 불었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밤새 '박노자'의 '붓다를 죽인 부처'를 읽었다.

 

 

 

 

 

 

 

 붓다를 죽인 부처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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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풍족한 삶을 살다가도 지금 내가 여기서 부정을 저지르면 그때부터 도둑놈의 삶을 사는 것이고, 반대로 도둑놈 집안에서 태어나 대대로 도둑질을 했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내가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바로 도둑이 아닌 삶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불교는 철저하게 본인의 삶을 창조해가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고 본다.(7쪽, 도법 스님의 추천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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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편이자 형식일 뿐`인 계율보다 깨달음과 열반이 내장된 `나의 마음`을 위주로 불교의 체계를 잡은 원효는, 계율 문제를 다루는 전문 저서에서는 `근본주의`와는 정반대인 극도의 주관적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보살계는 생사의 탁류를 거슬러 올라가서 일심一心의 본원으로 되돌아가는 큰 나무의 구실을 하며, 삿된 것을 버리고 바른 것을 이루는 요긴한 문이다"라고 하여 방편으로서의 계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계율 그 자체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에서, "비록 살인하는 것이 중계(重戒, 기본 계율)를 범하는 일이지만 남을 살리려는 마음으로 도저히 건질 수 없는 중생을 죽엿을 경우 그것은 죄가 아니고 복을 짓는 일일 뿐이고, 비록 자신이 찬양하고 남을 비방하는 것이 큰 죄악이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신심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그렇게 했을 경우 역시 죄가 아니고 복을짓는 일일 뿐"이라는 주장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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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원효라는 인물은 단순한 사상가라기보다는 한국 불교의 상징이자 나아가서는 민족 영웅이다. 그렇기에 어차피 경전을 원전으로 읽을 일 없는 한국인 대다수는 원효의 `넓은 마음`과 `파격적이며 독창적인 해석`을 찬탄하기는 쉬워도, 이 `대승적인, 너무나 대승적인` 원효의 견해에 토를 달기는 어렵다.그러나 달아야만 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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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깨달음을 목적으로 할만한 여유도 없고, 사회의 기본적인 윤리적 틀과 함께 불교에서 말하는 탐욕 ㆍ성냄 ㆍ어리석음의 늪을 벗어날 만한 방도를 구해야 하는 평범한 갑남을녀는 다르다. 그들로 하여금 불교의 기본인 `여러가지 나쁜 일을 짓지 않고 좋은 일을 받들어 행하는 諸惡莫作 衆善奉行` 도리를 실천하도록 하려면 원효와 같은 고답적인 윤리적 상대주의보다는 윤리에 대한 `자율적인 확신`이 필요할 것이다. (124~125쪽)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이 구절은 백거이가 먼저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때문에 최치원, 원효의 諸惡莫作 諸善奉行보다는 諸惡莫作 衆善奉行을 따라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얼마전 이곳 알라딘서재에 `지금 실수하신겁니다`라는 글을 올려 툴툴 거렸던 적이 있다.
몹시 황당하고 불쾌하였지만 글을 내려버린 건, 그 댓글 속의 대상이 된 다른 한명이 정중히 요청하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그(녀)로부터 어떤 사과의 글이나 행동 또한 받지 못하였다.
당사자는 그 글을 지우고 사라져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그리고 이 동네는 나 같은 종족 말고,
맘 착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이므로,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줄넘기를 더블 더치하겠다고 하는 그녀들도 있을테지만,
난 좀 다르다.

 

난 어릴때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고모들 밑에서 컸다.
아빠도 재혼만 안 하셨을뿐 참 자유분망하게 살아 오셨다.
그런 부모를 둔 덕에 어릴때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의 기준은 '부모 없이 커서 저렇다'는 소리를 안 듣는거였다.
누가봐도, 어느모로 보나 '박상천'의 '5679는 나를 불안케한다' 류의 바른생활 그 자체였다.

돌이켜보면 일종의 강박이고 결벽이었으나 푹 담금질 한 상태여서 빠져나올 수 없어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내가 그런 삶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우리 아들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엘 갔는데...
글쎄, 말도 못하는 아들 녀석이 우리가 벗어놓은 신발 뿐이 아니라 그 식당의 모든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느라 입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현관의 신발을 벗어 여기 한짝 저기 한짝 던져놓는거라 가르쳤다.

 

암튼 아들과 함께 트라우마를 조금씩 극복했다고 하지만, 아직 내 안에 잔재하고는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런 류의 댓글을 만나면...누가봐도 타당한 현실이고 아니고의 여부를 떠나서,
댓글이라는 눈에 보이는 '근거'만으로 내 삶 자체가 흔들리는 충격을 받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그 정도 수위의 댓글이면  '부모 없이 커서 그렇다'는 말을 듣기에 충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사람님은 가수 알리를 예로 드시면서 손을 내미셨는데...
가수 알리는 충분히 사과를 하였고,
그리고 절실히 절절히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라는 걸 모르지 않겠다.

나는 아직 그 비밀 댓글을 복사하여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꿔 단 그 댓글도 가지고 있다.
내가 그 자료들을 근거로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럴 성의도 여력도 없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분명히 알아주기 바란다.
그대는 방법이 잘못 되었다.

번짓수를 잘못 찾았다.
칼 자루를 우리에게 나눠 주느라 시끄럽게 짖어댈 게 아니라,
조용히 힘을 키워 (방법을 모르겠으면 한사람님과 더블 더치를 하든지, 내게라도 속닥여 달라)...
언젠가 한방에 무는 개가 되라.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지음 / 사계절출판사 /
 2011년 11월

 

숲은 저절로 순환했다. 씨앗이 새순을 틔우면 솜털 같은 뿌리를 내려 토양이 머금은 물과 양분을 길어올리고, 잎들은 큰 나무들 틈새로 쏟아지는 여분의 햇빛을 붙잡아 제 몸을 키웠다. 몸이 무르익으면 나무들은 꽃을 피우고 벌과 나비와 새들은 꿀을 얻는 대가로 꽃가루를 날라 다음 세대의 숲을 잉태하는 일을 중개했다.

 나무와, 나무를 먹는 동물과, 그 동물을 먹는 동물들은 언제나 죽었고 그들의 주검은 다시 흙에 스며들어 새순의 몸이 되었다. 그렇게, 모두가 자기만을 위해 살면서도 모두를 위해 살았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숲에서 가장 큰 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나무가 있었다. 어떤 나무도 필요 이상으로 몸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그 나무는 자신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는 뿌리를 더 길고 촘촘하게 내렸고 잎들을 빼곡히 달아서 한 줄기의 햇빛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나무는 이내 쑥쑥 자라 고만고만한 나무들 사이에서 우뚝 솟았다.

ㆍㆍㆍㆍㆍㆍ

서로가 서로를 먹고 먹이며 순환하던 나무들은 이제 이웃의 나무가 죽어야만 삶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삶 또한 머지않아 모두의 파멸로 끝이 날 터였다.<최규석 우화, 지금은 없는 이야기 중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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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 look at all the lonely people
Ah, look at all the lonely people

Eleanor rigby picks up the rice in the church where a wedding has been
Lives in a dream
Waits at the window, wearing the face that she keeps in a jar by the door
Who is it for?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come from ?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belong ?

Father mckenzie writing the words of a sermon that no one will hear
No one comes near.
Look at him working. darning his socks in the night when there`s nobody there

What does he care?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come from?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belong?

Eleanor rigby died in the church and was buried along with her name
Nobody came
Father mckenzie wiping the dirt from his hands as he walks from the grave
No one was saved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come from?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be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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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1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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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12-23 14:29   좋아요 0 | URL
그 글이 삭제된 데에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 저도 순간 너무 당황하고 상처받았었답니다. 그 댓글이 상처 입은 사람의 자기 고백이라고 받아들이진 못하겠더라고요. 그 전엔 비밀 댓글이 달렸다는 메일이 오면 반갑고 궁금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비밀댓글이 달렸다는 메일이 오면 겁부터 덜컥 납니다. 사실 관계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런 댓글이 가면 그 댓글을 받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상처를 받을 것인지 그냥 삭제되고 지나가버리면 없는 일이 되는 것인지 대체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11-12-23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4 0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4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