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기둥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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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쳐 <들어가기 전에>를 읽다가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후딱 읽어치우는 게 너무 아쉽다.
아껴두고 야금야금 읽어야 겠다.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떤 일도 계획대로 되는 법은 없다. 
...
게다가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나는 영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 저작권 대리인에 따르면,작가로서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고뇌하는 영혼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이다.내가 성당짓는 이야기 같은 것을 쓰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9쪽)'

이 책의 <들어가기 전>에를 먼저 읽은 덕에,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 또한 아직 영접하지 못한고로,
이런 성당짓는 얘기가 심각하게 씌여졌다면,재미있게 읽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암튼 나는 읽기 시작했고 ,'C.J.샌섬'의 수도원 관련 작품들을 읽었기 때문인지... 
시대적 배경도 어렵지 않게 이해됐다. 

제목 관련,의심을 품었던 부분도 책 뒤에 이런 구절이 있다.
태초에 신이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은 그 세상 위로 '대지의 기둥'을 일으켜 세운다! 

1권은 도입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초반부터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들은 하나 같이 범상치가 않은데,
다른 쪽으론 몰라도 자기의 분야에서는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수도원장이 되는 필립에 대해서는 책의 인용을 옮기는게 빠르겠다.
(나도 이런 칭찬이라면 말의 성찬일지라도 부럽다.)

"형제님은 그 작은 수도원을 개혁하고 자급자족시키는 기적을 행했어요.형제님은 고집 있는 규율가이지만 음식에는 너그럽습니다.또 타고난 지도자이지만 가장 어린 수련수사처럼 머리를 숙이고 질책을 받을 줄도 압니다.그리고 성서를 이해하는 동시에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치즈를 만들 줄도 아는 분이지요."(235쪽)

 

'자신의 일거일동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할 것인가를 재고 계산해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고방식이었다.그는 다소 마땅치 않은 어조로 말했다."평소에 나는 단지 하느님께서 내 행동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236쪽)' 

필립의 소신이 왕부러웠던 대목이었다. 

이야기의 한 축을 끌어가는,대성당 건축이 필생의 꿈인 건축장 톰도 있다. 
어쩜 장인이라는건,하늘이 주신 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당 건축이 하고 싶어,안위로운 삶을 마다했다 일이 틀어져 쫄쫄굶기를 밥먹듯 하고, 
그과정에서 아내도 잃게 된다.
도입부에서 아기를 낳다 아내를 잃는 것은 그렇다 쳐도,엘렌과 바로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은,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서 였다고 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아니,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엘렌을 마녀로 몰아가는 설정도 좀 그랬는데,
중세란 시대는 여자가 자기주장을 똑부러지게 펼수 없었던 시대였을까?
만약 그런 여자가 있다면 마녀로 지탄받을 수 밖에 없었을까?
나도 쇄뇌를 당했으니 말이다.

우리의 석공 톰은 글쎄,
이 책의 첫부분에서 아내를 잃게 되는데,
그날 다른 여자를 맞이하게 되면서는 맹숭맹숭하다가,1권의 마지막에 가서 아내를 떠올리고 회한을 느낀다. 

톰의 아들 엘프레드를 놓고 엘렌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 난 아버지가 아니지만 톰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신같이 사려 깊은 사람이 어떻게 엘프레드에 대해서는 그렇게 맹목적이에요?"
톰은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녀석은 대식가에다 참을성이 모자라지.그게 죄라면 이 세상의 사춘기 소년들의 절반은 비난받게 될 것이다.(307쪽) 

431쪽의, 
'...톰과 잭의 어머니는 즐겨 불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문장이 많은데,
'톰과 잭의 어머니는 불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걸 즐겼다.'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 까? 

톰은 일을 찾고 안정이 되자,격심한 후회가 밀려오며 고통스러워 하기 시작한다.
성적인 욕구를 풀어주는 대상은 엘렌이었을지 모르지만,
엘렌으로부터는 가정 생활이라는 걸 못 느낀다.
다시 말하면,자녀를 돌보고,의지와 조언이 되는 얘기들을 하고 하는 일이 없다.
대화도 없이 상대를 이해시키기를,이해해 주길 바란다.
얘기를 안하고 상대가 눈치가 빠르니 상황파악이 되었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그러니,1권 마지막에 맞게 되는 이들의 이별이 놀랍지는 않았다.

"공사장이 깨끗해 보이도록 해놓으세요."애그니스는 중요한 사람의 방문이 있을 때면 말했다.'톰,그들이 당신에게 맡기길 잘했다고 생각하길 당신도 바라잖아요.'물론이지,여보,톰은 마음 속으로 대답했다.그런 다음 그는 혼자 미소를 지으며 일에 착수했다.(448~449쪽)

암튼,꾹꾹 눌러참았던 눈물을 이 부분에서 터뜨렸다. 
그러고는 어쩌지 못하는 헉헉 울고 말았다. 

2권을 읽어야 하지만,이렇게 눈물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때론 필요한 것이구나 싶어... 
여운을 즐기고 앉았다.

 
(오만과 편견의 남 주'매튜 맥퍼딘' 얼굴도 보인다.드라마를 찾아 보아야 할까 보다~)

태초에 신이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은 그 세상 위로 '대지의 기둥'을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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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10-14 12:05   좋아요 0 | URL
어떤 일도 계획대로 되는 법은 없다...에 공감해요.
이 책 재밌겠어요. 하지만 책은 쌓였고, 읽지는 않고, 그저 재미난 책만 찾고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0-10-16 12:14   좋아요 0 | URL
이 책,재밌는 건 맞는데...2권으로 가니까 약간 2류 삘이 나요~^^

Forgettable. 2010-10-20 09:58   좋아요 0 | URL
오 이 책 아까 40자평부터 궁금했는데 이 리뷰 보니까 완전 완전 궁금하네요.
아 한국책 멀리하고 있는데 이건 보관함에 넣어두어야겠어요!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0-10-21 08:24   좋아요 0 | URL
원서로 읽으셔도~
한 1000쪽 분량 되던걸요.
번역본,좀 삐그덕거려요.(속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