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깨다
대니얼 데닛 지음, 김한영 옮김, 최종덕 해설 /
동녘사이언스 / 2010년 5월



옛날엔 과학의 영역과 종교나 철학의 영역을 별개로 놓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근원으로 올라가면 과학이나 철학이나 종교가 한 뿌리에서 자라나는 다른 갈래의 나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 안 되었는데... 
남자는 일생을 통하여 일이나 직장이 모든 것에 우선인 반면, 
여자들은  부모에서 배우자로 거기에서 자녀로 관심이 옮아가다가  
거기서 번지수를 잘못 찾아 외로워 외로워 하거나 바람이 나거나 종교를 갖게 되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은 굳혔다.
부모나 배우자나 자녀나 바람이나 종교나 대상이 틀리지만 근원으로 올라가 마음이 틀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바람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종교는 괜찮다고 하는...그 잣대라는 것이 정말 공정하고 절대적인 것이냐 뭐 이런 생각을 했던 터였다.   

다시 말해 '종교는 신성불가침 한 것이니 무조건 믿어야 한다.' 
는 생각을 조금만 비틀면, 
'맞나 틀리나 한번 과학적으로 연구해보자' 
이 정도의 유연한 사고는 나와줄 수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말살해야 할 정신의 바이러스에 불과하다!'
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과격하지만 일리있다고 생각했었지만,종교계의 반발에 부딪쳐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었던 터였다.
이 책 <주문을 깨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함께 나란히 출간된 종교 비판서인데,우리나라에는 이제야 번역되어 나온게 못내 아쉬울 뿐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종교가 무조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으니 한번 연구해보자'
는 견해에 전적으로 수긍하겠기에 이 책이 흥미로웠다. 

책 제목 <주문을 깨라(breaking the spell)>에서 직접 겨냥하고 있는 '주문'은 종교를 솔직하고 전면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막는 '금기'다.
주문 깨기는 곧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종교를 둘러싸고 있는 거짓과 신화, 위선의 장막을 걷어내려는 시도다.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모두가 임금님이라는 권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실을 폭로하지 못하는 것이나, 떨어져도 죽지 않는 높이인데도 나뭇가지에 매달려 아래를 보지 못하는 사람에 비유한다. 저자는 그 사람들에게,
" 과감히 폭로하라! 나뭇가지에서 손을 놓고 떨어져라!...놓으시오! 놓으시오! 추락하는 걸 느끼지도 못할 겁니다!"(47쪽)
라고 얘기한다. 

'신에 대한 믿음은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그것은 신에 관한 전승 지식의 많은 부분이 산타클로스나 원더우먼에 관한 지식처럼 ‘믿을’가치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상한 것은 그것에 대해 웃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신을 번개 막대기를 들고 구름 위에 앉아 있는 엄숙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으로 묘사하거나, 이런저런 불행을 안고 천국에 도착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음란하거나 순진한 농담을 늘어놓는 그 모든 만화를 생각해 보라. 이 유머의 보고는 가장 완고한 청교도들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을 킬킬거리게 만들지만, 우리가 창세기 2장 21절의 하느님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벗어났는가를 마음 편하게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276~277쪽) 

종교적 실체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종교는 도덕성을 함양하고 삶의 의미를 주는 긍정적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들려주는 대답은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신앙의 절대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종교의 특성상 관용의 제스처는 위선이며 언제든지 광신과 배타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에 기반해, ‘초자연’을 내세우는 종교를 검증한다.
'신은 정말로 존재할 수도 있고, 우리를 창조한 지적이고 사랑을 베푸는 존재일 수 있지만, 종교 자체는 여러 현상들의 복잡한 집합체로서 완전히 자연적 현상이다.'
종교의 도덕적 원리가 절대적 선험성이 아니고 인간 사회의 최적화를 위한 자연적 체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종교는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담배도 그렇다. 베트남 전쟁 때 종교보다 담배에서 훨씬 더 큰 위안을 느꼈던 병사들에게 물어보라.'
 그는 신은 존재하는가, 종교는 과연 우리를 도덕적으로 만드는가와 같은 물음들을 따지며 ‘신이라는 망상’을 깨야 한다는 주장을 펴간다. 

하지만,그가 이 책에서 설명한 종교의 진화 과정 역시, 그 스스로 인정하듯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다시말해,과학서로 접근하려 한다면,아무것도 명쾌하게 대답해내지 못하는 고로...대책이 안 서지만, 
각종 종교현상을 둘러싼 무수한 호기심에 대해서 그냥 얼버무리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면, 
종교와 과학의 최전선의 대척점을 확인하고자 한다면,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참고로,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가  쓴 책 <메이팅 마인드>를 아주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책이 마냥 어려울 거라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연애
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옮김, 최재천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9년 1월

메이팅 마인드
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옮김, 최재천 감수 / 소소 / 2004년 4월
('연애'라는 이름으로 표지를 바꿔 새로 나왔나 보다)



그동안은,인간이 왕성한 성적에너지를 발산하고 표현하는게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예술을 하고 과학연구를 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승화'시킨다는 '프로이트'의 이론만을 알고 있었던 나에게,여성에게 선택받고 섹스를 즐기기 위해 언어,예술,도덕,창의성...을 찬조한다는 제프리 밀러의 이론은 신선했다.

과학서이기 때문에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고,그래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이고,그래서 다 '참'인 명제여야 한다고 생각했었을 때는 좀 부담스러웠는데...
생각을 바꾸어,'진화심리학'계에 이런 이론도 있는데 사고가 유연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읽기가 쉬워진다.

*자연선택;생존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화과정
*성선택;번식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화과정

내용은,성선택에 대한 설명,예전에 다윈이 성선택설을 얘기했었는데 묻혀있다가 다시 부상하게 된 배경,성선택설의 여러 관점 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성선택을 풀어 애기하자면,'수컷이 과시하고 암컷이 고른다'는 뜻이란다.수컷은 구애하기 위해 언어,예술,도덕,창의성 등을 사용한다는데 나의 경우를 돌이켜 봤을 때 '언어구애'가 가장 설득력있다.

"...첫째,여성들은 한결같이 열렬한 언어구애를 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며,둘째는 구애노력의 비용이 높기 때문에 남성들은 성적 관계를 시작하거나 재개하기 위해 필요한 순간에만 구애노력을 하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인간의 모든것들이(사랑이라든지,사랑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어 운명이나 소울메이트라고 미화시킬 수 밖에 없는 경우든지 간에)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에서 시작되는 거지,감정적 미숙도,자제를 못해서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것도,인성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우리는 원시시대를 살고 있던지,성만을 위해서,성을 댓가로 사는 것이 된다.

적어도 우리를 이런 원시시대에서는 끄집어 내서,우리의 감정적 성숙이나 자제를 통해서,인성교육을 통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해 주어야...동물들과는 다르게 사는 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경우도,저자가 끝내주는 글빨을 가졌고,번역도 훌륭하고,내용도 재미있다.하지만,이론을 설명하기만 했을 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 못해...못내 아쉽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0-06-03 20:44   좋아요 0 | URL
오,,읽어보고 싶으네요. 제프리 밀러...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것 같아요. 글을 보니 흥미롭네요.^^

양철나무꾼 2010-06-04 09:46   좋아요 0 | URL
네,종교적인 유연함을 가진 분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루체오페르 2010-07-01 15:48   좋아요 0 | URL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종교에 대한 제 견해가 이쪽인지라 관심이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0-07-02 10:27   좋아요 0 | URL
리스트에 '주문을 깨다'와'노임팩트맨'을 본 것도 같네요~
읽으시고 얘기를 나눠봐도 재밌을 것 같네요~^^

루체오페르 2010-07-02 11:59   좋아요 0 | URL
견해가 다른 경우 토론,토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하나의 교류인데
아무래도 종교는 민감한 주제라 다른 견해끼리는 친한 사이라도 꺼내기 어렵더군요.^^;

맞습니다. 예전에 담아놨거든요. 방문해서 제 리스트까지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글이 별로 없어서 리스트를 보신거 아닐지 걱정입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0-07-02 13:30   좋아요 0 | URL
아뇨,그렇지 않구요~

글은 두고두고 차근 차근 읽어야 할 것 같았고요,
리스트를 보며 성향을 좀 엿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