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태양이나 별처럼 자체발광하는 것도 있지만,달처럼 태양빛을 받아야 빛을 낼 수 있는 것도 있다.


난 <이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을 책으로 먼저 알았다.<내파란 세이버>에 필이 꽂혀 그의 전작을 찾아 읽었었고,'박흥용'이 분의 내공을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영화도 그 연장선 상에 있을 것으로 짐작했었다.
그러나,결론부터 말하면 영화,<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은 전혀 다른 버젼이다.
이준익감독이 그의 시각을 가지고 새롭게 해석해냈다.
박흥용의 원작에 대한 인상이 깊어서 그런지,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나는 영화가 재미없었다.
난 영화를 보기 전부터 황정민 분 황정학에 관심이 많았었다.
언젠가 만화책을 보았을 때 황정학을 놓고 ,
'사암스님이다.','아니다,서산 사명대사다.'해가며 침 튀기는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었다.
때문에 그런 내공있는 역할을 누가 제대로 할 수 있을 까 우려도 했었고,
그런 역할을 황정민이 한다고 했을 때 내심 안심했었다.
영화 속에서 황정민은 천연덕스럽게 황정학을 제대로 연기해 냈지만,
그로 인해 이 영화는 실패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황정민의 돋보임 속에서 다른 이들은 하나의 배경 이상의 역활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황정민의 두드러짐을 느끼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면 황정민에 감정이입을 해 황정민 주연의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을 만들고 싶었을까?
영화라는 건 한컷 한컷,한장면 한장면이 돋보이면 그만인 스틸사진은 아니다.
그들과 잘 어울리고 버무려져 한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영화가 재미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캐릭터 분석에 실패했거나,
아님 캐릭터에 맞게 배역설정이 되지 못했었다.
(내 생각으로는,황정민을 제외하곤 적절하지 않다.)
처음 한견주 역할의 백성현을 보았을 때부터 난 불안했다.
저렇게 뽀얀 얼굴에 말알간 눈빛으로 한견주를 연기해 낼 수 있을까?
망나니 역할일때는 그렇다치더라도,칼을 쓰게 되면서 그의 눈빛이 바뀔 수 있을까?
한견주가 보여주어야 하는 내면적인 갈등과 고뇌들을 그는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내 예상처럼 그는 영화 전반에 걸쳐서 눈에 힘주는 것 하나로 밀어붙인다.
백성현은 아직도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겠구나 싶었던 건,
배에 칼을 맞고 사경을 해매다가 살아나,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에서 였다.
자세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그는 배가 아프고 땡겨서 걸음을 못 걷는게 아니고 다리를 다쳐서 못걷는 행세를 한다.
'저건 아니데...'하는 마음에,그의 배를 향하여 힘차게 주먹질이라도 한번 해줄까 싶었었다.
차승원은 표정에서는 그럭저럭 따라가주는데,그의 눈빛도 한가지 표정만을 담고있다.
(혹자는 덧니를 드러내고 묘한 웃음을 날리는 그 장면을 압권이라고 표현하더구만...)
칼잡이의 눈빛을 본 적이 있는가?
칼잡이가 보여주어야 할 그런 매서운 눈빛,연인을 바라볼 때 보여주었어야 하는 그런 그윽한 눈빛이 없다.
영화에서는<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의 심오한 뜻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그냥 칼부림이 난무하는 복수극으로 끝나고 말지만,
책은 견자라는 한 인간의 성장기이다.
적어도 이몽학과 한견주 사이에 힘의 균형은 보여주었어야,<구르믈 버어난 달처럼>의 심오한 뜻을 짐작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서로를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되돌아보고 반성하고,그렇기 때문에 발전하고 빛날 수 있는 것이다.
태양이 없다면 달은 빛날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책의 한구절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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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라도 다 같은 하루살이는 아니다.하루살이가 아무리 날아봐야 하룻길이지만,천리마에 붙어있으면 하루에 천리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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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상과 서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생각난 책,
'김탁환'의<방각본 살인사건><열녀문의 비밀><열하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