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온다 - 늑대를 사랑한 남자의 야생일기
최현명 지음 / 양철북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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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북펀드 광고를 통하여 알게 된 책이다.

적립금은 남아 있으나 중압감이 있는 책을 읽느라 신간을 들이기에 버거워 하던 차에 북펀드 광고를 만났다.

내용이 솔깃하여 동참하였고, 책을 받아 읽었는데,

재밌어도 너무 재밌는 거라.

탁월한 안목이라며 자뻑을 하고 있는 중이다, ㅋ~.

 

사실 최현명 이 분이 누군지 몰랐고,

개인적으로 늑대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늑대는 물론이거니와 개나 고양이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싫어한다기보다는 무서워한다, 가 적절한 표현일텐데, 여기서 시시콜콜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늑대를 사랑한 남자의 야생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생물이나 무생물을 의인화해가며 'ㅇㅇ을 사랑한~'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 것은 열정이라고 하기엔 흔한 일이라서 별다른 기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재밌었다.

'2002년 네이멍구를 찾았던 45일간의 기록'이라는데 하루도 안 빼놓고 차근차근 적어내려간 것도 흥미로웠고,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사건(?)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개인 심경의 변화나 내적인 갈등들을, 찌질하게 비춰질 정도로, 솔직히 써내려간 것도 좋았다.

 

내가 무엇보다 감명을 받았던 것은 어린 늑대들을 키우게 되면서 그들의 야성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대목에서 였다.

자신이 먹을 것도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늑대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이상했던 부분이 있는데,

지금까지 본 늑대 중 흰 늑대나 검은 늑대를 본 적 있는가?

"계절별로 다르긴 하지만 흰색이나 검은색 늑대는 본 적이 없다."(35쪽)

 

'계절별로 다르긴 하지만'이란 수식어는 보호색 따위와 관련하여 늑대의 털 색깔이 바뀐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은데,

흰색이나 검은색 늑대를 본 적이 없다는데 '계절별로 다르긴 하지만'이란 수식어는 무의미해 보였다.

 

최현명 님의 늑대에 대한 애정도 애정이지만, 글 자체가 재밌었다.

닷새째 씻지 못했다. 마실 물도 얼마 없는데 차라리 잘 됐다 싶다. 닦고 씻는 것도 귀찮기만 하다. 생각해보면 평소에 내가 하루에 쓰는 물이면 이곳 사람들은 열흘뜸은 사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 사람들이 "돈을 물 쓰듯 한다"고 하면 자린고비를 말하는 걸까!(72쪽)

읽다보면 어느새 동화되어 이들과 함께 늑대굴을 찾고 어른 늑대가 나타나길 염원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문장도 인상깊었다.

이게 쓰여진게 2002년의 일이고 보면, 뭐랄까, 글만으로 그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짐작컨대 서른아홉, 마흔 무렵이었을텐데 말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사람이나 동물은 물론이고 때론 식물들도 저마다 어떤 '기'를 내뿜는 듯하다. 잔뜩 긴장한 나의 몸놀림은 땀 냄새나 카메라 셔터 소리보다 더 동물들을 긴장하게 할 것이다. 여우 오줌 냄새를 맡은 사냥개처럼 마냥 헤집고 다니는게 능사가 아닌 것이다.(88쪽)

 

그래서일까, 나는 이런 인간적인 성찰들이 좋았다.

전문가는 과장하길 즐기고 일반인은 오인하기 쉽다.(112쪽)

 

집 떠난 지 22일째. 무슨 일을 하든, 그 시작과 끝 사이에는 절정의 시기와 침체기가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인 바이오리듬들도 때로 영향을 미치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영 엉망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엔 늘 거리가 있다. 단순히 현실이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언제나 기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기대한 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125~126쪽)

 

그렇다고 인간적인 성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인 성찰은 고뇌의 흔적으로 남아 아름답기까지 하다.

ㆍㆍㆍㆍㆍㆍ여우는 정작 나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여우가 있는 쪽에서 나를 향해 불어오는 맞바람도 한몫했을 것이다. 내 바로 앞을 지나쳐가돈 녀석은 셔터 소리를 듣고야 나를 발견한다. 녀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어 선다. 동그랗게 눈이 커지는 모습이 렌즈를 통해 고스란히 내 눈 안에 들어온다. 녀석의 영혼이 그대로 필름 안에 새겨진다. 나는 카메라를 이용해 사냥을 한 것이다.(194쪽)

 

이런 문장도 좋았다.

나는 속으로 이별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할매는 오히려 점점 더 친아들을 대하듯 한다. 서울에서라면 나는 아파트에 틀어박혀 한 뼘도 안 되는 벽 너머에 있는 옆집 사람과 한마디도 하지않고 몇 년이라도 지낼 수 있다. 그만큼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 나 역시 달라진다. 달라져야 버틸 수 있다. 여행을 하게 되면 눈 앞의 것만 보던 좁은 시야가 휠씬 넓어지게 된다.(325쪽)

 

나도 직장에선 수다스럽다고 할 정도로 재잘거리지만,

집에서는, 모처럼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한마디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

남편이랑은 재스츄어나 눈빛, 숨소리만으로 서로의 속내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함께 했다.

굳이 말이 필요없다.

 

가장 깊게 와닿았던 것은 이 대목이다.

몽골의 초원이나 숲속을 헤매다보면 대자연 안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대자연을 낭만적인 눈으로 아름답게만 보는 것은 순진한 태도일 것이다. 저 자연 안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자연 안에서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곳은 생태계라는 숨 막히는 질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곳, 용서와 배려와 관용 따위는 처음부터 없는 곳이다.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먹는 것부터 늑대가 사슴을 물어뜯는 것까지, 초 단위 분 단위로 사냥과 죽음이 벌어지는 곳이다.(374쪽)

 

이 대목을 읽고 다시 한번 깨달은 거지만,

우리는 때로 때때로 인간 중심의 가치관에 얽매여 산다.

자연 안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어쩜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늘 그렇듯 스스로의 운행규칙을 가지고, 그렇게 그렇게 운용되어 가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자연~스럽게 자연 앞에 '大'자 붙는 '대자연'이란 말이 떠오르고,

그런 대자연 속에서 인간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자연~' 겸손해진다.

 

언젠가 읽었던 엘렌그리모 라는 피아니스트의 '특별수업'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엘렌 그리모를 강렬한 타건을 지닌 피아니스트정도로 알고 있던 내겐,

그녀가 키우던 늑대 이야기가 옵션 정도로 여겨졌었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늑대는 멸종되었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엘렌 그리모의 늑대를 다시 한번 떠올랐는데,

인간 속에서 자라 야성을 잃어버린 그것을 계속 늑대라고 불러도 좋을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주었다.

 

우연히 읽게 되었지만,

내겐 웬만한 소설책이나 동물의 왕국보다 재밌었다.

책의 뒷부분에 실린 사진 또한 별책부록이 아닌, 특별 선물 같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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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6-24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님 오랜만입니다. 글은 늘 보고 있었지만, 이렇게 또 댓글을 달기 위해 글을 여럿 읽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

양철나무꾼 2019-06-25 09:29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Nussbaum님.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제가 언제부턴가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하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일관되게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런 경향이 농후하였지만서도, ㅋ~.)
점점 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기능보다,
생각을 정리하는 기록적인 면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글을 여러 번 읽으셨다니 민망한 마음이 더 크네요.

늘 꿈을 갖고 꿈을 향하여 나아가시는 님 멋져보여요.
응원하겠습니다~!^^

순오기 2019-06-24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양철님, 벌써 읽고 리뷰까지 쓰셨네요. 부지런하셔라~ ^^
최현명 선생님은 또 답사를 가셨는지 오늘 몽골에 함께 있다고 지인이 사진을 보내왔던데요~^^

양철나무꾼 2019-06-25 09:33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이 쓰신 페이퍼는 벌써 봤었지요~^^
최현명 님도 이젠 나이가 좀 되실텐데,
꿈을 향하여 정진하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래도 이젠 건강에 신경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순오기 님도 이 더운 여름, 지치지말고 건강하시길~!^^

순오기 2019-06-26 0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해요. 무슨 일을 하든 건강이 젤 중요하죠!
최현명샘은 아직 젊으신데요~^^

양철나무꾼 2019-06-26 08:19   좋아요 0 | URL
ㅎ,ㅎ...오해의 소지가 좀 있는 댓글이었네요.
책을 읽다보니 최현명 님이 머무르셨던 ‘네이멍구‘라는 곳이 완전 리얼 야생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젠 그런 고생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는데 말예요~^^

순오기 2019-06-27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님~ 오해 아니고, 최현명샘 63년생이니 젊다고 한 건 웃자고 한 말이어요. 하루에 10번은 웃어야 좋대요!♡^^

2019-06-28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1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1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7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8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8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9-07-25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현명 선생님은 우리나라 포유류 연구자 중에 제일 유명하신 분이지요.
강의를 그림 그려가며 하시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다고 하더라구요.
아쉽게도 저는 아직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없었네요.

이 책을 장바구니 담아놓고 아직 구매를 못 했네요.
저도 빨리 받아서 읽어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9-07-30 16:1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최현명 님은 이 책으로 처음 만났고,
그전에 어떤 사전 지식은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엄청 좋았고...앞으로 그분의 책이 됐던. 강의가 됐던,
기회가 된다면 또 접해볼 의향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엄청 덥습니다.
더위에 지치지 않게 기운 내자구요~^^

2019-07-27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30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30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