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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평점 :
어떤 책은 아주 좋았어도,
좋아서 감동이 쓰나미로 몰려왔어도,
리뷰로 풀어내려야 낼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 책 전에 읽은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를 읽을 때부터 그러하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완전 팬이 되어 버렸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속담에 한마디 보태자면 '아버지도 만들었다'정도가 되겠다.
사실 이렇게 곳곳에 '눈물' 코드를 장착한 책은 예전에도 잘 안 읽었고,
아들 일 이후론 더 안 읽게 되는데,
이 책은 꺼이꺼이 울면서 다 읽었다.
책 뒷표지에 보면 소설가 정용준 님이 이 책은 반성문으로 쓰였지만 러브레터나 최고의 시집이 될거라고 했는데,
나도 딱히 반박할 마음은 없다.
나는 내 선택이 아닌 선택이 온당하고 바름을 증명해낼 것이고 그 일을 성실히 잘하고 있음을 검사할 것이다. 날마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삶은 은근한 지속에 더 가치가 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결국 내키는 대로 사는 자가 이룰 일이다. 나는 이 일이 선뜻 내킨다.(53쪽)
이 말은 어찌 읽으면 중의적으로도 읽힌다. 중의적으로 읽어야 뜻이 선명해지고 그의 깊고 융숭한 속이 돋보인다.
시인의 어머니가 하셨다는 이 말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 두고 두고 되새겼다.
이틀 후, 고향에서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마침 술을 마시며 속이 상해 죽겠다고 다소 과장된 몸짓을 곁들이며 떠들어댔다. 주위가 시끄러웠다. 애기 혼자 두지 말고 일찍 다녀. 잘 들리지 않아 밖으로 나온다. 입김이 난다. 하얀 그것이 네온사인에 부딪혀 사라진다. 우리가 계절 앞 입김만도 못하게 느껴진다. 곧 취위 속에 사라질 것이다. 액체. 소량의 눈물. 내것인가? 진짠가? 엄마가 말한다. 왜 우냐. 우린 87년에도 울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면 다 살아지는 법이다.(57쪽)
난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시인의 팬이 되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이 구절을 읽고 시인의 어머니에게 무한감동 하였고,
시인이 깊고 융숭한 것은 다 어머니 덕분이지 싶었다.
실은 이 구절이 나 또한 다독이고 다잡아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아니 나는 언제부턴가,
한번 허물어지면 감당할 수 없게 될까봐 온 힘을 다하여 버티고 있었고,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스스로에게 '어떻게든 살면 다 살아지는 법이다'라고 하며 입안에 고이는 침을 눌러 삼키듯 눈물을 눌러 참고 있었다.
행복하니? 어머니는 가끔 묻는다. 나는 뭘 그런 걸 묻느냐고 답한다. 어머니는 당신의 손녀가 당신의 아들에게 커다란 짐이 될까 겁나게 무섭다고 했다. 그리하여 내가 불행해질 것 같아 불안해 죽겠다고 말했다. 매일 가는 등굣길을 앞에 두고 차 조심, 길 조심, 신신당부를 하던 보통의 엄마들처럼 그녀는 나의 어머니다. 그뿐이다.
어머니는 해외여행이나 가방이나 등산복을 원하지 않는다(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내게 행복을 요구했다. 역시 그뿐이다. 나는 내가 괜찮음을, 아이가 나에게 짐이 되지않음을, 아이가 나에게 괜찮은 존재임을, 아이가 나에게 있어 멋진 선물 꾸러미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를 위해 안방에서 혼자 몇 번 울지도 모르겠지만, 또한 그뿐이다.(148~9쪽)
이 구절을 읽으면서 존재로 인해 불행해지는 법은 없는 법이라고,
시인의 어머니에게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현명하게도 그 사실을 금방 터득하신 모양이다.
난 아들의 부재로 인하여 더 이상 행복할 일이 없음을 쓸쓸히 깨닫지만,
그건 알려드리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사실 저 구절을 읽을 당시에는 '어머니는 당신의 손녀가 당신의 아들에게 커다란 짐이 될까 겁나게 무섭다고 했다'는 부분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거의 끝부분-아버지의 등장 부분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뭐~(,.)
누군가가 그제는 'Gerald garcia'의 'Milonga'를,
어제는 '헨델'의 '울게하소서'를 권해주셨다.
그런데 나는 권해준 음악은 물론 들었고,
청개구리 기질이 발동하여 이런 음악을 덤으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