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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산사순례'편, 이 책은 유홍준 님의 새 책은 일단 들이고보는 습관 때문에 택했다.
그동안의 '답사기'에서 '산사 순례'편만을 엮어 펴낸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기왕 발표한 글들을 다시 엮는다는 것이 한편으론 마음에 걸리셔서 책을 펴내며 '산사의 미학'이란 글을 새로 쓰셨다는데,
우리나라의 산사 7곳이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특별판이란다.
7곳은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라는데,
대충 훑어보니 이 책에 언급된 곳은 4곳이다.
나머지 3곳을 더하여 엮어내는 것이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유홍준 님의 답사기는 (낯설고 어려워서) 일본편부터 안 읽었다.
어쩌다 보니 서울편1, 2권도 대기중이다.
산사순례 편은 한 번씩 읽은 거라서 지루하겠다는 건 나의 편견일뿐.
문장력에 탄복하며 새 책을 읽듯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지누 님을 엄청 좋아하여,
이지누 님의 그것들과 비교하며 읽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ㅋ~.
이 책에 나오는 16곳 중 직접 가본 곳이 반 정도 되는 것 같고,
나머지 반은 책으로만 읽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절을 꼽으라면 순천의 선암사를 꼽겠으며,
여러 번 가봐서 익숙해서 좋은 절은 선운사와 내소사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말도 잘 하지만, 글도 훌륭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난 수사가 화려한 미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정도의 미문이라면 탄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동백꽃은 반쯤 져갈 때가 보기 좋다. 떨어진 동백꽃이 검붉게 빛바랜 채 깔려 있는데 밝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이파리 사이사이로 아직도 붉고 싱싱한 동백꽃송이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은 마치 그림 속에 점점이 붉은 악센트를 가한 한 폭의 영화를 연상케 한다. 그날따라 하늘이 유난히 맑다면 가히 환상적이다.
그러나 동백꽃이 지는 모습 자체는 차라리 잔인스럽다. 꽃잎이 흩날리며 시들어가는 것이 꽃들의 생리겠건만 동백꽃은 송이째 부러지며 쓰러진다. 마치 비정한 칼끝에 목이 베여나가는 것만 같다.(134쪽)
실은 요번 추석때 도솔암에 다녀왔다.
시댁이랑 가까워서 간김에 좋은 기운을 받아오자 하는 취지에서 산책 삼아 다녀오게 되었다.
난 밑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갔는데,
가는 길에 오가는 차들이 있는 걸로 미루어 도솔암 바로 밑에까지 차로 오를 수도 있나 보다.
위의 사진은 요번에 내가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편 개정판 62쇄의 사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진은 이 사진과 비슷한데 사람이 빠졌고 사진이 컬러이다.
내가 갔을땐, 사진에서 보이는 낭떠러지 같은 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길은 오르기 쉽게 평탄하게 조성된 듯 하지만,
가는 곳마다 기와불사에, 성미, 성수 판매에 상업색이 짙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중간에 차를 마실 수 있는 쉼터가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곳을 운영하시는 듯한 스님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아들을 향하여,
걸그룹 ㅇㅇ을 아냐고 반말로 묻더니,
맴버 중에 한 명을 지목하며 걔가 여기 광주 출신이란다...
라고 하며 울아들과 걸그룹 맴버를 같이 낮추어 버리는데,
좀 민망하였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편'의 선운사 부분만 대충 비교해 봤는데,
'백파와 추사의 선 논쟁' 중 일부와 '추사의 백파비문'이 삭제 되었다.
마지막 '풍천장어와 선운리 당산제'라는 제목은 그대로인데, 당산제에 관한 내용도 삭제되었다.
이제는 당산제가 사라져서 내용이 삭제된 것이라면 제목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쉬운 대목이다.
다른 부분은 어떻게 빠지고 더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편'의 초판 1쇄 발행일이 1993년이라고 되어 있는걸 보면 25년도 전의 일이다.
요즘 세상에 걸맞게 매만져서 나왔으면 좋았겠다...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고보면,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문화유산은 그대로 남겨둔다고 해도,
주변의 가림막이나 보호대 같은 것을 더 철저하게 보완하는데,
그게 문화유산이랑은 완전 동떨어져 겉도는듯 여겨진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이란 시구를 '세월'로 바꿔본다.
'세월은 가도 문화유산은 남는 것'이 될 수 있도록~!
현대적인 것을 더하여 보존하는 것이 나은건지,
좀 불편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게 나은건지, 생각해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