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오거나이징 - 세상을 움직이는 제1의 힘
해리슨 오웬 지음, 한국오픈스페이스연구소 옮김 / 용오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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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오거나이징(Self Organizing), 자기 조직화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구성한 조직을 포함한 우주 전체의 시스템에서 발생된다.  즉 자기 조직화하지 않는 시스템은 없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실을 놓치기가 쉬운데, 그것은 우리가 기존의 방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존의 방법들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통제'가 있을 수 있다. 통제, 일반적으로 관리자들은 무질서의 상황(역동적인 혼돈)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능력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지극히 당연하다. 불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그 대답이다.
 
셀프 오거나이징, 즉 자기 조직화는 통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러한 통제를 그만둘때에 다른 많은 긴급한 문제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할 때에는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은데, 그것이 가능하며 또한 하이 퍼포먼스(High Performence)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이 책에 나오는 멋진 이야기가 있어서 잠깐 소개하도록 하겠다.
 
웨이브 라이더를 아는가? 파도를 타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윈드 서핑을 하는 사람들과 같은 그런 서퍼들 말이다. 바다에 들이치는 파도는 매순간 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결코 동일하지 않으며, 이러한 파도가 만들어 지는데에는 여러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주변 지형-가령 섬과 육지의 위치-이라든가 바람의 세기라든가 또는 주변 바다의 힘 등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힘들이 작용하여 만들어진 파도는 웨이브 라이더가 통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웨이브 라이더들은 몰려오는 거대한 파도 위로 멋지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파도를 탄다. 바다의 엄청난 힘을 동력으로 하는 웨이브 라이더의 하이 퍼포먼스(높은 성과)가 펼쳐지는 것이다.   
 
통제하지 않아도 하이 퍼포먼스가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은 모든 시스템이 스스로 자기 조직화를 하려 하기 때문이며, 또한 하이 퍼포먼스는 혼돈과 혼란 및 갈등을 포함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힘들의 생산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로 온전하고 건강하고 조화로운 특징을 지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하이 퍼포밍 시스템(High Performing System, 이하 HPS)을 추구해야 한다. 과거의 방식인 '문제점-해결책 접근법'은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을 뿐이며, '시스템적 사고'는 앞서 말한 문제점-해결책 접근법에 비해 시스템과 그 환경을 고려하기는 하나 다양한 형태의 시스템에 접근하려 할 때 취약점을 드러내므로 한계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만 하이 퍼포밍 시스템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우리는 '오픈 스페이스 테크놀로지(OST)'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것은 그렇게 대단한 방법은 아니다. 원으로 둘러 앉아, 게시판을 만들고, 장터를 열어, 일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OST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오픈 스페이스(OS)라고 한다. 단 여기에는 4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첫 째로는, 누가 오든 오는 사람이 맞는(이 일에 적합한) 사람이다. 둘 째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즉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 째로는, 언제 시작하든 시작하는 시간이 맞는 시간이다. 마지막으로는, 끝나면 끝난 것이다. 즉 어떤 일이든 끝이 있으며, 끝에 도달했다면 다른 일로 옮겨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한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두 발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만약 자신이 배우거나 이바지하지 못한다고 느끼면 더 나은 곳으로 두 발을 이용해 움직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상식으로 이 법칙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난관에 부딛힐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굉장히 무례하다고 보여지며, 또한 이렇게 하면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적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실험을 통해 볼 때에 오픈 스페이스 환경에서는 이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모임의 효율성과 효과성, 총체적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OST라는 기법을 접함에 있어서 또다시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나 되돌아 봐야 한다. OST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바로 '자기 조직화'이다. 이 자기 조직화를 잊어서는 안된다. 흔히 우리는 어떠한 툴(tool)을 사용하는데 정신이 빠져 그 툴안에 들어있는 기본적 개념을 망각해 버릴 때가 많은데 이는 늘 조심해야 할 점이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OST가 자기 조직화 과정이 일어나는 생생한 실례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OST는 자기 조직화 메커니즘의 힘을 발휘하여 우리를 직관의 영역으로 인도해준다. 참고로 이 직관과 관련해서는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Blink'라는 책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결론을 내려보자.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자기 조직화하지 않는 시스템은 없다. 또한 자기 조직화는 적합성 모색 과정 중에 하이 퍼포먼스가 일어나도록 작용한다. 이러한 자기 조직화의 힘은 (앞서 말하진 않았지만) 질서와 하이 퍼포먼스가 탄생하는 혼돈과 복잡성이 극심할수록 왕성해진다. 그리고 스스로 발생한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통제는 효율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통제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통제하려는 욕구와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시도를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그냥 놔두되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책에서는 지나친 통제를 작업 중 던지는 멍키 스패너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통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효율적이지 않다. 그것이 우리 생각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말이다.
  아참, OST를 빠져 먹을 번 했다. 자기 조직화가 이루어지는 실례는 OST에서 볼 수 있다. OST를 통해 우리는 자기 조직화가 이루어 내는 하이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기법을 우리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하이 퍼포먼스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셀프 오거나이징은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통제에 찌들려 있는 곳의 직원이나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관리자라면 반가운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이론으로 실제 조직가운데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 셀프 오거나이징이라는 이론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무슨 이론이든 처음 실제로 적용시켜보는 일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 한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하이 퍼포먼스를 달성할 거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 따라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떼었다고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셀프 오거나이징과 하이 퍼포밍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꼭 읽어보시라. 도움이 될 것이다! 
 
p.s)
참고로 셀프 오거나이징 및 OST와 관련하여 이 책을 번역한 한국오픈스페이스연구소에서 SOS(Self Organizing & Open Space)의 체험 워크샵을 열고 있으니 한번 참석해 보는 것이 책의 내용을 자기화 하는데 더욱 유익할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을 사면 이 SOS 체험 워크샵 무료 초대권이 들어 있으니깐 시간만 된다면 부담없이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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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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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서로에게, 누구나 외계인이다. ('코리언 스텐더즈' 중에서)

 

이 책에는 총 10개의 단편소설이 묶여져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는 '카스테라'와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와 그리고 '갑을고시원 체류기'가 기억에 남았다.

 

역시나 박민규이다. 그저 그이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뭐랄까 그만의 독특한 발상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이리라.

아, 블랙코미디라는 건 머리가 똑똑하지 않으면 웃기 힘든 건가 보다.

아직 적응이 안되는 걸로 봐서는 아, 나는 아직 머리가 덜 익은 것이 아닐까.

 

조금 아쉽다. 박민규의 소설은 분명 메시지가 있고, 유머가 있다.

그러나 이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혹은 이 두마리 토끼에 대한 독자의 기대가 그의 소설을 어렵게 하는건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나는 아쉬움이 남았고, 푸욱 빠져들기 보다 겉만 실컷 햝은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뭐, 그래도 읽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고. . . 저자에 대한 예의는

글쎄, 좀더 생각을 해보자. . .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1.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넣는다.

3. 문을 닫는다.

 

아, 이게 뭐야-

이건 고전 유머이고, 단지 이게 '카스테라'라는 소설에 나온다는 것 뿐이다.

 

냉장의 세계에서 본다면, 이 세계는 얼마나 부패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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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O 2011-08-0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sevi님, 안녕하세요 :-)

연극 <카스테라>의 대학생 기획팀 'MODO'입니다.



sevi님께서 작성하신 리뷰, 잘 읽어 보았습니다. 문화예술의 입지가 점점 좁아져만 가는 요즈음, sevi님의 글에서 저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의 교집합을 발견해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메일을 보냅니다.



sevi님이 포스팅하신 박민규 작가 관련 리뷰를 쭉 훑어보면서 저희는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독서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세상에, 문화예술의 향유를 위해서는 '인도자', 혹은 '정보 제공자'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MODO팀은 연극 <카스테라>의 '정보 제공자'로서 sevi님께 공연을 소개하려 합니다. 연극 <카스테라>는 잘 알고 계시는 박민규 작가의 소설 <카스테라>를 원작으로 한 공연으로서 그 작품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원작자이신 소설가 박민규님과 밴드 '카스테라', 그리고 서점 '알라딘'의 지지와 후원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훌륭한 작품성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는 곳이 이곳 대학로 연극계의 현주소입니다. 7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올리는 작품이니만큼 연극 <카스테라>는 관객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sevi님께 연극 <카스테라>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는 동시에 <카스테라> 관람을 권하려 합니다.



저희 MODO팀은 연극 <카스테라>에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공식 블로그에 방문해 주시면 여러 이벤트를 통해 연극 <카스테라>를 할인된 가격에 보실 수 있도록 배려해드리고 있습니다. sevi님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신선하고 놀라운 연극 <카스테라>와 함께 즐거운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http://blog.naver.com/aptory



대학생 기획팀 'MODO' 드림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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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목적은 오로지 진실을 밝혀내는 데 있어" 

"도중에 그만두면 정답은 영원히 찾아낼 수 없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박사는 무엇을 찾고자 한 것일까? 
 
이 책에는 수학자인 박사와 그의 미망인 형수, 그리고 새파출부와 그의 아들 루트-박사가 부르는 애칭-가 등장한다. 이야기 속에서 박사는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기억이 1975년에 멈춰져있다. 더이상 새로운 기억은 기록되지 않으며, 다만 지금 이순간 80분, 즉 1시간 20분씩만 기억할 뿐 말이다. (이러한 설정은 메멘토와 같은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것인지라, 낯설음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박사는 숫자와 수식에 집착하고 있었다. 아니, 아마 그에게는 이것들이 가장 친숙한 것이었을테니 당연한 것일까. 새파출부와의 첫만남에서 던진 대화가 '신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나?' 에서 시작해서, 꼭 누군가의 첫만남에서는 '숫자'를 물어본다거나 수식과 연관시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새파출부와 그녀의 아들 루트, 그리고 박사.
이 셋이 만들어 가는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

숫자와 수식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박사의 모습과,
야구라는 매체, 즉 기억장애가 있는 박사와의 접점을 만들어 
그와 시간을 공유하려 했던 새파출부와 그 아들 루트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으며, 
한편으로는 정말 눈물겹다고 밖에는 말하지 못하겠다.
(글에서는 이 상황이 눈물겹다기 보다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려져있다.) 
 
스스로 가장 친숙한 것을 통해 세상과의 이야기를 시도하는 모습, 그런데 이것이 고지식함이 아니라 친근감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소설 속의 박사는 매력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평가해본다. 나머지 파출부와 그의 아들 루트도 꽤나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들이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내게는 소설이 주는 즐거움과 함께 또다른 이점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더이상 수학의 수식들이 공포의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이상 나를 괴롭히던 성격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즉, 과거 골치아픈 수학문제들을 풀기위해 존재하던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된 것이다. 이로써 나는 입시 수학이 주었던 거짓공포에서 벗어나 진실에 가까워 진 것일까.
 
마지막으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참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찾은 진실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아마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진심'은 아니었을까... 
 
p.s) 참고로 이 소설을 영화로한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있다.
      기회가 되면 꼭 보시라! 나도 봐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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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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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를 드디어 다 읽게 되었다. '88만원 세대' - 2010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20대들에게 붙여진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20대들이 가진 특징이나 속성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김예슬 선언'의 주인공인 김예슬씨는 88만원 세대라는 20대를 향한 이름표를 거부한건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20대인 우리들을 제대로 평가한 것이 아니니깐.
 
기대가 컸던 만큼 이 책은 실망감도 컸다. 20대가 처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다룬 것도, 이에 대한 원인을 규명해보는 것도, 또한 그에 대한 해법을 유럽이나 미국, 또는 일본에 비추어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뭐랄까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왜 였을까. 

먼저 88만원 세대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

X세대니 N세대니, 또는 U(ubiquitous)세대니 하는 것은 들어봤지만, 이러한 세대의 정의 앞에 경제적 화폐 단위가 붙은 적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것이 그 세대가 처한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나와 같은 20대들을 이처럼 88만원 세대로 규정짓는 것에는 우리 세대들을 향한 안타까움의 시선과 함께 (이 책에서 들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무시의 태도도 엿보이는 것만 같다. 왜냐하면 우리 세대가 다른 여러 좋은 특징들도 가지고 있을텐데, 그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 경제적인 상황으로만 우리 세대를 다른 세대들과 구별짓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개인적 생각은 지나친 점이 있어서 그냥 가볍게 넘겨주시면 될 것 같다.

다음으로는 88만원 세대가 지닌 (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법들이 원론적이거나 혹은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이 책 내용의 구성을 살펴보면 현재의 20대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들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또한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생각해 볼 때, 이 책의 초점은 '해결'이 아니라 '문제제기'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따라서 나의 아쉬움은 88만원 세대 이후 시리즈 책들을 읽어보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니깐 이렇게 밝혀둔다.

88만원 세대, 나와 같은 20대가 나아갈 길은 과연 어디인 걸까?

책에서도 이야기 하듯, 무너져가고 있는 '공동체성'의 회복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다. 이는 경제적인 보험과 마찬가지로 인생에 있어서 강력한 보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모두의(대다수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이점은 쉽지 않을 것이다. 파편화 되어 있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에게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고 말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이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은 재미를 주는 TV프로그램에서만 등장하는 말이 아니다. 녹화된 방송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나와 우리에게도 이런 생각이 없었다 말할 수 있는가? 은연 중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가 말이다. (여기에 대해 나는 할 말이 없다.) 책에서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20대의 다다수-95%, 책에서 인용-가 처한 상황은 이렇다. 지금 그들은 개미지옥 속에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맨 위로 올라선다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당장 잡아먹히느냐, 혹은 조금더 늦게 잡아먹히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 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공감이 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역부족이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바로 내가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한편 여기에는 다른 시각도 있다. 20대의 경제적인 문제- 지엽적으로 보아서는 취업의 문제-는 과연 사회적인 문제인가 혹은 개인의 문제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다른 시각은 바로 '개인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 되겠다. 앞서 말한 20대의 경제적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라고 보면 사회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지만, 반면에 개인의 문제로만 보면 개인의 노력부족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개인의 노력부족! 이러한 시선을 인정하게 되면 스스로에 대한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즉 한정되어 있는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노력부족탓이지 않느냐라고 해버리면 그 말을 듣는 당사자는 할말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무엇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게 할까? 위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좀더 책을 읽어보면 개미지옥에 대한 대처법이 나온다. 과연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보라. 계속해서 미끌어지는 모레 가운데서 탈출할 방법을 말이다. 썩은 동아줄이 아닌 새 동아줄이 필요한 걸까? (이민) , 아니면 남들을 발판 삼아 안전히 탈출하면 되는 걸까? (승자독식, 나만 아니면 돼) 정 그것도 안되면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내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백수 혹은 캥거루족, 또는 최악의 경우 자살)

  그런데 이 책이 제안하는 대처법은 위와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바로 개미지옥에 들어있는 개미들 모두가 개미귀신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20대들의 연대'다! 이는 바로 앞서 말한 공동체성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개인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하는 일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20대의 연대(공동체성의 회복)에 이어 '세대간의 연대'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20대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앞선 세대들의 88만원 세대들을 향한 배려를 기대하며, 실질적인 도움(양보)을 기대한다. 가령 실질적인 도움은 책에서 나오듯 자신들의 임금을 조금씩 줄이더라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게 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겠으며, 배려에는 20대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개인의 노력부족'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그치는 것 등이 있겠다.  

2010년, 어느덧 이 책이 출간된지도 3년이 지났다.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전히 20대들은 88만원 세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으며, 취업과 안정된 직장에 대한 고민 가운데 있다. 물론 임금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용기있게 도전하여 자신만의 가게를 꾸려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대간의 연대나 세대간의 연대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아서 인 것일까. 상처가 나고 곪아도 그것이 즉시 터지지는 않는 것처럼. 언젠가 나는 짱돌을 들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혹은 내가 아니면 내 밑의 세대가 그러한 일을 행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마지막 바람은 이렇다. 20대가 되면 겪을 수밖에 없는 '경제적 문제'를 88만원 세대인 우리와 기성세대들의 연합으로 어느정도 해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에는 '연대'가 필요한데, 그러한 움직임이 일어나길 소망해본다. 힘듦과 어려움이 우리 88만원 세대에서 그칠 수 있을까. 제발 내 자식에게는 이런 고통스런 현실을 물려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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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Morrie) - 당신이 행복하다면 이 음악은 듣지 마세요
모리 (Morrie)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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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된 가사. 말랑말랑한 보컬. 라이너스담요의 연진이 떠올랐다. 나름 매력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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