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번영,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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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번영 - 비판적 경제 입문서
다니엘 코엔 지음, 이성재.정세은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2월
평점 :
프랑스 경제학 교수 다니엘 코엔은 이 책 '악의 번영'에서 번영과 악(위기)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파헤쳐나간다. 이를 통해서 그는 부제 '비판적 경제 입문서'처럼 독자로 하여금 경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기원부터 지금까지의 경제의 발전단계들을 하나 하나 살펴봄으로서 '악에 의한 번영이 이루어졌다'라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책은 서사적 구성을 갖고서 굵직굵직한 역사적 및 경제적 사건들을 다루어준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하지만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사건들을 차례대로 분석하기 위한 좋은 전개방식이다. 내 생각에 저자는 악의 번영 현상이 비단 현재만의 특징이 아님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온 중대한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맬서스의 법칙을 들어본적이 있을 것이다. 가변비례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칙은 '악의 번영'이라는 현상을 잘 드러내는 하나의 예로서 책 서론부에서 제시된다. 이 법칙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수확체증 그리고나서 수확체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세히 말하자면, 경제적 번영은 인구의 증가를 가져오지만, 인구 증가는 1인당 소득을 점차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인구로 인해 경작토지의 부족, 전염병의 창궐 등으로 기존의 성장하는 사회는 도약을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망률의 증가는 이용 가능한 토지에 대한 경쟁을 감소시키므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한 공중위생은 이를 준수하는 사회에 사망률을 낮춰 인구를 증가시키게 되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계는 악에 의한 번영이 지배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나는 '악에 의한 번영'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번영에 의한 악'이 존재하는 것 같아 보였다. 내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책 10장 '전쟁과 평화' 중에서 '성장이 전쟁을 야기한 것'이라는 구절이다. 이는 국가가 경제 위기의 시기에는 움츠러 들지만, 반대로 경제 호황의 시기에는 군비경쟁과 같은 일에 뛰어들기 때문에 그런것이라고 설명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탐욕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 기술 혁신 등을 통해 이룩한 번영으로 인간은 충분히 그 배를 불릴 수 있었으나 결코 그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기존의 충실한 수단들이 아닌 나쁜 수단들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러한 탐욕은 잘 다루어지고 길들여 질 경우 '경쟁'이라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무책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가령 2007년도 경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도사태'가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서야 겨우 그 대침체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미 이에 대한 수많은 자료와 책들이 나와 있으므로 이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도록 하고, 다만 이 사건의 원인이 사람의 탐욕과 무책임, 그리고 부도덕함에 있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는 '금융기술의 위대한 혁신'이 없었더라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증권화'같은 멋드러진 금융혁신을 가지고 잘못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인간의 지속된 번영(성장)에의 의지가 어떠한 악마적 수단을 사용하게 했으며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살펴볼 때 책의 저자가 이야기 하듯, '악에 의한 번영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는 책에 나오듯 과거사건들을 통해 검증되었으므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추측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한편 내가 이야기 한 '번영이 초래하는 악의 현상'도 계속 될 것이다. 이는 엄밀히 말해 '번영을 지속하고자 하는 인간이 초래하는 악'이 되겠다.
이제 우리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아는 만큼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자신이 전세계에 만연한, 또한 역사 가운데 깊게 뿌리 내린 '악의 번영' 현상을 송두리채 뿌리 뽑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는 우리에게 도전이 되는데, 이러한 '악의 번영'은 결국 각 개인과 이러한 개인이 모인 집단이 갖는 탐욕들이 어우러져 발생하는 것이므로 우리가 우리 자신의 탐욕을 잘 조절 한다면 이러한 현상을 바꿀 수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