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달 회사 북클립으로 읽은 책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매번 이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다른 책을 선택하는 바람에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tvN 「알쓸신잡」으로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이 참으로 멋졌기에, 이 사람이 쓰는 글은 확실히 다를거라 생각했다. 다만, 내가 읽는 소설들은 대게 장르소설이 많다보니, 김영하님의 소설은 아직까지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랄까. 독서 편식을 고치고 있는 중이라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고치지 못했기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김영하 작가의 작품은 「여행의 이유」같은 산문 정도 였다.


이 책의 내용은 총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첫번째 챕터는 김영하 작가의 중국 여행 실패기. 읽을 당시에는 굳이 왜 실패기를 적는걸까? 아니 애초에 여행준비 당시 비자발급에 대한 생각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더랬다. 근데 이게 참 멋 없는, 오로지 내 잣대로만 평가한 무서운 편견이었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P 018


생각해보니 너무 맞는 말이더라. A부터 Z까지 계획한 대로 완벽하게 여행이 진행되었다면, 글쎄. 그 여행은 완성도는 높았을 지언정 재미는 없었을 거다. 내가 다니는 여행도 그렇다. 여행을 가기 전 완벽하게 계획을 짠다고 짜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각치 못한 상황들이 나를 즐겁게 하고, 때로는 화나게 했다. 그런 상황은 유독 다른 여행보다 유독 머리속에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잊지 못할 추억을 또 하나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여행 준비를 하며 비자 준비를 생각치 못했던 그의 행동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 날 첫 해외 여행지였던 중국에서의 경험이 썩 좋지 않았다는 기억이 남아 있었기에, 잠재의식 속에서 조금이라도 중국을 가지 않으려는 빌미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그리고 나는 저자의 이 말에 십분 공감했다. 아무리 오래전 기억이라도 나를 아프게 하거나, 힘들게 한 기억은 내가 모르는 기억 저 편에 자리하여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흐른 만큼 당시의 일을 기억해내는 건 어렵겠지만, 그 때 느낀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그래도 남아있기에, 무의식중에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게 나를 조정한다고나 할까?참 신기한 일이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라는 질문은 작가라면 한번쯤 받아보는 것이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기억이 나는 거의 없다. 영감이라는 게 있다면 언제나 나의 모국어로, 주로 집에 누워 있을 때 찾아왔다. (중략) 지금까지 낸 스무 권이 넘는 책들 중에서 단 두권만이 모국어의 영토 밖에서 쓰였다. 심지어 여행기도 집으로 돌아와 썼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마침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 P 080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평화를 느낀다’는 이 말이 내 가슴에 콕 박혔다. 내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에 평화를 얻기 위해서니까. 그래서 해외를 간다면 최대한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한국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는다. 국내에서도 동일하다. 사람들이 잘 들리지 않는 장소만을 찾아다닌다. 어쩌면 나는 내가 선택한 그 장소에서, 타인과 관계되고 싶지 않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회사로 대표되는 내 일상은, 여러사람과의 관계로 정말 피곤하고 힘든 일 투성이니까. 물론 간혹 좋은 일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차라리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게, 서로 관계하지 않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그런가, 저자가 스물 다섯에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자신이 ‘노바디’, 즉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었던 경험을 이야기 한 부분은 유독 더 와닿기도 했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노바디’는 내가 원하는 ‘노바디’와는 조금 다르다. 이 책에서는 여행지에서 타인의 인정을 어떤 식으로 받고 싶은지, 본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내가 원하는 건 일상에서 일어나길 바라는 일이니까. 하, 물론 일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분명 문제가 많아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까지 하는 것 보니.........나도 정말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긴 했나보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P 109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P 110


보통 누군가가 왜 여행을 떠나냐고 물어보면 나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그 곳에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역사를 품고 있는지 내 두 발로 직접 딛고, 그 광경을 보고 싶어서 여행을 간다고’. 하지만 이건 그저 허울 좋은 말에 불과했다. 실상은 그게 아닌데,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몰랐기에 저런 식으로 대답을 하며, 포장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내가 왜 여행을 떠나려 하는지에 대한 답을, 비로소 찾았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 누구에게나 대인불안이 있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조경자 옮김 / 상상출판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적 인물에 대한 심리학 도서는 몇 번 읽어보았는데, 이렇게 현대사회 - 대중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 도서는 처음이라 조금 기대가 되기도 했다. 물론 책의 주제도 한 몫 했고 말이다. 주제는 책 제목에서부터 뚜렷히 나타난다.




현대사회를 살면서 ‘인간관계’에 고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라는 제목에서 ‘친구’라고 지칭했지만, 친구에 한정하지 않는다. 살면서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을 지칭한다. 즉, 이 책은 살아가면서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유형은 쉬는 시간처럼 사람들이 모여 정해지지 않은 주제로 수다를 떠는 상황에 약하다. 얼굴을 아는 정도의 사람들과 우연히 방향이 같아 전철을 타는 등의 상황은 특히나 부담스럽다 P 033


사람들은 장소에 따라 어울리는 ‘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모범생 같은 행동을 할지, 쾌할한 모습을 연출할 지는 그 장소의 분위기나 평소의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P 039


메세지를 보고도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거나, 서먹서먹해질지도 모른다며 걱정한다. 다른 친구들은 답을 했는데 나만 답을 하지 않거나 하면 그룹에서 빠지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도 친구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하는 데 신경을 쓰게 된다. P 056



학창시절 내 모습을 사찰한 줄 알았다. 읽으면서도 ‘헐, 내 이야기!’ 라며 계속 깜짝깜짝 놀랐으니까. 난 언제나 매년 새학기가 되면 새 친구를 만드는 그 시간이 너무 싫었다. 학교에서 사용한 모든 에너지 중 8할을, 친구 만들기에 사용했고, 친구들에게 내 모습이 ‘좋은 친구’로 각인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뿐만인가, 친구들 사이에서 그룹이 만들어지면, 그 그룹에서 내쳐지지 않기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는 시간이었는데, 그 때는 친구들 사이에서 내 존재를 각인시키고, 좋은 친구로 남아있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였다(지금 돌아봐도 그때 소비한 내 시간은 참 부질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스스로 그룹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혼자 하는 학생들이 많다. 아싸라고 불리는 그들 말이다. 이미 사회생활 한 가운데 들어있던 나는, 아싸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때 놀랐고, 꽤 부러웠다. 그리고 덩달아 혼술, 혼밥, 혼영 문화가 자리잡았다. 내 에너지를 쏟으면서까지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들로 인해 뭐든 혼자 하는 문화가 조성된거다. 부럽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내가 1n년 전 부단히 노력했던 그 ‘인간관계’가, 이제는 선택이 된것이다. 관계를 맺어도 되지만, 나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굳이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나? 라는 가치관이 만들어진거다.




특히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면 상황과 달리 SNS는 내 모습이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친구의 글을 읽고 의견이 좀 달라도 ‘좋아요’를 누르는 일이 많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자랑하는 사진을 보고 ‘왠 자랑질이야!’라고 성질을 내면서도 ‘좋아요’를 누른다. 쇼핑할 때마다 사진을 일일이 올리는 친구, 조금이라도 좋은 곳으로 외출하면 그 풍경을 찍어 올리는 친구의 사진을 보면서도 ‘자기의 일상을 하나하나 다른사람에게 알릴 필요가 있나?’라며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반사적으로 ‘좋아요’를 누른다. (중략)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신의 포스팅에 모두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호의적인 댓글을 달아주면 굉장히 기분이 좋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올린 사진을 보며 자신처럼 ‘이런 사진을 왜 올렸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처럼 생각하면 SNS는 상대의 속마음을 매우 읽기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이다. P 076



정말 그렇다. 난 내 블로그 공감수와 댓글수가 늘어나면 분명 기분이 좋다. 확실히 좋다. 그런데 가끔은 궁금하다. 내 포스팅을 좋아해주시는 이 분들이, 정말 진짜로 좋아서 ‘좋아요’를 누른건지. 아니면 진짜 속 마음은 그 반대인데, 이웃이라는 이유로 ‘좋아요’를 누르는 건지.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어쩌면 진짜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근데 또.. 이런 부분을 신경쓰다보면 한도 끝도 없고 그러니, 생각을 안하려 하긴 하는데. 참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비위를 맞추려고 세상을 사는게 아니다. ‘미움 받고 싶지 않아’라거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라는 등 타인의 평가만을 걱정하는 삶이란 참으로 쓸모없다. 미움받는 것을 걱정하는 대신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는 말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 P 094 



‘인간관계’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을 고민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하면 남들 눈에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일지 고민한다. 내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아닌, ‘남들 눈’에 보이는 좋은 사람 말이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워낙 당연한 거였기에, 이게 내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내 스스로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벗어나보려 한다. 타인이 보는 내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내가 눈치를 보는 사람이 타인이 아닌, 오롯이 내가 되기를 바라며 올 한해를 살아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정단으로써 읽은 책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이 책은 지금까지 읽어온 책과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보통 책을 받으면 제목과, 띠지나 표지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며 대충 어떤 장르인지 추측을 한다. 헌데 이 책은 일반적인 에세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설도 아니며, 자기계발서는 더더욱 아니다. 대체 이 책의 장르는 무엇인가 갸웃 거리다가, 책을 쓴 작가를 보았다. 이 책의 작가는 제목에 쓰여있듯, 우리나라 문학의 거목이라 일컬어지는 박완서님이다. 저자는 문학의 대가 박완서 님인데, 장르는 추즉하기가 애매한 그 무언가라고 해야할까.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생각이 달라진다.


내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장르는 ‘박완서’라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짧은 글에 담은 ‘수필’이라고 감히 말하려 한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 하기 전에, 우선 이 책의 저자인 ‘박완서’님에 대한 정보를 옮기려 한다. 보통은 작가에 대한 정보를 쓰지 않는 편이지만 말이다. 이번 만큼은 예외다. 박완서 작가님은 한국문학의 대가로 불렸던 분이었다. 그녀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부터 일반 문학까지 정말 수 많은 작품을 남겼다. 아마 문학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살면서 그녀의 작품을 하나 정도는 읽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박완서 (1931 ~ 2011)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미망』 『휘청거리는 오후』 『목마른 계절』 『도시의 흉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이 있고,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엄마의 말뚝』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기나긴 하루』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12월 타계한 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박완서님의 따님인 호원숙 님은 어머니의 작품들을 보며, 정확히는 그 작품들에 실린 어머니의 서문과 후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 책의 서문을 모아 이런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은 김윤식 선생님의 서문집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중략) 놀랍게도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리기도 하고 불끈 용기가 솟기도 하고 눈물이 어리기도 합니다. 타인을 생각하고 전체 속에서 자신을 낮추는 가식이 아닌 겸양, 진실과 책임과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반성이 밑받침이 된 오만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P 4~6, 들어가는 글 中



그렇기에 이 책이 만들어졌다. 오로지 박완서, 그녀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박완서 작가의 타계 9주기을 맞이하여, 한국문학의 대가인 그녀가, 그녀 식으로 독자들과 특별한 끝인사를 할 수 있도록 이 책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차도 조금 특별하다. 박완서 작가가 발표한 수 많은 작품의 제목들이 들어있다. 한 작품에 여러 판본이 있을 경우에는, 각 판본의 서문과 후기를 별도의 페이지에 실었다. 예를 들어 그녀의 데뷔작인 『나목』은 3개의 판본이 나왔기에, 3개의 서문이 실려있는 식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지만, 서문집이라니 별거 있겠어?’라는 생각이었다. 왠걸, 별거가 많았다. 정말 많았다. 보통 한 작품의 ‘서문’이라 하면 그 작품을 소개하거나, 작품을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전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박완서님의 서문은 그렇지 않았다. 음... 뭐라고 말해야할까? 물론 작품의 이해를 돕기위한 정보도 분명 있었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서문에는 ‘박완서’라는 사람이 있었다. 


책을 다시 꾸밀 때마다 좀 손을 보려고 다시 읽어보게 된다. 지금의 안목으로 눈에 거슬리는 표현의 과장이나 치졸이 자주 눈에 띄어서 고치려면 어쩐지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못 고치고 만다. 유치함조차 그것을 썼을 당시의 젊고 착하고 순수한 마음의 나타남 같아서 소중한 생각이 들곤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처녀작을 느즈막이 사십 세에 썼지만 이십 세 미만의 젊고 착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섰다고 기억된다. 그래 그런지 그것을 썼을 당시가 암만해도 사십 세 같이 않고 아득하고 풋풋한 젊은 날 같다. P 22 『나목』 재출간


혼자 사는 여자는 다만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하기만 한 것일까? 아내가 남편 외의 외간 남자에게 한눈 판 건 두말할 여지도 없이 부도덕하고, 이구동성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반면, 남편이 아내 외의 여자를 장난삼아 범한 것에는 그도록 관대하고 떳떳하다고까지 부추기는게 과연 미풍양속일까? P 67 『서 있는 여자』


이 이야기를 꾸민 나의 첫 번째 소망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 마음이 되어 아이들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복동이 또래의 막내 손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중략) 이 이야기를 꾸민 내 욕심도 재미 말고 또 하나 있는데 그건 아이들이 자기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남의 생명의 가치도 존중할 줄 아는 편견 없는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감사하며 신나게 사는 것입니다. P 162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나는 이 서문에서 인간 ‘박완서’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훔쳐보았다. 자기의 첫 작품을 너무나 소중히 생각하여, 그 작품을 썼던 과거의 자신까지도 소중히 하는 한 사람, 미풍양속이라는 미명하에 폭력을 눈감는 사회를 고발하고자 했던 한 사람, 이 땅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편견없이 살아가길 바라는 한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인간 ‘박완서’였다.


곧 6.25가 났다. 오빠와 숙부님이 비명에 죽고, 고향 땅은 북쪽 땅이 되었다. 전쟁의 와중에 죽었으되 전사도 폭사도 아닌, 사상의 대립이 초래한 동족 간의 전쟁이라는 특구성에 희생된 고통스럽고 값 없는 그들의 죽음은 그 후 오랫동안 나에게 악몽으로 남아있다. P 38 『창밖은 봄』


6.25 때의 체험은 하도 여러 번 욹궈먹어서 6.25 때 내가 어떻게 지냈나는 많이 알려진 셈이다. 그러나 1.4 후퇴 후 텅 빈 서울에 남아서 겪은 일은 유일하게 이 작품에서만 울궈먹었다. 실은 이 경우 울궈먹었단 말도 합당치가 않다. 내가 울궈먹었다는 말을 쓸 때는 체험에다 적당히 소설적인 허구를 가미한 경우인데 이 소설 중에서도 그 시기(이 소설은 1950년 6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의 얘기를 월별로 엮어놓았다)는 의식적으로 허구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사실 묘사만 했다.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지금까지도 나는 그때 내가 과연 그 일을 꿈이 아닌 생시로 겪은 걸까 문득문득 의심스러워질 적이 있다. 이 거대한 도시가 하룻밤 새 텅 비고 인기척의 완전한 진공상태가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대는 상상할 수 있는가. P 46 『목마른 계절』 재출간


여기 모인 글들은 내 개인의 흔적인 동시에 내가 작가로서 통과해온 70년대, 80년대, 90년대가 짙게 묻어나 있는 글들이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우리가 살아낸 시대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문득 뒤돌아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무의미한 현실도 좋은 추억이 있으면 의미 있는 것이 되고, 나쁜 기억도 무력한 현재를 고양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절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P 142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


이 서문들은 인간 ‘박완서’가, 작가 ‘박완서’가 되기 전에 겪었던 그 사건들이, 훗날 작가 ‘박완서’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 가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준다. 분명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겠지만, 이 역시 작가 박완서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이기에 생각보다 강하게 와닿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이 서문집이, ‘박완서’라는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기 내지는 수필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 뒷편에 실린 작품 화보는 작가 박완서의 역사 뿐만 아니라, 각 출판사의 역사도 담겨있다. 물론 이 책을 출간한 〈작가정신〉도 포함해서! 


내가 읽은 박완서님의 작품은 몇 권 안되지만, 이 서문집을 읽으면서 느꼈다. 박완서님 작품은 하나 하나가 버릴게 없고 허투루 읽을 게 없다는 것을. 고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박완서님 전집을 구매하여 완독에 도전하는 것을 내 독서 목표로 삼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흐름출판 서포터즈로써 받은 두번째 책은, 예상외로 만화 에세이였다. 책을 보내주신 박대리님은 ‘만화’라서 조금 걱정하신 것 같지만, 내 독서 스킬은 코흘리개 꼬꼬마 시절 만화책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완전 노 프라블럼! 오히려 완전 땡큐였다. 이래뵈도 학창시절에 코 묻은 돈을 모으고 모아서, 만화책만 2천여권 이상을 사 모았던 나였으니까(물론 지금은 아주 극히 일부만 가지고 있..)!.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책 표지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라는 제목만 보고 ‘으음, 역시 일본스럽군!’ 했다. 보통 이런 식의 제목을 가진 일본 만화는,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한다. 일본만화가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러한 제목을 1차원적으로 해석해서, 그 내용을 추측하고 거부감을 갖은 체로 멀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겉만 보고 생각한 것이기에, 절대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오히려 이런 제목을 가진 책들은 대체적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어마무시한 대작이기 때문이다.


난 이 책을 읽고, 정확히 10페이지에 들어서면서 부터 눈이 시큼시큼 해졌고, 14페이지에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 울면서 봤다. 눈물에 책이 젖을까 조마조마하면서도, 눈물은 그치지 않았고, 이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 이 시간까지도 내 눈물샘은 고장이라도 난 듯 멈추지 않는다. 분명 슬플거라고 생각했기에, 최대한 무감각하게 봐야지! 싶었는데 결국 무너졌고 펑펑 울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부모와 이별하는 날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내 경우엔 서른세 살때였습니다.

우리 엄마만큼은 절대로 죽지 않을 거라고,

그날이 올 때 까지도 굳게 믿었지만…

엄마는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P 012




“아직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를 지우지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벌써 1년이 지는데도

꽤 오래전에 해지한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를

아직도 지우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이면 참 자주 전화하셨었는데 ….

이제는 압니다.

한밤중에 계속 전화벨이 울리는 것도

늦게까지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도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그런 엄마의 번호이기에

나는 평생 지우지 못할 것 같습니다. P 017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엄마와 내가 이 병실에서 계속 기다려온 것,

그것은 …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경험이었습니다. P 082




“지뢰 같은 추억”

내가 자란 이 동네에는

여기저기에 지뢰처럼 추억이 묻혀있는데,

그건 가까운 마트도 예외는 아니라서

그 지뢰는 가차 없이 나를 덮쳐왔습니다.

앞으로 다시 찾아오는 일이 있을까요. P 109




“1주기”

엄마의 1주기는 남겨진 사람들이

제각기 1년이라는 ‘세월의 약’의 효과를

확인하는 자리 같았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1주기는

엄마가 추억이 되기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P 136



만화책을 보면 으레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고, ‘나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정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제발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꼭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면 되도록이면 늦게, 정말 아주 더디게 오기를’ 이라고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나에게 이런 상황은, 아직 온전히 엄마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나는 정말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나는 그저 큰 사고 없이 잘 살아가는게 효도라고 생각하는 못난 딸이다. 그저 내 할 몫을 다하고, 엄마 아빠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게 효도라고 생각했다. 20대 중후반 언저리에 급 결혼한다고 부모님께 이야기 했었다. 거의 통보나 다름 없었다. 거기다 내 결혼에 대해 일체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내 돈으로만 진행할 거라고 통보했다. 난 내일은 내 스스로 하는 것이,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는 것이 당연히 효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걸 나중에야 알았다.


하지만 알면서도 나는 변하지 않았다. 애교넘치는 성격도 못되었고, 낯간지러운 말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엄마에게,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아직까지도 말하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내 모습은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냥...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곳을 갈 때 엄마, 아빠와 같이 가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이런 일상을 조금 더 많이, 그리고 같이 보내야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부모와 이별하는 날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내 경우엔 서른세 살때였습니다.

우리 엄마만큼은 절대로 죽지 않을 거라고,

그날이 올 때 까지도 굳게 믿었지만…

엄마는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제대로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요즘, 나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어주는 건 점심시간에 주어진 30분 남짓한 독서다. 물론 그 짧은 시간도 방해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긴 하지만 말이다(제발 내 이름 좀 그만 불러요....점심시간은 법적으로 보장된 시간이잖아요....좀 쉬게 내버려두세요......). 거기다 요새 잦은 야근에, 집에 들어가면 바로 잠드는게 일상이라 블로그는 저 멀리 벗어던진지 오래. 그나마 설 연휴가 아니었으면 블로그를 조금 더 오래 쉬어갔을지도 모르겠다. 2월은 조금 덜 바빴으면 좋겠는데 하하하하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뭐라 말도 못하겠고, 그저 이렇게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간접적으로 쉼을 느낄 수 밖에.


오늘의 책은 상상출판에서 출판한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라는 여행에세이다. ‘낯선 일상’이라, 언제나 이런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낯선 세계로 가고 싶어하는 나였기에, 제목부터 내 마음을 붙잡고 흔들었다. 아, 제목만 봤을 뿐인데 떠나고 싶다. 아! 이 책을 쓴 저자는 역시나 유명한 여행유튜버다. 물론 나는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책 속에 있는 그녀는, 수 많은 여행을 한 그녀는 그저 나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나를 힘들게 하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좋아하던 여행이 업이 되버린 그런 사람이다.


이 책은 그녀가 여행한 수 많은 국가/도시가 나온다. 런던, 브리튼, 코펜하겐, 파리, 니스, 로마, 레이캬비크, 교토, 발리 등등. 정말 많기도 엄청 많았다.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럽권 국가다. 요 근래 유럽권 여행 에세이를 자주 읽어서, 자연스레 앞선 책들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앞선 책들에 비교해서도 이 책은 단연 상위권이라 이야기 하고 싶다. 그 이유는 심히 주관적이다. 여행하는 법이나, 감성깊은 사진? 그런 이유가 아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코웃음 칠지도 모르는 이유다.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하지만 생각보다 이루기 어려운 ‘친구’와 함께한 여행이 이 책의 주가 되었다는게 그 이유다.



그녀의 첫 여행, 그것도 ‘장기’여행은 친구와 함께였다. 나는 그녀가 첫 여행한 곳이 유럽이고, 한 달간 장기여행을 했다는 것 자체는 부럽지 않았다. 다만 여행의 모든 순간을 친구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러웠다. 첫 여행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첫 장기여행인 유럽 뿐만 아니라, 발리, 아이슬란드 이 모든 곳을 친구와 함께했다. 물론 이 책 곳곳에는 그녀가 홀로 다닌 여행도 있었지만, 친구와 같이 다는 여행이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 할 정도로 그녀의 여행메이트는 친구였다. 그것도 마음맞는 ‘친구’.


나의 첫 해외여행은 저자처럼 ‘친구’와 함께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3박 4일간 다녀온 일본 고베/교토/오사카 여행이다. 짧다면 짧은 여행 일정이었지만, 우리는 퇴근하고 혹은 휴일에 만나서 여행일정을 짜는 게 정말 즐거웠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꽤 오랜시간 여행을 다녀왔던 이야기를 하며 행복했다. 회사에 있으면서도 “조간만 또 가야지!” 싶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조만간’은 없었다. 서로의 일상이 있었기에. 확실히 한국이라는 나라는, 서로 다른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 휴가를 맞춰서 여행을 가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어려운 점에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지금 그 친구와 나는 회사도 다르지만 서로 근무하는 시간대 자체가 다르니, 서로 만날 시간조차도 정하기 어렵다. 아- 어쩌면 이건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 친구와 나는 걸어서 15분 거리에 사는 같은 동네 주민이기도 하니까. 그저, 서로 일하고 돌아오면 너무 피곤하고 그러니까,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피로를 동반하기 때문에, 사회에 썩을 대로 썩은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집 밖으로 안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주 친한 친구 사이를 들여다보면, 각자 성격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사고영역을 조금 더 넓어지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같은 성격이면 분명 싸웠을 법한 일에도 서로 져주기도, 참아주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 친구인 게 이렇게나 좋구나, 하고 새삼 놀랐다.

P 143


그리고 나는 꺠달았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완벽했다. 온통 하얀 세상, 아늑한 숙소, 좋아하는 친구들, 맛있는 음식 ….

P 257


나는 내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는 행동은 잘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읽으라고 빌려주는 행위 조차도 잘 하지 않았다.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책인데, 이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거나 혹은 선물로 주었을 때 나 만큼 소중하게 생각할거라는 믿음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이 책만큼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떠올린 그 친구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 친구도 이 책을 읽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나처럼 그 때 그 여행을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아니, 그저 이 책을 핑계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다시 한번, 그 때의 추억을 곱씹으며 웃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