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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평점 :
흐름출판 서포터즈로써 받은 두번째 책은, 예상외로 만화 에세이였다. 책을 보내주신 박대리님은 ‘만화’라서 조금 걱정하신 것 같지만, 내 독서 스킬은 코흘리개 꼬꼬마 시절 만화책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완전 노 프라블럼! 오히려 완전 땡큐였다. 이래뵈도 학창시절에 코 묻은 돈을 모으고 모아서, 만화책만 2천여권 이상을 사 모았던 나였으니까(물론 지금은 아주 극히 일부만 가지고 있..)!.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책 표지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라는 제목만 보고 ‘으음, 역시 일본스럽군!’ 했다. 보통 이런 식의 제목을 가진 일본 만화는,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한다. 일본만화가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러한 제목을 1차원적으로 해석해서, 그 내용을 추측하고 거부감을 갖은 체로 멀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겉만 보고 생각한 것이기에, 절대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오히려 이런 제목을 가진 책들은 대체적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어마무시한 대작이기 때문이다.
난 이 책을 읽고, 정확히 10페이지에 들어서면서 부터 눈이 시큼시큼 해졌고, 14페이지에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 울면서 봤다. 눈물에 책이 젖을까 조마조마하면서도, 눈물은 그치지 않았고, 이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 이 시간까지도 내 눈물샘은 고장이라도 난 듯 멈추지 않는다. 분명 슬플거라고 생각했기에, 최대한 무감각하게 봐야지! 싶었는데 결국 무너졌고 펑펑 울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부모와 이별하는 날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내 경우엔 서른세 살때였습니다.
우리 엄마만큼은 절대로 죽지 않을 거라고,
그날이 올 때 까지도 굳게 믿었지만…
엄마는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P 012

“아직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를 지우지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벌써 1년이 지는데도
꽤 오래전에 해지한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를
아직도 지우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이면 참 자주 전화하셨었는데 ….
이제는 압니다.
한밤중에 계속 전화벨이 울리는 것도
늦게까지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도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그런 엄마의 번호이기에
나는 평생 지우지 못할 것 같습니다. P 017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엄마와 내가 이 병실에서 계속 기다려온 것,
그것은 …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경험이었습니다. P 082
“지뢰 같은 추억”
내가 자란 이 동네에는
여기저기에 지뢰처럼 추억이 묻혀있는데,
그건 가까운 마트도 예외는 아니라서
그 지뢰는 가차 없이 나를 덮쳐왔습니다.
앞으로 다시 찾아오는 일이 있을까요. P 109


“1주기”
엄마의 1주기는 남겨진 사람들이
제각기 1년이라는 ‘세월의 약’의 효과를
확인하는 자리 같았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1주기는
엄마가 추억이 되기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P 136
만화책을 보면 으레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고, ‘나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정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제발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꼭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면 되도록이면 늦게, 정말 아주 더디게 오기를’ 이라고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나에게 이런 상황은, 아직 온전히 엄마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나는 정말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나는 그저 큰 사고 없이 잘 살아가는게 효도라고 생각하는 못난 딸이다. 그저 내 할 몫을 다하고, 엄마 아빠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게 효도라고 생각했다. 20대 중후반 언저리에 급 결혼한다고 부모님께 이야기 했었다. 거의 통보나 다름 없었다. 거기다 내 결혼에 대해 일체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내 돈으로만 진행할 거라고 통보했다. 난 내일은 내 스스로 하는 것이,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는 것이 당연히 효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걸 나중에야 알았다.
하지만 알면서도 나는 변하지 않았다. 애교넘치는 성격도 못되었고, 낯간지러운 말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엄마에게,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아직까지도 말하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내 모습은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냥...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곳을 갈 때 엄마, 아빠와 같이 가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이런 일상을 조금 더 많이, 그리고 같이 보내야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부모와 이별하는 날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내 경우엔 서른세 살때였습니다.
우리 엄마만큼은 절대로 죽지 않을 거라고,
그날이 올 때 까지도 굳게 믿었지만…
엄마는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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