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 누구에게나 대인불안이 있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조경자 옮김 / 상상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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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에 대한 심리학 도서는 몇 번 읽어보았는데, 이렇게 현대사회 - 대중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 도서는 처음이라 조금 기대가 되기도 했다. 물론 책의 주제도 한 몫 했고 말이다. 주제는 책 제목에서부터 뚜렷히 나타난다.




현대사회를 살면서 ‘인간관계’에 고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라는 제목에서 ‘친구’라고 지칭했지만, 친구에 한정하지 않는다. 살면서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을 지칭한다. 즉, 이 책은 살아가면서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유형은 쉬는 시간처럼 사람들이 모여 정해지지 않은 주제로 수다를 떠는 상황에 약하다. 얼굴을 아는 정도의 사람들과 우연히 방향이 같아 전철을 타는 등의 상황은 특히나 부담스럽다 P 033


사람들은 장소에 따라 어울리는 ‘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모범생 같은 행동을 할지, 쾌할한 모습을 연출할 지는 그 장소의 분위기나 평소의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P 039


메세지를 보고도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거나, 서먹서먹해질지도 모른다며 걱정한다. 다른 친구들은 답을 했는데 나만 답을 하지 않거나 하면 그룹에서 빠지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도 친구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하는 데 신경을 쓰게 된다. P 056



학창시절 내 모습을 사찰한 줄 알았다. 읽으면서도 ‘헐, 내 이야기!’ 라며 계속 깜짝깜짝 놀랐으니까. 난 언제나 매년 새학기가 되면 새 친구를 만드는 그 시간이 너무 싫었다. 학교에서 사용한 모든 에너지 중 8할을, 친구 만들기에 사용했고, 친구들에게 내 모습이 ‘좋은 친구’로 각인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뿐만인가, 친구들 사이에서 그룹이 만들어지면, 그 그룹에서 내쳐지지 않기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는 시간이었는데, 그 때는 친구들 사이에서 내 존재를 각인시키고, 좋은 친구로 남아있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였다(지금 돌아봐도 그때 소비한 내 시간은 참 부질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스스로 그룹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혼자 하는 학생들이 많다. 아싸라고 불리는 그들 말이다. 이미 사회생활 한 가운데 들어있던 나는, 아싸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때 놀랐고, 꽤 부러웠다. 그리고 덩달아 혼술, 혼밥, 혼영 문화가 자리잡았다. 내 에너지를 쏟으면서까지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들로 인해 뭐든 혼자 하는 문화가 조성된거다. 부럽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내가 1n년 전 부단히 노력했던 그 ‘인간관계’가, 이제는 선택이 된것이다. 관계를 맺어도 되지만, 나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굳이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나? 라는 가치관이 만들어진거다.




특히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면 상황과 달리 SNS는 내 모습이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친구의 글을 읽고 의견이 좀 달라도 ‘좋아요’를 누르는 일이 많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자랑하는 사진을 보고 ‘왠 자랑질이야!’라고 성질을 내면서도 ‘좋아요’를 누른다. 쇼핑할 때마다 사진을 일일이 올리는 친구, 조금이라도 좋은 곳으로 외출하면 그 풍경을 찍어 올리는 친구의 사진을 보면서도 ‘자기의 일상을 하나하나 다른사람에게 알릴 필요가 있나?’라며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반사적으로 ‘좋아요’를 누른다. (중략)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신의 포스팅에 모두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호의적인 댓글을 달아주면 굉장히 기분이 좋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올린 사진을 보며 자신처럼 ‘이런 사진을 왜 올렸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처럼 생각하면 SNS는 상대의 속마음을 매우 읽기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이다. P 076



정말 그렇다. 난 내 블로그 공감수와 댓글수가 늘어나면 분명 기분이 좋다. 확실히 좋다. 그런데 가끔은 궁금하다. 내 포스팅을 좋아해주시는 이 분들이, 정말 진짜로 좋아서 ‘좋아요’를 누른건지. 아니면 진짜 속 마음은 그 반대인데, 이웃이라는 이유로 ‘좋아요’를 누르는 건지.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어쩌면 진짜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근데 또.. 이런 부분을 신경쓰다보면 한도 끝도 없고 그러니, 생각을 안하려 하긴 하는데. 참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비위를 맞추려고 세상을 사는게 아니다. ‘미움 받고 싶지 않아’라거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라는 등 타인의 평가만을 걱정하는 삶이란 참으로 쓸모없다. 미움받는 것을 걱정하는 대신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는 말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 P 094 



‘인간관계’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을 고민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하면 남들 눈에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일지 고민한다. 내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아닌, ‘남들 눈’에 보이는 좋은 사람 말이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워낙 당연한 거였기에, 이게 내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내 스스로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벗어나보려 한다. 타인이 보는 내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내가 눈치를 보는 사람이 타인이 아닌, 오롯이 내가 되기를 바라며 올 한해를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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