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제대로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요즘, 나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어주는 건 점심시간에 주어진 30분 남짓한 독서다. 물론 그 짧은 시간도 방해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긴 하지만 말이다(제발 내 이름 좀 그만 불러요....점심시간은 법적으로 보장된 시간이잖아요....좀 쉬게 내버려두세요......). 거기다 요새 잦은 야근에, 집에 들어가면 바로 잠드는게 일상이라 블로그는 저 멀리 벗어던진지 오래. 그나마 설 연휴가 아니었으면 블로그를 조금 더 오래 쉬어갔을지도 모르겠다. 2월은 조금 덜 바빴으면 좋겠는데 하하하하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뭐라 말도 못하겠고, 그저 이렇게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간접적으로 쉼을 느낄 수 밖에.


오늘의 책은 상상출판에서 출판한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라는 여행에세이다. ‘낯선 일상’이라, 언제나 이런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낯선 세계로 가고 싶어하는 나였기에, 제목부터 내 마음을 붙잡고 흔들었다. 아, 제목만 봤을 뿐인데 떠나고 싶다. 아! 이 책을 쓴 저자는 역시나 유명한 여행유튜버다. 물론 나는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책 속에 있는 그녀는, 수 많은 여행을 한 그녀는 그저 나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나를 힘들게 하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좋아하던 여행이 업이 되버린 그런 사람이다.


이 책은 그녀가 여행한 수 많은 국가/도시가 나온다. 런던, 브리튼, 코펜하겐, 파리, 니스, 로마, 레이캬비크, 교토, 발리 등등. 정말 많기도 엄청 많았다.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럽권 국가다. 요 근래 유럽권 여행 에세이를 자주 읽어서, 자연스레 앞선 책들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앞선 책들에 비교해서도 이 책은 단연 상위권이라 이야기 하고 싶다. 그 이유는 심히 주관적이다. 여행하는 법이나, 감성깊은 사진? 그런 이유가 아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코웃음 칠지도 모르는 이유다.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하지만 생각보다 이루기 어려운 ‘친구’와 함께한 여행이 이 책의 주가 되었다는게 그 이유다.



그녀의 첫 여행, 그것도 ‘장기’여행은 친구와 함께였다. 나는 그녀가 첫 여행한 곳이 유럽이고, 한 달간 장기여행을 했다는 것 자체는 부럽지 않았다. 다만 여행의 모든 순간을 친구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러웠다. 첫 여행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첫 장기여행인 유럽 뿐만 아니라, 발리, 아이슬란드 이 모든 곳을 친구와 함께했다. 물론 이 책 곳곳에는 그녀가 홀로 다닌 여행도 있었지만, 친구와 같이 다는 여행이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 할 정도로 그녀의 여행메이트는 친구였다. 그것도 마음맞는 ‘친구’.


나의 첫 해외여행은 저자처럼 ‘친구’와 함께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3박 4일간 다녀온 일본 고베/교토/오사카 여행이다. 짧다면 짧은 여행 일정이었지만, 우리는 퇴근하고 혹은 휴일에 만나서 여행일정을 짜는 게 정말 즐거웠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꽤 오랜시간 여행을 다녀왔던 이야기를 하며 행복했다. 회사에 있으면서도 “조간만 또 가야지!” 싶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조만간’은 없었다. 서로의 일상이 있었기에. 확실히 한국이라는 나라는, 서로 다른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 휴가를 맞춰서 여행을 가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어려운 점에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지금 그 친구와 나는 회사도 다르지만 서로 근무하는 시간대 자체가 다르니, 서로 만날 시간조차도 정하기 어렵다. 아- 어쩌면 이건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 친구와 나는 걸어서 15분 거리에 사는 같은 동네 주민이기도 하니까. 그저, 서로 일하고 돌아오면 너무 피곤하고 그러니까,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피로를 동반하기 때문에, 사회에 썩을 대로 썩은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집 밖으로 안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주 친한 친구 사이를 들여다보면, 각자 성격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사고영역을 조금 더 넓어지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같은 성격이면 분명 싸웠을 법한 일에도 서로 져주기도, 참아주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 친구인 게 이렇게나 좋구나, 하고 새삼 놀랐다.

P 143


그리고 나는 꺠달았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완벽했다. 온통 하얀 세상, 아늑한 숙소, 좋아하는 친구들, 맛있는 음식 ….

P 257


나는 내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는 행동은 잘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읽으라고 빌려주는 행위 조차도 잘 하지 않았다.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책인데, 이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거나 혹은 선물로 주었을 때 나 만큼 소중하게 생각할거라는 믿음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이 책만큼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떠올린 그 친구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 친구도 이 책을 읽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나처럼 그 때 그 여행을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아니, 그저 이 책을 핑계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다시 한번, 그 때의 추억을 곱씹으며 웃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