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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평점 :
출근길에 라디오를 듣는다. 라디오에서 한 기자가 #젠지스테어 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처음 듣는 단어! 알고보니 요즘 온라인상에서 논란중인 Z세대의 무표정 응시현상을 말하는 거란다. 기자는 이 현상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기술의 발달로 인한 소통방식의 변화와 코로나 펜대믹을 들었다.
라떼는…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예전 같았으면 서로 전화로 약속장소를 잡고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대부분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게 어려울 경우 유선 통화로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런 직접 소통이 대폭 축소되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대부분 SNS를 이용하여 텍스트 소통, 비대면 소통을 주로 한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이런 경향이 증가세에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비대면 기조가 확연히 증가하며, 오히려 대면소통을 어려워할 정도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특히 젠지스테어 논란에 서있는 Z세대는 한창 바깥 세상에 대해 공부하고 교류해야할 청소년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맞닦뜨렸다. 많은 경험과 지식을 흡수했어야할 그 시기를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으로만 배웠고, 그 결과가 지금 논란이 되는 ‘젠지스테어’ 인 것이다. Z세대에서 논란이 되는게 비단 젠지스테어만 있는 게 아니다.
사회초년생인 Z세대들은 취업시장에서도 여러 이슈를 불러왔다. 예컨데 회전문 취업이라던가, 의무와 책임은 무시하고 권리만 챙기려는 행동들이 그렇다. 물론 일부의 문제겠지만, 적어도 내가 회사에서 본 대다수의 Z세대들은 그러하였다. 그렇게 젠지스테어 하나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현생이 바빠 잊고 있었는데 오늘 읽은 책 덕분에 다시금 Z세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책 제목은 『경험의 멸종』. 생각해보니 그렇다. 대면에서 비대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사라진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경험’이다. 결국 사회 현상까지 되어버린 Z세대 문제점의 시초는 ‘경험’ 부족이었다.

다윈의 이런 독특한 연구에 동력이 된 질문은 이것이었다. 우리의 몸짓과 표정은 우리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까? 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서로를 ‘읽을’ 수 있게 진화했을까? 누군가가 안심시키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왜 고개를 끄덕일까? 친구의 나쁜 소식을 들을 때 왜 친구의 찌푸린 표정을 따라하는 것일까? 다윈은 신체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통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이 대단히 중요한 연결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다윈은 인간의 표정이 인간에 대한 이해의 기초를 이루며, 표정을 해독하는 것은 우리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훨씬 전부터 진화 과정에서 얻은 기술이라고 믿었다. p 052
사회학자 조너선 터너는 이렇게 말헀다. “인간은 영장류이고(진화한 유인원일 뿐이다) 이 사실은 인간의 행동과 상호작용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상호작용은 생물학을 초월하지 않으며, 생물학에 내재되어 있다.” 우리는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 자세, 몸짓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반면 기호와 글을 통한 의사소통은 우리 진화의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최근에 발달한 것이다. 동굴벽화가 처음 등장한 시기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진화 역사에서 1퍼센트도 되지 않는 시기다. p 057
대면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다름아닌 타인의 ‘표정읽기’에 있다. 사람들은 문자를 사용하여, 언어로 대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신체언어’도 같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신체언어는 문자언어보다 더 유서깊은, 대단히 오래되고 역사 깊은 의사소통 수단인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대화를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거나, 실소를 터트리는 등 얼굴 표정에 감정을 드러낸다.
특히 감정표현은 어린아이를 키울 때 더욱 중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얼굴을 보며, 감정표현과 공감을 배우고 더 나아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감정표현의 발달은 신체언어의 발달 뿐만 아니아, 인간관계를 맺는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인과 만남에 있어서, 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것 만큼 중요한게 없기 때문이다. 신체언어는 뜻하지 않는 이해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표정이 신뢰의 척도가 아닐 수는 있지만 우리가 매개된 의사소통을 선호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능력에 영향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컴퓨터 매개 의사 소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문자나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신체적 신호가 사라지면 우리가 새로운 도구에 적응하기 위해 행동을 바꾼다는 것을 발견했다. 코넬대학교의 제프 행콕 교슈는 컴퓨터 매개 의사소통이 더 능란한 거짓말쟁이르 만든다면서 “동기 향상 효과”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상대방을 마주한 상태라면 미세한 경련이나 수상한 눈의 움직임으로 진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망성일게 된다. 행콕은 화면을 매개로 의사소통을 할 경우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동기가 더 커지고 거짓말이 성공할 확율도 더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p 061
얼굴을 직접 마주할 때 주고맏는 표정과 몸짓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중요하다. 미주신경계는 인간관계를 위한 생물학적 시스템의 일부다. 공감의 원동력이 되는 진화의 산물인 것이다. 이 신경계는 사용하지 않으면 능력이 저하된다. “기본적 생물학적 능력인 대면 상호작용은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결국 사라진다.” 프레드릭슨의 말이다. p 063
이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확인한 나스는 아이들이 대면 상호작용을 화면 매개 상호작용으로 대체하는 것은 “정서적, 발달적 측면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이들은 감정에 대해 배워야 하며, 그 방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아이들은 진짜 상대방의 눈을 봐야 한다.” 그는 페이스타임, 스카이프 같은 영상 채팅 서비스는 대면 상호작용과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안 멀티태스킹을 하는 경우가 많고 화면 상의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스는 경고한다. “대면 의사소통을 피한다면 꼭 배워야 하는 필수적인 것들으 ㄹ배우지 못하게 된다. …… 사회적 기술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감정에 대해 배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말할 수 없이 중요하며, 어린이와 가족 사이에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p 077
하지만 앞서 말했든 지금 우리 사회는 사람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서 인건비 절감 및 자동화라는 명목하에 사람이 있던 자리에는 기계 또는 AI가 차지했다. 하다못해 식당에서 메뉴 주문도 키오스크로 하고, 공항이나 호텔 체크인도 키오스크 또는 휴대폰이나 태블릿PC로 진행한다. 이러한 추세는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나는 내 딸을 어떻게 가르쳐야할까. 그나마 다행인건 내 딸이 코로나팬데믹 이후 세대라는 점이다. 일상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그 때와는 다르다. 과거의 내가 그랬듯 언제 어디서는 사람들간의 표정을 보고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오랜기간 비대면 생활로 인한 부작용이 이슈화 되어, 비대면으로 진행된 많은 부문이 다시 대면으로 바뀌고,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지금의 Z세대 문제는 어쩌면 코로나팬데믹을 살아온 세대만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닐까? 전 세대를 통틀어 봤을때, 그저 딱 청소년기를 코로나 팬데믹으로 보낸 일부 세대 말이다. 결론은 뭐, 내 딸은 훗날 사회에 나갔을 때,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줘야겠다는 ...뭐 그런거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