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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 - 상처 주지 않고 자존감을 높이는 훈육 기술
마츠나가 노부후미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아이를 낳기 전까지 거들떠도 보지 않던 육아책. 아이 낳은 후로 스스로 찾게 되었다. 나도 엄마는 처음인지라, 엄마가 되기 위해서 육아책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한 권, 두 권 손 잡히는 데로 읽다보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어떤 육아책은 ‘엄마’로서 내 정체성을 흔들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육아책을 읽다보며, 나름 육아책을 읽는 데 있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지 깨달았다. 모든 육아책이 다 정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전부 오답도 아니다. 내 상황에 맞춰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건 버리자!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2/pimg_7440571784600962.jpg)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읽은 육아책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는 나같은 딸맘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취할 게 생각보다 많은 책이다.
다만 언뜻언뜻 저자의 가치관이 나와 약간 다른 부분들이 나와서, 조금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예컨데 저자가 말하는 딸 육아가 중요한 이유가, 딸이 다음 세대를 낳는 ‘국가의 보물’이기 때문이라던가, 혹은 일도 잘하면서 육아도 잘 해내는 어른 여성이 되길 위함이라던가 하는 내용들 말이다. 하지만 이건 저자가 일본인 남성이기에 어쩔수 없는 부분인것 같긴 하다. 일본이 아무리 발전한 선진국이라 한들 여성을 보는 시각과 양성평등에 있어선 아직까지 후진국에 속하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고로 언뜻 비치는 저자의 가치관만 배제하면, 이 육아책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는 전체적으로 딸맘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육아에 바빠서, 이 책 한 권을 전부 읽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목차를 보고,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먼저 읽어봐도 좋다. 이 책을 추천하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가, 원하는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 있게 정리된 ‘목차’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출간된 후 17년간 40만부나 판매된, 일본 아마존 초장기 베스트셀러다. 한마디로 자녀교육 육아책으로써 이미 정평난 책이라는 것.
내 딸이 이렇게 컸으면 하는 딸맘의 모든 바람이 이 목차에 담겨있다. 내 딸은 현명하게 컸으면 좋겠고, 말을 조리있게 잘 했으면 좋겠고, 기본 예절습관이 몸에 베어있었으면 좋겠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고, 뭐든 엄마인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게 모든 엄마들의 바람이니까. 어쩌면 내 엄마도 나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 모든게 다 어려운 바람이란 걸 안다. 나 역시 딸이었으니까. 엄마도 내게 욕심이 있었을테다. 다만 엄마의 욕심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더 많이 배워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한 사람 몫을 하고 사는 것. 보통의 엄마들이 바라는 욕심이었다. 내가 엄마의 욕심을 전부 이뤄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름 좋은 직장에 다니며 한 사람 몫을 하고 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거다. 내 삶은 엄마의 욕심을 이뤄주기 위한게 아니라는 것. 엄마가 아닌, 나를 위해서 살다보니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데, 의도치않게 엄마의 욕심을 이뤄주는 결과가 되었을 뿐이다. 엄마의 욕심이 과하지 않았다는 것도 한 몫했고.
내 딸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거다. 엄마인 내 욕심이 아닌, 본인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았으면 하는 것. 그 과정에서 보다 현명했으면 좋겠고, 판단력이 좋았으면 좋겠고, 예의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고, 상처를 이겨내는 회복탄력성이 좋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키우기 위한 힌트를 이 책에서 찾아보았다.
첫번째: 딸로 태어났어도 몰랐던 딸의 특성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있잖아요, 엄마’에서 시작되는 ‘수다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대화기술을 갈고 닦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대화기술을 닦은 아이는 국어 실력이 금방 향상된다. ‘국어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언어로 이해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여자아이의 수다 능력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도 가끔 딸의 수다 능력을 무시하는 부모가 있다. (…) 설령 자신은 잘 떠들지 못하더라도 “응응, 그래서?” 라고 맞장구를 쳐서 딸이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게 ‘잘 들어주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p 027, ‘국어실력을 늘리는 수다법은 따로 있다.’
가정에서 존댓말을 쓰라고 강요하라는 뜻은 아니다. ‘재수 없다, 짜증 난다’ 같은 말만 쓰는 친구들과 사귀지 말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집에서는 점잖고 바르게 행동하지만 밖에 나가서는 나름대로 아이들과 어울릴 줄 알고, 학교에서는 친구들끼리 유행어로 말을 해도 집에 돌아오면 ‘다녀왔습니다’ 에서부터 ‘안녕히 주무세요’ 까지 올바른 말을 쓸 줄 아는 등 때와 장소에 맞게 말과 행동을 가려서 할 줄 알면 된다. p 048, 예절바른 아이가 머리도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상황에서 아이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휴가를 갈 곳에서부터 커튼 색, 저녁 메뉴, 다음 날 입을 옷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아이에게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라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아이의 의견을 무조건 들어주면 무엇이든 자기 뜻대로 하는 폭군이 될 수 있다. 이때 아이의 의견을 들으면서 “엄마는 이렇게 생각해. 왜냐하면…” 하고 설명한 다음, 다시 한번 “너는 어떠니?”하고 묻는 것이 좋다. p 054, ‘여자답게’보다 ‘현명하게’ 키워라
두번째: 즐기는 법을 아는 딸이 결국 성공한다
‘지식만 있고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람’은 주위에서 고립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을 기회도 얻지 못한다. 어느새 아는 척만 하는 구제불능 인간이 되어버린다. 이는 정말 무서운 일이다. 이럴 위험은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있다. 부모가 고학력일수록 아이가 다양한 지식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체험없이 얻은 지식을 떠벌리다가는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p 094, 지식만 쌓는다고 교양이 생기지는 않는다.
아이에게 무엇이든 흑백 논리에 맞추어 ‘좋다’ 아니면 ‘싫다’로 나누지 말고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주자. 그 것은 내 딸을 ‘패배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교육이다. p 103, 딸 인생의 행복을 높여주는 포용력 훈련
아이 스스로 “ㅇㅇ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가능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다고 느끼는 아이의 변화를 받아주는 것이다. “네가 하고 싶다고 한 일이니까 끝까지 해!” 라고 강요한 것은 하기 싫은 일만 하나 더 늘려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이들은 끈기와 집중력이 약하다. 변덕은 당연한 일 중 하나다. (…) 언제까지 아이의 응석을 받아줘야 하는지 고민이 깊은 것도 안다. 하지만 이도 다 한때다. 일단 아이에게 시켜보라. p 140,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세번째: 모두에게 사랑받는 딸로 키우는 비법
‘우리 아빠는 언제나 팬티 차림으로 맥주를 마시지만 책도 많이 읽고, 어떤 책이 재미있는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든지, ‘집에서 고장 난 물건은 언제나 아빠가 고친다’등 딸이 아빠가 멋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일을 하라고 남편에게 귀띔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하면 아이의 머리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아버지 자신의 인생도 틀림없이 윤택해질 것이다. p 164, 존경받는 아빠는 딸의 ‘남자 보는 눈’을 기른다
어렸을 때부터 ‘갖고 싶은 건 반드시 가져야 한다’, ‘돈은 언제든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믿으면서 자란 아이는 갖고 싶은 건 금방 손에 넣는 버릇이 몸에 밴다. 이 버릇이 몸에 배면 갖고 싶은 걸 가질 수 없을 때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소중한 딸을 어리석은 아이로 만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쉽게 물건을 사주지 말고 용돈도 너무 많이 주지 않으면 된다.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 있으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 사준다. 조금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서 아이의 의욕을 끌어올리는 것도 좋다. p 177, ‘금전감각’을 낳는 ‘갖고 싶은 걸 참는 습관’
아들은 이렇게 키워라, 딸은 이렇게 키워라 어쩌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육아 전문가들이 쌓아온 데이터에 따르면 아들과 딸을 키울 때 그 방법을 달리해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간혹 딸 같은 아들, 아들 같은 딸이라는 변수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아들과 딸 육아법을 구분해야 엄마도 편하고 자녀도 편한법이다.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