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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ㅣ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는 사회 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이 지은 <미국 민중사>를 폴 불이 만화에 맞게 각색하였다. 폴 불은 하워드 진의 책을 만화책으로 낸 까닭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예술형태인 만화는 동굴의 벽화만큼이나 오래 된 것이다. 만화는 글로 쓰인 역사보다 먼저 있었으며, 구전 역사처럼 이야기를 전하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뛰어난 이야기꾼의 글에서는 대개가 자연스럽게 만화가 흘러나온다. 이 책의 편집자와 만화가의 원서를 임으로 재구성하였는데 이는 좀 더 극적인 제시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며, 원본과 비교해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또한 하워드 진의 자서전인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도 이 책에 나오는 20세기와 그 후의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는 다양한 시각적 기록들과 독창적인 예술을 함께 접목시키는 기교를 통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고 말하고 싶다.’
폴 불의 새로운 시도 덕분에 피로 얼룩진 미 제국주의 역사를 실감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사 중에서도 폭력적이고 잔혹한 제국주의와 인종차별, 권력가와 자본가들의 횡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개척자나 청교도 정신 나열하지 않고, ‘운디드니 학살’로 시작한다.
1889년 종족의 죽음과 영토의 강탈, 자신들의 파괴된 생활방식을 애도하기 위해 인디언들은 ‘고스트댄스’라는 새로운 영적인 운동을 전개했다. 미 정부는 이 고스트댄스가 백인 개척민을 두렵게 만든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고스트댄서들을 검거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결국 그들은 운디드니 협곡으로 도망간 300명의 인디언 중 250명을 죽이고 5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당시 인디언들이 갖고 있던 무기는 화살이 전부였고 미군에게 살육당한 사람들 중에는 여자와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눈 속에서 죽인 인디언들을 찾아 한 구덩이에 던져버리고 일당으로 2불씩 받았다.
백인들의 횡포는 인디언이나 흑인들에게만 자행 되었던 것이 아니다. 미국 초기의 악덕 자본가들은 유럽 제국주의를 모방하고 이들과 경쟁하면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악덕 자본가들이 엄청난 부를 즐기고 있는 동안 노동자들은 광산의 붕괴, 화재, 폭발로 인해 죽거나 신체가 절되는 등 그 부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제철공장과 직물공장에서는 수천 명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다.
그 중 가장 악독한 사람은 조지 폴먼으로 폴먼 시티를 세워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고 높은 주택 임대료를 부가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을 통제했다. 폴먼은 노동자들을 ‘내 자식들’이라 불렀지만 그 곳은 바로 백인 판 인디언 보호구역 시스템이었다. 이런 사실을 기존의 역사는 개척정신으로 미화하여 초창기 미국사를 도전과 희망 시대로 그리고 있다.
정부는 인디언과 농민, 노동자들의 저항을 진압해도 경제 불황을 해결하지 못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멕시코를 비롯한 일본, 니카라과, 우루과이, 포르투칼, 아르헨티나에 문호 개방을 요구하고 쿠바침공, 베트남 전쟁, 최근 이라크 침공까지 직접적인 침략 행위는 물론, 분쟁지역에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경제적 지원과 무기를 팔아 간접적 침략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들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인권, 민주주의 수호, 세계 평화 등을 내세우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몇몇 자본가와 정부가 결탁하여 세계 최강자로서 횡포를 가하고 이익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한 사실들을 하워드 진이 직접 강의 하는 형식을 빌러 설명하고 있는데, 하워드 진 자신의 경험은 물론, 실제 인물들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들을 진술하고 있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리듬앤블루스에 엉킨 흑인들의 저항정신과 명분 없는 베트남 침공에 대한 시민은 물론 군인들의 저항. 이란 국왕과 미국 정부의 결탁과 이란의 석유통제권을 영국으로부터 되찾은 모사데그의 축출로 비롯된 중동과의 대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실제 사진과 함께 만화로 그려져 사실감 있게 전해진다.
이 책은 우리 시위대에서 자주 듣게 되는 ‘미 제국주의의 횡포’라는 것이 어떤 거 인지 구체적으로 잘 설명한 책이다. 미국의 제국주의 횡포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 같은 평범한 주부에게까지 알려졌으니, 그들의 횡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겠는가?
그런데도 어제 뉴스에 부시 대통령 임기를 두 달 앞에 두고 자신이 "(이라크 등에서) 5000만 명을 해방시키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으로 알려지길 원 한다." 하니, 눈뜨고 키 뚫린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를 비웃지 않겠는가 말이다.
미국이 저지를 횡포 중에서 우리가 간과하게 되는 것 중하나가 경제봉쇄로 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이 그랬고 북한이 테러국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또 한 가지는 대중들은 9.11테러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사건엔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지만, 익숙해진 끔찍한 일들엔 무관심과 체념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워드 진은 다음과 같이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강의를 맺는다.
“어려울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 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믿는 태도입니다. 만약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훌륭하게 처신해온 경우가 아주 많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행동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희망은 변화를 위한 에너지입니다.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놀라운 승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