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발도로프와 한의학이 만난 학교 1
이양호 지음 / 글숲산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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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의 저자 이양호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3년 동안 지곡서당에서 한문을 배운 뒤, 생계를 위해 10년간 논술과 책읽기를 가르쳤다. 그러다 다시 뜻을 품고 독일로 향했다. 발도로프 교육 방법을 배워 우리 아이들을 스스로 도덕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희한한 약력으로는 책에 대한 흥미를 끌기엔 역부족이다.

더욱이 먼저 출간된 < 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는 전래동화가 원전이 지니는 깊이 있는 해석이라는 측면이라는 점을 제외 하고는 저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지 못했다. 그런데 <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는 좀 다르다. 단순히 자신의 교육관이나, 발도로프 교육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왜 이런 교육을 펴려고 하는지, 우리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발도로프에서 배울 점은 무엇이며, 우리 조상들에게 배워야할 점은 무엇인지, 또한 앞으로 자신이 펼칠 교육은 어떤 것 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놀라운 발견은 저자가 시종일관 옳고 바른 것만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옳고 바른 것을 말을 하면, 개그가 되거나 따돌림을 받게 되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선 더 심하다. 아이들은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서 친구를 따돌리고 거친 말투를 배운다. 이것이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터득하는 첫 번째 일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 사이에도 옳은 것, 바른 것이 무엇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외곡 되어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저저 이양호가 자신의 교육관에 실은 옳고 바름은 너무나도 신선하게 다가 왔다.

<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는 크게 사계로 단원을 나누어져 있다.

겨울, ‘우리 얼굴은 어떠해야 하는가?’ 아이들은 어떤 인간으로 키울 것인가? 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상적인 인간상을 그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 설명을 하기 위해 <심청전>을 재해석하고 심학규와 오이디프스를 동일한 인물로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인물로 곱고 빼어난 선비의 모습을 그려냈다.

봄, ‘다섯 씨 키움터에서 펼쳐질 공부’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여기서부터는 그가 세울 학교의 구체적인 학습과목과 방법으로 들어간다. 그가 말하는 교과 과목이라고 해서 우리가 받은 교육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보통 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언어, 수학, 과학, 음악, 미술, 운동 따위가 들어간다. 하지만 그 것을 왜 배워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의 바탕은 기존의 교육관과는 사뭇 다르다. 그에게 있어서는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까닭 역시 도덕적인 인간에 이르기 위해서 이다.

여름, ‘다섯 씨 키움터’ 어떤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할 것인가? 기숙학교로 운영될 이 학교의 수업료는 부모의 소득과 재산 수준에 따라 차등 청구할 것이라 한다. 그래야 평등한 교육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근거로 독일 사회복지제도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경제침체로 독일도 사회복지예산을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독일의 복지제도는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예산 감소로 병원비는 종전대로 무료이지만, 병원에 갈 때 지원 받던 택시비는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은 대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25세까지 매달 20만원의 교육비를 따로 보조 받는다. 가난한 외국인학생에게 전세 비까지 지원해 주는 것이 독일이다. 혹자는 독일이야 선진국이고 소득수준이 우리보다 높으니. 그럴 수도 있다, 라 하겠지만, 우리보다 훨씬 못한 소득수준을 지닌 동구나 근동의 국가들에 비해서도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런 연유로 저자는 자신 세우는 학교에서 만큼은 교육의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가을, < 단군신화로 본 한국 역사 > 우리는 어떤 민족인가? 인문학적 소양을 지니, 조상들의 얼을 본받아 새로운 세상을 이끌 동량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발도로프 교육을 그대로 한국에 옮겨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발도로프의 정신과도 맞지 않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은 까닭은 안의 것과 밖의 것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그렇기에 그 역시, 발도로프만을 고집한다거나 우리 전통 교육 방법만을 고집하지 않고 둘을 융합해서 새로움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 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꼿꼿한 대나무 같다면 <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 향이 그윽한 향나무 같았다. 대나무는 꼿꼿하고 강해 보이지만 속이 비어 있고 대나무는 꽉 찬 속을 잘게 잘라도 향을 낸다. 그처럼 <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의 문장 하나하나에는 선. 참, 진실, 올바름이라는 향이난다. 단순히 저자의 교육관만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고, 우리가 추구해야할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내내 조심스러웠다. 단어 하나하나까지 공들여 한글 쓰기를 한 글을 읽고도 고치지 못하고 이런저런 말을 한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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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 아이세움 배움터 12
정범진. 허용우 지음, 정수연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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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는 정범진.허용우 글로 아이세움에서 펴냈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인문 과학 총서 아이세움 배움터 시리즈 중 하나이다. 어린이 책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막 세계사를 접하는 중학생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나라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과학의 발전과정을 중심으로 보는 과학사,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경제사, 여성사 등 다양한 관점에 따라 역사적 자료를 모아 기술하는 것이 요즘 흔히 쓰는 역사 기술방식이다. 하지만 처음 역사를 접할 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굵직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맥락을 잡아 두는 것이 좋다. <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 미국사를 굵직한 사전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더했다.

콜럼버스 이후 미국인들이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헨리 8세가 아들을 낳지 못한 왕비와 이혼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교황이 허락하지 않았어. 그는 영국 국교회를 만들고 스스로 최고 우두머리가 되었어. 그래서 국교회의 교리는 가톨릭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철저한 개혁을 원한 청교도들은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게 되었지.

영국은 버지니아 회사와 플리머스 회사에게 특허장을 주어 이주민을 보내고 식민지를 세울 권한을 부여했어. 두 회사는 각각 남쪽과 북쪽을 맡아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 아메리카로 떠나 보내는 일을 했지.

많은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새로운 땅에 정착했기 때문에 초창기 미국하면 떠 오른 것이 청교도 정신이다. 대서양이 닿는 육지의 남북으로 길게 미국의 거대 도시가 형성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남과 북은 자연환경에 따라 공업과 농업을 분리되어 발전하면서 영국으로 독립을 쟁취하기도 하고 남북 전쟁을 치루기도 하였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 경찰국을 자처하면서 국내외에서 원성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동안 미국을 짝사랑해 왔다. 1882년 청나라의 주선으로 미국과 ‘조·미 수호 통상 조약’체결이후, 조선을 둘러싼 열강의 쟁탈전이 심해지자, ‘거중조정’(제1조 만약 조약결국 중 한 나라가 제3의 국가로부터 홀대 내지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있게 되면 상대국에 알려 반드시 서로 돕는다.)을 근거로 미국이 나서서 보호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미국은 조선의 기대를 저버리고 중립을 고집했다. 당시 조선 주제 미국 공사였던 알렌은 한술 더 떠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일본에 의해서만 수습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는 것이 미국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 이후에도 조선인의 미국에 대한 짝사랑은 계속 되었는데 3.1운동 직후 ‘조선의 여학생들이 파리 평화 회의에 보내는 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아메리카 합중국 대통령 윌슨 씨여, 우리는 당신을 아버지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독립 선언을 받아들여 세계 여러 나라에 선포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문 154쪽-

조선의 여학생들이 이런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윌슨이 제시한 ‘민족 자결주의’ 때문이었는데, ‘민족자결주의’는 미국이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나라들의 식민지를 이긴 나라들이 나누어 갖기 위한 전략일 뿐이었으니, 미국의 답변은 냉담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은 일본의 영토이기 때문에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 즉 독립은 불가능한 일이다”

-본문 154쪽-

당시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대부분이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나 의료시설에서 교육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짝사랑은 그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해방이후 미·소 강대국의 끼고 6.25 전쟁을 치룬 뒤, 휴전 상태로 미군이 주둔해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반민감정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군 철수만을 외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먼저 한국군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군사 정보를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이란다. 미군의 군사 위성과 정찰기 등으로 얻는 정보가 없다면 거의 눈 뜬 장님인 셈이래. 그러니 한국군과 과학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

또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육·해·공군의 균형적인 발전, 특히 그 중에서도 공군의 강화가 필요한데 우리 공군의 자립도가 너무 낮다는 것도 문제란다. 게다가 미군 철수 후 일본이나 중국의 군사력이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란다.

이처럼 <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에서는 미국의 역사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우리와의 관계를 기술하고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균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사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안한 문체로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고 있어, 이제 막 세계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중학생들이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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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독 -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엮음 / 창해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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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독』초판은 제1차 걸프전 직후인 1992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의 피해자가 미국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안’에도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래서 만화 전개도 미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가 자신의 아이에게 군사패권주의가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 주는 방식 택하고 있다.

2003년 미국 연방정부는 예산 총액에서 국채 관련 비용을 뺀 자유재량 예산 중 51.6%를 군사비로 교육 관련 예산은 6.7%를 책정하였다. 이런 정책 때문에 국민은 세금을 내면서도 충분한 사회복지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외국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치루는 희생은 돈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병사들이 생명을 잃거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들었다.

미국이 이처럼 광적으로 전쟁을 치루기 시작한 배경은 1776년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에서 찾을 수 있다.

“지상의 모든 나라들과 모든 사람들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묶여 있던 자신들의 정치적인 사슬을 끊고, 자연의 법과 하나님의 법에 의해 주어진 본래의 독립적이고 대등한 지위를 주장해야 한다.”

독립을 쟁취한 이들 식민지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북아메리카 전역을 지배하도록 신에 의해 선택받았다고 믿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선택되었다는 확신을 ‘명백한 운명’이라고 표현하며 정당화하였다. -<전쟁중독> 13쪽-

이와 같은 종교관으로 무장한 미국의 지도자들은 인디언을 몰아 낸 뒤, 멕시코 영토의 반을 빼앗는다. 그들의 욕심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 필리핀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미국의 기업가들은 그런 미군을 앞세워 경제적 침략을 가하고, 독재정권의 권력층을 옹호하여 미국에 순종하는 체제를 만들어 왔다.

세계의 패권의 유지하려는 미국의 욕심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냉전체재를 유지하면서, 전쟁의 새로운 명분을 만들었다. 한반도에서 치룬 6.25전쟁도 미.소 양국의 땅 따먹기 한판 승부였던 것이다. 이 책에선 현재 한반도가 둘로 분단된 상태이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상황을 다음 전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표현하고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섬뜩한 공포가 느껴진다.

이 밖에도 <전쟁중독>에선 미군이 여러 약소국을 상대로 치루는 다양한 전쟁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미국 서민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황폐해지고 있는지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가, 전쟁의 피해자가 외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살고 있는 서민들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미국 기득권층의 패권주의가 미국 서민들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는가를 알려 국민을 전쟁반대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이다. 미국 국민이 패권주의 전쟁을 반대한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평화를 원하는 새로운 정치가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버락 오바마 제 44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먼저 그의 당선은 흑인 대통령의 등장이라는 것으로 백인 우월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계 각 처에서 ‘악의 축’, ‘테러국’이라 몰아세우며, 군사적 침략은 물론 경제적 압박을 가해 많은 생명을 아사상태로 만든 부시 정부와는 달리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흔들림 없이 유지된 백인 자본가들의 권력 구조 속에서 오바마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 국민은 백인 우월주의를 깨고 흑인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품었다. 더 이상 백인 권력자들 아래서 불이익을 받으며, 꼭두각시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변화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전쟁중독> 같은 책들이 미국의 패권주의의 실체를 알리는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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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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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는 사회 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이 지은 <미국 민중사>를 폴 불이 만화에 맞게 각색하였다. 폴 불은 하워드 진의 책을 만화책으로 낸 까닭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예술형태인 만화는 동굴의 벽화만큼이나 오래 된 것이다. 만화는 글로 쓰인 역사보다 먼저 있었으며, 구전 역사처럼 이야기를 전하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뛰어난 이야기꾼의 글에서는 대개가 자연스럽게 만화가 흘러나온다. 이 책의 편집자와 만화가의 원서를 임으로 재구성하였는데 이는 좀 더 극적인 제시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며, 원본과 비교해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또한 하워드 진의 자서전인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도 이 책에 나오는 20세기와 그 후의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는 다양한 시각적 기록들과 독창적인 예술을 함께 접목시키는 기교를 통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고 말하고 싶다.’


폴 불의 새로운 시도 덕분에 피로 얼룩진 미 제국주의 역사를 실감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사 중에서도 폭력적이고 잔혹한 제국주의와 인종차별, 권력가와 자본가들의 횡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개척자나 청교도 정신 나열하지 않고, ‘운디드니 학살’로 시작한다.

1889년 종족의 죽음과 영토의 강탈, 자신들의 파괴된 생활방식을 애도하기 위해 인디언들은 ‘고스트댄스’라는 새로운 영적인 운동을 전개했다. 미 정부는 이 고스트댄스가 백인 개척민을 두렵게 만든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고스트댄서들을 검거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결국 그들은 운디드니 협곡으로 도망간 300명의 인디언 중 250명을 죽이고 5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당시 인디언들이 갖고 있던 무기는 화살이 전부였고 미군에게 살육당한 사람들 중에는 여자와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눈 속에서 죽인 인디언들을 찾아 한 구덩이에 던져버리고 일당으로 2불씩 받았다.


백인들의 횡포는 인디언이나 흑인들에게만 자행 되었던 것이 아니다. 미국 초기의 악덕 자본가들은 유럽 제국주의를 모방하고 이들과 경쟁하면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악덕 자본가들이 엄청난 부를 즐기고 있는 동안 노동자들은 광산의 붕괴, 화재, 폭발로 인해 죽거나 신체가 절되는 등 그 부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제철공장과 직물공장에서는 수천 명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다.


그 중 가장 악독한 사람은 조지 폴먼으로 폴먼 시티를 세워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고 높은 주택 임대료를 부가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을 통제했다. 폴먼은 노동자들을 ‘내 자식들’이라 불렀지만 그 곳은 바로 백인 판 인디언 보호구역 시스템이었다. 이런 사실을 기존의 역사는 개척정신으로 미화하여 초창기 미국사를 도전과 희망 시대로 그리고 있다.


정부는 인디언과 농민, 노동자들의 저항을 진압해도 경제 불황을 해결하지 못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멕시코를 비롯한 일본, 니카라과, 우루과이, 포르투칼, 아르헨티나에 문호 개방을 요구하고 쿠바침공, 베트남 전쟁, 최근 이라크 침공까지 직접적인 침략 행위는 물론, 분쟁지역에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경제적 지원과 무기를 팔아 간접적 침략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들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인권, 민주주의 수호, 세계 평화 등을 내세우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몇몇 자본가와 정부가 결탁하여 세계 최강자로서 횡포를 가하고 이익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한 사실들을 하워드 진이 직접 강의 하는 형식을 빌러 설명하고 있는데, 하워드 진 자신의 경험은 물론, 실제 인물들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들을 진술하고 있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리듬앤블루스에 엉킨 흑인들의 저항정신과 명분 없는 베트남 침공에 대한 시민은 물론 군인들의 저항. 이란 국왕과 미국 정부의 결탁과 이란의 석유통제권을 영국으로부터 되찾은 모사데그의 축출로 비롯된 중동과의 대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실제 사진과 함께 만화로 그려져 사실감 있게 전해진다.


이 책은 우리 시위대에서 자주 듣게 되는 ‘미 제국주의의 횡포’라는 것이 어떤 거 인지 구체적으로 잘 설명한 책이다. 미국의 제국주의 횡포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 같은 평범한 주부에게까지 알려졌으니, 그들의 횡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겠는가?

그런데도 어제 뉴스에 부시 대통령 임기를 두 달 앞에 두고 자신이 "(이라크 등에서) 5000만 명을 해방시키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으로 알려지길 원 한다." 하니, 눈뜨고 키 뚫린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를 비웃지 않겠는가 말이다.


미국이 저지를 횡포 중에서 우리가 간과하게 되는 것 중하나가 경제봉쇄로 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이 그랬고 북한이 테러국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또 한 가지는 대중들은 9.11테러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사건엔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지만, 익숙해진 끔찍한 일들엔 무관심과 체념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워드 진은 다음과 같이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강의를 맺는다.

“어려울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 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믿는 태도입니다. 만약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훌륭하게 처신해온 경우가 아주 많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행동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희망은 변화를 위한 에너지입니다.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놀라운 승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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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최경석 지음, 서은경 그림 / 살림Friends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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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하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명언과 함께 E. H.카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를 청소년이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인가? 그렇지 않다. E.H.카의『역사란 무엇인가? 』근대 역사학의 과학적 방법론을 제시한 랑케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페러다임을 그려낸 역사책이고, 이 책은 랑케와 E.H.카를 포함한 다양한 역사관을 소개하고 있으며 잘못된 역사관이 만드는 피해 등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이후로 E.H.카의 진화론적 역사관을 도전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사상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관이 탄생하고 있다. 이 책에선 이런 새로운 역사관과 함께 과거의 역사문헌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전체적인 안목을 갖으려면 E.H.카의『역사란 무엇인가? 』읽기보다는 최경석의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읽는 것이 지금의 시점에서 올바른 역사관을 갖는데 더 도움이 된다.

이 책에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사를 통해 바라본 문학의 세계와 페르낭 브로델의 구조적으로 파악한 인간의 역사이다.

『흥부전』은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전래동화로 취급받고 있다. 하지만 『흥부전』에는 18~19세기 조선의 농민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무시한 채, 단순히 형제간에 우애 있고 착하게 살라는 교훈적인 이야기로 정리된 책만 아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유아기 이후로 제대로 된 흥부전을 읽지 않는 우리의 풍토로 볼 때, 요약된 고전 읽히기는 사적 가치를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역사를 어디서 찾아 볼 것인가는 물론 역사란 무엇이며, 어떻게 바라볼 것 인가, 무엇이 담겨 있는가를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과거와 현제의 역사관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 중 페르낭 브로델의『물질문명과 자본주의』라는 역사서였다. 아날학파였던 브로델은 자본주의와 제도 건강, 음식, 패션, 건축, 도시 등 인간을 둘러싼 각종 물질에 대한 역사를 썼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의 역사가들과는 전혀 다른 역적 시간 개념을 주장하였다. 흔히 우리가 역사라고 하면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하나의 단선적인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이나 사실을 지칭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아날학파는 시간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해 뜨면 일어나 밥 먹고 농사일하러 나갔다가 해 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보내는 농부와 매일매일 혁명과 전쟁을 치르며 사는 정치가가 느끼는 시간 개념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확대해보면 각각 다른 문명과 구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사간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 역사 전체로 볼 때, 소수의 사람들이 정치적 사건 속에서 겪는 ‘빠른 시간’보다는 거주하는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기후, 물질적 조건 등에 의해 느껴지는 ‘거의 정지된 시간’ 혹은 ‘장기 지속의 시간’이 인간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가 속해 있던 아날학파는 민중들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다양한 삶을 살았고 집단적으로 어떤 심성과 문화적 태도를 가졌는지 연구하여 정치사가 아닌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를 중심을 한 독특한 역사적 흐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관은 E.H.카의 진화론적 역사관으로 인해 생기는 문명의 절대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 하고 있다. 실제로 고대-중세-근대로 이어지는 진화론적 역사관으로 인해 우리민족을 비롯한 많은 민족들이 식민 지배를 받은 바 있다. 잘못된 역사관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와도 같다는 저자의 말도 여기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중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를 살펴보았다. 8단원에서 인간 사회와 역사 1. 역사는 왜 배우는가, 2. 인간과 자연 환경, 3. 변화하는 세계 소제목으로 다루고 있으며 9단원부터 인류의 기원과 고대 문명의 형성을 다루고 있었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를 읽고 교과서를 보니 그 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역사관이 반영되었다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중.고등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게 하는 훌륭한 책으로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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