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최경석 지음, 서은경 그림 / 살림Friends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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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하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명언과 함께 E. H.카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를 청소년이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인가? 그렇지 않다. E.H.카의『역사란 무엇인가? 』근대 역사학의 과학적 방법론을 제시한 랑케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페러다임을 그려낸 역사책이고, 이 책은 랑케와 E.H.카를 포함한 다양한 역사관을 소개하고 있으며 잘못된 역사관이 만드는 피해 등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이후로 E.H.카의 진화론적 역사관을 도전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사상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관이 탄생하고 있다. 이 책에선 이런 새로운 역사관과 함께 과거의 역사문헌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전체적인 안목을 갖으려면 E.H.카의『역사란 무엇인가? 』읽기보다는 최경석의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읽는 것이 지금의 시점에서 올바른 역사관을 갖는데 더 도움이 된다.

이 책에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사를 통해 바라본 문학의 세계와 페르낭 브로델의 구조적으로 파악한 인간의 역사이다.

『흥부전』은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전래동화로 취급받고 있다. 하지만 『흥부전』에는 18~19세기 조선의 농민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무시한 채, 단순히 형제간에 우애 있고 착하게 살라는 교훈적인 이야기로 정리된 책만 아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유아기 이후로 제대로 된 흥부전을 읽지 않는 우리의 풍토로 볼 때, 요약된 고전 읽히기는 사적 가치를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역사를 어디서 찾아 볼 것인가는 물론 역사란 무엇이며, 어떻게 바라볼 것 인가, 무엇이 담겨 있는가를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과거와 현제의 역사관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 중 페르낭 브로델의『물질문명과 자본주의』라는 역사서였다. 아날학파였던 브로델은 자본주의와 제도 건강, 음식, 패션, 건축, 도시 등 인간을 둘러싼 각종 물질에 대한 역사를 썼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의 역사가들과는 전혀 다른 역적 시간 개념을 주장하였다. 흔히 우리가 역사라고 하면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하나의 단선적인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이나 사실을 지칭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아날학파는 시간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해 뜨면 일어나 밥 먹고 농사일하러 나갔다가 해 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보내는 농부와 매일매일 혁명과 전쟁을 치르며 사는 정치가가 느끼는 시간 개념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확대해보면 각각 다른 문명과 구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사간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 역사 전체로 볼 때, 소수의 사람들이 정치적 사건 속에서 겪는 ‘빠른 시간’보다는 거주하는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기후, 물질적 조건 등에 의해 느껴지는 ‘거의 정지된 시간’ 혹은 ‘장기 지속의 시간’이 인간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가 속해 있던 아날학파는 민중들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다양한 삶을 살았고 집단적으로 어떤 심성과 문화적 태도를 가졌는지 연구하여 정치사가 아닌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를 중심을 한 독특한 역사적 흐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관은 E.H.카의 진화론적 역사관으로 인해 생기는 문명의 절대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 하고 있다. 실제로 고대-중세-근대로 이어지는 진화론적 역사관으로 인해 우리민족을 비롯한 많은 민족들이 식민 지배를 받은 바 있다. 잘못된 역사관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와도 같다는 저자의 말도 여기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중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를 살펴보았다. 8단원에서 인간 사회와 역사 1. 역사는 왜 배우는가, 2. 인간과 자연 환경, 3. 변화하는 세계 소제목으로 다루고 있으며 9단원부터 인류의 기원과 고대 문명의 형성을 다루고 있었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를 읽고 교과서를 보니 그 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역사관이 반영되었다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중.고등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게 하는 훌륭한 책으로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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