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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금시대 - 비즈니스 정글의 미래를 뒤흔들 생체모방 혁명
제이 하먼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처음 받아들고 생각한 것은 두 가지였다. ‘와...두껍다.’ 그리고 ‘재미없을 것 같은데.’
거의 1년 가까이 신간평가단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이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읽어봤을까 싶을 정도로 개인적 취향에 맞지 않는 책들도 있었다. 반면 겉표지만 보고 읽지 않았더라면 좋은 책을 놓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들도 있었다. 이 책은, 후자의 경우다.
우선, 외관을 보자. 『새로운 황금시대』라는 제목과 함께 네이비 바탕에 골드로 생물 문양이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다. 책의 만만찮은 두께와 함께 양장본의 고급스러운 표지는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제목마저 묵직하다. ‘무슨무슨 시대’라는 제목 때문인지 지난번에 리뷰도서로 선정되었던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가 떠올랐다. ‘상당히 이과적인 냄새가 풀풀 나는 경제학 신간이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서문을 읽는 순간 바로 흥미를 느꼈고, 파트1을 반쯤 읽었을 때 이미 재미있는 사례들에 매료되어 책에 푹 빠져들었다. 결국 440페이지 가량의 책을 이틀 만에 술술 읽었다.
이 책은 예전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나에게 아주 흥미로운 분야를 소개해 주었다. 약간은 생소할 수 있는 ‘생체모방’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마 동물 싫어하시는 분은 많이 없으리라 생각되므로, 많은 분들이 한번만 호기심을 갖고 앞부분을 읽어보면 금방 빠져들 만한 신선하고 매력적인 책이다.
생체모방(biomimicry 혹은 생체영감 bio-inspiration)은 간단하게 말해 자연으로부터 배운 것을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하는 것이다. (p.11)
1997년,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bios와 ‘모방하다’라는 의미의 minesis로부터 생체모방이라는 말을 최초로 만든 것은 탁월한 동물학자이자 교육자이며 《생체모방(Biomimicry)》이라는 이정표적인 작품의 저자이기도 한 재닌 베니어스(Janine Benyus)였다. 인간은 수천 년간 자연을 복제해왔다. 인류의 조상들은 주변의 동식물로부터 해법을 빌려왔다. (p.14) (서문 중에서)
이 책을 읽기 전 생체모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소수의 사례들뿐이었다. 거미의 다리관절을 본 따 만들었다는 굴삭기 사례나, 도깨비풀을 보고 발명한 찍찍이(?), 건축물에 사용되는 황금비율 등등 많이 알려진 사례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수많은 생체모방 사례들이 있으며, 아직 제품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을 뿐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생체모방 기술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심지어 거대기업들 조차 이 분야를 아직 생소하게 여기고 있다) 분야인 것을 틀림없으나, 이제라도 우리가 생체모방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렇게 표현해보자. 어떤 사람이 봉급을 받을 때마다 성냥을 켜서 돈의 3분의 2를 태워버린다면 어떨까? 세상은 매일같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 항력과 마찰력의 잘못된 통제로 생산하는 에너지의 3분의 2를 낭비하고 있다. 또 그 때문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경우보다 3배 빠른 속도로 환경과 대기를 오염시킨다. 미국은 매일 20억 달러 가치의 석유를 태운다. (p.81)
세상의 에너지 이야기가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된다면, 개인적인 사고방식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과학과 엔지니어링 도구들은 납작하고 똑바른 것만을 만들고 다룰 수 있게 개발되었다. 더욱이 우리 과학계의 초석이 된 것은 직선적인 사고이다. 500년 전 지구가 평평하다는 개념을 버렸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직선적인 사고를 한다. 패러다임의 한계에 갇히게 된 것이다.(p.81)
자연은 평평한 철판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자연은 직선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효율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심장 혈관 시스템은 6만 마일의 배관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 일직선인 배관은 없다. 에너지 효율면에 있어서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1.5와트의 에너지로 6만 마일을 갈 수 있는 기계가 어디에 있겠는가? 1.5와트는 침실 야간 조명에 쓰이는 전력보다 낮다.(p.16)
‘직선적인 사고’는 이 책의 440페이지의 대장정에 걸쳐 누누이 저자가 경고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 인간이 500년 전에 지구가 평평하다는 개념을 버렸는데도 여전히 직선적인 사고를 한다는 말이 참 크게 와 닿았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직선적인 사고를 탈피하기 위해 자연에서 배우는 생체모방 분야에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새로운 황금시대』의 구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저자가 우리에게 생체모방의 개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둘째, 이것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역시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생체모방 기술이 상품으로 상용화 되기까지의 어려움에는 실질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히 알려주는 구성을 보인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이 일반 생체모방 도서들과 다르게 경제 분야 신간으로 분류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몰입해서 금방 읽을 수 있던 것은 풍부한 사례 중심의 설명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외관의 압도적인 분위기와 책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는 매우 가볍고 신선하다.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책의 리뷰를 대신하고자 한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이 있다면 아마 사례를 통해 직접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자연은 언제나 살아 있는 유기체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다...(중략)...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진화이다. 상어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상어는 능률적 디자인의 가장 탁월한 사례이다. 여러 면에서 인간이 디자인한 어떤 물건보다 뛰어나다...(중략)...상어는 교묘하게 진화된 피부 덕분에 항력이나 저항력 면에서 혜택을 본다. 상어의 피부는 방패비늘(placoid scale)혹은 피치(dermal denticle)라고 알려진 작은 세로 비늘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길쭉하게 솟은 부분들이 대단히 거친 느낌을 준다. 상어의 피부가 얼마나 거친지, 사포가 발명되기 전에는 목수들이 나무를 갈아내는 데 사용했을 정도이다...(중략)...상어의 표면은 거칠다. 하지만 상어 피부는 상어를 덜 매끈거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물이 동물에게 달라붙어 앞으로 가는 움직임을 방해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중략)...상어의 피치에서 영감을 얻은 독일 과학자들이 특정한 형판에 칠하면 굴곡진 패턴을 형성해서 유체 역학을 개선시키는 페인트를 개발한 것이 형태 기반 생체모방의 좋은 예이다...(중략)...이 기술은 다른 동체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독일 연구원들은 “조선 시설과 수행한 실험에서 선체의 마찰력을 5퍼센트 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료 효율의 증가로 전환되는 이런 개선은 선주들에게 엄청난 이익이 될 수 있다. 이것은 “1년 사용치를 추정할 때 보통 수천 해리를 이동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2000톤의 연료 절감 효과를 의미한다.” 전 세계 항공기에 적용될 경우 연간 총 450만 톤의 연료 절감이 가능하다...(중략)...상어의 피치는 표면에 무임승차하는 생물을 덜 끌어들이는 효과도 내는 것이 밝혀졌다. 콜로라도의 샤크렛 테크놀로지스(Sharklet Technologies) 는 여기에 영감을 받아 피치를 모사해 물이 닿는 표면에 미생물들이 대담하게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을 방지하는 얇은 필름을 개발했다...(중략)...따라서 그것이 항공모함이든, 화물선이든, 유람선이든, 어선이든, 연락선이든, 작은 범선이든 선박을 정기적으로 물 밖으로 끌어내 물에 닿는 면을 청소해야 한다. 1~2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이 드라이 독 세션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선박 소유주에게는 비생산적인 정지 시간이다. 특히 군용 선박의 경우에는 이것이 훨씬 더 중대한 문제가 된다...(중략)...“샤크렛 표면의 녹조류 정착이 매끄러운 표면에 비해 85퍼센트 감소했다. 샤크렛은 박테리아의 생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증명된 최초의 무독성, 지속성 표면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기술은 해운업계에 적용했을 때의 상업적 기능이 대단히 크다. 놀랍게도 이 생체모사 기술은 수십억 달러 가치의 의료업계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박테리아가 의료 환경에서 사용되는 물건에 달라붙어 번식하는 것을 막는 데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중략)...뒷면에 접착제가 있는 샤크렛 플라스틱 필름을 문패나 화장실, 침대의 가로널, 트레이, 락커룸 벤치 등에 부착하면 감염의 확산을 줄일 수 있다. (p.130-138)
위의 사례는 상어의 표면을 모방해 만든 제품들이 항공기나 선박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연료 소모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드는 '드라이 독 세션' 과정 문제의 대안이 되며, 의료업계에 적용할 경우 접촉을 통한 세균의 감염 확산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상어 피부는 경기용 수영복에도 적용될 수 있다. 경기용 수영복 디자인 업체 스피도(Speedo)사에서 만든 패스트스킨(Fastskin)은 2004년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해주었고, 적은 항력의 LZR수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낸 25명의 선수 중 23명이 입었을 정도로 좋은 효과를 냈다.(p.140) 상어 피부 하나 따라했을 뿐인데, 경제적 이득은 물론 세계 신기록 경신까지 그 적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이 밖에도 모기가 살을 뚫는 것은 거의 감지할 수 없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만든 톱니 모양의 이산화규소 바늘은 직경이 0.1mm로 인간 머리카락의 너비에 해당한다. 이 제품이 완전히 상용화된다면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혈액 검사에서 고통을 줄여주는 이상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아프지 않은 주사가 있다니!! 어디 당뇨병 환자들만 기뻐할 일인가) 또한,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남는 바퀴벌레에게 추출된 아홉 가지 분자는 박테리아에게 치명적임이 증명되었다. 바퀴벌레가 사는 곳과 먹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이 미생물에 대응하도록 진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강력한 항생제를 개발할 수 있다. (바퀴벌레를 단백질 블럭 만드는데 말고 항생제 만드는 것에 쓸 수 있다. 영화 설국열차를 보신 분들은 느낌아니까~)
생체모방의 분야는 이처럼 신기하고, 유용하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하다. 이것은 자원고갈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오늘날 아주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왜 책의 제목이 『새로운 황금시대』인지 눈치 챘으리라 생각한다. 저자 서문을 끝으로 리뷰를 마친다.
나는 지구와 인류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디자인하는 데 자연의 가르침을 적용하는 일이 가진 가능성에 매일 고무된다. 생체모방은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당신이 CEO이든, 기업의 직원이든, 제조업자이든, 기업가이든, 정치가나 작은 업체의 소유주, 회사를 차리려는 대학생, 학생들과 긍정적인 선택의 가능성을 공유하고자 하는 교사이든, 단순이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든 이 하나의 메시지만은 크고 명화하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우리는 자신과 자녀들, 지구를 위해 보다 풍요롭고,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창조할 수 있다.(서문 중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