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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팔리는가 - 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조현준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이는 소위 마케팅을 전공했다는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질문이다. 마치 스님들의 화두처럼 뭔가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하나같이 쉽지 않다. 물론 마케팅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사전적 정의일 뿐이다.(저자의 글 중에서)
왜 팔리는가?
이 책을 읽고 ‘제목을 참 잘 뽑아냈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마케팅 전공자’가 쓴, ‘마케팅에 관한’ 책인 것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왜 팔리는가?”에 대한 마케팅 전공자의 뇌과학적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과 뇌과학의 조합에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경제학 전공자인 나로서 이는 크게 생소한 조합이 아니다. 지난 학기에 수강한 ‘행동경제학’ 수업을 통해 이 ‘매력적인’ 분야를 접해보았기 때문이다. 수업에 쓰였던 교재는 도모노 노리오 교수의 『행동경제학』이란 책이었는데, 경제학과 심리학의 조합으로 탄생한 행동경제학이라는 신생분야는 나에게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경제학의 기본 전제가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것인데, 알고보니 인간은 그리 합리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인 바보다’라고 하는데, 합리적으로 선택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착각과 오류를 일삼는 모순적 존재라는 뜻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위해 사고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은 뇌 중에서도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성적으로 사고하여 선택을 하는데, 사용하는 뇌의 부위는 감정적인 부분이라니! 바로 이러한 선택의 순간에 경제학은 뇌과학과 만난다. 사실 우리는 기회비용이 가장 적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다고 ‘느껴지는’ 선택을 한다. 종종 ‘지름신’의 노예가 되어 충동소비를 하고, 12,000원 짜리 책을 사러 인터넷서점에 들어갔다가 2,500원의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결과적으로 2만 원 이상의 도서를 구매한다. 밥값에 버금가는 커피를 매일 습관적으로 마시고, 길을 걷다 무심코 바라본 가게유리에 붙은 광고모델이 너무 예뻐서 계획에 없던 신상립스틱을 구입한다.(어제 정말로 립스틱을 충동구매했다...) 그리고 만족해한다.
이것은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다. 실로 놀랍고 한편으로 답답한 문제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는 “왜 구입하는 것일까?” 그 답이 바로 이 책 『왜 팔리는가』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뇌과학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간단히 이야기 하면, 뇌에는 크게 세 가지 부분이 있다. 가장 안쪽에 ‘파충류의 뇌’라 불리는 생명의 기본적인 부분(호흡, 심장박동 등)을 담당하고 있는 뇌가 있고, 중간에 ‘포유류의 뇌’라 불리는 감정의 뇌, 그리고 가장 바깥에 있는 것이 ‘인간의 뇌’라 불리는 고차원적인 사고를 발휘하게 하는 부분으로, 감정의 뇌인 ‘포유류의 뇌’를 절제하고 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의 선택이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는, 우리가 소비를 할 때 사용하는 뇌가 ‘인간의 뇌’라면 좋으련만 사실은 ‘포유류의 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물건을 고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구매한다. 이른바 ‘꽂히는’ 물건을 사는 것이다.
자, 여기까지는 기본적인 행동경제학의 분야다. 그러나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후반부에 있다. 그래서 ‘무엇’에 우리가 꽂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체계적으로 말이다. 우리가 어떤 물건에 꽂혀서 ‘어머! 이건 꼭 사야해’라고 느끼게 하는 ‘동기’에는 1,000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경쟁 승리’, ‘새로움 추구’, ‘위험 회피’ 세 가지가 있다. 쉽게 말해 나를 우월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을 사고, 이제껏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선택하며, 너무 비싸서 리스크가 큰 상품은 선택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크게 세 가지에 꽂힌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마케팅이 등장할 순서다. 어떻게 소비자들이 ‘꽂히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구체적으로 10가지 전략팁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부분이다. 학생 신분인 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오히려 내가 마케터인 입장에서 읽는 것보다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몰랐던 나의 소비 패턴을 이제는 명확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후반부에 우리가 소셜커머스에 열광하는 이유도 나와 있는데, 이 부분을 읽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뇌한테 이렇게 놀아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물론 소셜 커머스를 끊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ㅠㅠ)
행동경제학 분야를 알고 난 뒤엔 내 자신이 다르게 느껴진다. 내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뇌과학 분야를 조금만 더 알아보면, 뇌를 이용하는 방법을 하나 둘 터득하게 된다. 이를 알고 모르고의 결정적인 차이는 ‘어머! 이건 사야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나, ‘일이 너무너무 하기 싫다. 내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등등 선택의 기로에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과, 뇌가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과 측면에서 볼때 천지차이다. 정말 유용하지 않은가?! 이렇게 재미있고 유용한 분야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긴 분들이 있다면, 재미있는 사례들이 가득한 『왜 팔리는가』를 통해 쉽게 접근해보기 바란다. 이 분야는 번역본들이 많아 완전히 공감하기 어려웠는데, 국내 사례로 가득해서 정말 쉽게 공감하며 읽었다. 그 후에 한 단계 어려운 책으로 차근차근 옮겨가다 보면 행동경제학과 뇌과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