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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9월
평점 :
이 책은 읽기 전에 상당히 기대를 많이 한 책이었다. 작년 여름에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를 읽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엔 알 수 없던 삶의 배경이나 괴짜 같은 성격도 알 수 있었고,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는지도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왜 따르는가?』를 절반가량 읽고 나서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집필된 반면, 이 책은 확실히 같이 일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숨은 의도 같은 것들을 알려준다. 그러나 책의 완성도 자체로 비교해보자면 나는 윌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에 한 표를 줄 것이다.
책의 구성이 두서없다는 것이 가장 처음 든 생각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목차로 돌아가서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원인은 14개의 장(章)이다. 300페이지의 두껍지도 않은 책을 너무 과하게 쪼갰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각각의 장이 너무나 독립적이다. 즉 연결이 매끄럽지가 않았다. 차라리 장을 3개로 줄이고 그 안에 세부구분으로 공통되는 에피소드들을 묶어서 구성했더라면, 아마 더 ‘스티브 스러운’ 책이 됐으리라 믿는다. (잡스는 신제품을 소개할 때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연극을 보듯이 3막구성을 고집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다.) 내용 자체는 상당히 신선하다. 하지만 글이든 책이든 술술 읽히는 것이 좋은 글이고, 잘 만들어진 책이라 믿는 나에게 조금 읽기 힘든 책이었다.
비록 내게 좋은 인상을 남기진 않은 책이지만, 스티브 잡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추가할 수 있는 좋은 내용들임에는 분명하다. 그냥 관찰만 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잡스의 숨은 의도까지도 알려주는 부분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함께 오래 일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을 전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리고 경영자의 시선이 가미된 점도 좋았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혁신적인 제품들이나 개인적인 성격 등 그야말로 자서전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동료의 시선으로 바라본 잡스의 탁월한 경영 능력들을 잘 설명해준다. 저자 제리 엘리엇은 경영인으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아주 잘 활용하여 잡스의 행동들을 분석했다. 특히 스티브 잡스가 ‘비전’을 중요시하며, 팀 전체에 그 비전을 심어 넣는 것을 중대하게 생각했다는 점을 매우 높이 평가했는데,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스티브 잡스는 기존의 경영 이론들에 부합하는 리더는 아니었음에도, 비전을 공유하는 작업에 성공했기 때문에 A급 인재들을 곁에 둘 수 있었다. 이것이 오늘의 애플을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모든 혁신적인 제품들을 스티브 잡스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괴짜 같은 성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신을 견딜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것에 능통했고, 저자는 그 점을 잘 집어냈다. 함께 일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부분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보다는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를 더 추천하는 바이다. 분량은 이 책의 세 배나 되지만, 그만큼 더욱 그를 잘 이해하게 도와준다. 『스티브 잡스』를 읽고 나서, 어느 정도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왜 따르는가』를 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월터 아이작슨의 책만으로는 약간 부족할 수 있는 2% 정도를 채워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많은 기대를 하고 읽었지만 나에겐 ‘내용 자체는 참신하나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루해져 버린 책’ 정도로 기억될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