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상상하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현실을 상상하라 - 핵심을 꿰뚫는 탁월한 현실감각은 어디서 오는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장세현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번 달 선정된 두 권의 리뷰 도서(『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와 『현실을 상상하라』)는 모두 ‘비즈니스’와 ‘철학’의 결합 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추천할 만하다. 그러나 이 책에는 주의 사항이 한 가지 있다. 여느 다른 책들처럼 프롤로그를 거쳐 1장,2장...에필로그의 순서로 읽지는 말라는 것이다. 이러한 조언을 다른 분들에게 해주는 바탕에는 나의 시행착오가 깔려있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목차부터 시작해서 프롤로그를 거쳐 1장을 읽고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의 의도(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사업체를 이끄는 모든 리더들을 대비시키는 것)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첫째, 사업체를 이끄는 리더가 아니었기에 이 책을 읽을 절실한 이유가 없었고 둘째, 각 질문들 보다는 그 아래 사례나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책의 절반가량을 읽을 때 까지도 책에 빠져들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보통의 나라면 이렇게 정체를 파악할 수 없고 빠져들 수 없는 책은 읽다가 덮어버리고 다른 매력적인 책을 찾아 떠난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이번 달 리뷰도서였기 때문에 꼭 끝까지 읽어서 정체를 파악해야만 한 편의 리뷰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저자도 잘 모르는 사람이고, 내용도 와닿지 않았으며, 소개된 사례들은 어쩐지 저자가 능력을 으스대려고 자기가 멋지게 해결했던 사례들만 골라서 소개하는 것 같았다. 제목만 봐서는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내용이었는데, 내용은 영 제목과 거리가 먼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책을 두 번, 세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만족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내가 리더의 위치에 서게 되는 날이 온다면 다시 꺼내들고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덮었다. 너무나도 상반된 두 느낌 사이에는 아주 사소한 계기가 있었다.
책의 진도가 한참 나가지 않아서 안달이 날 즈음 우연히 저자에 대해 알아보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에 대한 소개는 다들 아시겠지만 보통 책의 표지 앞날개에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저자소개가 뒷날개에 있었다.) 저자는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로 “글로벌 기업들과 영국 정부, 옥스퍼드 경영대학원 등에서 조직과 리더십 문제를 컨설팅하는 경영 컨설턴트.”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읽어도 그닥 느낌이 오지 않는다. 다음 줄을 보자. “세계 20여개 나라에서 번역된 베스트셀러 철학 에세이 《소크라테스와 아침을》의 저자.”라고 되어 있다. 내가 무지한 탓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낯선 책이다. 역시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시민 교육 기관인 〈인생학교〉를 함께 설립한 교수.” 그랬다. 이 책의 저자는 매달 경제분야 신간 저자 중에서 꼭 한명쯤 있는 경영 컨설턴트가 아니었다. 오히려 알랭 드 보통과 가까운 철학자였던 것이다. 나는 책을 접근하는 방향을 수정했다. 소개된 사례나 해답이 아니라 소제목 즉, 질문 자체에 중심을 두었다. 그제서야 책의 정체가 파악되었고, 제목이 이해되었으며 내용이 재미있어졌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목차로 돌아가 소제목을 훑어보았다. 그 목차 자체가 이 책의 전부였다. 소제목만 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항목이 있다면 그때 그 부분으로 가서 자세히 내용을 읽고 이해하면 되는 그런 책이다.
다들 『법구경』을 읽어보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런 책을 『법구경』류의 책으로 분류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다 읽는 것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게 때에 따라서 끌리는 곳을 펼쳐 읽으면 그 곳에 답이 있는, 이 책은 그런 류의 책이다. 글의 서두부터 장황하게 나의 이번 시행착오를 설명하고 제목도 이상하게(?) 붙인 이유는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다른 분들을 위한 약간의 팁인 셈이다. 먼저 이 책을 읽어본 사람으로서 이런 작을 팁을 주는 것 이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지식에 관한 책이 아니라 지혜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번 달 리뷰도서 두 권은 ‘비즈니스’와 ‘철학’의 만남 이라는 면에서 모두 마음에 든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남기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