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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 1% 부자들의 탈무드 실천법
테시마 유로 지음, 한양심 옮김 / 가디언 / 2013년 11월
평점 :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가 읽었던 최초의 책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탈무드가 최초의 책이었고, 그것은 어린이를 위해 만화로 그려진 짤막한 이야기 모음집 수준의 탈무드였다. 첫 번째 내용은 그 유명한 ‘두 명의 굴뚝청소부 이야기’였다. 두 명의 굴뚝 청소부가 굴뚝을 청소하고 내려왔는데, 한 명의 청소부만 얼굴에 검은 그을음이 잔뜩 묻어있었다. 둘 중에 세수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라는 내용이었다. ‘뭐야, 당연히 얼굴이 더러운 쪽이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책속의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 “정답은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란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나서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는 ‘내 얼굴도 깨끗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는 ‘내 얼굴에도 그을음이 묻어있겠구나! 세수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어린 나에게는 그야말로 놀랍고 기막힌 반전이었다. 그때의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내 인생 최초의 책으로 각인되어있다.
뒤이어 두 번째 내용은 이런 내용이었다. 똑같은 상황의 똑같은 굴뚝 청소부 두 명이 다시 굴뚝 청소를 하고 내려왔다. 역시 한 사람의 얼굴에만 그을음이 잔뜩 묻어있다. 세수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어리둥절했다. ‘방금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라며. 당연히 얼굴이 깨끗한 쪽이지!’ 나는 또 틀렸고 그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 “틀렸다. 정답은 둘 모두란다. 어떻게 똑같이 굴뚝 청소를 했는데 한 명의 얼굴만 더러워질 수 있겠니?” 나는 또 한 번 반전을 경험했고, 탈무드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그 책을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었다. 이것이 내 인생 최초의 책에 대한 기억이다. 아마도 나는 그때 그림 속의 랍비에게 침대 맡에서 탈무드를 배웠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었을까? 『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를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꾸준히 사랑받는 모든 고전들이 그러하듯, 탈무드 역시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구절이 다가온다. 나이가 들고, 처한 상황이 달라지고, 사고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내용이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고 교훈이 된다. 우리는 이런 책들을 명작이라고 부르고, 책꽂이에 두고 다시 읽어보면서 인생 전반에 걸쳐 그 맛을 음미한다.
물론 이 책이 원작 탈무드는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탈무드를 해석한 것이기에 내가 처음 접했던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의 탈무드와도 거리가 있었다. 경제경영 분야의 신간인 만큼 탈무드의 내용 중에서도 현물, 현금, 거래, 계약 등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원작 탈무드에도 유독 돈에 대한 유대인의 현세 철학이 많이 언급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유대 철학 전문가인 저자 ‘테시마 유로’가 알기 쉬운 해설과 함께 철학적 교훈을 일러주는 탈무드이다. 때문에 평소 경제분야 서적을 즐겨 읽지 않는 독자라 하더라도 읽는데 무리가 없을만한 내용이다. 구성도 탄탄하게 되어 있으며, 읽으면서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게 5개의 대주제와 그 아래 소주제가 적절히한 분량으로 배치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제목도 참 마음에 드는(책을 다 읽고나서 제목을 다시 보면 제목이 책내용을 잘 함축하고 있다) 괜찮은 책이다.
덧붙이자면, 나의 경우 지난 신간평가단 활동때 읽었던 『경제기적의비밀: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왕국이 됐을까?』(이영선, 경향BP)라는 책이 배경 지식으로 크게 한 몫을 해 주었다. 두 책의 내용이 결합된 덕분에 유대인의 생활과 그 밑에 깔려있는 탈무드식 사고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 『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가 기본원리라고 한다면, 『경제기적의비밀』은 실전적용문제 정도로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이 가는 분들은 함께 읽어보면 유대인의 탈무드식 사고뿐만 아니라 그 실제적 모델도 자세히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