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대학에 원했던 것이 과연 이것이었을까?

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파란 옷을 입고 주황색 가방을 메고 코끼리를 타고 있는 모습.

이게 뭘 의미하는지 읽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읽어가면서 정체 모를 사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양춘단이고, C대학에 있는 코끼리 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편이 큰 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아야되는 상황이 되어 농촌 마을을 떠나서 서울 아들집에 살게 되면서 대학교 청소를 해보겠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아들집에 하숙해있으면서 법 공부를 하는 장대열을 늘 안타깝게 여기면서 밥을 해먹이고 했었는데, 어느날 홀연히 사라진다. 읽으면서 이 사람은 또 뭐야 했는데, 중반쯤 고민을 하다가 대학에 간다는 들뜬 마음에 그 일을 시작하게 되고 그 곳에서 대학강사를 만나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대학가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경험하게 된다.

기존에 있던 미화원과 달리 그녀는 옥상에서 따로 점심을 먹고 청소를 하면서 강의실 수업을 슬쩍 엿들어보기도 하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대학가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의아해하면서 새로워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날 대학교 청소 관련 새로운 소장의 등장으로 미화원들의 시급을 깎는다면서 대학교는 대혼란이 나게 된다. 미화원들은 집결해서 집회를 열고 대자보를 통해 알리고 소장, 총장은 그걸 무마하고자 또 대자보를 붙이고.

친하게 지내던 강사가 어느날 자살을 하게 되고, 그의 노트 내용을 춘단이 대학 화장실 곳곳에 옮기고.

이 책은 양춘단이란 인물이 가진 캐릭터가 너무 살아있고, 익살스럽고 유쾌해서 참 재밌게 읽었다. 공간은 대학이지만, 이 곳이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표현해 놓은 글도 있었고 그 글을 보고 생각해보니 또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양춘단이라는 옛날 사람?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지만, 딸은 초등학교 이후로는 공부 시키지 않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그녀에게 대학은 어떤 의미였을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뭔가 짠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크게 웃으며 읽으면서도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