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든 순간, 쉽지 않겠다는 예감을 어김없이 딱 들어맞었다.
얼마 전 강신주 작가가 힐링캠프에 나와 큰 이슈를 낳은 적이 있었다. 지인은 서울에 가서 강신주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그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괜히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TV방송에서의 그의 화법은 직설적이었으며 핵심을 찌르는 듯해서 간혹 상대방을 불쾌하게도 할 수 있었지만, 뭔가 모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의 책. 제목도 감정 수업이란다. 지금 내 마음 상태는 어떤가라고 물어본다면 금방 이러하다 라고 딱 잘라 말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슬프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것이 사람인지라 감정에 대해 수업을 한다니... 한 번 읽어보자 싶다.
우선 이 작가는 스피노자와 함께 우리 인간을 샅샅히 파헤쳐보자고 한다. 개인적으로 스피노자라는 철학가를 고등학교 윤리 수업시간에 들었던 기억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이 책에 인용할 모양이다.
작가는 군대에서의 억압된 체 로봇처럼 살아갔던 지난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인간은 여러가지의 감정의 분출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감정의 가치, 소중함을 언급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눠져 있는데, 읽으면서 솔직히 큰 의미는 모르겠다. 1부 땅의 속삭임 1. 비루함 이라는 감정에서부터 4부 48. 복수심 이라는 감정에 이르기까지 총 48가지의 감정을 이 책에 다 쏟아붓고 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감정 몇 개만 언급하자면,
6. 사랑: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
28. 질투: 사랑이 드리우는 짙은 그림자
35. 공손: 무서운 타자에게 보내는 친절 등
그런데 결국 여러 감정들 모두가 나, 상대, 사랑이 주를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는 사랑받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될 때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됨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마음을 따뜻하게 하되 우리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습관이 있어야 될 것 같은 느낌?
각 작품에서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우리네 현실과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철학자의 어드바이스가 인상적이었고, 많은 작품 가운데 그러한 감정을 꼬집어 들 수 있는 작가의 독서 자신감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각 감정마다 삽화가 있었다. 와닿는 적절한 그림도 있었고 좀 과하다 싶은 장면들도 없잖아 있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이 책은 쉽지 않았다. 각 감정마다 유명한 고전들이 언급이 되고 읽어본 고전의 경우는 그래도 쉽게 넘어가는 느낌이었지만 읽은지 오래된 작품이거나 생소한 글인 경우에는 그 글을 이해하고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려본 뒤 이 글을 읽는 것이 뭔가 더디고 고된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 책의 내용에 무젖을 때쯤은 새로운 감정을 위해 또 다른 고전의 주인공이 되어야했기 때문에 나의 전환의 빠르지 않음이 괜히 답답했다. 그래서 다 읽고나서는 뭔가 모를 개운함이 있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재밌게 보고있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와 함께 우리네 감정은 복잡미묘한 가운데에서 끊임없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읽으면서 나 또한 이런 저런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경험했는데, 아니라고 인정하지 않으려하기 보다는 인정하고 그 마음을 보듬고 달래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이란 생각과 함께 상대의 감정도 똑같으니 그 또한 이해하고 안을 수 있는 아량의 우리가 되어야 할 거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