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레이철 조이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표지가 너무 예쁘다.

아마도 중절모를 쓴 채 우산을 잡고 있는 그가 해럴드 프라이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다면 이렇게 멋진 풍경의 신사다운 모습의 주인공은 아닐 것 같다.

왜냐면 그는 여행, 길을 떠나기 위해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말 조용하디 조용한 마을, 퇴직한 65세의 해럴드에게 어느날 버윅에서 분홍 편지가 하나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예전 양조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퀴니에게서 온 편지였는데, 암으로 작별인사를 하는 내용이었다.

답장을 쓰고 우체통으로 가다가 우체국으로 가고 그 길에서 이런 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나는 누구인가? 에서 발걸음이 계속 되는 것이다.

북쪽을 향해 걸으면서 계속 생각한다. 이제껏 포기해 버린 모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것들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지만 말이다. 무언가를 느낀 듯이 헤네시에게 전화해서 말하길,

"해럴드 프라이가 가는 길이라고 전해주세요.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본인 스스로 이 말을 했지만, 솔직히 무모하기 그지 없는 길이며, 자신이 간다한들 그녀가 살아있을지 살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인 것이다.

어디에서 이런 정신과 말이 나오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그의 마음 속에 꾹 하니 박혀 있던 것이 한 순간에 튀어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길에서 만난 다양한 이들이 있다. 그들이 각자 표방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해럴드에게는 하나하나가 의미있게 값진 만남들이었던 건 확실한 듯 하다.

그리고 그가 없는 빈자리를 느낀 와이프인 모린 또한 그의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게 되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는 대목이 짧게 표현되었지만 강했다.

 

무모하지만 용감하고 끊임없는 그의 도전에 박수를 치고 싶다.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느끼고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목에 있는 '순례'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굉장히 종교적이고 무언가 가치로운 것을 향해 정진하는 느낌의 단어. 하지만 우리도 여행을 하다보면 무언가를 깨닫는 그 순간이 있는데, 그런 모든 것들이 다 순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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