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 - 외할아버지의 손자 키우기
정석희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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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이 임신을 하면서 이 책은 시작한다.

분명 자신의 아내가 몇 십 년 전에 임신했을텐데 그 때와는 또다른 느낌의 무엇을 받았나보다.

이 책에 표현하길 '그윽하고 평화로운 설렘'이라고 참 그럴싸한 문구로 이 책 읽기 초반에 굉장히 묘한 끌림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은 지난 여름 어느 연수에서 이 책을 추천한 분이 있어 읽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쓸 수 있으며, 그 가운데 인상적이면서 잘되었기에 우리에게 권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나의 무언가를 책으로 만들 순 있겠지만 지금 이 책의 저자만큼 와닿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옛날에 외손자는 천지 쓸모 없다는 생각이 다분히 있었던 듯 하다. 이 책을 쓴 분도 이런 글에 대한 반박이 있을까봐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고 글을 시작한 듯 하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자신에게는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글쎄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아직 아이를 낳아 키워본 경험이 없어 과연 어떤 일인가 뭐라 말할 주재는 못 되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경이롭고 의미있는 일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경모, 도헌이 할아버지는 아이를 맡아 키우면서 타인의 삶에 대한 애틋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 2의 인생을 사시는 것처럼 마냥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 가운데 아기를 처음 대할 때의 표현은 가장 최고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 또한 먹먹해지고 나의 아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냥 평범한 할아버지가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와닿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그 전에 수필가로서의 전적이 있고 늘 글쓰는 걸 놓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생각도 했다.

 

아이의 이름을 짓는데 그 아이에 맞게 세상에서 제대로 쓰일 수 있는 재목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 또한 멋졌다. 간간이 자기 자식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젊었을 때 육아에 전혀 신경쓰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해보고 한편으로 그럼에도 아이들을 잘 키운 아내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이 내가 원하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3여년의 육아 기간을 거쳐 드디어 아이들이 자신의 집을 떠나면서 이 책은 마무리되는데, 글쓴이 못지 않게 내가 더 아쉬운 건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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