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서두에 요리의 정의를 두고 있는 게 있는데, 참 인상적이다.
요리 : 누군가에게 작고 소박한 위로와 행복을 전하는 일
요리라고 하면 그저 끼니를 때우거나 식사 하는 것이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지,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들이 가득 있을 줄은....
셰프인 이유석이 레스토랑에서 만난 손님들을 인연으로 요리 하나하나씩마다 슬프고, 아름답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그릇에 담아 내는 듯한 글이다.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이라 나도 처음 들어보는 음식들의 이름들도 있어서
셰프가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면서 설움을 받았던 기억들,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잘 풀어낸 심리치료 같은 책의 느낌이었다.
프렌치 어니언수프로 마음을 달래는 대기업부장.
여러고기들이 조화를 이루는 음식인 테린을 맛보면서 프랑스를 늘 가보고 싶어했던 아내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노교수.
여러 여자를 데리고 오면서 바람둥이의 기질이 다분했던 그였지만 진짜 사랑을 느끼고서 후회하며 맛보는 수플레.
라면을 통해 기러기 아빠의 도전.
연예인들의 남 모르는 고민과 스트레스를 담은 마카롱.
스페인 유학시절에 불고기를 먹었던 기억을 추억하며 다른 이들이 음식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맛 뿐 아니라 그것을 함께 먹었던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상기할 수 있는 음식이란 것은 참 묘하고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아무리 유명한 레스토랑이라하더라도 셰프로서 겪어야 하는 여러 문제들(파워블로거의 시선, 밥도 제때 못 먹는 현실, 까다로운 손님의 평가)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늘 식당의 손님으로서 그 곳을 보았고 그 곳의 음식을 맛보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그 곳에서의 또다른 이면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면서 쉬운 일이란 절대 없으며 각자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있다는 조금은 넓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
감자튀김, 오믈렛, 쌀국수, 스테이크 등 다양한 음식들과 함께 가족에 대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음식으로 그 때의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 같은 역할을 하는 음식.
늘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내게 의미 있는 음식은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봤다는...
아빠가 처음으로 외식을 시켜줬던 음식들.
엄마 아빠가 부부싸움을 하면 늘 맛난 음식으로 엄마의 마음을 풀어주려 했던 아빠의 모습.
생일이 되면 늘 멋지 차려주는 엄마의 맛난 음식.
막상 쓰고 보니 여러 음식들이 있네.
앞으로 내가 만든 음식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시 떠올리고 싶은 그 기억이 있길 바라며...
참 재밌게 따뜻하게 본 책. 주위 사람들에게도 읽는 동안 여럿 추천했다는.
이 책의 저자가 꾸려가는 레스토랑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