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경 -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이기는 기술
자오촨둥 지음, 노만수 옮김 / 민음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첫 이미지는 "엄청나다"이다.

책의 두께(p983, 페이지 기록된 것만)에 놀라고, 이 책 속에 들어간 인물들을 보고 또 놀랐다.

그리고 각 각의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자세하고 무수히 많아서 어떻게 이렇게 한 책에 다 담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눠서 말하고 있다.

시대별로 춘추전국시대->위진남북조시대->당, 송->명, 청 의 순으로 나열하고 있다.

나름 한문을 배웠고, 중국의 역사를 아주 쬐끔 들었다는 것으로 이 책을 당당하게 선택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엄청난 분량과 각 시대별 역사적 배경이 나의 짧은 소견으로 보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었다.

한마디로 쟁경(논리력을 둔 다툼, 요즘의 관점에서는 디베이트라고 이야기하면 좀 더 쉽게 와닿으려나.)에 관련된 백과사전식 책이라고 명명함이 옳을 듯 싶다.

 

춘추전국시대는 아무래도 정세도 혼란스러웠으며 각자 자신의 생각을 널리 떨치려는 이들이 많아서 뽐내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듯 하다. 이 책에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저명인사들부터 조금은 생소한 이들까지 자신이 주창하는 사상과 논리를 펼치려고 끝없이 말하고 설득하고 있는 듯 하다.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맹자편을 보면,

백성들을 위해서 제대로 된 왕도정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소상히 나와있다. 물로 이 책에 인용된 것은 <맹자>책에서 가지고 온 것들이지만 핵심적인 것들을 인용하고 있어 그의 위엄있는 설득력있는 말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곤 한다.

 

위진 남북조 시대는 춘추전국시대보다는 조금은 정리된 느낌이 들지만, 이 때 또한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한마디 한마디 의미있게 던졌다 싶은 궁정 논변이 보여진다.

제갈량의 경우 유비에게 아주 적절한 때에 알맞은 혜안을 내어 그를 황제자리까지 오르게 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 되면 될수록 뛰어난 분석력과 몇 마디의 말로 뚝딱 해결하는 능력이 자못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당, 송나라 시대엔 당송8대가라는 당대 뛰어난 글쟁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 위해 멋진 글들을 쓴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화려한 논변을 이뤘는지 알 수 있다.

글로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임을 알지만, 이 때는 그런 이들이 엄청나게 많아 서로의 실력을 뽐내듯이 글을 쓰고 말을 하고 했었던 듯 하다.

한유, 백거이, 구양수, 범중엄... 이름만 듣더라고 무언가에 주눅이 드는 그들의 필력. 나라를 쥐락펴락했던 그들에게서 각각 배울 것이 있으리라.

 

원, 명, 청나라 시대에는 다소 낯선 이들이다. 하지만 앞 시대와 같은 맥락으로 그들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난세를 구하려고 하는 주장과 탐관오리를 처벌하고 응징하려는 의견들에서 또한 그 시대의 논리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의 시대별 문장가들, 논쟁가들의 글과 말을 통해서 요즘의 정치하는 이들을 잠시 생각하게 한다. 큰 목표, 목적 없이 다만 당리당략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요즘의 정치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두고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온고지신. 역사라는 것은 참 의미 있으며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임에는 분명하다.

타산지석. 중국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 같다.

 

엄청난 분량과 방대한 내용을 작업한 저자 자오촨둥과 번역한 노만수씨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이런 책이 아니라면 언제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이들을 대하고서 역사 속에 무젖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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