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쓰기 관련 글들을 좀 읽고 있다. 두서 없이 읽고 있던 차에 이 책을 추천받았다.
연암의 글쓰기는 익히 잘 알고 있고 감히 범접하기 힘든 그만의 독특한 세계가 분명히 존재함을 알고 있다. 이 책은 어떻게 연암의 글쓰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이 책은 소설형식의 글이다. 그래서 솔직히 낯설었다. 연암의 작품을 우리 말로 풀고 그에 따른 해석&이해하는 방식의 글이 대부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 나름 액자형식의 소설의 틀을 갖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알다시피 연암 박지원의 아들인 박종채가 아버지의 모습을 찾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글을 통해 본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문이 연암의 제자가 되면서 연암이 조선시대 문인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으며 글을 지었는지 그 과정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지문에게 전하는 스승으로서의 메세지가 결국 연암 본연의 글쓰기와 시각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지문을 계속 여러 과정으로 시험해보는 연암의 속셈이 조금은 재밌기도 하고 그 속에서 지문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름 재밌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김조순, 박제가, 정조, 이옥 등.. 조선후기 내노라하는 인물들 등장으로 이게 소설이라 할 수 있나 싶기도 하고 이제껏 내가 생각해왔던 인물의 모습과 또 다른 모습으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곳곳에 연암의 글쓰기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더구나 p.238-239에는 간략하게 정리되어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있어 좋았다. 그런 원리를 보면서 앞으로 연암의 글이 또달리 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 글은 전공자가 아닌 연암을 아는, 아니 알지 못하는 사람도 소설 읽듯이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전공자라면 다른 양식의 글로 연암을 새로 볼 수 있는 기회도 될 듯 하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문학의 실종, 쇠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요즘 이런 글들이 대중화된다면 인문학의 필요성, 가치를 새삼 알게 되는 이가 점점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