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변방 울산 - 역사를 담은 정책 에세이
김상육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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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살다가,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알게 되면서 도시의 역사와 환경에 대한 공부를 조금 했다. 여전히 외부인의 입장으로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느라 도시 전체를 애정을 가지고 대하진 못했다.

 

그래서 1998년부터 울산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계신 저자의 글이 궁금하고 드물어서 귀하다고 생각한다. 행정업무를 주로 하셨겠지만, 지역에 대한 업무 이상과 관심과 애정을 가지신 분일 것이다.

 

향토사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정책과 사업으로 전개되는 사고방식이 자주 접하지 못하는 종류의 글이라 더 흥미로웠다. 블로그와 언론에 여러 해 꾸준히 쓴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성실하고 진지한 사람도 글도 무척 좋아한다.

 

수도와 지역으로 충분했을 텐데 중앙과 변방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그런 현실이 된 것이 안타깝고 잘못이라 생각한다. 수도권이라고 해도 인구를 분석하면 대부분은 지방 이주민들이다. 명백한 정책 실패와 차별의 역사가 만든 기형이라고 믿는다.

 

지방을 방치하고 소외시키고 지역을 특색을 없애고 인구를 줄여서 사회 전체가 이득이 될 것이 무엇이 있나. 멍청할뿐더러 망국적이다. 얻을 건 하나도 없고 읽을 것만 태산 같다. 나부터 무지했던 향토사를 이 책을 통해 처음인 듯 배운다.


 

자연적 입지로 인해 감당해야했던 역할들, 전투의 흔적, 오랜 상공업 전통, 개방적인 지역 분위기, 포경의 역사. 예전엔 분명 더 풍성하고 다채로웠을 모습들이 거듭 안타깝고, 환경정책을 담당한 분의 ‘생명에게 고통을 주는 연구조사 근절’이라는 단호한 의견도 반갑다.

 

25년 경력의 공무원인 저자가 업무 보고가 아닌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역사와 문화와 사회와 바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존경스럽다. 무려 44가지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나는 내가 속한 장소와 시절에 대해 몇 가지나 정확히 알고 전달할 수 있을까.

 

울산시민 독자들이 많이 읽으시면 좋겠다. 인구와 자본이 많지는 않아도, 지방자치체만의 장점과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 지역을 제대로 아는 기관장, 담당공무원,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지와 협력으로 중앙정부와는 다른 섬세하고 유용한 정책을 만들고 실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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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굴까? ㅣ 고래책빵 동시집 28
박현주 지음, 양은서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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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너무 커서인지 하루 종일 몸이 시달리는 기분이다. 목요일이기도 하고 아주 피곤하다. 그래도 아름다운 날, 불만은 없다. 읽지 않은 동시집이 있다는 것이 즐거운 위안이다.

 

제목이... 반평생을 고민했던 주제라서 살짝 겁이 났지만, 분명 다정하게 그림으로 시어로 들려줄 것이다. 이제 나는 내가 누군지 알겠고, 더 궁금한 것은 없다.

 

여전히 자신들이 누구인지 궁금하고, 세상이 사람들이 궁금한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풍경과 생각 속에서 풍성해지는 상상을 기억해보려 애쓰며 읽었다.

 

오래 전 어릴 적에 잠깐 잠들었다가도 구름 위로 폴폴 날아오르는 멋진 꿈을 꿀 수 있었는데, 심해에서도 자유롭게 고래와 여행도 떠나고. 그런 세상이 모두 사라진 현실은 문득 시시하다.

 

다른 아름다움을 보는 방법도 배웠고, 믿지 않던 기적이 매일 일어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보다 훌륭하게(?) 사는 듯해 무임승차가 늘 미안하다.

 

무척 철학적인 이 질문을 제외하고도 시인은 넉넉한 시선을 시선이 닿는 모든 것에 골고루 주었다. 그 풍경을 따라 천천히 문자와 그림을 따라다니다 보니 피곤이 풀린다.


 

무슨 우연으로 나는 ‘나’가 되었을까. 계획도 의미도 의지도 없는 촉발과 찰나의 형태에 고맙고도 신기하다. 어째서 이 모든 경험을 뒤로 하고 원소들은 그토록 훌훌 헤어져 버리는 걸까.

 

태어나기 전 나는 누구였을까

지금 나는 내가 믿는 나일까

다음의 나는 누굴까

 

그리고

너는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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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살지 않는 집 ㅣ 고래책빵 동시집 27
김영서 지음, 아몽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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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서 같기도 합니다. 통상 누구네 집, 누가 사는 집이라고 명명한다는 점에서, 궁금증이 커지지요. 왜 ‘고래가 살지 않는’ 집이라고 했을까요. 혹은 살지 않았으면 하는 뜻일까요.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동시들을 차례로 읽어 봅니다. 그림을 보고 불쑥 현실 어른이 튀어나옵니다. 저런 신발은 미끄러울 텐데, 엄마 마트 상자에 비싼(?) 채소들이 많구나... 부럽구나... 좀 더 동심을 회복하고 동시를 읽어야 할 듯!

 

여름을 힘들어 하면서도, 별 일 없이 지나면서도, 여름엔 괜히 설레는 저는 올 해 한 여름 풍경이 어땠더라, 기억을 찾아봅니다. 해마가 가장 빨리 늙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벌써. 매미 소리도 깜짝 놀랄 만큼 컸는데, 기억하지 못한 어느 날부터 그쳤겠지요.



 

첫 동시집을 발간하신 저자시라 처음 만납니다. 일상이 무척이나 정겹고 다정합니다.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시는 것이겠지요. 가을을 만끽하시고 무탈 강건하게 잘 지내시다 다음 시집 소식을 들려주시길 고대하겠습니다.

 

9월이 끝나고 10월이 주말과 함께 여유롭게 시작합니다. 늘 월말과 월초 사이 휴식이 없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인데, 이번 징검다리는 무척 행복한 날짜 배치입니다. 휴일이 이렇게 좋으니 이제 일하는 기쁨은 거의 다 사라졌구나 싶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밌어서 동시를 짓던 아이들은 어느새 시작의 재미를 잃고 창작을 하지 않지만, 어쩌면 훨씬 더 나이가 들어서는 오래 잊었던 동심을 찾아낼 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지켜봐줄 수 없더라도 그때가 되면 저자처럼 행복한 시를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상하고 힘이 들면서도 쨍하고 더운 볕이 잠시 좋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날씨입니다. 우울하면 비타민과 유산균 생각이 먼저 나는 현실인간이지만, 어쩌면 따근해질 정도로 볕을 쬐며 산책을 하면 어른거리는 우울도 바삭 말려질지 모르겠습니다.

 

일상이 귀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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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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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어렵지도 지겹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오래 나눠 읽자는 계획이 필요 없게 될 정도로 일독은 빨랐다. 그런데 생각이 많아져서 글은 쓰지 못했다. 이 글은 그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한 담담한 기록이고자 한다. 부디 하소연이 더 많지 않기를 바라며 썼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다. 그 전에는 장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다. 16년 전에 시작된 새로운 삶은 다중우주 저리가라 할 정도로 낯선 세상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장애의 종류는 비장애인이 짐작하는 것보다 다양하다. 종류가 같아도 중증 정도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그러니 우리 가족은 뇌병변 장애에 대해서만 알 뿐 자폐스펙트럼에 대해선 모른다. 발달 장애 전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는 실은 다른 모든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도 적용되는 역사이다. 그래서 잘 모르는 장애 ‘종류’라 하더라도 모든 이야기를 경험한 것처럼 익숙하게, 오래된 아픔까지 떠올리며 읽게 된다. 소수여서 약자이고 약해서 소수인 모두의 경험이라서.

 

북클럽 덕분에 여러 이유로 읽게 될 것 같지 않던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1930년대 자폐 개념이 형성되었다는 것도, 지금은 당시의 무지와 차별을 열심히 극복하고 자폐가 인간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과정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 속에서 배웠다.

 

“얘가 왜 그러냐구? 얘는 자폐인이요. 이제 당신들이 왜 그러는지 말해봐요. 아니면 입 닥치고 조용히 가든지.”

 

무지했으니 나도 자폐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배워서 알고 나니 시시한 그 벽이 조용히 사라진다. 어떤 장애도 특정인의 잘못과 책임이 아니고 치료 가능하지도 않다. 오래 전 모르고 본 영화 <레인 맨>의 결말이 무척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눈부신 표지가... 감추고 격리시키던 암습한 시절을 꺼내어 볕 좋은 날 잘 말린 자폐의 역사처럼 찬란하다. 자폐인들, 권리 옹호 활동가들, 의사들, 과학자들... 모두가 영웅들이다. “신경다양성을 인정하라!” 이제 배운 이 표현을 현장의 힘찬 고함으로 듣는다.

 

살던 대로 있는 그대로가 숨 쉬는 공기처럼 편하기만 하다면, 기득권자이거나 기득권의 삶만을 경험한 것이다.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불편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길 부탁한다. 그 이야기에 이해를 넓히고 낡아버린 사유의 경계를 늘리는 지혜와 힘이 있다.

 

세상의 돈키호테들, 이상주의자들이 좋다. 이 책을 저술하고 번역하고 출간한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 더 늦지 않게 읽을 수 있어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알던 그리고 모르는... 외로움과 어려움 속에 애쓰다 삶을 끝낸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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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게 ㅣ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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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더 이상은 못 참아. 오늘은 기필코 말할 거야.”


“열심히 했다고? 맨날 내가 다 하고 너는 놀기만 하잖아.”


“항상 네가 먼저 나서서 다 해 버렸잖아.”


“내 탓이라는 거야? 네가 바보 같이 제대로 못하니까 그렇지.”




표지를 보시면 짐작하시겠지요. 

아주 깔끔한 그림들, 두 손 그림이 이어지는 책입니다.

대사들은 마치 육성이 들리는 듯,

기시감이 드는 듯,

누군가가 떠오르는 듯합니다.

그만큼 누구나 품어 봤을 상황과 감정에 관한 메시지겠지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점수 기준표가 있어서 

숫자로 확실하게 차곡차곡 채점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번 수혜자들에게 감사를 받는 것도 아니니

살다 보면 억울한 감정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물론 잘 몰라서 표현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 알면서도 타인의 노동과 배려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지요.

오른손과 왼손은 어떤 입장일까요.


저는 왼손잡이고 교정되었지만 왼손, 왼팔로만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불편한 점도 많고 불쾌한 일들도 있습니다.

특히 누군가의 오른쪽이 앉을 수밖에 없어서 움직이다 부딪히면

거의 왼손잡이인 사람이 사과를 하게 됩니다.


‘오른’ 손잡이가 ‘옳다’고 생각하는 세상이니까요.

그럼 왼손잡이는 사실은 ‘그른손’잡이인 걸까요?




저자는 한 손을 편드는 분이 아닙니다.

바쁘고 일이 많은 오른손의 입장도

서툴고 저평가되는 왼손의 입장도

깔끔한 선과 선명한 대화로 모두 말할 기회를 줍니다.


흔하지만 마법과 기적을 만들고, 인간성을 대표하는 이 표현이 오늘은 더 깊이 울립니다.


“고마워.”




왼손잡이이지만 오른손처럼 군 적이 많습니다. 

내게 익숙한 일이라고 상대가 어려워하는 것을 답답해 한 적도 지루해한 적도 많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얼마나 기능하는가’로 판단한 적도 많습니다.


그러지 않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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