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불평등 - 프레임에 갇힌 여자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하지은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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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아가씨와죽은처녀

#에우로페와겁탈

#강간문화



 

“역사적으로 여성에게는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공부를 하고 전문적인 직업의 영역으로의 진입이 저지된 여성들에게는 책을 읽는 것도,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여성들이 도전하고 싶은 무언가를 발견하면 안 되기 때문에 남성들의 세상을 보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들 중 일부는 여성들에게 ‘보는look 행위’를 금지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 그림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림은 해로울 수 있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림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고 무엇보다도 역사, 문화, 인종, 성정체성 등에 대한 이해를 지속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가 혹은 성취와 미의 감상이라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러한 힘은 대부분 조용하고 은밀하다.”

 

“우리는 여성의 고통과 성폭력을 용인하는 우리 문화를 거스를 정도로 여성의 쾌락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 아니다. (...) 시몬 드 보우아르는 <제2의 성>에서 ‘겸손함, 자존심, 극도의 섬세함 같은 쓸데없으면서 매력적인 특성들이 번성하는 것은 여성들이 신비화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자율적인 쾌락을 거의 용인하지 않는 세상에서 해방을 위한 전략으로 쾌락을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성이 따른다. (...) 자유가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욕망을 자유로이 좇는 여성은 괴물로 취급된다. 이제부터 그러한 여성들을 만나보자.”

  


 

범죄자의 트로피와 같은 작품들을 제외한, 시선의 불평등에 가리지 않은 미래의 예술을 보고자 한다면, 1972년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앞으로도 맹렬하게 추구되어야하는 평등 운동임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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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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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직 탐욕과 극악무도함과 살의... 당신들의 힘을 지배와 군림 이외의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능력이 없다고.”

 

통제가 불가능하고, 불안과 공포가 사람들을 장악하고, 모든 것이 마비가 된 세상... 세상의 종말은 아주 극적이고 특징적인 사건이 아니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된, 작품 속과 같은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작되었을 거란 보고가 나오는 현실의 대멸종이 그러하듯이.

 

“인간들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존재에 대해선, 살아가는 내내 코앞에서 마주치면서도 절대 보지 않는 능력이 있지.”

 

인류는 재난과 비극을 ‘자초’했다. 원망하고 비난할 다른 생물종이 없으니 내부에서 누구라도 표적 삼아 욕하고 죽인다. 원하는 결과도 얻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는 최악으로 멍청한 방식이다. 지긋지긋하게 되풀이된다.

 

“세상은 탐욕과 증오의 전장이 돼버렸어. 모든 게 변질되고 타락해버렸지.”

 

예전에는 순진하게도 문명 이전의 사회가 ‘만인의 만인을 위한 투쟁(홉스Hobbs)’ 상태일 것이라고, 문명과 교육은 우리를 투쟁과 폭력으로부터 우아하게 개조해줄 것이라 믿었다. 집중된 권력과 자본은 거대 무기를 만드는데 가장 열심이었다. 패권 경쟁은 최고의 게임이었다.

 

“우리가 뭘 해야 하는 건지... 어른이 돼야겠지. 이게 그들이 돌아오는 조건이야.”

 

어른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이들이 반성만으로 어른이 될 것인가. 한 걸음 나아갔다 백 걸음 후퇴하고 다시 몇 걸음 나아가고, 숫자를 세는 일이, 거리를 가늠하는 일이 지겹다. 설득하고 말려도 죽자고 ‘죽을 길’로 간다면 앞을 막아설 이유는 무엇인가. 애써가며.


 

서로 존중하고 함께 먹고 다 같이 살 줄 아는 것이 어른됨이라 생각했다. 어른이 못 된, 앞으로도 못 될 독자의 책 읽기다. 줄어드는 많은 것들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이고, 차곡차곡 늘어나는 반갑지 않은 건 염오染汚*와 분노뿐이다.

 

* [불교 ] 마음이나 몸을 괴롭히는 노여움이나 욕망 따위의 망념(妄念)

 

현실의 우리에게도 핵폭발 정도는 막아줄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할까, 기술이 월등한 ‘친구들’이 우호적이면서도, 자신의 힘과 능력을 인류에게 벌어질 재앙을 막기 위해 사용해줄까, 영생을 가능하게 할 의료 기술로 우리 모두를 치료해줄까. 아니라면 뭘 믿고 엉망인건가.

 

“우리는 삶의 길목에서 역사 속의 거추장스러운 시체들과 끊임없이 부딪친다. 하지만 어느 날, 과거와 씨름하느라 지친 인류가 미래를 만난다면 과연 인류는 그것을 알아볼 것인가? 미래 속의 자신을 알아보고 그 힘차고 뜨거운 육신에 지친 손을 얹을 것인가?”

 

SF문학은 늘 메시지와 경고를 제공했다. 지구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함께 살아갈 이웃의 경계를 늘리라고. 디스토피아의 일부가 현실이 될 때마다 그저 신기하게 생각하고 말았던가, 당면한 위기는 드디어 SF의 배경과 현실의 격차를 없애고 만 듯하다.

 

알아도 별 소용없는 듯하지만, 그래도 기록해둔다. “지구는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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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임정재 옮김 / 타커스(끌레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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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번역, 선명한 주장을 하는 철학, 지혜롭고 유용하게 인간관계를 다룬다는 평을 계속 듣는다. 빨리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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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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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교육, 정치를 향한 욕설과 막말 대신 들어보고 싶은 우신의 자화자찬과 철학적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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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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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우리가다리를건널때

 

10월 어느 날 이 책을 살 때 기뻤다... 그런 느낌만 남았다.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이번엔 너덜너덜해지고 있는 해마 때문이 아닌 것 같다. 손이라도 비워 두지 말고, 뭐라도 잡더가 하던가 해야 된다는 경고 문자가 들어오는 것처럼 쇼크 상태이다.

 

참사 당일에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일상 얘기를 하던 친구는 오늘 참사와 슬픔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 같다고, 울다 화를 내었다. 이렇게 멀리서 소식만 듣고도 이게 무슨 일인지, 가능한 일인지 황당하고 두려운데 현장에 계셨던 분들은 어떻게...

 

어렴풋한 기억인지, 새로 만들고서는 옛 기억이라고 속이는 건지 모를 기억 속에서, 나는 백수린 작가의 글이 궁금했다. 그때의 기분이 뭉텅 사라져서 책을 후루룩 넘기다가 ‘다리’에서 멈췄다. 갑가지 무서워졌다. 공중에 떠 있는 부분이 더 많은 다리라는 건축물이...

 

“아야는 벽돌처럼 너비와 높이가 일정할 것만 같은 정갈한 영어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어딘가 부서지고 삐뚤빼뚤한 자갈 같은 내 영어와는 결이 달랐다.”

 

다리가 부서졌다. 그때도 무슨 일이지, 내가 보고 있는 게 뭐지, 그랬다. 뉴스에선 반복해서 다리가 내려앉으며 부서지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래, 우리는 다리를 보게 될 거야Yes, we'll see the bridge.”

 

다리를 걸어서 건넌다니 무섭다. 버스를 타는 것도 무섭다. 성수대교는 버스를 보내주지 못하고 함께 무너졌다. 2022년의 참사가 1994년의 그 다리에 이어진 것만 같다.

 

“(...) 죽지 않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같았다. 창문 속이 아니라 그림 밖의 존재. 다리를 다시 짓고, 꽃을 꽂아둘 수 있는 사람. 추모하지만 결코 영정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을 사람.”



 

모르겠다, 이 작품을 처음을 읽으려한 이유를. 몰라도 상관없다. 하나하나 모두 이유를 찾아서 뭘... 답답하니까 어딘가로 이동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니 모르겠다.

 

한국에서 살다 보면 다리를 건너는 일도 영원히 무서워질 수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때도 누군가는 그렇게 비난했을까. 왜 버스를, 차를 탔냐고. 왜 다리를 건너려고 했냐고.

 

다리를 건너면 어디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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