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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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우리가다리를건널때

 

10월 어느 날 이 책을 살 때 기뻤다... 그런 느낌만 남았다.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이번엔 너덜너덜해지고 있는 해마 때문이 아닌 것 같다. 손이라도 비워 두지 말고, 뭐라도 잡더가 하던가 해야 된다는 경고 문자가 들어오는 것처럼 쇼크 상태이다.

 

참사 당일에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일상 얘기를 하던 친구는 오늘 참사와 슬픔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 같다고, 울다 화를 내었다. 이렇게 멀리서 소식만 듣고도 이게 무슨 일인지, 가능한 일인지 황당하고 두려운데 현장에 계셨던 분들은 어떻게...

 

어렴풋한 기억인지, 새로 만들고서는 옛 기억이라고 속이는 건지 모를 기억 속에서, 나는 백수린 작가의 글이 궁금했다. 그때의 기분이 뭉텅 사라져서 책을 후루룩 넘기다가 다리에서 멈췄다. 갑가지 무서워졌다. 공중에 떠 있는 부분이 더 많은 다리라는 건축물이...

 

아야는 벽돌처럼 너비와 높이가 일정할 것만 같은 정갈한 영어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어딘가 부서지고 삐뚤빼뚤한 자갈 같은 내 영어와는 결이 달랐다.”

 

다리가 부서졌다. 그때도 무슨 일이지, 내가 보고 있는 게 뭐지, 그랬다. 뉴스에선 반복해서 다리가 내려앉으며 부서지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래, 우리는 다리를 보게 될 거야Yes, we'll see the bridge.”

 

다리를 걸어서 건넌다니 무섭다. 버스를 타는 것도 무섭다. 성수대교는 버스를 보내주지 못하고 함께 무너졌다. 2022년의 참사가 1994년의 그 다리에 이어진 것만 같다.

 

“(...) 죽지 않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같았다. 창문 속이 아니라 그림 밖의 존재. 다리를 다시 짓고, 꽃을 꽂아둘 수 있는 사람. 추모하지만 결코 영정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을 사람.”



 

모르겠다, 이 작품을 처음을 읽으려한 이유를. 몰라도 상관없다. 하나하나 모두 이유를 찾아서 뭘... 답답하니까 어딘가로 이동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니 모르겠다.

 

한국에서 살다 보면 다리를 건너는 일도 영원히 무서워질 수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때도 누군가는 그렇게 비난했을까. 왜 버스를, 차를 탔냐고. 왜 다리를 건너려고 했냐고.

 

다리를 건너면 어디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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